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좀비 영화 하면
몸 곳곳의 살점이 떨어져나간 시체들이 비틀비틀 걸어다니면서
사람들을 처참하게 물어뜯어 죽이는 끔찍한 공포영화를 떠올리기 십상입니다.
조지 A. 로메로 감독이 '살아 있는 시체들의 새벽(Dawn of the Dead)' 등을 통하여
이미 오래전에 좀비 영화의 틀을 확립해 놓았기 떄문이죠.
하지만 좀비 하면 호러를 떠올리는 추세는 이미 오래전부터 조금씩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SF 액션을 가미한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 시리즈와
뛰어다니는 좀비를 등장시킨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28 Days Later)',
살아 있는 시체들의 새벽을 재치있게 비틀어 보는 이들의 폭소를 자아낸
'숀 오브 더 데드(Shawn of the Dead, 국내 개봉명 '새벽의 황당한 저주')',
공포영화 못지않은 끔찍한 영상과 처절한 내용에다가
생존자들의 심리 변화를 밀도 있게 다루어 전세계적으로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인기 드라마 시리즈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까지 다양합니다.
최근 개봉작인 '웜 바디스(Warm Bodies)'는
사람과 좀비의 로맨스라는 소재를 유쾌하게 다루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 호주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의 단편영화제 '트롭페스트(TropFest)'에서는
좀비를 소재로 하였음에도 큰 감동을 준 단편영화가 공개되었습니다.
워킹 데드에서 영감을 얻은 벤 하울링, 욜란다 람케가 공동 연출한 호주 단편영화 "카고(Cargo)"입니다.
좀비의 출현으로 생지옥이 되어 버린 세상에서
좀비에게 물린 아버지가 아기인 딸을 살리기 위해
좀비로 변해 버리기 전까지 필사적으로 지혜를 짜내는 모습을 통하여
절절한 부성애를 담아내어 긴 여운을 남깁니다.
이 영화의 제목인 'cargo'는 선박이나 비행기 등이 실어나르는 화물을 뜻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아버지가 등에 업은 소중한 아기를 뜻합니다.

아래가 카고의 영상입니다.
7분 정도밖에 안 되니 잠깐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겨우 7분 남짓한 짧은 영화지만,
죽어가면서도 딸을 살리려는 아버지의 간절한 부성애를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트롭페스트 최종심사 대상에 올라갈 만한 작품이라 할 만합니다.
부성애를 너무나도 잘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좀비를 소재로 하면서도 공포 이외의 다른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웜 바디스 같은 로맨틱 코미디도 나왔고, 카고 같은 감동적인 드라마도 나왔으니
조만간에 참신한 좀비 영화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