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who are rooted in the here and now, who are not defeated by their limitations, who don’t compare themselves to others, who confidently advance along their chosen pathsuch people are happy, such people are truly great.

-Ahrsus Ananir, ‘The Magnificent'

 

 

아리스타토이만큼 헤르메티카의 능력주의(Meritocracy)적 특질을 체현한 존재는 없다. 이들의 존재 하나하나가 곧 노래로 불려질 전설이며, 이들 개개 각자가 오랜 세월에 걸쳐 정묘하고 공교하게 구축한 위대하고 장려한, 도저히 있음직하지 않은 전설의 주인공들이다. 공화국의 근간을 이루는 세 기둥 중 우주적 토론장이자 정치적 구심점이며 최고권력기관인 원로원 및 민회가 직접민주주의적 성향의 체현이고, 사법기관이자 비상기구이며 특무집행기구인 도미나티오가 완벽한 무오류의 간택적 엘리트 집단-'집단'이라 지칭하기에도 부적당한 것이, 이들의 절대인원수는 언제나 8~9명으로 고정된다-이라면 아리스타토이는 후천적 실력주의의 극치이다.

원칙적으로는 누구나 원한다면 아리스타토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하고 호대한, 거의 불가능한, 고난과 시련과 역경을 극복해야만 한다.

먼저 아리스타토이가 되기 위해서는 다방면에 걸친 무궁무진한, 천재적인 재능과 적성을 입증해야 한다. 단 한 가지 분야에서만 능통한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상정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최소한 전문가 이상의 자질을 발현하여야 비로소 아리스타토이로서의 적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하나의 하이퍼링크, 하나의 다이슨 버블, 하나의 알데르손 디스크, 심지어 하나의 세그먼트(Segment)의 저명인조차 아리스타토이로 지명되기에는 한참 모자라다. 최소한 섹터(Sector) 단위의 공동체에 널리 반향되는 원대한 업적을 이룩해야 간신이 아리스타토이 후보로 물색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지경이다.

다시 말해 모든 아리스타토이는 근본적으로 극의에 달한 폴리매스(Polymath)이며, 정치가이기 이전에 그 기저에는 학자로서의 근우를 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지원 자격을 충족시키는 최소한의 기본 요건이다.

자격심사에서 합격한 아리스타토이의 자원자는 입회원(Membership)이 되며, 간단한 교육을 받고 난 후 본격적인 시험-실습(Praxis)-이 시작된다.

이는 수백 년이 소요될 수도, 수천 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에이전트나 학자, 전문가로써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으며 이를 완벽하게 수행해 내야만 한다ㅡ불가피한 실패는 용납될지언정 용타함이나 무능력은 절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한 가지 임무가 완수되면 또다른 임무가 기다리고 있으며 때로는 가학적이라는 느낌이 들 만큼 혹심하여 참을성과 인내력의 극한을 시험하기도 한다.

의지가 나약하고 해타한 자는 결코 여기서 살아남을 수 없다.

 

시험에 소요되는 기간이 일정하지 않은 주된 연유 중 하나는 시험이 철저하게 개인의 성격과 성향, 소질과 특성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비밀스럽고 단독행동을 즐기는 자는 그에 걸맞는 임무(Ex; 감찰 법무관), 조직력이 뛰어나고 협동을 즐기는 자는 그에 계합되는 임무(Ex; 합동 조사 연구자), 리더쉽이 탁월하고 카리스마를 삼출하는 자는 그에 상응하는 임무(Ex; 전인적 작전 지휘)를 부여받을 것이다.

그러나 시험은 결코 단 한 차례, 단 한 단계로 끝나지 않는다. 1차 시험에서 합격점을 취득한 이들은 곧장 2차 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이는 5차 시험까지 줄곧 계속된다. 휴지기 따위는 주어지지 않으며 난이도와 치사율은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며, 4차 시험까지 이미 99.999%에 달하는 응시자가 탈락된다.

시험 도중 단 한 차례라도 마네킹이 파괴된다면 피험자가 해당 시점까지 거친 모든 시련의 결과는 일괄적으로 무효 처리되며 당년으로부터 최소 3백년이 흐른 이후에야 아리스타토이 재시험의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험자가 복수의 마네킹을 운용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이렇게 5차 시험까지 통과한 아리스타토이는 비로소 도제(Apprentice)로서의 자격을 부여받으며 그간 군습된 자료를 종합하여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선배 아리스타토이의 곁에 이들 초입자(Neophytes)가 배속되어 전담 교육을 받게 된다. 이 교육 또한 수백 년에서 천년 이상 지속되며, 교육자를 실망시키거나 경솔함으로 건우를 범한 도제는 가차없이 폐출된다.

 

여기서 살아남더라도 그는 다시 위계의 최하점에 위치하게 될 것이다. 아리스타토이의 위계는 총 5단계이며, 이 또한 철두철미하고 가혹하리만치 냉엄한 실력주의와 능력주의가 고스란히 적용된다.

이는 세라프(Seraph)-케룹(Cherub)-트로네(Throne)-비튜에(Vitue)-파워(Power)이다.

만약 평범한 공화국민이 권능(Power)’을 입에 담는다면, 이는 많은 경우 다름아닌 아리스타토이를 지칭함이다. 아리스타토이의 계급이 상승함에 따라 그에 비례하여 권한과 권위도 상승한다. 모든 아리스타토이는, 심지어 가장 낮은 계급의 아리스타토이조차도, 대부분의 기밀 정보를 임의로 접하고 민간에 사용이 금지되거나 제한된 기술을 자유로히 유용할 수 있으며, 독립 분할 인격(Split-personality; Propagoras), 무한 메타미궁(Infinite Meta-labyrinth), 휴대용 반물질 리액터(Portable Amat Reactor), 블랙 나노머신(Black Nanite; Iragi Yashar), 리얼리티 워퍼(Reality Warper; Numenodisian)등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아리스타토이는 기본적으로 최소 백만 단위의 옴니아르콘급 헤카테 머신(Omniarchon class Hekate Machine)을 부리며, 상황과 품계에 따라 그 수량은 급격한 변동을 보이나 역시 특정할 수 없다. 허나 이들의 권세는 반드시 복종해야 하는 법(Law-Must-Be-Obeyed)의 테두리 내에 엄정히 제한되며, 사실 인류 역사상 존재했던 어떤 집단도 아리스타토이 자신들만큼 투철한 준법정신과 흔들림 없는 정직성과 신실성, 강철과 같은 의지력과 부동의 자기통제력을 체현하지 못했다.

공화국 전반이 그렇지만, 아리스타토이에게 있어 부정부패란 인지의 한계를 초월한 극악비도한 대죄이며 척결의 대상이다. 이들 모두는 공통적으로 부패 색출 및 숙청에 혈안이 되어 있으며 오히려 자신들과 가깝거나 관계가 우호적인 자들을 더욱 중점적으로 감시하고 관리한다. 이들에게 있어서 부패란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심대한 설독이다. 기술의 발달이 부패를 '원천적으로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이를테면 도미나티오의 경우처럼-고유한 본연의 인간성을 존중하여 본성을 배빈하지 않은 것이건만 이를 저버리고 능모한 것이니만큼 나유타의 억겁에 걸쳐 도편추방 및 기록말살형에 처해도 진개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제반 아리스타토이의 공통되는 의견이다. 

 

아리스타토이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크게 9개의 클레이드(Clade)’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는 기실 부서리기보다는 차라리 동호회 집단에 가깝다. 따라서 한 아리스타토이가 여러 클레이드에 동시에 소속되는 것도 가능하며, 실제로 비근한 일이기도 하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아리스타토이가 일종의 그룹인 평의회(Council)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평의회의 크기는 가변적이며, 놀랄 만치 유연하고 합리적이다. 100명 이하의 인원으로만 구성된 코호르트(Cohort)에서 수많은 평의회가 합쳐진, 1억 이상의 아리스타토이가 참여하는 최고평의회(Council Sublime)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하다. 다수의-그러나 여전히 가변적인 수효의-최고평의회가 모여 클레이드를 형성하며, 아리스타토이 개인이 복수의 평의회에 가맹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성은 차라리 관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클레이드(Clade)의 주요 계통은 다음과 같다:

케테르(Keter)는 행정을 전담한다. 이들은 무오류의 행정정책의 입안자이며 총괄 관리자이다.

코크마(Cochma)는 교육을 전담한다. 이들은 완전무결한 교육정책의 입안자이며 조직의 관리자이다. 이들은 또한 정상급의 인문학자이며 인문학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또한 급속 테라포밍(Rapid Terraforming)의 감독관으로서 아나히타 나노시드(Anahira Nanoseed)거 졸연히 그레이 구(Grey Goo)로 돌변하여 재화를 일으키지 않도록 주지한다.

비나(Binah)는 조직의 조직화를 전담한다. 이들은 각 정부 조직 및 기구들이 원활하게 협응하며 최대의 능률을 발휘하면서 상호 공조 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조율한다. 또한 이들은 외계종에 대한 조사 및 연구를 후원하며 외교관으로서 활약하기도 한다. 이들은 또한 식량 및 에너지 수급을 관할하며 생명공학 부문에도 깊숙히 간여하고 있다.

게부라(Geburah)는 법률을 전담한다. 이들은 법률 자문인이고 평결관이자 감찰관이며 입법 과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은 자연히 도미나티오(Dominatio)와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다. 이들은 고유권한으로 별도의 거부권과 봉박권을 보유한다.

티피레트(Tiphreth)는 기예를 전담한다. 이들은 문화예술 및 건축 전반을 후원하고 관리하며 직접 걸작을 창조해 내기도 한다. 이들은 물론 과학기술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들은 또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가장 빈번하고, 가장 활발한 제창자이다.

네트아크(Netreth)는 군사를 전담한다. 이들은 전략가로서 전쟁계획 및 군략의 수립을 담당한다. 비록 아리스타토이 휘하에 있는 군단은 단 하나도 없으나 이들은 전 군단의 명령 접속 코드를 보유하고 있으며-다시 말해 이들의 인가 없이 군대는 단 1AU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의미이다-유사시 스트라테고스(Strategos)로서 참전, 군단을 지휘하기도 한다.

호드(Hod)의 역할은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단 하나다. 오르도비니기안 미스테리움의 통제 및 안배. 여타 군사 기관들과의 상의를 거쳐 호드의 승인이 떨어지면 비로소 목표 지역을 향해 오르드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들의 비공식적인 업무 중 하나는 적에 대한 정교한 심리전을 고안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밀스러운 정보를 수집 및 가공하고 이에 대해 적합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예소드(Iesod)는 복지를 전담한다. 이들은 공화국의 완전무결한 Post-Scarcity Economy가 완벽하게 기능하도록 성심껏 관리하며 전 인민이 기회의 완전한 균등과 무한대의 혜택을 무한정 누리도록 하는 데 공헌한다.

말쿠트(Malchut)는 과학기술을 전담한다. 이들은 최정점의 과학기술자임과 동시에 라루시안 콘클래이브와는 달리 자연철학, 즉 순수과학에 더욱 치중해 있다. 또한 이들은 중앙 데이터베이스의 편집자이기도 하다-이들은 물론 로고스 콜랙티브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히, 이들은 티피레트와도 사이가 각별하다.

이외에도 크로고스(Krogoth), 자라투스트라(Zarathustra), 헤르마누비스(Hermanubis), 사오시안트(Saoshyant), 나르딜(Nardhil), 잠시드(Jamshid), 아르드비수라(Ardvishura)등의 비교적 마이너한 계통들이 존재하며, 각자가 비밀스럽고도 공화국의 생존과 번영에 필수적인 긴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헤르메티카의 사회가 현대와는 현대와 구석기시대만큼의 격차가 있으므로 이들의 세부적 역할 또한 우리의 그것과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예컨대 코크마의 역할은, 보다 명확히 표현하자면, 원시적인 시험제도나 학교 따위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영생을 사는 불멸의 인류가 지속적으로 학습을 함으로써 권태에 질리지 않고 진정한 지혜자로 등극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요 취미생활을 평생교육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헤르메티카의 모든 인민이 자신의 형태와 특질과 성별을 임의로, 혹은 주기적으로 변경하지만 아리스타토이의 경우는 그보다도 훨씬 정도가 심하다. 대저 특정한 아리스타토이의 형태를 규정하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과언이 아니며, 그(Roa)는 당대 신인류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형상, 혹은 그런 경계조차 넘어선 형상으로 눈앞에 현현할 수 있다. 예컨데, 기록된 바 있는 두 쌍의 투명한 날개와 일곱 쌍의 사지와 옥수수 고깔 같은 금속질의 융기가 머리를 대신하고 식물성의 돌기가 돋아난 채 심장부에 감각기관이 달린 부유하는 임신한 어린 소년의 형상이라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