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트럭을 브룩클린에 버리고, 지하철을 타고 맨하튼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그 둘을 모녀라고 오해하지도 않았다, 실은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없었다.
엘렉트라는 자신이 갑자기 왜 이런 걸 신경 쓰고 있는지 의아해졌다.
그 둘이 역에서 33번가로 나왔을 때는 자정이 지난 후였다. 하늘에서는 눈발이 가볍게 날리고 있었다.
엘렉트라가 주초에 확보해 놓은 아파트까지 가려면 두 블록은 더 가야 했다.
그곳은 엘렉트라가 안전 가옥으로 만든 세 곳 중 한 곳이었다.
그녀는 현관문을 따고 에이버리를 복도로 들여보내면서 마지막으로 미행을 감시해 보았다.
길 양쪽으로 여러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서서히 눈이 쌓이고 있었다.
엘렉트라는 눈이 안 쌓인 차들과 적게 쌓인 차들을 기억해 놓은 후, 에이버리를 따라 들어갔다.
아파트는 도로가 보이는 1층에 있었다. 엘렉트라는 거실 불을 꺼둔 채로, 주변을 돌아다니며 눈과 감각을 총 동원하여 누군가 침입을 하거나 침입하려 시도한 흔적을 샅샅이 뒤져보았다.
아파트는 안전해 보였고, 엘렉트라는 한 번 더 점검한 후 에이버리를 안쪽 침실로 안내하고, 불을 켰다.
“여기서 자면 돼.” 엘렉트라가 말했다.
에이버리는 벌써 코트를 벗어버린 후였고, 신발 끈을 풀고 있었다.
그녀는 신발을 다 벗고, 엘렉트라를 바라보며 갑자기 활짝 웃었다. “나도 좀 가르쳐 줘요.”
“가르치다니... 뭘?”
“그냥 가르쳐 달라고요. 뭐든지 간에요, 다만 언니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것으로요. 발차기라던가, 닌자 킥. 아니면 언니가 가진 그런거 사용하는 법이요. 사이라고 하던가요? 어떻게 쓰는 거에요?”
“왜?”
소녀는 마치 엘렉트라가 뜬금없는 소리라도 하는 것처럼 바라보았다.
“말했잖아요.” 에이버리가 말했다. “난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
엘렉트라가 얼굴을 찌푸렸다. “넌 니가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고 있어.”


“아뇨, 잘 알고 있어요.” 에이버리가 가까이 다가왔다, 소녀의 표정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정말이에요. 저녁 먹고 나서부터 쭉 생각해 봤어요. 지금까진 난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테스트 하는 대로... 내 몸에 무슨 짓을 하는 대로 그냥 그렇게 살아왔어요. 더 이상은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아요. 난 언니처럼 하고 싶고,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 자유롭게요.”
“넌 아직 잘 모르고 있어.” 엘렉트라가 다시 한 번 말했다. “나처럼 되고 싶지 않을 거야.”
갑자기 소녀의 얼굴에 노기가 서렸고 엘렉트라는 놀랐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 언닌 무엇이든 할 수 있잖아요, 다 봤어요, 언닌 유리 창 밖으로 날아 오르고, 손에서 칼날이 튀어나오는 남자랑도 싸우잖아요. 언닌 누구한테 복종하지도 않고, 언니를 배신하는 사람이나 해하려는 사람도 없...”
“넌 지금 혼란스러운 거야.” 엘렉트라가 말했다.
“아버지의 죽음, 납치 때문에 제대로된 생각을 못하고 있어.”
“아뇨. 난 언니가 아빠에게 한 짓을 알아요. 안다고요. 그리고 상관 안 해요. 알겠어요? 아빠가 날 만들었다고 해서 날 사랑하는 건 아니에요.”
소녀는 팔짱을 끼고 노려보았다. “혼란스러운 사람은 언니에요.”
“아냐.”
“언니도 그걸 원하는 거잖아요, 아직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지. 날 가르칠 생각이 없었으면 여기로 데려 오지도 않았고, 훨씬 전에 죽여 버렸을 것 아니에요.”
엘렉트라는 입을 다물었다.
에이버리는 계속해서 말했다. “언니도 아는 거죠, 그렇죠? 내가 언니처럼 될 수 있다는 거 알잖아요. 언니가 직접 말했잖아요. 우아하고 치명적이면서 자유로운, 언니처럼요.”
침묵이 흘렀다. 엘렉트라는 생각에 잠겨 있었고 에이버리는 기다리고 있었다.
소녀는 위험했다. 그녀가 소녀를 처음 보았을 때보다 더 위험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웨이트리스와의 대화 이후로 다시 한 번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이버리 머릿속에 무엇이 있는 진 몰라도, 그것은 에이버리가 겁에 질리고 눈물을 흘리게 하는 대신 웃음이 터져 나오게 만들었고, 소녀가 그녀의 친구이자, 조력자 그리고 딸이 되고 싶어 하도록 부추키고 있었다.
엘렉트라도 그래선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 한 구석에 그랬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느껴졌다.
에이버리가 하는 모든 말들은, 마치 그녀 자신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녀가 소녀 또래일 때, 똑같이 오만하고 반항적이고 필사적이었다.
그리고 천진했다.


“이건 게임이 아니야.” 엘렉트라는 소녀의 턱을 잡고 강제로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난 죽음을 불러오는 암살자야. 난 두 번 다시 얻을 수 없는 것을 앗아가. 난 무자비하고 능숙한데다가 가차 없고 내 일에 완벽을 기하는 사람이야.”
그녀는 소녀의 얼굴을 놔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되고 싶어?” 엘렉트라가 물었다. “그렇게 할 수 있겠어?”
소녀는 눈에 눈물이 고인 채 말했다. “난 남은 게 아무것도 없어요.”
“어머니가 있잖아.”
“날 딸이라고 부르는 여자는 있죠. 날 거의 보지도 못한 거짓말쟁이요. 언니가 아빨 죽이러 왔을 때 왜 침대에 엄마가 없었는지 알아요? 엄만 바람을 피고 있어요. 언니는 ‘두 번 다시 얻을 수 없는 것’을 앗아간다고 하셨죠. 적어도 언니는 그 일을 완벽하고 무자비하고, 능숙하게 처리하고, 세심하게 신경을 쓰잖아요.”
“마치 간단한 일처럼 말하는 구나. 감정은 켰다 껐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인법 또한 단순한 주먹질과 발차기가 아니야. 그보다 훨씬 복잡한 거야.”
“그럼 발차기랑 주먹질부터 시작하면 되겠네요.” 에이버리는 마치 요점을 정리하듯, 앞차기를 날리면서 말했다.
엘렉트라가 팔로 간신히 발차기를 막아내면서 중단선이 비자, 에이버리는 그녀의 턱을 노리고 주먹을 찔러 넣었다.
엘렉트라는 막아내고 에이버리의 팔을 튕겨냈다. 근육과 뼈가 욱씬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소녀는 예상보다 훨씬 힘이 셌다.


“자칫하면 내 이빨에 주먹을 다칠 뻔했어.” 엘렉트라가 말했다.
에이버리는 숨을 내뱉고 엘렉트라의 수비를 뚫기 위해 그녀의 단전에서부터 갈빗대까지 주먹을 세 번 내리 질렀다. “난 언니 목을 겨눈 거에요.”
“형편없는 조준이구나.” 엘렉트라는 한 손으로 주먹들을 쳐내고,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 에이버리의 빈틈을 노렸다.
비록 살의가 담겨 있지 않고, 단순히 경직시키기 위함이었지만 엘렉트라가 날린 일 권을 에이버리는 여유롭게 막아내었다.
언짢아진, 엘렉트라는 곧바로 이격을 날렸다. 아까 보다 빠른 주먹이었지만, 에이버리는 또다시 뒤로 뛰어 피했고, 발뒤꿈치로 튕겨 서며 자세를 바로 하였다.
이토록 어린 소녀가 이런 민첩함과 힘을 가지다니. 엘렉트라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이버리는 오른 다리로 돌려차기를 날렸다. 하지만 그것은 허초였고, 발차기의 축을 회전시켜 훅 킥을 날렸다. 소녀의 발 뒤꿈치는 엘렉트라의 명치를 노리고 있었다.
쓸데없는 동작이 많고 현란했지만, 굉장히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엘렉트라는 뒤로 물러나서, 잠깐 생각한 후, 발차기 사정권 안으로 들어갔다.
장난은 끝이었다. 그녀는 오직 싸움을 끝내기만을 바랬고, 지금이 바로 끝을 낼 시간이었다.
하지만 에이버리는 속지 않았다. 그녀는 발을 멈추고 뛰어올라 오른쪽 팔꿈치로 엘렉트라의 어깨를 공격하였다.
고통은 대수롭지 않았다. 하지만 엘렉트라를 분노하게 만들긴 충분했고, 그녀의 몸은 미처 생각해보기도 전에 반응하고 말았다.


그녀는 양 손으로 에이버리의 손을 잡은채, 소녀의 손목을 등 뒤로 비틀어 꺾어 버렸다. 에이버리는 몸을 비틀어 숙여가며 압박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엘렉트라는 계속하였고 굽었던 에이버리의 허리가 뒤로 펼쳐져서 균형을 잃고 갇힐 때까지 놔주지 않았다.
비명과 함께, 소녀는 바닥으로 쓰러졌고, 엘렉트라는 에이버리의 손목을 놔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 대신, 그녀는 한쪽 무릎으로 에이버리의 허리 관절을 눌러 압박하였다.
“그만.” 엘렉트라는 소녀의 손목을 놔주며 말했다.
에이버리는 차분하게 숨쉬며, 웃었다. 그녀는 두 발로 일어서서, 소맷자락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봤죠?” 소녀가 말했다. “제가 하는 거 봤죠? 전 놀라움의 연속이라고요.”
엘렉트라는 확실히 보았다. 원초적인 스피드와 힘, 그리고 풍부한 재능이 느껴졌다.
배우고 행할 의지가 가득한 아이였다. 그 엄청난 잠재력이 재능을 일깨워줄 적당한 교사만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그녀라면...
어쩌다 나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용납하고 있는 거지?
이것 때문에 애초에 그녀를 납치해 온 걸까?
자기 연민 때문에 에이버리가 나와 같은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고.
오래전 내 아버지를 잃었던 것처럼, 내가 에이버리 아버지 목숨을 빼앗은 죄책감 때문일까.
에이버리는 그녀를 향해 미소 지은 채, 자기 자신을 대견해 하면서 그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식료품을 구하러 가야겠다.” 엘렉트라는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귀에도 거짓말처럼 들렸다. “찬장에 아무 것도 없어. 넌 여기에 있어.”
그녀는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뒤돌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