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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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선박에 사용되는 부품을 생산 및 판매하는 업체가 하나 있는데,
문제는 선박이 고장날 경우 몇 억 달러의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부품 가격은 고작 수 천달러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수익보다 위험 부담이 아주 큰 셈이었던 것이죠.
결국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방법이 고안되었습니다.
먼저 자회사를 하나 만듭니다.
그 다음에 부품 제작에 필요한 모든 기계와 기술들을 자회사에 빌려준 다음,
생산 및 판매를 전담하도록 만듭니다.
대신 수익금 중에서 대부분을 임대금 형식으로 가져가는 거죠.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떤 사고가 발생해도 보상금을 무는 쪽은 자회사입니다.
왜냐하면 모회사는 단순히 채권 관계에 있을 뿐, 자회사의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회사가 압박을 못이겨 파산해도, 모회사는 아무런 책임을 질 필요가 없으며,
그냥 전에 빌려주었던 기술과 장비를 도로 회수해 가기만 하면 됩니다.
자회사야 나중에 또 설립하면 되니까요.
이런 구조를 계속해서 반복하면 기업 도산으로 인한 피해를 0에 가깝게 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엄청난 돈이 소요되겠지만 말입니다.
가끔씩 제가 기업과 관련된 SF 디스토피아 영화를 볼 때마다,
기업 구조가 너무 단순하게 묘사되어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 재미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지요.
지배 구조가 불투명하면 누가 진짜 악당 보스인지 알아내기가 힘드니까요.
지금 이야기 하신 선박회사에서 하는짓을 바로 금융권에서 해먹은게 금융위기 원인중 하나죠.
감사역 노자키라는 만화가 바로 해당 하는 사항과 관련해서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경제와 금융(은행)쪽 문제와 관련해서 관심이 있다면 한번 정도는 읽어볼만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경우도 사실 일본과 거의 다를바 없으니까요. 다만 한국과는 재개발쪽이 조금은 다르기는 하지만
결국 하우스 푸어 만드는 과정은 크게 다를바 없으니까 ....
울나라도 비슷한경우가 있었지요. 자회살만들어 대츨을 받고 모회사에 투자형식으로 돈을 넘기고 자회사를 파산시킨경우가 있었는데
어떤회산지 기억이 안나네요. 아주 얍삽한. ㅠㅠ
이미 corporation law라는 이름으로 이런 캐이스에 대해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법인회사가 파산시 주주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들이 이미 많은만큼
이에 대해서 다양한 사례들이 잘 정리되어 있죠.
근데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느끼는게 더 좋은 변호사만 고용하면 이기는거 같은...
분명히 거기서 거기인 캐이스인데도 어느쪽은 지고 어느쪽은 별의별 변명으로 이기더라고요.
어떤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해서, 경영상의 책임까지 갖는 것은 아닙니다.
지분을 갖고 있었던 회사가 파산하면 그 지분이 허공에 날아가는 것이므로,
그 지분만큼 손해를 본 액수만큼 이미 책임을 다 한 것으로 봅니다.
다시 말해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의 경영상의 책임은 그 투자 리스크 이상 물을 수 없습니다.
물론 투자자가 해당 기업에 직함을 갖고 직접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였을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만,
단순하게 투자만 수행하고 지분은 갖고 있을지언정 경영상 참여가 없을 경우 경영 실책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위에 말씀하신 사례는 바로 이러한 투자의 기본 원칙과 대전제를 악용한 겁니다.
대주주가 고의로 자신이 투자한 회사를 파산시키는 사례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 있거든요.
한국에서도 아주 유명한 전설적인 사례가 있죠 - 2003~2004년 L모 카드 파산 사태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음.... 근데 이런 케이스는 undercapitalization로 인정되서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하고 법원에 고소때리면
거의 100% 금용 사기로 인정되서 모회사에 해당되는 사람이 모든 돈을 토해내야할텐데요?
물론 인정 안되는 예외가 좀 있긴 하지만 저렇게 대놓고 하면 모회사가 자회사의 모든 빚을 갚아야 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돈 많은 쪽 말이 진리라서 안될지도 모르겠네요.
[[용감한 녀석들 버전]]
"저는 디스토피아 영화도 무척 좋아하죠. 프리젝, 로보캅 시리즈 등 수많은 영화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인데...
요즘은, 반기업 컨텐츠는 좌익친북선동이라고 해서 입 조심해 오고 있었답니다.
뭐가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쩝... 무서운 세상...."
-- 두 손 들기!
디스토피아물은 공산주의 쪽이나 자본주의 쪽이나 죄다 싫어해요 - 자신들의 아픈 곳을 건드리거든요.
왕년에 <우리들>에서 '은혜로운분'의 무지막지한 디스토피아를 쓴 예프게니 I. 자먀찐은 스탈린에게 잡혀 죽을 뻔 했습니다.
고리끼가 백방으로 뛰어서 목숨만은 살려가지고 프랑스로 망명을 시켜주었는데, 정작 자먀찐은 고국에 남고 싶어 했습니다.
만일 작금의 북한에서 오웰의 <1984>를 들고다니는 날에는 잡혀가서 죽기 딱 좋을 겁니다 - 당연히 반체제 서적으로 보겠죠.
언급하신 대로 프리잭이나 로보캅 등과 같이 자본을 독점한 기업에 의한 디스토피아와 그 폭력을 다룬 작품은 꽤 많은데,
이런 작품들은 왕년에 한국에서 상영할 때 상당히 많은 논란을 낳았고 엄청난 가위질과 편집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왕년에 <로보캅> 1편을 수입하여 개봉한 지미필름은 아예 영화 줄거리를 바꾸다시피하는 대편집을 감행해야 했습니다.
영화 상에서 민영화된 경찰이 월급 제대로 달라고 파업을 하는 대목이 있는데, '경찰 파업' 자체를 상영하지 못하게 했거든요.
'경찰 파업' 부분을 들어내고 영화 뒷부분을 앞으로 돌리고 이리 때우고 저리 막고 해서 영화를 감쪽같이 새로 편집했습니다.
심지어 폴 버호벤 감독처럼 까탈스러운 사람도 한국에서 편집해 놓은 필름을 뒤늦게 보여주면서 상황을 설명하며 사정사정하자
"멋대로 가위질한 것은 기본적으로 안되는 일지만, 편집이 너무나 감쪽같다"고 오히려 감탄했다는 전설이 전해 올 정도입니다.
존재감을 살리려니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SF물에 나오는 기업은 자본 회사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권력 집단에 가까우니까요. 특히, 악역을 맡는 기업(블랙 메사, 웨일랜드 유나티, 인젠 등등)은 그 자체가 캐릭터인 면이 크죠. 자회사나 그룹 등으로 분리시키면 그만큼 캐릭터가 희미해질 테고, 주인공을 압도하는 모습도 떨어질 듯합니다. 본문에서 하신 말씀처럼 재미를 위해서니….
가끔은 정말 별별 자회사를 죄다 거느리 초거대 그룹도 나오긴 합니다. <웨어울프 아포칼립스>에 나오는 펜텍스가 좋은 예입니다. 그저 회사라기보다 거대 그룹으로 식량 산업 같은 1차 산업부터 TRPG 판매 같은 마이너한 영역까지, 손을 안 뻗친 영역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런 자회사들은 그냥 이름만 나오는 수준이고, 설사 자회사가 중요하게 나온다 하더라도 다들 '펜텍스'라고만 부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