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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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은 인간의 합리성에 의거한 추론입니다. 논리를 추구하며 지식을 배울 수 도 있죠.
소설은 인간의 상상력에 의거한 창작입니다. 감동을 추구하며 교훈을 배울 수 도 있죠.
논문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지만, 어렵고 잘 와 닿지 않기도 합니다.
소설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불분명하지만, 재밌고 심오해보이기도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논문과 거리가 멀어, 자신과 상관없는 존재인듯이 생각하기도 하죠.
그래도 논문이 문명 발전의 요소란 것을 아마 알고 있을 것 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소설을 신격화 하여,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인듯이 찬양하기도 하죠.
그래도 소설이 인간의 창작물이란 것을 아마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일부 논문은 불완전하고 비현실적으로 쓰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소 불완전하고 비현실적인 논문이라도, 현실을 나타내려는 탐구의 과정이죠.
일부 소설은 과학적이고 사실적으로 쓰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과학적이고 사실적이더라도, 결국 한낱 허구일 뿐이죠.
일부 논문은 소설의 내용을 인용하기도 하고,
일부 소설은 논문의 내용을 참고하기도 하며,
특정 논문과 소설의 주제가 비슷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논문과 소설을 비교하여 우월하네 똑같네 어쩌네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과학논문보다는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을 좋아하지만, 픽션과 논픽션의 차이는 제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가끔씩 보이는 것 같아서,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정말로 위대하고 큰 가치를 지닌 물건은 논문이든 소설이든 모두 어렵기는 마찬가지겠지만,
그냥 어느정도 말이되는 레벨과 퀄리티로 써서 세상에 내 놓는 것이라면...
논문은 누구나 시간 투자하고 노력하면 그럭저럭 발표할만한 값어치로 쓸 수 있지만,
소설은 타고난 재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절대로 왠만큼 가치있는 레벨로 쓸 수 없습니다.
논문은 땀과 열정만으로도 어떻게든 쓸 수 있지만, 소설은 절대로 그렇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죠.
물론 "작품"이라고 부를만한 레벨을 말하는 것이죠.
논문을 아인슈타인급으로 훌륭한 것을 쓰기는 물론 어렵겠지만,
하여간 말이되고 얼마간 가치있는 내용을 담은 것은 누구나 쓸 수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20 편의 논문을 써서 국내외 전문학술지에 게재하여 출간했는데,
제가 쓴 논문이 아인슈타인급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학술적으로 가치는 있을 것 같지만
저 말고도 그냥 누구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그 정도는 다들 쓸 수 있다고 생각되더군요.
개인적으로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간다면,
소설보다는 시(詩) 쪽이 훨씬 더 어렵다고 봅니다.
소설을 제대로 쓰는 것보다 시(詩)를 제대로 쓰는 것이 몇 백 배는 더 어려운 일이고,
시(詩)야 말로 진정 하늘의 보살핌을 받은 몇몇 행운아들에게나 가능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레 미제라블>을 쓴 빅톨 위고를 "시인"이라고 먼저 칭하는 것도...
더 어려운 분야에서 최고수였으니 그것을 존중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마저도 부친이신 <의상대 해돋이>의 조종현 시인으로부터
"결국 시인이 되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실망스럽다"는 말을 들은 것도 당연하다고 봅니다.
때때로 의외의 편견을 표출하시는 벌거지님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던 소설가가 근래에 소설 창작에 관한 책을 내 놨더군요.
자신 역시 같은 편견을 갖고 있었던 교수에게 창작을 배우다가 그런 편견을 교육 받은 뒤 소설가로 살아가는 걸 접었다는데........
결국엔 그게 타고난 재능에 좌지우지 되는 게 아니라 노력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었음을 깨닫고 난 뒤 소설 써서 잘 먹고 살고 있고 지금은 강의도 하고 그런 책도 내고 뭐 그렇다고 합니다.
이건 제가 그 소설가를 평가해서 쓴 게 아니라 그 소설가가 서문에 써 놓은 내용입니다.
(애초에 소설 작법 책을 쓴 이유가.....재능이 없으면 소설을 쓸 수 없다는 거짓말에 속아서 10년동안이나 다른 일을 하느라 허비한게 너무 억울해서 자신같은 사람이 또 있기를 바라지 않아서 썼다고 서문을 써 놨더군요. )
실제로 웬만큼 소설 써서 먹고 사는 소설가가 직접 자기 경험담을 한 이야기라서 저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재능이라는 것을 무시하는 건 아니고요.
오히려 저는 노력은 죽었다 깨어나도 재능을 못 따라잡는다는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그 재능의 범위를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것보다 더 포괄적으로 보는 입장이죠.
제가 이런 딴지를 거는 이유는 (딴지인 걸 부인할 생각 없습니다.) "웬만한 가치" 의 "웬만한" 이란 단어가 이 글의 내용 전반을 볼 때 실제 그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를 넘어서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팬저님도 같은 말을 해 주셨네요. 제 글이 좀 더 장황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논문단계에서 일단 접었지만, 어쨌든 학문의 길을 지향했던 사람으로써 견해를 제시하자면...약간 지나치게 '의도적인 대비'를 노린 비유 때문에 오히려 '좀 가볍게 보이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왜냐하면, 논문은 명백히, 그것을 읽고 다룰 수 있는 훈련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글이고, 그것이 지향하는 바는 소설의 대중성과는 접점이 없기 때문에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접하는 논문은 재미 없다지만, 훈련받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떤 논문들은 보기만해도 엄청나게 재미있는 것들이 많거덩요.
비교하기 힘들거나 비교해서는 안되는 것을 나란히 놓으려는 태도에 대한 비판적 논지야 충분히 공감합니다만.
작위적으로 대비를 노리다보니 글이 비약적이고 어설프다고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논문단계까지 가진 않았지만 어쨌든 저도 학문의 길을 지향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단정적인 일반화는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수도, ~기도, 일부~'같은 단어를 꼼꼼히 넣어가면서 썼기 때문에, 문장을 '명제'로 보고 따져봐도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는 건 사담을 제외한)마지막 한 줄 정도일 겁니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듯이, 논문이 재미있는 사람도 있고, 재미없는 사람도 있겠죠.
어차피 시 쓰듯이 쓴 글이니 뭔가 위화감이 있어도 문학적 허용이라고 생각하시고 넘어가 주세요.
아무튼 글의 의도를 알아봐 주시고 의견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들어본 비유중에서 가장 멋진 비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