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묻고 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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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의 인간이 지하에 같힌 상태에서
이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되려면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돌연변이라던가 포함해서 대략 최소 어느정도, 최대 어느정도, 난 이럴 것 같다, 라는 의견들을 듣고 싶습니다.
진화라는 현상을 표현하자면 어떤 유전 형질이 세대를 통해 전달되는 과정에서
체에 걸러지듯 환경에 의해 선별되고 남은 존재들이 이전 세대와 다른
부분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할 수 있겠죠.
다시 말해.. 자연적인 상태에서라면 이전 조상이 가진 형질에 비해 생존에 유리한
형질이 있을때 그것은 후대로 전해질 여지가 더 크고 결과적으로 진화의 형태로
후대에 나타날 여지가 있다는 게 되겠죠.
그런데 이게 아주 작은 부분이라면 몇 세대 만에도 출현가능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 아주 큰 변화라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중생대에 쥐 사이즈의 포유류 조상에서 코끼리 같은 대형 포유류로 진화하는데 걸린 시간을 추정하니
2400만 세대가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가 있네요.
이건 사이즈가 그 정도 변하는데 걸리는 변화시간이고.. 반대로 큰 동물이 작게 변하는데엔
1/10 정도 걸리는 모양입니다. 200만 세대 정도면 되는 모양이에요.
대장균의 진화를 실험실에서 행한 예가 있습니다. 한 종류의 대장균을 서로 나누어서 계속 키우면서
변화를 관찰했는데.. 4만 세대 정도 키웠는데, 그중 2만 세대쯤에서 독특한 변화가 발생해서
구연산을 에너지로 삼는 진화 형질을 획득한 무리가 발생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아마도 우리가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진화라는 것은 특정한 환경에서 최소 2만세대쯤을
생존해야 볼 수 있는 것인 모양입니다.
물론.. 우리가 딱.. 그 시점에 있다면. 바로 볼 수도 있겠지만요. 로또 되는 것 정도로 드문 일일지도요.
아.. 개를 생각해 볼까요?
개의 흔적이.. 최초로 발견되는 건 BC12000 년쯤이라고 합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다양한 형질이 있었던 건 아니었겠죠.
개가 3년마다 한 세대를 거친다고 보고 14000/3 = 4700 세대 정도 지났으려나요.
그럼에도 지금처럼 다양한 변화가 생긴 건 아마도 원하는 형질을 강화하기 위해
근친간에 교배를 시키고 인위적 도태와 선택을 해 왔기 때문일 겁니다.
인간이 지하에 갇혀서 어떤 형태의 진화가 발생할지는 모르겠지만
시각에 의존하기 보다는 시각이 퇴화되고 좀 더 다른 감각이 발달하는 형태로
변하는 정도가 쉬운 일이겠죠.
사실 그런 변화는 다른 동굴동물들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거든요.
살아가기 힘들고, 적응하지 못한 이들이 막 죽어나가는 환경이라면..
빨라도 1만세대, 30만년 정도면 꽤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도 같군요.
진화를 촉진하려면.. 방사능 물질(게타선???)... 그리고 생존가능한 최소 단위정도의 군락집단으로의 구분
정도가 필요할 거에요. 충분히 많은 개체는 오히려 발생한 특이한 형질을 묻어버리니까요.
수명 가속제로 인간의 일생이 4일 정도로 단축시키고, 다산을 하게 만들고 식량 소비만 견디게 해준다면 한 10년 정도 지나면 지하 환경에 적응한 인류가 나오겠죠. 대충 계산하면 9125 세대 정도.. 한세대가 보통 25년으로 잡는다고 가정하면, 약 2만2천8백년 정도 걸리겠습니다. 이것도 통계적으로나 계산적으로나 무의미한 가정이고 계산입니다.
진화의 속도나 방향성은 환경이나 기타 요인에 다 다릅니다. 수천년간에 걸쳐 이루어질 변화가 단 한순간에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례마다 달라요가 정답이죠. 다만 복잡한 생물일수록 점점 변화 속도가 느려지기는 합니다.
인류는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에 무한의 시간과 무한의 변수를 제공해 주어도 수만년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굳히 추정하자면
현존하는 네안데르탈인을 사례로 잡고 보면 (현존하는 학설상 ) 제3간빙기와 제4 빙하기 네안데르탈인은 눈에 보이는 변화를 가집니다. 환경의 변화에 적응한 거죠. 대충 그정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빙하기 3만년, 간빙기 7만년 주기설을 믿고 보자면 대략 3만년 혹은 그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가정이 되겠죠.
10만년 주기설도 믿거나 말거나라서..
적응이란 대체 뭘까요.
일단, 님이 상상하는 형태가 뭔가에 따라 그 기준선이 다를 거고,
무엇보다 진화란 건 특정 형태를 목표로 나아가는 게 아닙니다. 온갖 잡스러운 변화들이 쫙 퍼지다가 나머지가 다 없어지면 일정한 방향의 것들만 남는거죠.
따라서 '속도'라는 걸 찾는 게 무의미합니다. '변화량'으로 따지면 몰라도 그 '유전적 변화량'이라는 게 보는 사람마다 큰 변화인지, 작은 변화인지 체감이 천차만별일 걸요.
혹시 뭐 창작물이나 이따위 것들에 써먹으려고 참고하실 목적이라면
1. 그냥 길게 잡으세요. 2. 인공적이나 외부적인 뭔가가 작용했다고 떡밥을 까세요.
SF 적인 상상력으로 '진화촉진인자' 같은걸 뿌린다거나(영화 펜도럼), 생명에 지장 없을 정도의 방사능 환경이라던가.. 등등의 이유를 대면 몇세대만으로도 가능하겠죠. 어차피 '돌연변이'에 의한 진화 (용불용설)은 까이기도 했고.. 외부요인이 없다면 수십,수백세대도 모자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