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을 하다보면, 돈을 벌기위해 반복퀘스트를 수행하면서 일종의 마일리지가 쌓입니다.

 

현실의 수많은 종류의 마일리지들과 마찬가지로, 이곳의 마일리지 또한 깔끔하게 나누어 쓰기가 거의 불가능하죠.

 

그래서 문득 떠올랐습니다. 마일리지를 전혀 안모으고 (반복퀘를 전혀 안하고) 1회성 사이드 및 메인 퀘스트만 깨보면 어떨까? (인증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사이드 및 메인퀘를 깨면 국가와의 우호도가 혁신적으로 올라가는데, 이 상태에서 마일리지가 전혀 없으면 간접 증명되는거거든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이 짓을 한다고 보상을 해주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저 스스로의 호기심 단 하나만으로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그보다는 이브 온라인을 새로 시작하면서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노렸다고 봐야 겠습니다만)

 

그렇게 작년 10월경에 이브 온라인을 재시작하였고 국내에선 외면받은 이 컨텐츠를 위해 외국 공략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면서 퀘스트 성공을 위해 6시간동안 꿈쩍도 않고 200명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잠수타기도 했으며, 구글신조차도 포기하여 공략 없는 퀘스트 수행중 배가 터져 현금 2만원어치 날려도 가치 있는 죽음이었다고 정신승리 위로하며, 그리고 3개월마다 한번씩 찾아오는 기회를 공략의 오기로 인하여 날려먹는 등의 개고생 종합 선물세트를 견뎌내며, 드디어, 오늘, 모든 퀘스트를 성공해냈습니다.

 

여기까지면 그냥 흔한 자랑글이겠는데, 이제부터 좀 쩌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마지막 퀘스트는 운반 퀘스트였습니다. 그런데 운반하는 내용물이...

 

5밀(MILLioin) * 10,000개 = 50빌(BILLion) 어치입니다.

 

그리고 이브 온라인의 특징, 게임돈으로 계정 연장 가능하다고 했죠? 1빌 = 2달 계정 연장권 = 한화 약 3만원

 

즉, 현금 150만원어치입니다.

 

...진짜 순간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걸 먹튀하고 (비록 잘 안팔리는 물건이라 파는데 시간이 엄청 걸리겠지만, 이중 10%만 처분 성공해도 현금 15만원입니다.) 도전을 포기할까, 애당초 내 물건이 아니었으니 '만져봤다'에 만족하고 얌전히 상처뿐인 영광을 노리느냐

 

그리고 결국 150만원을 고이 목적지에 배달하여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그 와중에 안전구역내로 들어오고서도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절 퍽치려는거 처럼 보여서 손발이 차디차지도록 긴장한건 안비밀)

 

자신의 도전정신을 위해 금전적 부유를 포기하는 예술가들, 양심있는 사업가들을 보면서 진짜 무슨 심정으로 저러나 했지만, 게임으로나마 간접적으로 체험하니 정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더군요.

 

이제 좀 쉬어야 겠어요. 정말 기분이 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