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퍼는 베로니카 코너를 에이버리가 닌자가 습격해오기 전까지 아버지와 살았던 바로 그 펜트하우스에 데리고 있었다.
로건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중앙 홀로 갔다. 그곳에는 경비들이 가득했다.
전부 검은 옷을 입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은 채, 벨트에는 총을 차고 있었다.
코너는 식당에 있었다.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 왜소하고 우울해 보였다.
딸에 대한 염려와 경비들이 방 안 가득 겹겹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그녀가 그를 보자,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그녀를 감시하던 경비들이 다가오자,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시선엔 간절한 애원이 담겨있었다.
“서로 대화해도 좋다.” 키퍼가 말했다. “난 수색을 지휘하러 가야 하니까. 아참 그리고 탈출할 생각은 꿈도 꾸지마라, 얘들아. 살아서 로비 밖으로는 절대 못 나갈 테니까.”
로건은 가만히 중지를 내밀어 보였고, 키퍼는 웃으며 다른 방으로 나갔다.
그가 완전히 떠난 것을 확인한 후, 로건은 의자에 앉았다.
“미안하군.” 그가 코너에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왜요? 당신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요?”
“엘렉트라, 닌자가 키퍼를 인질로 잡았었어. 그냥 그녀가 그 놈을 죽이게 내버려 뒀어야 했는데.”
“우리 둘 다 키퍼가 문제가 아니란 걸 알잖아요, 그는 그저 증상일 뿐이에요.”
코너는 어깨너머에 있는 경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나와 내 남편도 증상이었어요. 우린 전부 똑같은 빌어먹을 질병 때문에 생겨난 증상일 뿐이에요. 키퍼는 그저 하수인일 뿐이고 우리가 결코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바로 문제에요.”
로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내 딸은요? 에이버리는 무사한가요?”
“가슴에 총을 맞았지만 1분도 안돼서 회복하더군. 그러니 무사하다고 해두지.”
그녀는 그 소식이 달갑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가 얼굴을 찌푸렸을 때, 입가의 주름이 깊어져 있었다.
“당... 당신에게도 그런 일이 생기면, 그렇게 다치면... 전부 느끼죠?”
“말해줘도 못 믿을걸.”
“치유가 된다 해도?”
“오히려 치유되는 바람에 더 느끼는 것일지도.” 로건이 말했다.
“생각해봐, 치명상을 입고 그냥 죽는다면 온 몸의 감각이 사라져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그럴 것 같네요.” 코너는 돌아서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경관이 아닌 깜깜한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어떤 부모도 자식이 고통 받는 건 원하지 않아요.”
“좋은 부모라면 그렇겠지.”
그녀는 유리에 비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래요, 좋은 부모라면요. 다니엘과 난, 우린 오랫동안 나쁜 부모였어요. 아주 형편없었죠. 그러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그마저도 망쳐버렸어요. 몇 년동안 셋이서 도망칠 계획을 세웠어요. 에이버리가 여섯 살 때부터 돈을 비밀계좌로 조금씩 옮겼고. 저들이 우릴 가까이서 감시하지 못하게 하려고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해 봤어요. 심지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려고 가짜로 파경을 맞은 것처럼 꾸미기 까지 했어요.”
“하지만 그 모든 게 헛수고가 돼버렸어요.
저들이 그녀를 데려갈 거에요, 로건 씨. 내 딸을 잡아가서... 그녀를 해칠 거에요...”
“아직 시간은 있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시간은 있어.” 로건이 거듭 말했다.
“그 아이는 닌자와 함께 있어. 그리고 보아하니 그 둘은 서로를 신뢰하고 있어. 엘렉트라는 그 아이를 해치지 않을 거야. 장담컨대 엘렉트라는 에이버리를 보호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거야. 키퍼가 그들을 찾아내긴 쉽지 않을....”
“아뇨, 그렇지 않아요.” 코너가 다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아이는 유전자 조작을 받았다고 말씀드렸죠. 그 아이의 유전자는 특별히 재단되어 있어요.”
“그랬지.”
“그 아이는 정부가 원했던 대로, 스피드와 힘, 힐링 펙터를 갖추고 있어요.”
“그래, 다 아는 얘기지.”
“그리고 추적할 방법도 있어요.” 코너가 말했다. “에이버리는 몸에서 화학적 신호를 뿜어내요. 그녀 자신도 모르고 있는 사실이고. 설령 안다 해도, 몸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그것도 멈출 수가 없어요. 아주 희미하지만, 매우 뚜렷하고, 적절한 장비만 갖춘다면 추적하기 아주 쉬운 신호에요.”
“그리고 물론 키퍼에게는 적절한 장비가 있겠지.” 로건이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그의 등 뒤에서 문이 열렸다.
“찾았다.” 키퍼가 신이 나서 말했다. “자 이 모든걸 끝내보자고. 로건, 넌 나랑 함께 간다. 그리고 누가 코너 박사를 정중히 모셔 오도록.”
“그녀가 굳이 볼 필요는 없잖아.” 로건이 말했다.
키퍼는 마치 모욕 당한 양 말했다. “멍청한 소리 하지마, 로건. 그녀는 내 보험이야. 그녀도 같이 타고 간다.”
“헛수고에요.” 코너가 말했다.
키퍼는 웃었다. “그거야 당신이 누굴 위해 일하느냐에 따라 달렸지.”
그녀는 다시 창 밖을 내다 보았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군요.”
“그러면 따뜻하게 껴입는 게 좋겠군.” 키퍼가 그녀에게 말했다. “난 박사가 감기 걸리는 건 별로 원하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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