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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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은 다 관두고...
토머스 핀천의 중력의 무지개가 한국에 번역출간된 것은
SF와 순문학의 경계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첫 손 꼽히던 작품이므로 경사가 아닐 수 없는데....
가격이 무려 9만 9천원.
간만에 책 값 보고 황당함을 느꼈더랬습니다.
두 권으로 분책되어 나온 소설책 가격이 이렇게 높은 예는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중력의 무지개 가격을 접하니 일리움과 올림포스의 가격은 별로 높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출판사에서 책 찾아 읽을 사람도 별로 없으니까 딱 700 부만 찍었고,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거의 1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대략 미국 포스트모던 문학을 연구하는 영문과 교수라던지 토마스 핀천 매니아,
또는 SF를 수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 읽을 독자도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원...
700부가 절판되면 곧바로 수 십 만원에 거래되는 희귀본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핀천의 브이는 학원사와 민음사에서 나온 판본이 헌책방에서 웃돈에 거래되는 판인데 원...
책이 잘 안 팔리니까 책 값이 올라간다. 이런 악순환을 잘 나타낸 사례로 바라봅니다. 또한, 책값이 9만 9천원이나 되는 점에서 명저여도 살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
이 정도면 맞춤복 같은 느낌의 책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아니, 한정판이나 소장판에 더 가까우려나. 일반판이 없는 소장판인 셈이지만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출판사 측에서도 그런 생각으로 내놓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SF 문학이 몇 년에 걸쳐 재판하는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니, 일단 저 책도 1쇄가 다 나가면, 나중에 몇 백 권이 또 나오고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도. (700부라면 헌책방 순례해도 소득은 없겠군요.)
우리나라도 장르문학계도 이제 음악계/아이돌계처럼 팬들 지갑 털어가는 시대가 대세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나 봅니다. (...)
다만, 워낙에 인원이 적으니 그만큼 1인당 털리는 금액도 커지는 것이겠죠.
어느 트위터 보니 1쇄 매진되서 손익분기점 넘기면, 일반판을 내놓을 것도 고려하고 있다는 루머도 있다던데..
외국처럼 하드커버 비싸게 내놓고 반년쯤 지나서 페이퍼백 내는 쪽으로 가는 걸까요?
사실 토머스 핀천의 책은 이번이 한국에 세 번째로 출간되는 작품인데...
이전의 두 작품을 보면 모두 출판사를 바꾸어 가면서 두 번씩 나왔습니다.
<브이> 학원사(주우) 세계문학접집 - 2권 분책 출간, 현재 절판 (헌책방에 간간히 등장)
<브이를 찾아서> 민음사 이데아총서 - 1권으로 출간, 현재 절판
<제 49호 품목의 경매> 지학사(벽호) 오늘의세계문학 - 1권으로 출간 ('지학사'로 나왔던 구판 소진 후 '벽호'로 중쇄 발행)
<제 49호 품목의 경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 1권으로 출간 현재 판매중
요약하자면...
그 수가 적기는 하지만 토머스 핀천의 대표작이라면 분명 사서 읽을 사람들이 왠만큼 존재한다는 겁니다.
전자서점에도 입점이나 시키지. 종이로 외에 계획이 없는 상황이면 이제 고화질 OCR 스캔되서 PDF로 돌아다닐 일만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