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이나 중도를 지향하시는 분들 중에는 "어느 한 쪽은 절대적으로 옳고 어느 한 쪽은 절대적으로 틀리다고 생각해야 하며(특히 우리 편은 절대적으로 옳고 우리 편이 아닌 쪽은 절대적으로 틀리다고 생각해야 하며), 어중간하게 중립이나 중도를 지향해서는 안 되고 철저하게 극단에 서야 제대로 된 정치적 식견을 지녔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며, 중간에 서 있는 사람은 회색분자나 양비론자로 취급되어 양쪽으로 공격하는 걸 감수해야 하고, 아군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하는 잘못된 생각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며 이러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보수 우파와 진보 좌파의 대립은 결코 없앨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저러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서 중립이나 중도를 지향한 결과 양극단에 서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회색분자나 양비론자, 배신자, 비겁자로 취급되어 공격받게 되는 일이 너무 많다고 토로하시는 분들도 많지요. 중립적인 의견이나 중도적인 의견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회색분자로 취급받아 공격받게 되어서 그것이 괴롭다고 말하는 분들이나, 양쪽 모두 비판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서 양쪽 모두를 객관적으로 비판했는데 왜 양비론자로 몰려야 하는 것인지 억울하다는 분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어느 한 쪽만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거나 어느 한 쪽만을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의견만을 수용할 뿐 양쪽 모두를 비판하는 의견을 단순한 양비론으로 취급해버리고 있기에 너무 답답하다는 의견을 가지신 분들도 많고, 우리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기에 회색분자나 양비론자는 그 존재 자체가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너무 팽배해서 위험하게 느껴진다는 의견을 가지신 분들도 많습니다. 어째서 우리 사회는 회색분자나 양비론자의 존재 그 자체를 절대악으로 보고 있는 건지 답답하다는 의견도 종종 나오지요.

 

그래서 어중간하게 중립이나 중도를 지향하는 것은 회색분자나 양비론자나 하는 짓이니 옳지 않다고 강조하고 양극단에 서야 제대로 된 정치의식을 지닌 것이라고 무조건적으로 강요하며 무조건적으로 어느 한 쪽만을 옹호하거나 어느 한 쪽만을 비판하여야 정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이런 분들의 의견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여야 할까요?

 

"무조건적으로 극단주의와 진영논리를 강조하고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분위기를 제대로 지적한 것"이라고 보면서 저런 의견을 긍정하고 수긍해야 할지, 아니면 "중립파나 중도파의 탈을 쓰고 있었지만 실은 그저 보수 우파 내지는 극우파였음을 간접적으로 인증한 것"이라고 치부하면서 저런 의견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배제해야 할지 궁금해집니다. 어째서 이러한 궁금증이 드냐 하면, 저렇게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시는 분들 중에는 특히 진보 좌파를 주된 타겟으로 한 지적을 말하시는 분들이 좀 있는 편이거든요. 하긴 이 나라의 진보 좌파의 그간의 행보를 생각해보면 진보 좌파가 주된 타겟이 될 만 하다고 일단 이성적으로는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

그렇다 보니 이런 궁금증이 들게 됩니다. 저러한 의견을 "순수하게 우리 사회의 잘못된 병폐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건전하고 상식적인 의견"으로 받아들여야 될지, 아니면 "진보 좌파에 대한 보수 우파 내지는 극우파의 교묘하고 치밀한 간접적 공격"으로 간주해서 배격해야 할지 종종 헷갈릴 때가 있어서 말이지요.

 

단순히 의견 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분명 옳은 얘기인데, 그 안에 무슨 정치적인 의도나 술수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는 점 때문에 이런 의문을 갖게 됩니다. 과연 어떻게 보는 것이 옳을련지요? 이제는 그 어떤 의견도 점점 논리적인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서 아무리 옳은 의견이라 할 지라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지고 점차 그 의견이 대체 어떠한 정치적인 의도나 술수를 담고 있는 건지 철저하게 사상검증을 해야 되지 않나 싶은 충동이 자꾸 느껴져서 이런 의문을 갖게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옳은 의견이라 할 지라도 '진보 좌파에 대한 공격을 의도했다고 보이는 부분'이나 '직접적으로 진보 좌파를 까고 있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진보 좌파를 까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포함되어 있으면 그 즉시 의견을 펼친 사람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의심이 반쯤은 본능적으로 들기 시작하게 되었고 의견을 펼친 사람이 실은 상대 진영의 말살을 추구하는 그런 인물이 아닌지 하는 의심이 반쯤은 본능적으로 들기 시작하게 되어서 이런 의문을 갖게 되고 말았습니다. 

이전에는 온건한 성향을 보였으나 이제 와서는 이빨을 드러내기에 바쁜 사람들을 이글루스 같은 곳에서 원체 많이 목격하게 되다보니까 이젠 아예 '진보 좌파에 대한 공격을 의도했다고 보이는 부분'이나 '직접적으로 진보 좌파를 까고 있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진보 좌파를 까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포함된 의견을 보게 되면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의심부터 하게 되었고 그 사람이 상대 진영의 말살을 추구하는 그런 사람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그런 버릇이 어느 새부터인가 붙어 버렸는데... 이렇게 사상검증에 대한 충동과 유혹을 느끼는 것도 역시 제가 진영논리에 빠져가고 있고 의심암귀에 빠지게 되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