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추위에 약한 편이라 여름철 에어콘을 싫어하는 편입니다. 쐬고 있으면 뒷골이 땡기면서 두통이 오거든요.

 

그래서 저번 달까지는 선풍기 없이 생활하다 어젯 밤 처음 선풍기를 꺼내 썼습니다. 사실 동생이 먼저 꺼내서 쓰던걸 약하다고 투덜대며 안 쓰던 제게 던져놓고 간걸 틀었던건데 1단으로 돌리긴 했지만 너무 약한 바람이 나오더군요. 그래도 평소 선풍기 1단도 강하다고 생각하던 제겐 딱 좋은 세기라 신나라하고 밤에 틀어놓고 잤습니다.

 

오늘 저녁 장마가 오기도 해서 창문 닿아놓고 선풍기를 돌릴려니 분명 모터 도는 소리는 나는데  도는건지 안 도는건지 날개가 돌질 않더군요. 구글신의 힘을 빌어 '선풍기 수리'로 검색하자 증상은 온도 콘덴서의 고장 또는 모터의 윤활유 문제로 판단되서 일단 선풍기를 뜯고 봤습니다. 일단 뭐든 뜯고 보는 무서운 습성;;

 

뜯고 보니 문제가 뻔하더군요. 흑연 같은게 무수히 모터 축을 중심으로 무수히 흩어져 있는데 만져보니 기름때더군요. 윤활유가 다 굳어서 떨어져나온 것 같던데 요 선풍기가 3년전에 산 대우 선풍깁니다. 집에서 가장 연식 안 된 제품이죠. 10년도 넘게 된 녀석도 쌩쌩하니 돌아가는데 3년 좀 지난 녀석이 윤활유가 굳어서 돌아가질 않으니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확실히 요즘 물건도 옛날하고 다르게 10년, 20년씩 쓸만큼 터프함이 없어요. 딱 A/S 기간 좀 더 버틸 만큼의 내구도랄까 경제논리라는게 좀 씁쓸합니다.

 

아무튼 분해해서 문제 파악한 것 까진 좋은데 집에 구리스도 윤활유도 없더군요. 자전거도 안 탄지 오래되서 방치상태라 보관해놓은 것도 없고 그렇다고 자동차 오일 뽑아다 쓸 수도 없고 포도씨유!라도 쓸까 했지만 차마 손이 가지 않아 서랍 구석에서 찾아낸 바세린으로 응급처치를 실시했습니다.

 

뭐, 그럭저럭 효과는 있는지 조립 마치고 돌려보니 잘 돌아가긴 하는데 이젠 제 힘을 되찾아서 너무 쎈게 문제네요. 1단 주제에 왜 이리 추운지 결국 비도 그쳤길래 창문 열어놓고 더위를 식히고 있습니다.

바세린이 원래 기름이니 윤활제로도 쓰이긴 하는 것 같은데 피부에 쓰이기 위해 정제된 놈이라 얼마나 효과가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선풍기도 오래 틀면 모터가 꽤 뜨거워질텐데 안 녹을려나 모르겠습니다.

결국, 내일이라도 오일 구하러 가봐야할까요...

비주류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