별이 흐르는 카페
이곳은 무엇이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 게시판입니다. (댓글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켰습니다.)
[카프카의 대표작은 역시 <변신>인가 봅니다. (깨알 같이 들어간 사과도 포인트)]
오늘 구글 로고는 프란츠 카프카입니다. 탄생 130주년 기념일라고 하는데, 웬 커다란 벌레 한 마리를 그려놨군요. 아마 소설 <변신> 때문이겠죠. 인간이 난데없이 벌레로 변해 사회에서 생매장당한다는 내용인데, 줄거리 자체는 좀 황당합니다. 하지만 실존과 부조리에 관한 냉철한 서술이 돋보이죠. 다소 당황스럽고 환상적인 설정 때문에 오히려 부조리가 더 두드러지는 식이죠. 찜찜하고 지저분한 뒷맛이 일품. 여러 걸작 중에서도 대표작이라고 할만 해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안 본 사람도 이 책은 봤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저 그림은 포탈 사이트 대문으로 쓰기엔 징그럽지 않나 싶습니다. 벌레 혐오하는 유저도 많을 텐데, 캐릭터부터 글씨체까지 무슨 바퀴벌레를 연상시키니, 원. 어차피 소설 줄거리도 인간이 한낱 징그러운 벌레가 되고, 가족들이 그를 혐오하는 것이니만큼 작품에 딱 맞긴 합니다만. 별 생각 없이 클릭하고 놀란 유저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저 작품을 볼 때마다 섬찟한 것이…. <변신>도 청소년 권장도서에 흔히 꼽힌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창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이 이거 읽고 충격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더군요. 뭐, 솔직히 저는 그랬거든요. 사람이 벌레로 변한다는 점에 있어서 가히 <플라이>를 봤을 때만큼 소름 끼쳤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벌레로 변해있지 않을까 싶어서 간담도 서늘해지고, 여름날 읽으면 피서용으로 그만이죠. 아울러 주류 문학으로 꼽히는데도 벌레 변신을 소재로 한 소설 중 이만큼 판타지가 두드러지는 작품도 드뭅니다. 앞서 <플라이> 이야기를 했는데, 영화 쪽에 <플라이>가 있다면, 소설 쪽에는 <변신>이 있지 않나 싶어요. 카프카 본인이 책을 쓸 때 환상적인 면모를 얼마나 고려했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장르 문학 못지않은 걸작/괴작이 탄생한 셈이죠. <변신>과 <플라이>를 크로스오버 하면 정말 괴상망측한 물건이 나오지 않을까 망상도 해봅니다.
그리고 보니, 이제 무더워지는 여름이네요. 뭔가 등골 서늘한 작품을 찾는다면, 다시 읽어봐도 좋을 듯합니다.
※ 그런데 로고에 나온 벌레는 어쩐지 바퀴벌레 닮았네요. 제가 알기로 작중에 딱히 벌레 이름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 도심지에서 가장 흔한 해충이 저거라서 그린 게 아닐지.
전 카프카의 변신을 읽었을 때 바퀴벌레나 그런거보다는 뭔가 송충이같은 그런 종류의 것을 연상했는데 아무래도 방에 틀어박혀 있는 모습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던거 같네요
사실 이미지를 확 와닿게 하기 위해 벌레로 변했다고 한 것뿐이지 그냥 리얼하게 '장애인이 되었다'거나 '백수가 되었다'라고 해도 뭐 말은 되는 얘기니까 굳이 장르문학을 의도한 것 같지는 않군요. 근데 그렇게 평범하게 썼으면 이렇게까지 길이 남지는 못했을 듯(...)
오늘 구글 대문이 무엇인가 한참 생각했는데, 야구아님 설명 듣고 보니 저거 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