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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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이나 중도를 지향하시는 분들 중에는 "어느 한 쪽은 절대적으로 옳고 어느 한 쪽은 절대적으로 틀리다고 생각해야 하며(특히 우리 편은 절대적으로 옳고 우리 편이 아닌 쪽은 절대적으로 틀리다고 생각해야 하며), 어중간하게 중립이나 중도를 지향해서는 안 되고 철저하게 극단에 서야 제대로 된 정치적 식견을 지녔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며, 중간에 서 있는 사람은 회색분자나 양비론자로 취급되어 양쪽으로 공격하는 걸 감수해야 하고, 아군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하는 잘못된 생각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며 이러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보수 우파와 진보 좌파의 대립은 결코 없앨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저러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서 중립이나 중도를 지향한 결과 양극단에 서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회색분자나 양비론자, 배신자, 비겁자로 취급되어 공격받게 되는 일이 너무 많다고 토로하시는 분들도 많지요. 중립적인 의견이나 중도적인 의견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회색분자로 취급받아 공격받게 되어서 그것이 괴롭다고 말하는 분들이나, 양쪽 모두 비판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서 양쪽 모두를 객관적으로 비판했는데 왜 양비론자로 몰려야 하는 것인지 억울하다는 분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어느 한 쪽만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거나 어느 한 쪽만을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의견만을 수용할 뿐 양쪽 모두를 비판하는 의견을 단순한 양비론으로 취급해버리고 있기에 너무 답답하다는 의견을 가지신 분들도 많고, 우리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기에 회색분자나 양비론자는 그 존재 자체가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너무 팽배해서 위험하게 느껴진다는 의견을 가지신 분들도 많습니다. 어째서 우리 사회는 회색분자나 양비론자의 존재 그 자체를 절대악으로 보고 있는 건지 답답하다는 의견도 종종 나오지요.
그래서 어중간하게 중립이나 중도를 지향하는 것은 회색분자나 양비론자나 하는 짓이니 옳지 않다고 강조하고 양극단에 서야 제대로 된 정치의식을 지닌 것이라고 무조건적으로 강요하며 무조건적으로 어느 한 쪽만을 옹호하거나 어느 한 쪽만을 비판하여야 정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이런 분들의 의견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여야 할까요?
"무조건적으로 극단주의와 진영논리를 강조하고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분위기를 제대로 지적한 것"이라고 보면서 저런 의견을 긍정하고 수긍해야 할지, 아니면 "중립파나 중도파의 탈을 쓰고 있었지만 실은 그저 보수 우파 내지는 극우파였음을 간접적으로 인증한 것"이라고 치부하면서 저런 의견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배제해야 할지 궁금해집니다. 어째서 이러한 궁금증이 드냐 하면, 저렇게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시는 분들 중에는 특히 진보 좌파를 주된 타겟으로 한 지적을 말하시는 분들이 좀 있는 편이거든요. 하긴 이 나라의 진보 좌파의 그간의 행보를 생각해보면 진보 좌파가 주된 타겟이 될 만 하다고 일단 이성적으로는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
그렇다 보니 이런 궁금증이 들게 됩니다. 저러한 의견을 "순수하게 우리 사회의 잘못된 병폐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건전하고 상식적인 의견"으로 받아들여야 될지, 아니면 "진보 좌파에 대한 보수 우파 내지는 극우파의 교묘하고 치밀한 간접적 공격"으로 간주해서 배격해야 할지 종종 헷갈릴 때가 있어서 말이지요.
단순히 의견 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분명 옳은 얘기인데, 그 안에 무슨 정치적인 의도나 술수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는 점 때문에 이런 의문을 갖게 됩니다. 과연 어떻게 보는 것이 옳을련지요? 이제는 그 어떤 의견도 점점 논리적인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서 아무리 옳은 의견이라 할 지라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지고 점차 그 의견이 대체 어떠한 정치적인 의도나 술수를 담고 있는 건지 철저하게 사상검증을 해야 되지 않나 싶은 충동이 자꾸 느껴져서 이런 의문을 갖게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옳은 의견이라 할 지라도 '진보 좌파에 대한 공격을 의도했다고 보이는 부분'이나 '직접적으로 진보 좌파를 까고 있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진보 좌파를 까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포함되어 있으면 그 즉시 의견을 펼친 사람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의심이 반쯤은 본능적으로 들기 시작하게 되었고 의견을 펼친 사람이 실은 상대 진영의 말살을 추구하는 그런 인물이 아닌지 하는 의심이 반쯤은 본능적으로 들기 시작하게 되어서 이런 의문을 갖게 되고 말았습니다.
이전에는 온건한 성향을 보였으나 이제 와서는 이빨을 드러내기에 바쁜 사람들을 이글루스 같은 곳에서 원체 많이 목격하게 되다보니까 이젠 아예 '진보 좌파에 대한 공격을 의도했다고 보이는 부분'이나 '직접적으로 진보 좌파를 까고 있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진보 좌파를 까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포함된 의견을 보게 되면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의심부터 하게 되었고 그 사람이 상대 진영의 말살을 추구하는 그런 사람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그런 버릇이 어느 새부터인가 붙어 버렸는데... 이렇게 사상검증에 대한 충동과 유혹을 느끼는 것도 역시 제가 진영논리에 빠져가고 있고 의심암귀에 빠지게 되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려나요?
한국에서 지금의 '대중적인' 진보vs보수 구도가 언제 어떻게 성립됐는 지를 보면 답은 나옵니다.
이명박 때문이에요.
이명박이 넘지 말아어야 할 선을 넘어놓으니 아래에서 언급했던 우유부단한 사람들이 '지나친데...'하며 거리로 나온 거죠. 노무현 탄핵 시도때와 다른 점은 노무현 건은 사람들의 지향점이 있었던 데에 반해 이명박 때는 그냥 안티테제만 있었다는 거죠. 원래 안티테제라는 건 테제가 있어야 의미가 생기는 건데 그런 것 없이 그냥 반이명박, 반한나라만 있었던 거에요. 그러니 자기들이 뭘 위해 이러는 건 지도 모르고 남들이 드니 손에 촛불은 들었는데 왜 들었는 지도 잘 모르겠고 때마침 옳다구나 여기저기서 확성기로 종북부터 시작해 극좌파를 거쳐 전부 자기 소리를 내는데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고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부분은 이명박과 한나라를 까부셔야 한다는 것 정도고...
그러니 시위의 '위'가 한문으로 어떤 뜻인지도, 데모가 데몬스트레이션의 약자인지 데모크라시의 약자인 지도 모르고 시위대 뒤에서 비폭력이나 외치고 앉아쌌고...
평생 생각도 없고 고민도 없이 늙으면 늙은대로 국가와 자아를 구분하지 못해 독재자의 딸나랏님이 부칸으로부터 우릴 지켜주시는 것에 감사하며 죽지 못해 살고, 젊으면 젊은대로 광주사람은 빨갱이라고 학교서 배우며 무뇌아처럼 살아가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사실만 터득하게 되죠. 근데 어느 시점에서 보는 이가 빡칠 정도로 모난 돌이 나라 말아먹고 있으니 그거 정으로 쪼아대려고 그런 것뿐입니다. 머릿속에 든 거라곤 '이게 존나 싫어' 뿐이지 '민주주의는 이래야 한다, 자유란 그런 것이다, 인권은 저런 것이다'같은 류의 생각이 없어요.
간단히 말해 지금 한국에서 본인이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의 90%는 그냥 반 이명박, 반 박근혜, 반 새누리일 뿐입니다. 정말 진보라면 외국인 노동자를 쫓아내려고 그렇게 발악을 할 리가 없고 동성애자들을 못 쳐죽여서 안달 낼 리도 없거든요. 그러면서 난 진보야라고 하는 사람이나, 공부와 고민은 해 본적도 없으면서 막연한 진보와 혁명의 로망을 갖고 있다가 그런 얼치기 자칭 진보를 보고선 실망 운운하며 냉소를 보내는 쿨게이들이나 별 차이 없어요. 양자의 공통점은 진보와 멍청이를 구분할 줄 모른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바로 그 멍청이가 자기인 지 남인 지를 모른다는 것 하나뿐입니다. (본인이 객관적이며 냉철하다는 망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후자가 좀 더 어리석고 좀 더 위험하긴 합니다. 이쯤 되면 '예전엔 나도 촛불 투사였지만 진보의 실체를 알고서 실망했다'는 일베 양아치들이 왜 생기는 지 바로 나오는 거죠.)
결론을 말하면 블로그에 어떤 지식자랑질을 해 놨건, 덧글로 어떤 요상한 단어를 쓰건 그 실체는 자신이 지향하는 테제따위는 있지도 않고 그게 뭔지도 모르며 고민해 본 적도 없는, 우유부단한 골비니스트들의 이야기에 스트레스 받아봤자 비슷한 수준밖에 안 된다는 거죠.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남의 이야기를 듣고 우왕좌왕할 게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해보면 됩니다. 어차피 질풍노도의 시기에 칼 포퍼나 미셀 푸코 따윈 누구나 다 한두 번씩 읽어요. 그때 건져낸 단어 몇 개로 떠드는 소리에 흔들릴 필요 없다는 이야기죠.
중요한 건 세계를 관찰하는 게 아니라 변혁하는 거라고 마선생이었던가가 말했지만, 관찰도 아주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 말고 세계 그 자체를요. 그래야 테제를 만들고(혹은 인식하고) 그때 비로소 안티테제를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이명박 타도, 박근혜 타도같은 안티테제가 아니라, (고민 끝에 본인이 인식하고 정의한)평등한 세상을 추구하겠다는 테제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까부수는 건 과정일 뿐이고 목적이 아니며, 식자연하며 헛소리를 해 대는 게 얼마나 얄팍하고 교활한 행동인지가 보이는 거죠.
물론 제 경향상 이, 박 타도를 예로 든 것 뿐일 뿐 반대라도 그런 수준의 사고라면 상관없습니다. 사실 보수라도 그 레벨에 이르면 지금처럼 저능한 추태는 보이지 않죠. 중립 역시 마찬가지고요.
p.s 좀 더 철학적으로 표현해 보자면 이런 식입니다. 야구 빠따가 뭔지를 설명할 때 그것에 대한 부정명제만 가지고는 천년을 이야기해도 듣는 사람을 이해시킬 수 없어요. 야구빠따는 일단 짧지 않고 축구를 할 때는 안 쓰고 그걸로는 당구를 못 치고 하늘을 날지 못하는데... 같은 이야기 말이죠. 야구빠따를 설명하려면 그게 무엇이 아닌 지가 아니라 무엇인지를 이야기 해 줘야 합니다.
이 경우는 상대가 아니라 본인이 되겠죠.
본디 정치 혹은 정치적 견해라는 것 자체가 회의론을 바탕으로 미미하게나마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진영논리로만 받아들이기엔 문제가 있지요. 원체 오락가락하는거다보니;;; 체제에 대한 문제점 제시는 당연한 것이고 상호대치되는 관점이면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해내야 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죠.
단순히 진영논리에만 매몰되어 "반대를 위한 반대. 너 좌파.", "후진거 붙들고 늘어지네. 너 수꼴." 정치를 논하는 데 있어 최악인데다가 이건 참정할 맘이 없다는거거던요.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진보나 보수나 모두 자집단 입장에선 보다 큰 선을 위해 달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거가지고 스탠스를 애매하게 선다는 것은 양비론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서도 미시적이고 부분적인 관점(토픽이 있는 경우)에선 분명히 정치적 중도계층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으흠,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나는 옳고 너는 틀리며, 어중간해서는 안 되고 철저히 극단에 서야 되며, 중간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회색분자는 제거되어야 하고, 아군이 아니면 모두 적이다."가 옳은 건가요, 아니면 중립이나 중도를 지향하시는 분들이 말씀하시는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생각은 잘못되었고, 극단에 서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되었으며, 회색분자는 제거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되었고, 아군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가 옳은 걸까요?
그리고 또 궁금한 것이, 중립적인 의견이나 중도적인 의견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회색분자로 취급받는 것이 억울하다는 분들이나, 어느 한 쪽만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거나 어느 한 쪽만을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의견만을 수용할 뿐 양쪽 모두를 비판하는 의견을 단순한 양비론으로 취급해버리고 있기에 우리 사회가 너무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분들도 많고, 우리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우리 사회의 사고방식 자체가 싫다는 분들도 많은데, 이렇게 진영논리나 흑백논리가 답답하다는 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여야 할까요? 이런 분들을 그냥 "중립이나 중도를 가장한 보수 우파 내지는 극우"라고 간주해버리고 무시해야 옳은 것인지 궁금합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그래서는 안 되는 건가, 철저히 극단에 서야 하는 건가 아니면 중용을 지켜야 하는 건가, 회색분자는 제거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회색분자를 제거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아군이 아니면 모두 적인가 아니면 아군이 아니어도 모두가 적인 것은 아닌 것인가... 점점 이게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어느 쪽 생각이 옳은 생각일까요?
그러한 분(중립에 있다는)들의 시야가 어느 정도인가가 중요하죠. 정치라는게 상당히 종합적인 현상에 대한 논의이기 때문에 한 가지 안건 안에서도 여러 분야로 해석이 가능하니까요. 예를 들어, 이번 NLL 안건을 봐도 헌법에 입각한 문제, 군사적인 문제, 경제적인 문제, 외교적 자세에 대한 문제 등을 다각적으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분석해서 요목조목 내용을 취합할 능력이 안되면 자신을 중도라고 표방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의견이 될 수도 있거든요. 당장은 납득이 힘들더라도 좋은 분석이 따르는 중도의견들은 나름 고개가 끄덕여지죠.
설득력이라는 측면에서 뛰어난 중도는 어설픈 극단(어쩌면 뛰어난 극단까지도)을 다 깨박살낼 수 있죠. 반면 어설픈 중도는 어설픈 극단의 발톱의 때도 안 되는다는게 문제죠. 토론에서 상대를 설득시키지 못했다고 징징대는건 애들이나 하는거죠. 깨끗히 물러나거나 죽을때까지 달려들거나 둘 중 하나니까요.
그나저나 인터넷상에서 앓는 소리내는분들 대부분은 댓글판 다구리가 아프고 쓰려서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뭐, 그런거 가지고;;;그런 사람들은 그냥 중도 코스프레라고 보셔도 무방하죠. 외면에 의한 중도를 중도라 부를 이유는 없는겁니다. 그건 그냥 외면이죠.
위에서도 말했지만 애초 이런 질문 자체가 본인의 고민이 없어서 나오는 거죠.
본인이 쓴 글을 잘 읽어보면 알까 모르겠는데, 이미 내용 자체가 모아니면 도라는 식이에요.
중립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 그걸 이해하고 재단하려는 게 아니라 (중립을 주제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이거하고 저거하고 요거란 옵션이 있는데 뭘해야 하죠?'라고 물어보고 있으니... 그렇다고, 그 답을 알면 그대로 하실 건가요? 아니잖아요...
여기서 누가 대답을 해준들 본인 고민이 없는데 '그 말이 옳은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 생각이 옳은 것일까요?'라는 질문이 멈출 리도 없고.
여기서 핵심은 어떤 의견을 무시해야 하냐, 적으로 둬야 하냐 이런 게 아니라 님이 궁금해하는 상황을 만든 바로 그 사람들이 (중립이건 뭐건 자기가 그렇다고 주장하는,)정말로 그런 사람들인가?라는 걸 알아야 한다는 거에요. 그걸 알려면 남의 설명이 아니라 본인의 고민과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한국 상황에서는 정신 건강상 어느 한쪽 편에 서 있는게 편합니다. 정치에 관련된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처세의 문제입니다. 이미 맞고 틀리다라는 교과서적인 상황에서 멀어져 버린 아수라장입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양쪽 모두 수많은 잘못과 오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게 물고 물리는 관계라서..
이경규가 그랬죠. 당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어디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집권여당이라고 한다고..
중도와 중립은 의미가 다를 뿐더러, 중요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현실에서 중도와 중립을 표방하는 것은 결국 그 중대한 변화의 동력 자체를 죽여버린다는 점에서 결국에는 현상유지 status quo 에 도움을 줄 뿐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는 비개혁/반개혁에 다름 아닌뎁쇼. 중도주의, 중립주의와 비행동, 무의견이 같은 것이 아니니까 말이지요.
예컨대, 소위 욕먹는 중립주의, 중도주의라는 것은 이런 겁니다. 철거촌에서 전형적인 고공농성이 벌어져서, 그것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력이 동원되면서 과잉진압의 위험이 코 앞에 다가왔을 때 전형적인 "양비론"이 나오는 것이지요.
"아아, 경찰도 너무 심하니까 좀 참으면 어떨까? 그리고 철거촌 사람들도
법과 제도는 따라야지.. 농성 풀고 대화로 하자.
근데, 정치인이라고 뽑아놓은 이유는, 평범한 사람들이 신경 쓰거나 보기 힘든 부분까지 보면서 행동하라고 뽑아놓은거지, 뒤에 물러 앉아서 촌평하는 점잖은 조언자 역할이나 하라고 뽑아놓은게 아니거든요. 만약 저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신념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요. 일단 강경진압이 인명피해의 위험성이 있다면 사람 목숨 날아가는 것을 막는게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것은 중도주의자든 보수주의자든 진보주의자든간에 인명을 지킨다는 보편적인 원칙에 따라 누구나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고, 공권력의 남용을 우선 저지하거나 막아야 한다는 심각성에 도달한다면 그 목적을 위해 행동에 나서라고 -- 우리 평범한 사람은 할 수 없으니까 -- 정치인을 뽑은겁니다.
뒤에서 유감표명이나 하고 있으라고 뽑은게 아니라, 그 유감표명을 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행동하라고 정치인을 뽑은거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새누리당 같은 극우주의자들이던, 민주당이던, 정체성이야 어떻던 간에 과격집단 소리 듣는 통진당이든 어쨌든 소위 "기성정치권"은 그래도 적어도 그런 기본적인 행동력이야 보여주지요. 심지어는 군소, 약소정당인 진보신당 같은 곳도 어쨌든 부지런히, 여기저기 문제가 발생하는 곳에 떠서 시위도 하고, 진상규명도 촉구하고, 계속해서 나서려고 노력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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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와 중립주의자들은 뭘 하고 앉아있나요. 예컨대, 지금 이 어마어마한 시국에서 국정원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혹은 NLL의 문제에 대해서, 안철수 의원 같은 사람.. 무슨 얘기를 하고 있나요. 요약하자면, "그런 얘기는 그만 하자. 너희 둘 다 나쁘다. 민생 얘기나 하자." 이런 격이라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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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중도주의와 중립주의가 욕먹는 겁니다. 실은 욕먹어도 싸고요. 역사상 모든 중도주의, 중립주의는 결국에는 박쥐같은 행보를 보이고, 결국에는 보수주의로 돌아섰다는 분명한 예시도 있고 말이지요.
음 그렇다면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생각은 잘못되었고, 극단에 서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되었으며, 회색분자는 제거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되었고, 아군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그냥 숙청하고 말살해서 이 세상에 없애야 마땅한 극우일 뿐이고, 진정으로 옳은 것은 "나는 옳고 너는 틀리며, 어중간해서는 안 되고 철저히 극단에 서야 되며, 중간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회색분자는 제거되어야 하고, 아군이 아니면 모두 적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도로 결론 지을 수 있을까요?
제가 자꾸 이런 글을 쓰게 되는 것이, 요즘 들어 제 사상이랄까 그런게 계속 진영논리와 흑백논리 쪽으로 경도되어 있고, '역시 어느 하나만이 유일하게 남을 때까지 숙청과 말살을 하는 게 최고의 해답인걸까'라던가 그런 식의 뭔가 파쇼스럽고 중2병적인(좀 더 나쁘게 비꼬아 말하자면 스스로가 생각해 봐도 유치하기까지 한) 발상으로 자꾸 세상을 보는 관점이 비틀어지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렇다 보니 "그냥 맘 편하게 지금 자신의 본능과 감정이 시키는 대로 진영논리와 흑백논리와 극단주의로 빠져서 이 세상에는 하나만 남으면 족하니 그 외에는 모두 말살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진영논리와 흑백논리와 극단주의로 경도되지 않도록 어떻게든 노력해야 할 것인가?"라는 화두가 제 고민이 되어서, 이렇게 계속 글을 올립니다.
근데 요즘 제 머릿속의 생각은 위에서 말한 "하나 빼고 다 죽이자" 정도의 선에서도 끝나지 않고 "우리나라는 어차피 더 이상 서로 단결할 수 없을 것이고 억지로 단결시켜봐야 좋지 않은 결과만 낳을 터이니 국민통합 같은 거창한 목표는 때려치고 그냥 갈기갈기 분열되어서 서로 다른 나라로 갈라서서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럼 서로 욕하고 살기 더 편해질텐데?"라던가 하는 생각까지도 하게 되고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이젠 그냥 아무 것도 안 남는게 더 나을 테니 그냥 모두가 다 없어지면 편하지 않을까?"라는 식의 생각을 하게 되던가 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어차피 더 이상 미래도 희망도 그 무엇도 없으니 그냥 다 망해버리고 다 박살나는 것이 어쩌면 정답 아닐까" 정도랄까요?
인터넷에서 서로가 서로를 '비국민' 취급하면서 같은 나라 사람으로도 서로를 취급 안 해주는 광경을 정말 자주 보는 데다가, 저 스스로도 점점 인터넷 하면서 '왠지 제3자로서 지켜보는 나 자신도 비하의 대상이 되어 조롱당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화가 절로 나게 되는 광경들을 자주 보게 되다보니 뭔가 우리나라 자체에 대해서 알 수 없는 회의감을 느끼게 되고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저런 염세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염세적인 생각도 정도껏이지, 이쯤 되면 스스로가 생각해 봐도 그냥 오글오글하고 유치한 망상을 하고 있을 뿐 이미 진영논리도 흑백논리도 뭣도 아니게 되더군요. 근데 자꾸 세상을 보는 저 자신 스스로의 관점이 저렇게 "그냥 다 망하던가 다 죽어버려" 쪽으로 변해가고 있고 가치관 자체가 "포기하면 편할 테니까 그냥 다 망해버리던가 아니면 그냥 다 죽는게 편하겠지"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는데, 그냥 이대로 스스로의 생각이 점차 뭔가 요상한 쪽(굳이 말하자면 생각하는 것 자체를 관둬 버리는 쪽)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을 본능과 감정이 시키는 대로 얌전히 받아들여야 할 지가 참 고민되더랍니다.
저도 같은 감정을 느낌니다. 대강 촞불이 이러나면서 부터 소위 진보(다른 말로는 좌파)는 그들이 그 토록 경멸해 마지 않았던 이들과 비슷해 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