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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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제 나이 30에.. 저는 막 신혼 살림을 시작해서.. 정신 없이 살고 있을 즈음이군요.
2003년.. 월드컵 다음해고.. 저는 결혼해서 백일쯤 되었을 즈음..
애도 없고.. 그냥 소꿉장난 하듯 살기 바쁠 즈음..노무현 대통령이 막 집권 시작했을 즈음이죠.
현재.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고 아들 둘 키우고 있고,
커피를 즐기고 있고. 배타러 다니려고 눈에 불 켜고 있고, 도자기 만들고 있습니다.
10년후, 아이들은 대학생 고등학생.. 저는 ........
역시 회사원이겠지만 그 즈음이면 도망갈 궁리가 거의 완성단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은 원래 비정한 법이야.
10 년 전 (연구원이라는 직함을 앞세운)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상당한 환멸을 느끼고 있었죠.
박사를 받아보겠다는 결심을 확고하게 하지 못한 채로, 나이 30이 되도록 연애 한 번 못해본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박사 받았고, 직장은 물론 직업을 두 번 바꾸어 봤고, 결혼해서 아이를 둘 낳아 키우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논문 20 편과 책 한 권을 써서 출간했고, 앞으로 큰 목표는 있는데 실현 가능할 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10년 후... 왕년처럼 다시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할 것이고, 애들은 한창 학교를 다니고 있을 것이며,
와이프는 박사 받고 임원 달았을 것이고, 저는 일에 치여 살겠지만 고생은 쉽고 공을 이루는 것은 험난할 듯 합니다.
그나마 지난 세월 동안 과분하게 훌륭한 와이프를 얻은 덕택에, 셔터맨을 하던 운전기사를 하던 다 좋으니까
향후 와이프가 빵빵하게 잘나가는 것을 옆에서 뒷바라지만 할 수 있어도 만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