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 (EVE ONLINE)
이브 온라인 게시판
출처:
http://community.eveonline.com/background/potw/default.asp?cid=01-02-05
그의 윗입술에서 다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레기온과 손을 잡고 지하 경제에서 복잡하게 뒤엉킨 이중계약을 해결할 때마다
몽크 두보이스의 신경 체계는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는 거짓말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데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고,
마치 카멜레온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해낼 수 있었으며,
기록 서류를 입맛에 맞도록 조작하고 승리자의 미소를 지은 채 음흉한 계획을 만들어냈지만,
그의 신체는 항상 화학적 살인에 시달렸으며, 끔찍한 양심의 굴레가 사고 과정에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통제할 수 없는 경련과 혼잣말 때문에 일을 거의 망칠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운명은 아직 그의 편이었다.
승강기가 격납고 3C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주인공은 입술을 타고 내려오는 땀을 계속 닦아냈다.
낡디 낡은 정거장 시설 내부 어딘가에 위치한 그 격납고 안에는,
자신이 세상에 가장 사랑하는 물건이 웅웅거리면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것은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최소한 이 후미진 지역 내에서는) 프리깃인 배드 이케의 루머(Bad Ike's Rumour)였다.
해당 우주선은 그가 소유한 것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힘든 나날들을 함께 헤쳐나간 동료이기도 했다.
승강기가 격납고에 도착하자 벨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주인공이 자신의 앞에 펼쳐진 복도 저 너머를 바라보는 순간,
짜릿한 통증이 그의 창자를 사로잡았다.
그는 복도 끝을 향해 걸어가면서 앞으로 자신이 하려는 행동의 심각성과
그것이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킬 증오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려 애썼다.
루머 함선에게 다가가는 동안 그는 옆을 지나가던 인타키 소속의 유지보수 기술자와 눈을 마주쳤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마치 기술자가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은 숨을 고르게 쉬려 애쓰면서 앞으로 전진했다.
마침내 복도 끝에 다다른 그는 격납고 3C의 암호를 입력함으로써
자신의 함선이 있는 원통형 공간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착륙장의 중앙통제패널을 향해 이동하는 동안에도
그는 자신이 이 일을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지난 세월 동안 사용해온 수많은 가명들, 위조 신분증들, 위장 가면들이 결국 주인공을 이 지경까지 몰고 왔다.
주인공은 지난 몇 개월에 걸쳐서 수없이 계획과 고민과 연습을 반복해왔고,
이제 단추 몇 개만 누르면 그는 순식간에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존재로 변모할 것이었다.
그는 숫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보면서 자기혐오와 기쁨을 동시에 느꼈으며,
또한 자신의 계좌가 동료들의 재산을 집어삼키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출입구 복도 쪽에서 소리가 나자 그의 몽상은 깨어졌다.
그가 방금 전 마주쳤던 인타키 기술자가 격납고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일을 빨리 처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주인공은 곧바로 통제 패널로 달려갔다.
몇 초가 지나자 패널 화면에는 오로지 텅텅 빈 회사 계좌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여기서 탈출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었다.
위조 신분증을 폐기하고 레지스트리를 해킹하면 1년이나 2년 정도는 낙원에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이 즐거운 마음으로 캡슐 착륙장을 향해 계단을 오르던 중,
밑에 있는 중앙 플랫폼에서 시끄러운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고개를 돌린 순간,
바로 그 정체불명의 기술자가 예고도 없이 격납고 안으로 들어오더니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통제 패널에 일련의 암호를 입력하는 것이 아닌가.
암호 입력이 끝나자 몽크의 캡슐이 착륙장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격납고를 밝게 비추던 조명들이 약간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우주정거장 내부용 통화 장치에서 나오는 소음이 사라지자 납처럼 무거운 침묵이 주인공을 둘러쌌다.
이제 그는 어두워진 조명 때문에 얼굴조차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기술자를 향해
극도로 분노한 표정을 지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인타키인이 자신의 얼굴을 보기에는 키가 너무 작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목소리가 공기 중에 울려퍼졌다:
"이제 좀 낫군. 일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야"
마지막 말을 듣는 순간 몽크는 머리를 얻어맞은 동시에 무릎이 젤리로 변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은, 계단에서 플랫폼을 향해 굴러떨어지는 동안에도, 마침내 운명이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플랫폼 바닥 위에 썩은 짚단마냥 털썩하고 떨어졌다.
여전히 기술자는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속도로 통제 패널을 조작하는 중이었다.
"대체... 누구.." 몽크가 웅얼거렸다.
"조용" - 키 입력을 끝낸 인타키인이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름모를 사나이는 자신의 슈트에서 소형 권총을 꺼내든 다음 다시 몽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주인공의 코 앞에 권총을 갖다댄 채 조용한 톤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두보이스 씨, 알고보니 당신의 펀드는 당신이 소속된 회사와 경쟁 관계인 타 회사와 연관이 있더군요.
이제 당신은 자신의 진짜 고용주를 위해 지금 사업 관계를 맺고 있는 동료들에게 해를 끼쳤다는 것을 밝혀야 할 겁니다."
그의 목소리가 가진 건조함은 몽크의 뱃속을 거의 뒤집어놓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다음 이틀 동안 벌어질 사건들은, 당신이 배신한 동업자들로부터 벗어나는데 큰 도움을 줄 겁니다.
물론 충분히 처벌을 받은 후에 말이지요" - 그의 얇은 입술에는 약간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주인공은 잠시 혼란에 빠져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못하다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왜? 왜죠?"
"당신의 업보라고 생각하세요, 두보이스 씨.
그리고 거대한 계획의 일부 - 비록 그렇게 중요한 역할은 아니지만 - 라는 감사하게 생각하세요.
만약 당신이 한 달이 지나서도 여전히 살아 있다면,
당신은 과거를 돌아보며 자신이 역사에 조그마한 흔적을 남겼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겁니다.
쉽게 말해서, 나는 당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셈이지요.
이게 기업 도둑에게 있어서 좀 과한 호의라는 것은 당신도 알 거라고 믿습니다."
말을 마친 사나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권총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다음,
또다지 빠르게 키를 입력하여 격잡고를 예전 상태로 되돌려 놓았다.
그가 아무 말도 없이 출입구를 향해 발길을 돌린 순간 몽크는 그의 이름표를 보았다:
신경망에 흘러나오는 비명이 그의 의식 한 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
조용한 속삭임으로만 전해져 내려오던 전설에 대한 기억들이 그의 정신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니케스 루트레, 아론 아시스, 더 브로커.
식은 땀을 흘리는 것만으로는 주인공의 기분을 표현하는데 역부족이었다.
사진 설명 : 두보이스가 격납고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 모 기업의 자산을 탈취한 뒤 도주하였으며 현재는 행방이 묘연하다.
※ 주의 : 이브 연대기 번역에 존재하는 모든 사진 설명은 저 스스로 창작한 것이며 원본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