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과학자나 SF 작가 중에는 초능력에 대해서 부정하고 비난하는 이들도 많지만, 많은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초능력을 무시하고 잊어버리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초능력자나 초능력 그 자체가 작품 속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렇기에 초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과학적, 비과학적의 문제를 떠나- SF를 이야기함에 있어 매우 흥미롭고 좋은 내용이 되겠지요.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한 ‘초능력 대 초능력’. 여기서는 우선, 초능력이 어떤 것이며, 또한 어떤 종류가 있는지. 그 실질적인 사례(즉, 현실적으로 ‘있다(아니, 있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되는 초능력들 만을 먼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초능력 대 초능력. “바벨 2세”, “철인 28호”, “삼국지” 등의 만화로 유명한 요코야마 미츠데루씨의 작품 ‘지구 넘버 V-7(地球ナンバーV-7)’의 국내판 해적판 제목. 좀 유치할지는 몰라도 작품의 내용을 좀 더 알기 쉽다고 할까? 물론, 원작과는 너무 다르지만, 한편으론 이 정도의 번역은 봐 줄만 하지 않을까요?)
[ 다채로운 초능력자의 싸움을 그려낸 요코야마 미츠데루의 지구 넘버 V-7 ]
1. 초능력이란 무엇인가?
초능력(超能力, Supernatural)이란 일반적인 인간을 훨씬 넘어서는 능력을 뜻합니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평범한(보통) 사람은 쓸 수 없는 매우 특수한 능력’이지요.
‘쓸 수 없는...’이라는 말은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보통 사람은 아예 쓰지 못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멘사(MENSA, 지능지수 148이상 상위 2% 이하의 사람의 모임) 회원도, 100m를 9초대에 달리는 육상 선수는 -분명히 평범한 사람에겐 불가능한 능력을 보여주긴 해도- 초능력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들의 능력은 분명히 ‘정도’라는 측면에서는 놀라운 솜씨이지만, 그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육상 선수가 아니라도 사람은 100m 달리기를 할 수 있고, 멘사 회원이 아니라도 숫자를 계산하거나 전화번호를 외울 수 있습니다. 훈련을 하면 -올림픽 선수만큼은 안 되겠지만- 누구나 그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지요.
하지만 염력이나 텔레파시 같은 초능력은 다릅니다. 혹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런 힘이 있고 훈련을 통해 개발할 수 있다지만, 달리기나 암기처럼 정말로 쉽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 번개를 얻어맞거나, 천 년 하수오나 만년 영지 같은 특수한 물질을 먹거나, 플루토늄을 껌 대신 씹거나 과학 실험에 말려드는 등... 일반인은 접하기 어려운 무언가의 경우를 통해서만 가능하니 말입니다. (솔직히 누구나 조금만 연습해서 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 ‘초능력’이라고 부르지도 않겠지요.)
뭐, 초능력이 어떻게 생기는지는 젖혀두고…. 그렇다면, 이러한 ‘초능력’에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여기서는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 초능력 - 보통 사람은 쓸 수 없는 매우 특수한 능력. 다만, 달리기나 계산 등 대다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경이적인 수준(가령 100m를 1초에 달리거나, 한 순간에 100만자리 계산을 하는 등)에 이르지 못하면 초능력이라고 하지 않는다. 초능력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특별한 계기를 통해서, 또는 아주 특수한 훈련으로 얻기도 한다.
2. 육체적인 초능력과 정신적인 초능력
초능력이라고 묶어서 이야기하지만 여기엔 사실 매우 다양한 형태와 종류가 있습니다. 초심리학회 등에서 ‘실제로 있다.’라고 말하는 것만 해도 엄청나게 다양한데, SF의 세계까지 이르게 되면 그야말로 무한정…. 그것들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은 솔직히 쉬운 일이 아니지요.
때문에 일단은 일부라도 그 특성에 따라 나누어 보는게 좋을 것입니다.
여기서 일단 모든 초능력을 가장 크게 구분하면 육체적인 초능력과 정신적인 초능력이 있습니다.
가령 섬을 들어 올리는 슈퍼맨이나 빛의 속도로 달리는 플래시맨, 거미와 같은 능력의 스파이더맨은 ‘육체적인 초능력자’에 속합니다. 조금 경우는 다르겠지만, 600만불의 사나이처럼 멀리 있는 물체를 보거나 소머즈처럼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것 역시 ‘육체적인 초능력’이며, 무협지에 등장하는 무림 고수도 넓은 관점에서 보면 ‘육체적인 초능력자’라고 할 수 있겠지요.(물론, 눈에서 광선을 쏘는 “엑스멘”의 사이클롭스 같은 이도 육체적인 초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육체적인 초능력이란, 인간의 육체적인 힘(체력, 지구력 만이 아니라, 감각 등도 포함)을 강화하거나, 인간에게는 없는 특수한 육체적 능력(몸이 투명해지거나 손에서 전기를 발사하는 등)이 생긴 상태를 말합니다.
반면, 벽 건너편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읽거나, 방 건너편의 물체를 들어 올리는 등 육체적인 활동 없이 생각만으로 작용하는 힘을 정신적인 초능력이라고 부릅니다.(앞서 말했던 작은 소리를 듣거나 먼 곳의 물체를 보는 것은, ‘보고 듣는’ 육체의 감각 활동이 수반되기 때문에 육체적인 초능력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으로 TV 등에서 나오는 ‘초능력자’라면 대개 여기에 속하지만, SF 속에서는 얼굴을 찡그리는 것만으로 빌딩을 무너뜨리고, 생각만으로 남을 조종하는 등 다양한 능력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초능력의 영역에서는 육체 활동과 정신 활동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지만, 이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육체적인 초능력 - 인간의 육체적인 힘을 강화하거나 인간에게는 없는 육체적인 능력.
* 정신적인 초능력 - 육체적인 활동 없이 생각만으로 작용하는 능력. 단, 보고 듣는 등의 일상적인 감각 활동을 강화한 것은 육체적인 초능력에 해당한다.
3. 감각과 작용. 정신적인 초능력의 가능성
일반적으로 ‘초능력’이라고 말하는 “정신적인 초능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역시 그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ESP(ExtraSensory Perception, 초감각(지각))
많은 작품 속에서 모든 초능력을 ESP라고 하고, 초능력자를 ESPER(에스퍼)라고 부르고 있지만, ESP란 ‘초감각(또는 초감각지각)’의 약자로, 보통 사람이 알 수 없는 것을 느끼고 아는 능력을 뜻합니다.
벽 건너편의 물체를 보거나(투시), 남의 마음을 읽거나(텔레파시), 물체에 남겨 진 과거의 잔상을 보거나(사이코메트리), 유령이나 귀신, 정령 등 특수한 존재를 보거나 느끼는 능력(영능력)을 뜻하지요.(* 여기서 ‘영능력’은 따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이코 메트리는 대상에 손을 대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인 감각을 강화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ESP에는 크게 투시, 텔레파시, 사이코메트리가 존재합니다.
(1) 투시
공간이나 시간을 넘어서 무언가를 볼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벽 뒤의 카드를 맞추거나 과거에 일어났거나 미래에 일어날 일을 보고 느끼는 능력이지요. 에드가 케이시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능력도 -이들이 정말로 초능력자인지는 제쳐 두고- 투시의 일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다이가 포스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읽고 미래를 보는 것도 역시 투시에 해당하지요.
(2) 텔레파시(정신 감응)
남이 보내는 생각을 받아들이거나 내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것을 텔레파시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라디오나 휴대 전화 같은 능력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거나(독심술),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능력(세뇌, 암시)도 정신 감응의 일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신 감응 능력은 거리나 장소, 심지어 시간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고 하는데, 때로는 인간 이외의 동식물 등 생명체나 심지어 무생물의 마음을 읽기도 합니다.
(3) 사이코메트리
“사이코메트리 에지”라는 만화를 통해 잘 알려진 능력으로, 물체나 장소에 남은 기억을 통해 과거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범죄 조사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하며 사이코메틀리 능력자 중에는 물건을 통해서 현재 그 사람이 어디에 어떤 상태로 있는지를 알아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이코메트리는 투시의 일종이라 할 수 있으며, 그 특성이 정신적 초능력을 연상케하지만, 한편으로 물체에 손을 대야 하는 경우가 많아 ‘육체적 초능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2) PK (Psychic, 염력(염동력))
사이킥... 역시 여러 작품에서 초능력을 묶어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ESP와는 다른 능력입니다. ESP가 감각을 확장하는 능력이라면 이것은 생각을 곧 힘으로 바꾸는 능력. 즉, 생각만으로 물체에 영향을 주는 능력을 뜻합니다.
초능력자로서 자주 등장하는 것은 역시 텔레파시 능력자와 바로 이 염동력 능력자이지요. 생각으로 뭔가 변화를 주는 것은 모두 염력이지만, 좀 더 세분하면 PK-ST, PK-MT, PK-LT로 나뉩니다.
(1) PK-ST
정지한 물체에 영향을 주어 변형시키거나 움직이는 능력을 뜻합니다. 유리겔라의 주특기인 숟가락 구부리기 같은 게 여기에 해당하는데, 자신의 몸을 띄워 올리는 공중 부양도 PK-ST에 해당합니다. (다만 유리겔라는 손을 대기 때문에 정신적인 초능력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육체적인 초능력이 아니면 사기라고 해야겠지요.)
(2) PK-MT
움직이는 물체에 영향을 주어 그 상태를 바꾸는 능력. 가령 주사위를 굴릴 때 원하는 숫자가 나오게 하는 능력으로, 초심리학회에 따르면 대부분 인간이 잠재적으로 갖고 있다고 합니다.
(3) PK-LT
살아있는 존재, 즉, 생물체에 영향을 주어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을 뜻합니다. 사람의 심장을 멎게, 또는 뛰게 하는 등 생명의 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능력입니다. 심령 치료 역시 PK-LT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데, 그중에는 -특히 창작 작품 속에서는- 생명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반대로 생명 에너지를 전달하는 능력으로 이야기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영능력
영능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 등의 존재를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ESP의 일종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영능력자는 타고난 능력만이 아니라 수련을 통해서 그 능력을 얻게 되며, 영혼이나 기타 영적 존재에 특화된 능력이라는 점에서 구분됩니다.
인간을 비롯한 생물의 영혼이나 기타 영적 존재(천사, 악마, 요정, 정령 등)를 느끼고 접촉하며, 심지어는 그들을 받아들이거나 쫓아내는 등. 영적 존재와 관련된 매우 다양한 능력의 총칭입니다.
무당이나 엑소시스트 등 속칭 ‘영능력자’라고 부르는 이들의 힘으로, 수련을 거치지 않고 타고나기도 합니다.
영적 존재에겐 독자적인 의지가 있어, 때때로 영적 존재의 힘이 강하다면 따로 영능력이 없어도 영적 존재를 감지하거나 빙의(귀신 씌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요.
영능력에는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것이 있습니다.
(1) 감지
영적 존재를 느끼고, 그 모습을 보거나 목소리를 듣는 능력.
(2) 빙의
영적 존재를 자기 몸에 받아들여 대화를 나누거나 행동할 수 있게 하는 능력으로 흔히 말하는 ‘신내림’같은 것입니다. 때로는 영적 존재의 의지로 누군가의 몸에 씌워서 ‘귀신 들림’ 상태가 되기로 하지요.
(3) 정령
영적 존재와 접촉(설득이나 협박)하여 개심하도록 하거나,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승천시키는 능력입니다. 아래에서 말하는 제령과 비슷하지만, 제령과는 달리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른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4) 제령
영적 존재에 강력한 힘을 가하여 강제적으로 소멸시켜 제거하는 능력. “공작왕”같은 작품에서 나오는 공격 기술 같은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5) 음양술
나무나 종이 등으로 만든 인형에 영적 존재를 깃들게 하거나, 이를 통해 영적 존재와 접촉하여 정화, 제령 등을 하는 능력. 때로는 사람이나 동물의 영혼을 이용하기도 하며, 장희빈 이야기에서 자주 나오는 인형을 이용한 저주 역시 음양술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6) 주술
영적 존재의 힘을 빌리거나 강제하여 다른 이에게 영향을 주는 능력. 일반적으로 누군가를 상처입히거나 죽이려 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그 밖에도 영능력에는 영적 존재를 조종하거나 포획하는 등 다양한 기술이 있는데, “고스트버스터즈”나 “지오 브리더즈”같은 작품에서는 과학을 이용해서 포획하는 기술이 등장합니다.
4) 기공술
기공술은 기공, 또는 기를 이용하여 무언가를 행하는 능력입니다. 그 능력은 주로 인체에 대해서 작용하는데, 이를 통해 '기공 치료' 같은 것을 진행하기도 하지요.
기공 치료가 정말로 가능한지와는 별개로, 기공술은 달리기나 계산 능력과 달리 쉽게 접할 수 없으며, 특수한 효과를 발현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초능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기공술은 훈련을 통해서 얻을 수도 있는 만큼 ESP나 PK와는 차별됩니다.
기공술은 일반적인 초능력과 차별되는 무예나 무공의 영역에 속하는 만큼, 여기서는 기공술 역시 초능력의 일종으로 매우 다양한 효과가 있다는 정도만을 언급하겠습니다.
5) 창작 작품 속의 능력
앞서 소개한 ESP나 PK, 영능력과 기공술 등은 -이것이 정말로 실존하는지는 입증되지 않았지만- 초능력 연구 기관 등이나 방송에서 자주 소개되는 '현실의 초능력'입니다. 창작 작품이 아니라도 곳곳에서 접할 수 있으며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람이 등장하거나, 그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SF나 판타지 등 장르 작품에서는 이들과는 차별되는 매우 독특한 초능력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ESP나 PK의 강화판만이 아니라, 외모를 바꾸거나 전기를 쏘는 등 굉장히 특이한 것을 자주 보게 되지요.
이 같은 초능력은 워낙 종류가 많아서 전부 소개할 수는 없지만, 그 능력의 가능성과 특성에 따라 구분해 보면 아래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이들 능력은 그들 자신이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토르의 망치, 아이언맨의 강화복처럼 도구를 이용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개 이들 도구는 그들 자신과 동일시 되는 만큼 일반적으로 구분하지는 않습니다.)
(1) 강화계
창작 작품, 특히 초영웅(슈퍼히어로)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능력으로, 육체의 특정한 능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대포에 맞아도 끄떡없는 내구력을 갖거나 빌딩을 뛰어넘고, 빠르게 달리며 비행기를 들어 올리는 괴력을 갖곤 하지요. 울버린(엑스맨)처럼 뛰어난 회복력으로 죽지 않는 존재도 있습니다.
슈퍼맨이나 플래시 같은 많은 이가 강화계의 초능력을 보여주는데, 초영웅들은 -배트맨 같은 일부 예외를 빼면- 대부분 육체가 강화된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이언맨처럼 장비를 통해서 육체의 힘을 높인 것도 역시 강화계 능력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강화계의 초능력은 대개는 평소에도 강한 힘을 갖고 있는 상태이며 이를 활용하여 적들과 정면에서 맞서 싸우는 솜씨를 보여줍니다.
(2) 이동계
하늘을 날거나 공간을 뛰어넘거나 심지어는 시간까지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킵니다. 단지 빠르게 이동하거나 높이 뛰어오르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물리 법칙을 넘어선 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초영웅이 하늘을 나는 능력을 보여주지만, 공간을 뛰어넘거나(텔레포트), 시간 이동(타임 리프, 타임 점프) 등은 쉽게 보기 어렵습니다. 하늘을 나는 것은 단순히 이동 수단의 확장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공간 이동이나 시간 이동은 물리 법칙을 완전히 넘어서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초영웅물에서 공간 이동이나 시간 이동은 대개 반칙 기술로 등장합니다. 가령 지나치게 복잡해진 이야기를 수습해서 바꾸거나 죽었던 캐릭터를 부활시키거나 할 때 일시적으로 사용되죠.
반면 SF 작품이나 판타지 작품에서 공간 이동이나 시간 이동은 그 자체로 이야기의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며, 그 때문에 다양한 내용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점프] 등의 작품은 바로 이 같은 시간 이동과 공간 이동 능력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입니다.
공간 이동과 시간 이동은 매우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특히 시간 이동은 역사를 바꾼다는 문제를 낳기 때문에 더욱 복잡합니다.
(3) 구현계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 에너지나 물체 등을 만들어 사용하는 능력으로 뭔가를 뿜어내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전기를 쏘아서 적을 공격하거나 거미줄을 날려서 빌딩 숲을 뛰어다니거나 할 수 있습니다.
구현계 능력은 일종의 무기로 사용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이건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구현계 능력으로 만들어낸 무언가는 이야기 구조상 대개 금방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가령 스파이더맨이 빌딩 숲을 날아다닐 때 쓴 거미줄은 그대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물론 악당을 잡아두거나 할 때는 나중에 풀어줄 때까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바벨 2세의 에너지 충격파, 딕 마키(지구 넘버 V-7)가 사용하는 발화 능력, 피카츄(포켓몬스터)의 10만 볼트(전격 공격) 같은 에너지만이 아니라 스파이더맨의 거미줄, 포이즌 아이비(배트맨)의 독 같은 물질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물질이건 에너지건 그로 인해서 그들의 체중이 줄어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발사’가 아니라 ‘만드는 능력(구현)’인 것이지요. 포켓몬스터 중에서 무언가를 쏘는 것들은 모두 이 구현계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창조계
구현계와 비슷하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지만, 구현계의 능력이 일시적으로 몸에서 뭔가를 뿜어내는 느낌이라면 창조계 능력은 특정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어 이용하는 능력입니다. 일종의 소환 같은 느낌이라고도 볼 수 있겠군요.
창조계의 능력으로 만들어낸 것은 장시간 동안 존재하며 사용됩니다. 창조계 능력자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그린 랜턴으로 그들은 반지의 힘과 상상력으로 칼이나 총, 심지어는 대포나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창조계 능력자는 자기 자신의 복제나 부하처럼 의지가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창조계 능력은 SF에서도 매우 중요한 이야기 소재로 [솔라리스]에서는 사람의 기억을 통해서 그들이 만나고 싶은 존재를 창조하는 능력을 가진 행성의 바다가 등장하여 독특한 감상을 주었습니다.
(5) 변화계
자신의 몸이나 다른 무언가를 바꾸는 능력, 또는 변화한 몸 그 자체를 가리킵니다. 변화계 능력자 중에는 주변의 물질을 바꾸는 것도 등장하는데, 이것은 창조계나 변화계로 볼 수도 있습니다.
몸이 늘어나는 미스터 판타스틱(판타스틱 4), 몸을 모래로 바꿀 수 있는 샌드맨(스파이더맨), 본래부터 바위 같은 몸을 가진 더 씽(판타스틱 4), 몸에서 뼈를 꺼내어 무기로 쓰는 울버린(엑스맨),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나는 엔젤(엑스맨), 미스틱(엑스맨)의 변신 능력, 앤트맨의 축소 능력 등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이들 능력은 일반적인 인간 육체로서는 할 수 없는 변형을 보여주고 특별한 힘을 발휘합니다. 변신 상태에 따라 강화계 등의 다른 능력을 사용하기도 하지요.
변화계 능력은 매우 그 모습에 따라 매우 다양한 용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앤트맨은 작게 축소되어 적진에 몰래 잠입할 수 있으며, 울버린은 초금속으로 된 뼈를 칼처럼 사용합니다. 헐크는 크고 강해진 육체로 모든 것을 파괴하는가하면 샌드맨은 물리적인 공격을 무시합니다.
(6) ESP 계열
정신적인 초능력의 하나로 초감각적 지각 계열의 능력입니다. ESP 계열은 많은 작품에서 상대의 정신에 영향을 주는 능력으로 표현됩니다. 넓게 보면 텔레파시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지만, 단지 생각을 전하거나 읽을 뿐인 ‘현실의 ESP’와 달리 창작 작품 속의 ESP 계열은 매우 다양한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상대에게 환각을 보이거나 상대의 정신을 지배하고 조종할 수 있는 것이지요. 직접적인 공격 능력은 없지만, 환각으로 공격한 것이 실제로 몸에 영향을 준다는 설정이 나오기도 하며 이를 이용해 사람을 죽이는 이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서 모험을 하고 사악한 몽마와 싸우는 능력(드림헌터 레무) 역시 이 같은 ESP 계열의 하나인데, 때로는 꿈속에서 다치면 현실 속에서도 다치는 것으로 연출되기도 합니다.
(7) PK 계열
염력을 이용하는 계열의 능력. 현실적인 PK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대개 그 위력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창작 작품 속의 PK는 거대한 항공기를 들어 올리거나 도시 하나를 부셔 버리기도 합니다.
창작 작품 속의 많은 PK 능력자들은 몸에 방어막 같은 것을 펼쳐서 우주에서도 우주복 없이 다니곤 합니다. 이를테면 초인 로크처럼 말이지요.
이처럼 창작 작품에서는 매우 다양한 초능력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 초능력이 어떤 것이며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보다는 그들이 작품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가 하는 것입니다.
[스파이더맨]에서는 “강한 힘에는 강한 책임이 따른다.”라고 하지만, 초능력을 가진 악당들은 그 같은 책임은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키라]에선 도리어 초능력으로 파괴만을 자행하는 소년이 등장하며, 심지어 [클로니클]의 초능력자는 염력으로 카메라를 항상 주변에 띄우고 초능력으로 파괴와 학살을 자행하면서 이를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곤 합니다.
또한 초능력은 때때로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앞서 소개했던 요코야마 미츠데루의 [지구 넘버 V-7]에서는 초능력자의 능력을 두려워한 ‘보통 사람들’이 그들을 차별하고 격리하려는 이야기로 전개되는데, 이 같은 이야기는 시이나 다카시의 [절대 가련 칠드런]에서도 보여지고 있습니다.
초능력이라는 것은 이름 그대로 특별한 능력이며 이를 통해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힘 쎈 악당에 맞서 힘 쎈 주인공이 싸우는 이야기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초능력의 종류와 특성, 그리고 그 능력만이 아니라 부작용이나 가능성을 좀 더 고민한다면 그만큼 다채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창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몇년 전에 적었던 글을 바탕으로 내용을 추가하고 수정한 글입니다. 기존의 글에서 수정하고 추가하기에는 차이가 많기에 아예 새로 적었습니다.)
사용형태로 구분할 수도 있겠죠.
예컨대, 똑같은 "불지르기"라고 해도, 내가 불을 만들어낸 후 그것을 던져서 적에게 맞춰버리는 것과, 원하는 대상에 직접 불을 "발현" 시켜버리는 것은 다르니까요. 전자의 경우에는 "투사형"이라고 할 수 있겠고, 후자는 "발현형"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명백히 후자가 더 무서운 능력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