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서 시작하여 여러 영상미디어매체에 큰 흔적을 남긴 캐릭터인 배트맨.
그 배트맨의 영화 마지막(놀란 감독판의)이 이틀전 개봉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호평이 많지만 기대보다는 실망했다는 평도 많은데그만큼 전작들이 대단했기에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는, 비긴즈와 다크나이트를 배트맨자체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보답하는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신 개연성문제는 영화적으로 큰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는게,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이야기를 풀기위해서 때로는 군더더기 없는 과감한 생략도 있어야하는데 여기서 놀란감독의 능력이 잘드러났다고 봅니다. 블레이크가 어떻게 배트맨의 정체를 알았는지? 셀리나의 과거는? 베인과 탈리아는? 미란다(탈리아)는 어떻게 브루스의 믿음을 얻었는지? 이건 크게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 모른다고 딱히 궁금할 것도 없는 문제라고 보거든요. 오히려 여기에 대한걸 말했다면 영화는 지루해 졌을겁니다. 
캐릭터의 경우 전작인 다크나이트에서야 영화의 주제가 중심 캐릭터 3인(배트맨,조커,하비)에게 딱 촛점이 맍춰져있어서 그 임팩트가 컸지만, 비긴즈와 가까운 느낌의 이번편은 개별 캐릭터의 임팩트자체는 전작보다 떨어지더라도 그게 캐릭터의 매력이 없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어릴때 눈앞에서 부모님이 살해당하고 전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믿었던 친구마저 잃은데다 더 큰 대의를 위해 지켜주던 사람들에게 버림받더니 이번엔 유일한 가족이자 집사도 떠나고, 재산도 잃고 허리까지(?) 잃은 배트맨은 우리가 기대한 그 모습으로 더욱 성장하고 제목처럼 일어납니다. 맹목적이고 파괴적인 힘을 보여주면서도 냉정하고 지능적인 모습을 보여준 베인의 카리스마도 대단합니다.(정말 과격한 혁명가 같았음) 비록 조커의 광기가 워낙 강렬했고 스토리적으로 페이크보스였기에 빛이 좀 바랬지만... 탈리아를 바라보던 그 눈물젖힌 눈빛은 정말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셀리나는 캣우먼으로서는 좀 미묘하지만 서포트캐릭터로 배트맨의 연인으로 충분히 역할을 했다고 보고, 탈리아는 딱 비긴즈에서의 자기 아버지 비중과 역할입니다.(배트맨과 맞짱도 가능한 캐릭터지만 직접적인 대결없이 최후를 맞이한게 더 무게가 있어 보여 좋았습니다) 두여성캐릭터가 없어도 그만이고(그래도 미녀배우둘이 있는게 눈은 즐겁잖아요^^)그편이 베인의 캐릭터에 힘이 실렸을 거란 말도 많지만, 다크나이트보다 비긴즈와 느낌과 구성이 비슷한 이번편에서 이 다양한 캐릭터들이 영화에 양념을 더해줬다고 봅니다. 아울러 조연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다름없고 정신적 멘토인 알프레드, 부패의 상징이 아닌 영웅적이고 바람직한 공권력의 모습을 보여주는 고든, 물질적 서포터이자 또다른 조언자인 폭스, 배트맨의 귀환을 기다리며 고담시를 좀먹는 악에 대항하는 신참경찰 블레이크, 소심하고 몸만사리며 공적만 챙기지만 경찰의 본분을 찾고 분연히 나서는 폴리경사(이사람 멤피스벨에 나왔던 매튜 모딘이더군요) 그밖에 작정하고 팬서비스인듯한게 시리즈내내 등장했던 인물들 중 하비와 레이첼은 사진으로 심심찮게 등장하고(레이첼 배우는 바꼈지만) 고담시장도 전편과 동일, 라스알굴(듀커드)도 스캐어크로우도 등장해서 시리즈의 팬들을 즐겁게 해줍니다.(조커는 섣불리 등장안시킨게 좋았는데 언급조차 안된건 아쉬웠습니다) 
제가 많이 아쉬웠던건 역시 여러분들이 지적하신 경찰들VS어둠의 전사들장면인데 총격전도 아니고 격투전도 아닌것이 참 미묘했습니다. 놀란감독이 뭐 액션이 부각되는 감독은 아니지만서도...

결말은 만족그자체였습니다. 다양한 작가와 감독들이 해석한 배트맨을 봐왔지만 공통적인건 누구나 악을 두려워하지 않고 맛서 싸워야한다는것을,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것을 한 사람이 그 상징으로 가면을 쓰고 보여준다는 것입니다.(결코 돈많고 시간 많아서가 아닌) 어쩌면 단순한 이 주제를 영화는 결말까지 시리즈 전체를 아울러 일관성있게 보여줍니다. 모두가 영웅이라는 배트맨의 마지막 대사가 이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직접접으로 악에 대항했던 인물들부터 그 악에 굴복하지 않았던 평범한 시민들까지... 결국 배트맨은 스스로를 희생해서 정의의 상징이 됬고(전편마지막에 말하던 배트맨을 필요로 하던때가 결국온거죠) 브루스 웨인은 알프레드가 그토록 바라던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을 얻습니다. 악은 결코 사라지거나 완전 없앨수 있는게 아니지만 또다른 배트맨(로빈)이 그에 대항해 일어나며 영화는 끝납니다.

놀란의 배트맨시리즈는 인기 캐릭터를 소재로 흥미위주의 블록버스터였을 수도 있지만(이것도 나쁜건 아니지만) 그보다 훨씬 여운이 남는, 완성도높은 시리즈였다는걸 이 다크나이트라이즈를 통해 보여줬습니다. 조금 아쉬운점도 물론 있습니다만 그정도로 보기 망설여지는 작품은 결코 아닙니다. 제가 느끼기엔 같은 시기에 개봉한 다른 영화들에 애도를 표할정도입니다.(물론 개인 취향차가 있습니다만) 이 무더운 여름 영웅이 나오기 힘든 세상에서 이 영화를 보며 힘들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