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이의 글터
어느날, 하늘을 가득 수놓은 그들의 모습에 온 인류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질서정연하게 하늘을 가르고 내려와 땅 위에 조용히 내려섰다.
거대한 나팔 소리도 없었고 하늘을 빛내는 광선이 사람들을 죽이지도 않았다.
언어가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걱정이나 그들에 대한 두려움도 그들의 말에 씻겨 나갔다.
그들은 천천히 말했다.
인류는 이제 마지막을 맞이했다고.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때는 이제 머지 않았다고.
그들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잠시 후 그들이 전 세계에 보여준 그들의 힘과 능력 앞에서
그들의 말을 믿지 않을 도리는 없었다.
그들은 인류를 도우러 왔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도울 수는 없다고 했다.
누가 구원받을 것인지, 누가 멸망을 감내할 것인지는 인류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들은 공상과학영화에 나올법한 물질전송장치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인류는 예정된
낙원, 새로운 지구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새로운 지구에 갈 수는 없었다. 전송가능한 횟수는 정해져 있었다. 그 횟수가 모두 다 차면 빨간 불빛이 들어올 것이고
그럼 전송장치는 멈출 것이라는 말을 마치고 그들은 하늘로 사라졌다.
세상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정치인들은 그 선발 수단이 공정해야 한다고 외쳤다. 하지만 뒤로는 그 선발을 조작해 자신들이 뽑히게 손을 썼다.
재벌과 부자들은 그 선발 수단이 자유로와야 한다고 외쳤다.
하지만 그 자유로움은 선발자격을 돈으로 사고 팔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종교인들은 그 선발 수단이 신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외쳤다. 그 말은 그 스스로가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정치인의 수도 재벌들의 돈도 종교인들의 말도 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기가 살지 못하게 되는 마당에
그런 높은 이들에게 충성을 바쳐야 할 의미를 알지 못했다.
쿠데타가 일어나고 총을 든 자는 총으로, 무기를 든 자는 무기로 세상을 지배하려고 했다.
질서를 외치며 지배력을 가진 자들은 정의를 외치며 전송장치를 독점하려고 했다.
일부의 과격단체는 전송장치 자체를 파괴하려고도 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돈을 가진 자들과 권력자들과 무기를 가진 자들이 힘을 모아 전송장치를 탈취했다.
그들은 무기로 사람들을 위협하며 차례차례 가족들과 전송장치에 올라탔다. 그들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무기를 가진 자들은 무기를 들고, 돈을 가진 자들은 돈을 들고 차례차례 사라져갔다.
그리고 마침내 배터리가 다 방전되었다는 불빛이 들어오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절망에 빠졌다.
남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 멸망의 날을 기다리고 있을때 하늘이 열리고 그들이 다시 나타났다.
그들이 나타나자 지상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구원을 구걸했다. 매달리며 울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들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심판은 끝났다고. 인류는 스스로 멸망할 자들을 이미 골랐고, 새로운 지구에 살아갈 사람들은 이 자리에서 살아가게 될 거라고.
그들은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새로운 지구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물론, 그 뒤의 미래가 그 이전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가 빈 자리를 채우고, 인류는 여전히 싸웠고, 욕망에 사로잡혔고, 서로를 배척했다.
하지만 적어도 모든 것을 독차지 하려 했던 자들이 선택했던 멸망이 인류 위에 드리워져 있음을 아는 이들은
더 이상 그처럼 교만하게 살아가지는 못했다.
그것이 가져온 차이는 상당히 컸다.
세상은 원래 비정한 법이야.
오늘의 교훈은 배터리는 교체식으로 만들자는 거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