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품 게시판 - 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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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로봇 이야기, 괴수/괴인/초인 이야기 외에...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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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어벤져스를 재밌게 잘 본뒤 만화쪽에도 흥미가 되살아나 중고로 몇권 구입했는데 그중 한권입니다.
토르 : 천둥의 시대는 광고 카피에도 나와 있듯이 , 지구가 무대가 아닙니다. 보통 마블의 토르가 어벤져스의 일원으로
우주와 지구를 날아다니며 마블의 유력한 악당들을 두들겨 패는 일을 합니다만 , 토르의 독립 코믹스인 이책은 좀더 북구신화의
토르 모험담에 가까운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마블의 유명한 히어로들과 함께 싸우는 일도 없고 , 지구(마블월드의 616) 도
등장하지 않죠. 대신 전형적인 북구신화의 아스가르드와 요툰하임 , 미드가르드 등 "아홉세상" 이라 불리는 북구신화의 세계가
무대가 됩니다.
이번 이야기에는 그래서 흔히 보이는 지구의 악당들이나 , 우주적인 마블의 수퍼빌런 - 타노스나 갤럭투스 같은... 녀석들이 등장하지
않고 대신 북구신화에 등장하는 토르의 모험담들이 메인테마가 됩니다. 따라서 주요한 악역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거인들이죠.
토르는 '거인을 죽이는 자' 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온갖 거인을 때려잡고 다닙니다. 다만 계속 그이야기만 하면 재미없기 때문에
주로 로키가 뭔가 사고를 쳐서 아스가르드의 거인의 침입을 불러오고 토르가 오딘의 명을 받아 그 거인을 때려 잡음으로서 사태를
해결하는 식으로 되풀이 됩니다. 그리고 로키는 아버지 오딘에게 얻어 터지는 징벌을 받고요. ^^
재밌다고 해야 할까? 약간 문화적 차이가 많이 느껴지는 부분은 북유럽 신화시대의 특성상 현대와는 윤리적 차이로 인한 괴리감
같은게 느껴집니다.
왠 난장이 석공이 거인과의 전쟁에서 파괴된 성벽을 수리해 주는 조건으로 프레이야 여신을
넘겨 달라는 퀘스트같은 경우나 프레이아가 로키의 꾐에 빠져 아스가르드를 떠났다가 서리거인에게 납치당해
후궁으로 들어가버린 이야기 등등을 읽다보니 참 프레이야가 여러가지로 스트레스 잔뜩 받는게 공감이 가더군요.
그래서 인지 그 목걸이와 난장이 사건에선 은근히 프레이야에게 동정이 갔습니다. 맨날 그렇게 오딘이나 여타신들에게
물건 취급 당하다 보니 성질이 폭발해서 사고를 치게되고 , 그걸로 건수를 잡혀 오딘에게 목걸이를 뺏기자 결국
대폭발... 일종의 좀비 아포칼립스를 부르게 됩니다. 이탓으로 토르는 미드가르드 등을 돌아다니며 사투를 벌여서 결국
진압에 성공하지만, 여기서 또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토르가 이번엔 일종의 타락?! 기믹을 선보여 부자 대립모드로
들어갑니다.
이 부자 대립(뭔가 요즘 재밌게 보는 바키의 부자 대결이 연상되더군요. ^^) 끝에 결국 오딘에 의해 토르는 무기를 뺐기고
인간애와 겸손을 배우기 위해 기억까지 삭제당한채 인간세상(미드가르드)으로 유배됩니다. 그럼으로서 자연스럽게
마블코믹스의 토르와도 약간의 접점을 남기죠. 실제 작중에서 그가 간 미드가르드는 마블의 616이 아닌 그냥 아홉세상
중의 하나일 뿐이므로 직접 연관은 힘들지만..... 신화와 거기서 기반한 자사의 수퍼히어로를 적절히 믹스하는데 성공했다는
느낌입니다.
또하나의 특이한 점은 대사의 말투인데요. 내용 설명이나 대사가 전부 "... 하도다" 식으로 고대 언어체를 흉내내고 있습니다. ^^
세익스피어 말투라고 해야 하나요? 그래서 뭔가 만화를 읽는 느낌이아니라 고전소설이나 희곡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참신하긴 했는데... 이게 만약 신화를 소재로 한 토르가 아니라 다른 작품이었다면 굉장히 생뚱맞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위에 언급한 외에도 상당히 마블 코믹스 스러운 "익스큐셔너 스컬지" 이벤트 등 재밋는 이슈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벤져서나 토르등을 재밌게 본분이라면 흥미 있을거 같네요,
다음엔 얼티미츠 1권의 감상을 올려 보겠습니다.
하이텔의 '장혁'님 글을 보고 가입하는데요?
리뷰를 보니, 진짜 북유럽 신화의 골격을 가져와서 코믹스로 만들었다는 느낌도 드네요. 프레이야가 거인 후궁으로 들어가는 등 말씀하신 에피소드들은 모두 북유럽 신화에 있는 것으로 압니다. 실제 신화와 비교해서 읽어보면 더 재미가 있을 듯하네요. 그런데 사실 원작 신화에서 토르는 힘도 세고 묠니르도 잘 다루지만, 머리는 좀 아둔하죠. 그 부분도 비슷하게 재현했나 궁금하군요.^^;; (뭐, 아둔하긴 하니까 로키한테 허구한 날 농락 당하는 것일 수도.)
토르의 고전파 말투는 60년대 원작에서부터 이어져온 캐릭터의 특색이라 할 수 있는데 혹자는 미국원주민 추장 같다고 하기도(...)
영화에선 셰익스피어 연극 쪽에서 한가닥하는 케네스 브래너 감독 덕택에 진짜 셰익스피어 말투가 되어버려서 <어벤저스>에서는 토니스타크가 그거 갖고 '헐 뭐야 지금 무슨 셰익스피어 축제하냐?'라고 노가리를 까죠 OTL
안인희 교수가 쓴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에서는 본래 오딘보다 토르를 높게 평가했던 시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딘은 귀족들의 신으로 지혜와 바람을 상징하고, 토르는 농민들의 신으로 힘과 천둥을 상징한다는 것이죠.
이 둘 사이에는 별 다른 관계가 없었는데 차츰 오딘의 위상이 커지면서 토르는 그 아래로 들어가게 되고,
그래서 토르가 오딘과 말싸움을 벌이고는 "나는 말솜씨(지혜)가 없다"고 승복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요지는...
말솜씨가 부족한 왈짜패로 힘과 용기를 내세우는 토르가 무려 "셰익스피어 풍의 고풍스러운 말투"라니,
어떤 면에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북유럽 신화의 토르의 이미지와 매치가 영 잘 안되는 느낌입니다.
마치 삼국지의 장비가 자유분방한 말투 대신 제갈공명처럼 점잖떠는 말투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