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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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얼마 전에 MIT 러스 테드레이크 박사가 카네기멜론대를 방문해서 강연을 한 바 있습니다.
JOYSF에도 내용을 올려야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동영상이 올라왔길래 퍼왔습니다.
고속으로 달리는 보행 시스템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연구하고 있다는 내용이고
대충 시속 30마일 정도 속도를 낼 거고 140cm 정도의 키에 무게는 30킬로그램 정도.
동력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으므로 시뮬레이션 돌리고 적당히 때우다가 연구비 따먹으려는 거 같기도 하고.
아뭏튼 그렇습니다. 아.. 참고로 돈 대는 녀석들은 달빠DARPA입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
달빠에 "Maximum Mobility and Manipulation Program"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쪽하고 연관 있다고 하네요.
상기 프로그램의 목표는 시속 수십마일의 고속 이동이 가능한 로봇형상을 구현하는 겁니다.
이 내용을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족보행에 관한 뿌리깊은 편견 때문입니다.
뭐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고, 영미권에서도 보행장치, 특히 이족보행은 쓸모없는 것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수많은 연구자들이 이족보행을 연구하고 있죠. 왜 그럴까요?
거기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이족보행은 인간의 생활권에서 가장 효율적인 이동방식중 하나입니다. (이 부분은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두번째로 장거리 고속 이동시 이족보행의 에너지 효율이 대단히 높습니다.
다리의 갯수는 곧 추가적인 에너지 소비입니다. 이동 속도가 높아질수록 에너지 소비는 더욱 심해집니다.
동물들, 특히 치타나 얼룩말같은 빠른 동물들이 달리는 모습을 동역학으로 단순화시켜보면
고속 이동시에는 두 다리로 달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죠. 사실 많은 다리가 필요없거든요.
제어기술이 갖춰진 요즘에는 쓰러지지 않게 자세를 유지하는 것 자체는 오히려 큰 장벽이 아닙니다.
다족이 이족에 비해 유리한 건 적재하중이 크다는 것과 정지상태에서 에너지 소모가 적다는 점 두 가지인데
실제로는 큰 적재하중이 필요한 분야에는 캐터필러나 바퀴를 쓰면 되기 때문에 어중간하죠.
이족보행은 바퀴나 캐터필러로 대체할 수 없는 장점이 많습니다. 저속에서는 보조다리나 보조바퀴를 내리면 됩니다.
이런저런 이유들 때문에 먼 미래를 내다보고 연구자들은 2족보행에 끊임없이 투자를 하고 있고
아직까지 선두주자는 일본 그리고 미국입니다. 일본은 로봇 보행에 관한 기초 이론을 처음으로 정립한 나라입니다.
장난감처럼 보이는 아시모의 나이가 벌써 스물다섯살이죠. 25년째 한 로봇을 붙들고 연구하고 개량해온 겁니다.
(아래 영상은 일본쪽 연구팀이 테스트중인 컨셉입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대부분 사람들은 보행 기계라고 하면 돈 낭비라며 까기 바쁘죠.
저야 그냥 약간 관심있는 한량일 뿐이니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대충 흐름을 살펴보면 최소 20년 내에 인간이나 짐승에 매우 근접한 보행로봇들이 등장하리란 점은 분명해보입니다.
그 때가 오면 또 대중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걸 기정사실로 여기겠죠. 세상 돌아가는게 그렇더라구요.
^^
'하녀 로봇'을 위해서라도 이족 보행 개발은 유망한 분야일 겁니다. 시장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요.
다만 이족보행 '병기'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 무기는 공방속의 3박자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고, 거기에 피해 관리도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족보행방식은 매우 불리하지요.
집채만한 2족보행 로봇이 나와서 전투기고 탱크고 전함이고 다 때려잡으면서 리얼한척 하는 것만 아니면 뭐...특별히 2족보행 로봇을 까내릴 꺼리는 없을 겁니다. 갠적으론 그런 점에서 오히려 아시모같은 2족보행 로봇의 컨셉이나 방향성에는 호감을 가진 편이죠.
역시 아직까지 현실감 있는 이족보행은 인간의 걸음과 많이 떨어진 것 같네요. 최소한 겉보기엔 말입니다.
동물에 가까운 로봇이 더 일찍 나올 것 같은데, 지금부터라도 많이 봐둬서 괴리감을 없애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빅독이나 이런 거 보면 좀 징그러워서 적응이 안 될 것 같아요….)
이제 사람 사이즈 정도의 이족보행은 괜찮다...는 단계까지 온 건가요. ㅎㅎㅎ
뭐 어쨌든 자연계를 보면 뭐가 가능하고 뭐가 불가능한지는 대충 알 수 있습니다. 자연은 최고의 스승이니까요.
자연계에서 이족보행을 하는 가장 큰 생물은 뭘까요?
사람...... 현재로썬 그렇습니다.
사실은 고릴라가 사람보다 좀 더 크니까 '유인원' 쯤이라고 해두면 되겠군요.
그런데 그건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들만 생각했을 때구요, 실제로는 더 큰 놈들도 있습니다. (아니, 있었습니다.)
빠르고 단순한, 매우 효율적인 보행구조를 가진 생물이죠.
척추에 의존하지 않고 다리의 근력만으로 보행하기 때문에 로봇공학에서 구현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많은 SF작품들이 저 생물을 모티브로 한 로봇들을 등장시켰죠.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 2020우주의 원더키디 - 왜 이런 명작이 또 안나오나 모르겠어요.
아뭏튼 이 그림만 봐도 사람보단 훨씬 크군요.
2족 보행 논란이 일어나는 경우는 2족 보행이 병기로서 사용됬을때를 가정했을 때만 일어나는거 아니였나요?
2족 보행이 에너지 효율이 높고 기술발전으로 인한 제어기술이 발달해 험지돌파능력이 향상된다고 해도
적재 중량이 바퀴나 무한궤도에 비해서 매우 낮아 장갑과 무장이 빈약해지고
차고가 지나치게 높아져서 피격당하기 쉬워지는게 문제라
(2차세계대전때도 수비를 위해 기동성이 필요없을 경우에는 전차의 차고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전차호를 파서 포탑만 내놓는 경우가 많았죠.)
민간분야에서는 2족보행의 활용도가 높겠지만 전투용 병기로 쓰이기는 가까운 미래에도 힘들것 같습니다.
폭주_고양이님///
으흠, 제가 생각하기에는 적재중량 부족이라는 문제가 '(보행형) 로봇이 기관총을 버틸 수 있다'를 성립시키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로서 반드시 작용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적재중량에 관련한 문제는 (보행형 로봇과 강화복 양쪽 모두를 다 포함한) 보행기계 전반의 태생적 문제이니 만큼 역시 바퀴나 무한궤도에 비해서 어느 정도의 한계는 있을 것이고 그 한계가 미래에도 계속 이어지리라 보는 것이 일단 타당하긴 하겠지요. 다만 그렇다 해서 보행기계의 적재중량 같은 것이 미래에도 지금과 다를 바 없는 구린(...) 수준으로 계속 이어지리라 보는 것은 그리 타당하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미래에도 지금 같은 구린 수준이 계속될 것 같다' 정도라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들어가는 것이니 또 모르겠습니다만, '미래에도 지금 같은 구린 수준이 반드시 계속될 것이다'라고 잘라 말하는 건 조금 위험한 생각이 될지도 모르지요.
사실 현대에도 이것과 어느 정도 비슷한 예가 있긴 한데, 방어력 부족이나 험지돌파력 부족 때문에 밀덕들 사이에서는 여러모로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비판받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자기 영역을 확보해가고 있는 장륜장갑차들이 그렇습니다. 장륜장갑차라는 카테고리의 병기는 아주 옛날부터 존재해오고 있었고(2차대전은 물론 1차대전 때에도 존재했었던 나름 유서깊은 장르였지요, 아마?) 나름 활약해오고 있었긴 합니다만, 그 장륜장갑차에 기관포나 대전차미사일 뿐만 아니라 105mm 강선포 같은 물건까지 올라가는 날이 오리라고는 적어도 과거에는 예상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뭐 예전에도 75mm 대전차포 같은 걸 싣고 다니는 장륜장갑차가 2차대전 무렵에 있었기도 하고 해서(아마 독일이 그런 물건을 만들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조가 아주 없지는 않았긴 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정말로 105mm 강선포가 장륜장갑차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적어도 과거에는 그리 진지하게 생각되지 않았을 겁니다. 아마 중량이 너무 가볍고 안정성도 뒤떨어지는 등 이래저래 문제점이 많은 장륜식 차량에서는 반동 문제 같은 걸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정도 구경의 대포를 탑재하기가 힘들 것이라 여겨졌었겠지요. 허나 지금에 와서는, 역시 미래의 기술수준을 당대의 기술수준을 절대적 기준으로 해서 함부로 예단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결과가 나오고 있지요.
한편 무한궤도로 굴러가는 땅끄의 세계에서도 나름 비슷한 예가 없지는 않은데, 과거에는 구경 120mm~125mm 정도의 활강포를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반동흡수능력 같은 것을 고려해볼 때 전차의 중량이 적어도 50t 이상은 되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되고 있었던 것 같지만(구소련/러시아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서방국가들은 그렇다고 여겼던 모양입니다.) 요새 들어서는 그 전제가 슬슬 깨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50t 미만의 중량으로도 구경 120mm~125mm 정도의 활강포의 탑재가 (성능이 어떨지는 둘째치고) 일단 가능은 하다는 게 구동구권 쪽에서 뿐만 아니라 구서방권 쪽에서도 실증되고 있는 모양이던데, 이런 걸 봐도 역시 미래의 기술수준은 반드시 이러이러하게 될 것이다... 라는 식의 (밀덕들이 흔히 하는 식의) 그런 예측은 역시 경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좀 뜬금없는 얘기긴 하지만 (밀덕들이 뭔가 창작물들을 보면서 흔히들 하곤 하는) 과도한 고증드립은 오히려 안 하니만 못하다...라는 말도 생각나더군요. 고증에 너무 과도하게 집착하게 되면 고증을 추구할 수록 되려 고증과 멀어지는 아이러니한 일도 생길 수 있으니 말이지요.
중요한 건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그 기술이 '모든 방향으로' 적용된다는 겁니다.
장륜식 장갑차의 발전을 언급하셨지만, 장륜 장갑차가 그렇게 발달하는 동안 궤도 전차는 그 이상으로 발달했습니다. 동일 기술이 마찬가지로 적용되었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 '장륜식이 궤도식에 비해 안정성이 뛰어나게 되는 기술' 같은 게 발달해서 둘의 성능 관계가 역전된 게 아니라 그냥 전반적으로 성능이 좋아진 것 뿐입니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프롭기가 제트기보다 빨리 날 수 있는 기술' 같은 게 어디서 튀어나오지 않는 이상, 공중전의 주류는 제트기가 될 수 밖에 없는 거나 마찬가지죠.
이족보행이 차륜식, 혹은 다족식에 비해 적재 중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거의 물리 법칙에 가까운 거라서, 그 분야에 국한된 뭔가 획기적인 기술 발달이 없는 이상 뒤집어지기 어렵습니다. 이족보행이 발전해서 적재 중량이 증가한다면, 그 기술은 대부분 차륜식이나 다족식에도 적용되어 마찬가지로 적재 중량이 증가하게 되거든요.
결국 탱크는 탱크고 장갑차는 장갑차입니다. 현대 장갑차가 2차대전 탱크보다 공방주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고 해서, 탱크와 장갑차의 상하관계가 역전되는 건 아닙니다.
르혼님//
저도 르혼님이 말씀하신 것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위와 같은 주장을 펼친 것은, '동일 기술이 A와 B에 똑같이 적용될 경우 A와 B가 둘 다 똑같이 강해지는 게 아니라 여전히 A가 B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라는 법칙이 성립되어서 둘의 성능 관계가 역전되지 않는다 해도 그것을 근거로 해서 무조건적으로 'A가 B를 반드시 완전하고 완벽하게 대체하지 않으면 안 된다. B를 완전하고 완벽하게 대체하지 못했다면 애초에 A는 전혀 존재가치가 없는 거다'라는 전제를 만들어 내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전자는 맞는 얘기지만 후자까지 맞는 얘기라고 보기는 어려우니까요. 반드시 성능 관계의 역전을 이끌어내야만 B의 존재가치가 생겨나는 것은 아닙니다. B의 존재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A와 B 사이에서의 성능 관계의 역전이 일어났느냐와는 일단 별개로 생각해야 되는 문제이니까요. 설령 B를 까는 입장이라 해도 이 점은 일단 기억해두면서 B를 까야 되는 거지, '성능 관계의 역전이 없었으니 B는 가치 없는 존재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선 곤란한 것입니다.
제가 위의 주장을 펼친 것은 탱크와 장갑차의 상하관계가 역전되었다는 식의 그런 주장을 펼치기 위함이 아닙니다. 밀덕들 사이에서는 당대의 기술수준을 절대적인 판단기준으로서 '신성시'하는 가치관이 만연해있고 그러한 가치관의 만연이 과도한 고증드립과도 결합되고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되려 너무 지나치게 부정확한 미래예측으로까지도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죠. 뭐 미래예측이 부정확해져버리는 거야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닐 것 같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이것은 이러이러하고 이러이러하니 절대로/반드시 이러이러하게 될 것이다'라는 호언장담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덧붙여야 겠네요. 'A가 B를 반드시 완전하고 완벽하게 대체해야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A는 존재의의 자체가 없다'라는 식의 주장이 밀덕들 사이에서 일종의 고정관념으로서 만연해 있지만 이것은 (뭔가를 옹호하기 위한 주장으로서도, 또 반대로 뭔가를 까기 위한 주장으로서도) 그렇게 바람직한 생각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지요.
네드리님//
말씀하신 대로 'A가 B를 반드시 완전하고 완벽하게 대체' 어쩌고 하는 얘기가 주로 나오는(그래서 그것 때문에 부정확한 미래예측을 하게 되는) 것은 창작물 쪽이죠.
허나 이 정도 선도 아니고 'A가 B를 반드시 완전하고 완벽하게 대체해야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A는 존재의의 자체가 없다'라는 주장을 어떠한 토의의 전제로서 깔고 들어가곤 하는 쪽은 다름 아니라 밀덕 계열입니다(아니, 사실은 밀덕 계열 말고도 저런 전제를 깔고서 토의에 나서는 덕후들이 숱하게 존재하고 있으니 딱히 밀덕만 나쁘다던가 하는 것은 결코 아니겠습니다만, 이 부분에 대해선 할애합니다.). 아마도 이런저런 창작물들의 'A가 B를 반드시 완전하고 완벽하게 대체' 어쩌고 하는 얘기들을 비꼬고 풍자하기 위해 나온 주장인 것 같기도 하고, 또는 반대로 저런 창작물들의 'A가 B를 반드시 완전하고 완벽하게 대체' 어쩌고 하는 얘기들로 인해 무언가 고정관념이 형성된 결과 나온 주장(즉 창작물들이 불러일으킨 부작용)인 것 같기도 하니까 왜 저런 주장들이 나오는 건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별로 좋게 보이지만은 않더군요.
P.S1 드립이나 밀덕 같은 단어들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셨는데, 혹시 joysf에서는 드립이나 밀덕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까? 뭐 드립에 대해서는 원래 의미가 좋지 않게 쓰이는 경우가 많은 말이니 만큼 저 자신도 딱히 변명할 말이 없긴 합니다만, 밀덕의 경우에는 단지 '밀리터리 오타쿠'의 준말 정도이니 그렇게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요.
P.S2 P.S1에서 말한 것과는 별개로 하는 얘기인데, 밀리터리계에서 종종 보여주고 있는 모습들은 분명 고증'드립' 소리를 들어도 별로 할 말 없는 그런 케이스들이 많습니다. 창작물에서 밀리터리적 고증과 들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비현실성 논란을 일으키면서 집요하게 까대는 밀덕들이 솔직히 너무 많거든요. 창작물에 뭔가 밀리터리적 요소를 넣는다는 것 자체가 밀덕들에게 고증을 빌미로 공격당할 여지를 주는 것 자체가 되어버릴 정도로 말이지요. 농담 아니라 진짜 그럽니다. 밀덕들에게 공격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기가 만들고자 하는 창작물에서 밀리터리적 요소를 가능한 한 다 빼는 것도 나름 방법이 될 수 있을 정도이니까요...
물론 모든 밀덕들이 다 그런건 아니고 역으로 밀덕이라 불리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조류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기는 한데(이런 조류 자체가 꽤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문제인 것도 사실이고, 또 밀덕이 같은 밀덕을 고증을 빌미로 공격하는 일도 있고 하나보니... 당연히 이런 조류가 모든 밀덕들에게 환영받는 것은 결코 아니지요.), 문제는 DC의 밀리터리 관련 갤러리들을 시작으로 하는 좀 규모 있다 싶은 동네들에서의 일반적인 대세가 저런 쪽이다보니 밀리터리계 전반적으로 고증드립 소리 들을 만한 일들이 너무 많이 터져나오고 있어요. 이런 일들에 대한 문제제기도 숱하게 행해지고 있지만 별로 변하는 건 없고 말이지요.
뭐, 사실 이런 과도한 고증드립 문제는 엄밀히 말하자면 딱히 밀리터리계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서브컬쳐계 전반의 문제가 되고 있는 일이니 딱히 밀덕들만이 문제인 건 아닙니다만...
아뇨. 금지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글에서 그 단어들을 반복 언급하면 자신과 대화하는 상대방이 드립치는 밀덕이라는 말을 돌려서 말하는 거라 이해되기 쉽겠죠.
다들 - 혹은 뭐 절대 다수라도 좋지만 - 여기에 없는 사람들이지만 어쨌건 밀덕들은 그렇다 라는 식의 주장이라면, 저도 대다수의 애니메이션 오타쿠들은 만화에 나오는 환상에만 푹 빠져서 집요하게 현실적이지 않은 것들도 미래에는 만들어질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드립이나 하고 있다고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이런 글만 쓰면 나는 건 서로 불필요하게 편을 가르고 밀덕이니 오덕이니 하는 이름표를 붙여 대립을 조장하는 싸움 밖에 없겠죠.
이런 이야기는 그만두고...어쨌건 미래에는 '보행병기가 더 좋아질 수도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가능성의 영역이며 그래서 한계를 가집니다. 그럼 미래에는 '보행병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라는 주장으로 반박될 수도 있거든요. 어차피 두 가지 다 가능성은 있고 미래는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현실을 끌여들여 미래도 현실과 거의 같거나 현실의 가능성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가정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미래를 이야기할 때 어쩔 수 없이 겪는 한계죠.
저는 A보다 B가 열악하다고 해서 무가치하다고 얘기한 적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제가 예로 든 탱크와 장갑차에서 장갑차가 무용하다는 얘길 한 적 있나요?
저는 다만 '뭔가 특이한 기술 변혁이 생기지 않는 이상 장갑차가 탱크를 뛰어넘지는 못한다'는 얘기를 한 것 뿐입니다.
그리고 '현대' 기술을 얘기한 것도 아닙니다. '전반적인 기술 수준이 같다면'이라고 했지요. 1차대전의 탱크와 차량 (그때 장갑차 개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네요), 2차 대전의 탱크와 장갑차, 냉전 시대의 탱크와 장갑차, 현대의 탱크와 장갑차를 비교해 보십시오. 그때 그때의 기술 수준은 각자 다르고 위상이나 용도도 조금씩 바뀌어 가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역할이나 성능 관계가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획기적인 기술'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이런 상성 관계는 쉽게 바뀌지 못하고, 그런 기술은 말 그대로 '현재 생각조차 못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토론하거나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이런 예로는 '비행'이 있지요. 나폴레옹 시대의 군사 기술자들이 보병와 기병의 성능을 논하면서 비행기의 출현을 얘견하는 (그래서 현대 기병인 헬기의 일격이탈 전법을 얘기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겠습니까.
르혼님//
저도 르혼님께서 그런 의도로 얘기를 펼치신 건 아니라는 건 압니다. 제 발언 때문에 불쾌해하셨다면 그 점에 대해선 사과드리는 바입니다.
다만 제가 굳이 위의 덧글과 같은 얘기를 했었던 것은, 'A를 B가 대체하지 못했으니 B는 무가치하다'라는 식의 전제를 암암리에 깔고 들어가는(왜 그런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아마 빠르게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은 되네요.) 사람들이 진짜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아, 혹시나 해서 하는 얘기입니다만 르혼님이나 그 외 여기서 토의하고 계신 다른 여러 분들이 거기에 포함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니 오해 마셨으면 합니다.
제가 문제삼는건 방어력 부분입니다. 공격력이야 현용 보병 화력(혹은 약간의 강화판)을 거의 사용 가능하겠죠. 잘만 만들면 일부 차량용까지도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방어력은 순수하게 장갑의 무게와 두께로 결정됩니다.
http://kookbang.bemil.chosun.com/bbs/view.html?b_bbs_id=10002&pn=0&num=509
이건 대공포이긴 하지만, 어쨌든 14.5mm 중기관총입니다. 관통력은 링크에 나온 대로 500m에서 32mm, 1000m에서 20mm 수준으로, 현재 일반 보병의 유효 사거리인 300~500m 정도에서 3cm 이상을 뚫어 버립니다. 말이 3cm지, 이정도 두께의 장갑을 두른다면 그 무게가 장난이 아닙니다. 물론 이건 차량 없이 운용할 수 없지만, 이족보행 병기가 걸어다니는데 이런 물건을 쉽게 못굴린다면 그것도 웃기는 일이겠죠. 그냥 적당한 장갑차량에 붙여도 되고요.
일단 전투거리를 1km로 잡아서, 관통력 20mm를 기준으로 장갑 무게를 따져 봅시다. 현재 장갑은 강철 합금을 사용합니다. 성질이 제일 좋거든요. 그 정확한 조성은 알 수 없지만, 일단 간단하게 순수 철로 따져서 무게를 따져 본다면, 비중은 약 7.8g/cm^3, 두께 2cm에 넓이 약 2m^2로 잡죠. 물론 중요한 부분은 두꺼울거고 비교적 덜 중요한 부분은 얇겠지만, 평균 잡아서 2cm로 합시다. 부피는 2만cm^3, 무게는 156kg이군요. 이족보행병기도 일단은 금속제일 테고, 그 자체 무게는 인간보다 무겁겠죠? 엄청 경량화해서 100kg 정도로 잡고, 공격용 장비를 탄환 포함해서 30kg만 잡아도(설마 이런 병기 만들어서 소총 들려주진 않겠죠.) 300kg에 가까운 무게가 나옵니다.
현재 미군이 개발하고 있는 헐크는 90kg의 짐을 지고 시속 16km로 이동 가능합니다. 병사의 몸무게를 80kg으로 잡으면 170kg쯤 되겠네요. 병사 본인의 힘도 들어갈테니 헐크의 순수한 힘은 저보다는 작겠죠.
결론은 관절운동을 할 수 있는 동력이 얼마나 강력해질 수 있느냐입니다. 최소한 지금의 두 배 이상은 강해져야 일단 쓸만한 물건이 나올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서 돈값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면에 있어서는 조금 회의적이네요.
더 나아간다면 뭐 제어나 정비나 그런 쪽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적재중량과 그에 따른 방어력-기관총 공격력 이야기이니 그건 빼야겠죠.
폭주_고양이님//
적재중량의 낮음으로 인한 방어력 문제를 말씀하셨는데, 적재중량을 어느 정도 늘릴 수 있다면 소총이나 기관총을 막을 수 있을 만한 방어력을 확보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장갑도 확보될 수 있지 않을까요? 과연 어느 정도까지 (보행형) 로봇의 방어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이렇게 글을 쓰는 저도 사실 상당히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기는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총을 버틸 수 있는 (보행형) 로봇'의 개발이 아주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 것은 적어도 일반적으로 보병이 휴대하는 수준의 기관총에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보행형) 로봇의 개발이 일단은 미래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방어력 문제에 있어서도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는 속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재의 보병용 방어구에서도 지금까지의 상식을 무너뜨리는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방탄헬멧의 경우가 그러한데, 지금까지는 소총탄을 방어 가능한 방탄헬멧의 개발이 재료공학적 한계로 인해서 불가능하다는 것(그리고 어찌어찌 만든다 해도 무게 등을 감안했을 때 인간이 사용할 만한 것은 결코 못 된다는 것)이 정설이 되고 있었지만, 최근 미국에서 소총탄을 방어 가능한 방탄헬멧이 등장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쯤부터 새로 미군에 도입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중량이 그리 크게 늘지 않았음에도(아니, 되려 더 가벼워졌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AK용 소총탄을 영거리에서 방어 가능할 정도로 방탄성능이 오르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오는 걸 보니 방어력이 꽤 오르고 있는 건 사실인 듯 합니다. 이걸 감안해볼 때 7.62mm NATO탄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는 방탄헬멧이 언젠가 근미래에 나오는 것도 딱히 비현실적인 예상은 아니겠지요. 방탄복의 경우에는 이미 7.62mm NATO탄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는 물건이 미군에서는 일선 부대에 보급되고 있는 것 같고...
이런 현실의 기술수준의 발전을 감안해 봤을 때 되려 적재중량에 있어 인간보다는 그래도 우위일 가능성도 있는 (보행형) 로봇의 방어력이 현재의 보병용 방어구만도 못 하는 그런 수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인간보다는 여러모로 방어력 면에서 우월할 수 있겠지요(방탄플레이트 같은 데에도 금속을 사용하기는 어려운 보병용 방어구와는 달리 이쪽은 금속제 장갑판의 사용도 어느 정도는 시야에 넣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문제는 12.7mm~14.5mm 정도의 중기관총용 대구경 기관총탄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방어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적어도 이번 세기 내에는 그리 쉽게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아보인다는 것인데(아시다시피 재료공학의 발전속도는 상당히 느리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 클래스의 중기관총을 보병이 '휴대'하는 일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없다는 것이려나요.
아무튼 제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12.7mm~14.5mm 정도의 중기관총을 방어 가능한 (보행형) 로봇이 나올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는 것(그리고 아무래도 이번 세기 내에는 그런 물건이 나오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것 같아보이는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병이 휴대 가능한 사이즈의 기관총을 버틸 수 있는 (보행형) 로봇이 나오는 것은 의외로 그리 먼 미래의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물론 반세기 내에는 어려울 것 같지만) 정도 되겠습니다.
아, 덧붙여 첨언하자면 이는 (보행형) 로봇 뿐만 아니라 인간이 착용하는 강화복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되는 얘기일 것입니다. 둘은 적용되는 기술을 같이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걸 역으로 뒤집어 본다면, '기관총을 버틸 수 있는 (보행형) 로봇'을 만들어낼 수 없게 된다면 '기관총을 버틸 수 있는 강화복'을 만드는 것도 어렵게 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보여지네요. 물론 '기관총을 버틸 수 있는 (보행형) 로봇'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기관총을 버틸 수 있는 강화복'을 만드는 것도 당연히 가능해질 것이고 말입니다. 구조적 차이는 있지만 양쪽 모두 같은 기술을 필요로 할테니 말이지요.
P.S 사실 제가 2족보행병기 무용론을 경계하는 것은 (2족보행병기의 현실성이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얘기와는 별개로) 2족보행병기 무용론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입장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2족보행병기 무용론이라는 것은 넓게 보자면 강화복 무용론과도 연결될 수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상정되는 '탑승형 대형 2족보행병기'라면 또 모르겠지만, 보병을 어느 정도 대체하거나 또는 보병을 지원해주기 위한 용도의 '소형 2족보행병기'라면 거기에 사용되는 기술수준은 강화복의 그것과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물론 그 역도 성립되고요.). 이 점을 고려해 본다면, 2족보행병기 무용론을 펼친다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강화복 무용론에도 연결될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니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실제로 엔하위키에서 이걸 주제로 강화복 관련 항목에서 필요 이상의 키배와 수정전쟁이 벌어졌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2족보행병기 무용론의 주장들은 강화복 무용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실례가 (그리 좋지는 않은 형태로) 나와버렸다고나 할까요. 실제로 당시 문제가 되었던 주장들 중에는 '2족보행병기는 이렇기 때문에 절대로 불가능하고, 또 이와 동일한 이유로 인해서 강화복도 절대로 불가능하다'였었던가...하는 주장도 섞여 있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요새는 밀덕들 사이에서 까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대상의 폭이 상당히 확대되고 있는 모양인지, 2족보행병기 뿐만 아니라 강화복도 일부 밀덕들 사이에서는 까임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덧붙여 말하자면 다족보행병기도 덤으로 까이고 있는 것 같고... (빅독 같은 애들이 나와준 덕분에 그나마 까이는 정도가 준 거지, 다족보행병기에 대한 까임도 결코 만만치 않은 걸로 압니다. '보행'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모든 것은 근본적으로 까여야 된다고 여겨지는 것 같아요.)
그나마 예전엔 강화복은 (현실성이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어느 정도 논란이 있긴 했어도) 그렇게 심하게는 까이지 않았던 걸로 기억되는데, 요새 들어서는 강화복조차도 '강화복은 어차피 사이즈가 좀 줄어들고 구조가 달라진 2족보행병기일 뿐이다. 따라서 2족보행병기와 같은 이유로 까여 마땅하다'라는 이유로 까이더군요... 뭐,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까 저 스스로가 밀덕이면서도 밀덕들 사이에서 흘러다니는 과도한 고증드립을 비판하는 입장이 되어버리기도 했고 말입니다. 2족보행병기야 아직 실현되지는 않은 것이고 현실성이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팽배한 만큼 까임의 대상이 되어도 어쩔 수 없는 면이 있긴 하다고 칠 수 있지만(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까일 만 하니까 까이는 거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현실에서도 진지하게 연구되고 있는 강화복에 대해서까지 고증드립에 근거한 까임이 횡행하는 걸 보다 보니까 밀덕들 사이에서의 과도한 고증드립을 더 이상은 긍정적으로 볼 수가 없게 되더군요. 예전과는 달리 요새 밀덕들 중에는 미래의 기술수준의 발전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현재의 기술수준의 발전에 대해서조차도 무관심한 채로 자신들이 생각하는 대로의 고증을 모든 사물에 들이대고자 하는 그런 이들이 일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굉장히 씁슬해지더군요. 제가 위에서 일부 밀덕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발언을 반복했던 것도 이런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2족보행병기 같은 것의 현실성이나 실현 가능성을 비판하는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자신들의 관점에서 볼 때 SF적이라 여겨지는 모든 것들(심지어는 창작물 속의 사물 뿐만 아니라 현실의 사물에 대해서조차도)을 우선 까고 보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하고 나니까 스스로가 밀덕이면서도 일부 밀덕들의 행동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더군요. 이런 감정, 저만 느꼈던 것은 아니리라고 믿고 싶어집니다...
강화복, 혹은 말씀하시는 '소총탄을 막는 수준의 인간형 로봇'은 물론 기술만 개발되면 가능도 하고 쓸모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건 흔히 말하는 '병기'라는 개념에서 약간 어긋나 있어요. 굳이 말하자면 값비싼, 혹은 무인 '보병'이지, 일반적으로 우리가 '병기'라고 말하는 사람이 조작하는 대형 기계 장비류 (탱크, 비행기, 전함 기타 등등)로 보기 곤란합니다.
그야 넓게 보면 군용 무전기도 병기고 가마솥도 병기이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병기'라고 할 때는, 개인이 소지하는 '무기'보다 한 등급 큰, 운용을 개별 병사가 아닌 군사 '조직' 단위 (최소한 조 내지는 분대)로 하는 물건을 지칭합니다.
보병을 대체하는 (터미네이터 같은) 로봇은 그것을 운용하고 지원 하는 별도의 '사람 부대'가 있을 거라는 점에서 그나마 병기라고 불러줄 수 있겠지만, 강화복은 (그것이 보병 역할을 하는 한) 병기라고 불리기 어렵다고 봅니다. 개인이 착용하는 방탄복이나 소총, 혹은 그걸 풀 세트로 장비한 '군장'을 병기라고 하지 않듯이 말입니다.
즉 일반적으로 이족보행'병기'에 대해 토론할 때는 그것이 '비 인간형 크기' 즉 보병이 아닌 무언가로 운용되는 것 (최소 단위로 장갑기병 보톰즈의 AT나 애플시드의 랜드메이트가 될 수 있겠군요)을 위주로 얘기하지, 보병의 대체품으로서의 강화복이나 로봇을 얘기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요즘의 미군 풀장비 병사도 보병이고 로마 군단병도 보병이지만 기술 수준이나 전투력에서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지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보병'으로서의 전략적/전술적인 역할은 동일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기존 알보병을 대체하는 강화복이나 로봇은 기술 발전에 따라 나올 수 있지만, 지금의 전차나 비행기를 대체하는 이족보행'병기'는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적재 중량이 적다'는 건 바로 같은 기술 수준의 다족 보행이나 차량에 비해서 얘기하는 것이지, '로봇/강화복과 같은 크기의 사람'하고 비교해서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르혼님//
으흠, 르혼님께서는 2족보행'병기'의 정의에 대해서 너무 엄격하게 여기시는 것 같네요. 여기서 논의되고 있는 2족보행'병기'는 흔히들 생각하는 '탑승형 대형 2족보행병기' 같은 것 뿐만 아니라, 보병을 대체하거나 지원하기 위한 '소형 2족보행병기'도 분명 포함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말입니다. 당장 마법원님과 폭주_고양님 사이에서 있었던(그리고 중간에 저도 끼어들었던) 논의도 '탑승형 대형 2족보행병기'보다는 주로 '소형 2족보행병기' 쪽에 관련된 것이었고 말이지요.
덧붙여 말하자면 현재 현실에서 개발되고 있거나 또는 이미 실용화되고 있는 보병지원용의 UGV 같은 것들도,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전투력이 있는 것들은 사이즈에 관계없이 대부분 병기로 취급되는 게 통례라 알고 있습니다. 현재 개발중이거나 또는 실전투입이 검토되고 있는 UGV들을 보면 종래형의 장갑차나 험비 정도의 커다란 사이즈의 대형 UGV도 있고(이런 것들은 보병의 지원에 그치지 않고, 종래형의 장갑차나 험비 같은 것의 임무를 어느 정도 분담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녀석들 중에는 캐터필러로 움직이고 주포는 30mm 기관포이며 덩치도 왠만한 장갑차 수준이고(...) 외형도 그냥 평범한 장갑차처럼 생긴 그런 대물도 있더군요.), 또 기관총을 거치하기 위한 총가에 바퀴나 캐터필러를 대충 달아놓은 듯한(이걸 과연 '차량'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지 살짝 의심되기도 하고, 이걸 종래의 장갑차량과 같은 독립적인 '병기'로 쓰는 것이 가능한 건지 살짝 의심되기도 하는) 썰렁한 모습을 한 작은 사이즈의 소형 UGV도 있지만(이런 것들은 보이는 그대로 보병의 지원 정도만 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계획 하에서 만들어진 것들이겠죠.), 이것들은 모두 통틀어서 병기로 취급됩니다. 예외라면 무장을 달 수 없어서 자체 전투능력이 없기 때문에 병기로 취급되지 않는 것이 보통인 팩봇 같은 것 정도가 있겠군요.
아무튼 바퀴나 무한궤도로 굴러가는 현실의 UGV의 예를 보아도 사이즈나 전투능력이나 성능에는 관계없이 무장을 달 수 있고 어느 정도의 자체 전투능력이 있다면 모두 일단은 병기로 대접(?)해주는 것이 일반적인 예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만약 보병을 대체하거나 지원하기 위한 '소형 2족보행병기' 같은 것이 나온다면, 그것도 역시 일단은 현실의 UGV들과 마찬가지로 병기로서 취급되게 되지 않을까요? 보병을 대체하거나 지원하기 위한 '소형 2족보행병기'가 나온다면, 그것은 일단 바퀴나 무한궤도로 굴러가는 지금의 UGV의 연장선 상에 있는 병기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강화복의 경우에는 말씀하신 대로 '병기'보다는 '군장'에 가까운 성격을 지녔고 엄밀히 따지자면 '군장' 쪽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봅니다. 허나 일반적으로는 강화복을 '군장'이라고 여기는 경우는 의외로 별로 없는 것 같더군요. '군장'으로 취급하는 경우에도, 대충 '군장' 겸 '병기' 정도의 취급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SF 속의 강화복 중에는 고정무장을 달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강화복을 '군장'이라 보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강화복을 순수하게 '군장'으로서만 취급하는 경우는 별로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군장'으로서의 성격과 독립적인 '병기'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지녔기에 어느 한 쪽으로 똑 부러지게 분류할 수 없는 그런 존재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군요. 제가 엄밀히 따지자면 '군장'으로 분류해야 할 강화복을 다소 어폐가 있음을 알면서도 굳이 '병기' 쪽에 넣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일반적 인식을 반영한 것이니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위쪽 글에서 잘못된 정보가 있는데, 두께 2cm라면 장갑의 무게가 312kg이 됩니다. 본체와 장비와 이거저거 합치면 450kg은 되겠네요. 지금의 3배쯤은 강해져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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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일단은 사람 크기의 소형 이족보행병기에 관해 말을 하긴 했습니다만, 결국 거기에 쓰이는 기술을 그냥 알보병에 적용하면 훨씬 효율이 좋게 되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가격도 싸고요. 사실 이게 제일 큽니다.
르혼님이 말씀하신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보병 사이즈의 물건을 만들어봐야 전차에 대적하긴 어렵고, 그렇다고 전차급 크기로 만든다면 전차에 비해 영 효율이 떨어지죠. 결국 남은 길은 전차를 상대로 두지 않는 일반 알보병 크기의 이족보행병기에 대한 효율성(사실 이 부분은 별로 언급하고 싶진 않았습니다만, 싸움 나는 부분이라)이 어떤지에 대해 봐야겠죠.
멀리 갈 것 없이 지금의 헐크를 봅시다. 거기에 장갑만 두르면 일단 어설프게나마 강화복 비슷한 물건이 됩니다. 기술이 발전한다면 물론 더 강해지고, 세련되지겠죠. 그러다보면 그 속에 사람이 없어도 알아서 움직이고 싸울 수 있는 이족보행병기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강화복을 입은 사람에 비해 엄청나게 비효율적이 될 겁니다. 들어가는 자원에 비해 나오는 결과물이 크게 매력적이질 못하기 때문이죠. 저라면 강화복을 만들었으면 만들었지, 독립적인 행동을 하는 이족보행 쪽은 (로망을 제외한다면) 만들고 싶지 않네요.
아시다시피 이족보행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제어계는 엄청나게 복잡하고, 불안정합니다. 이족보행의 최대 장점인 순발력도 (아직까지는) 많이 모자라죠. 사실 순발력과 안정성은 반비례 관계이고, 이 둘 모두를 충족시키기란 어려운 일이죠. 여기에 추가적인 자원이 들어가게 됩니다.
다음으로 전투력 면에 있어서 차별성이 없습니다. 이족보행병기가 할 수 있는건 보병도 다 할 수 있습니다. 공격력도, 방어력도 같죠. 사람은 작은 상처에도 전투력이 손실된다고 말하지만, 그건 이족보행병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가 손상되면 전투불능이 되거나 이동불능이 되죠. 장갑은 강화복 쪽이 더 충실하면 충실했지, 이족보행병기 쪽이 더 강해질 수는 없을 겁니다. (본체의 무게 차이가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보병의 역할을 대신한다면 말씀하신대로 지금 이미 나와 있는 소형 UGV 따위로도 충분합니다. 굳이 그게 보행을 할 이유는 거의 없다는 겁니다. 이족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면 UGV는 그 이상으로 발전하겠죠.
즉, '군장'으로서의 강화복은 헐크에서 보듯이 이미 개발되고 있지만, 이족보행병기는 개발될 당위성이 부족하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폭주_고양이님//
(1) 제가 여기에서 중점을 두고자 하고 있는 것은 강화복과 소형 2족보행병기 중 어느 쪽이 더 낫냐... 하는 쪽이 아닙니다. 강화복과 소형 2족보행병기는 같은 기술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따라서 소형 2족보행병기를 (효율성 문제와는 관계없이) 만들고자 한다면 만들 수 있는 정도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강화복의 개발도 순탄치 않게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소형 2족보행병기를 굳이 만들지 않는다 해도, 강화복의 실현을 추구하고 있다면 소형 2족보행병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이 당연히 축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위에서 문제시하면서 비판했던 일부 밀덕들이 '강화복은 2족보행병기의 또 다른 한 형태일 뿐이며, 따라서 강화복은 불가능하다. 어째서냐 하면 2족보행병기는 불가능한 개념이며, 따라서 강화복도 불가능한 개념이니까'라는 식의 주장을 펼쳐 문제를 일으켰던 것도 그 일부 밀덕들이 이런 점을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강화복을 무작정 대책없이 무책임하게 디스하면서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어그로를 끌었던 그들의 주장과 발언은 분명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었긴 했지만, 사실을 반영한 부분도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고나 할까요...
적재중량의 한계 같은 것을 고려해 가면서 장갑도 붙이고 무장도 붙이고 기동력도 확보해야 한다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은 2족보행병기만의 문제라 볼 수는 없습니다. 두 다리로 보행하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는 이상, 강화복도 당연히 그러한 숙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또한 폭주_고양이님께서는 강화복은 기계의 힘뿐만 아니라 사람의 힘도 이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만큼 파워 면에서 2족보행병기보다 낫다...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 장기적으로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게 될 수 있습니다. 강화복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람의 힘은 어디까지나 움직임을 컨트롤하기 위한 조작 정도에만 이용되고 강화복이라는 기계 자체의 움직임을 위한 동력의 대부분은 기계의 힘에서 나오는 구조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움직임을 조종하는 일 뿐만 아니라 움직임 그 자체를 행하기 위한 동력으로서도 사람의 힘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그런 식의 구조는 나름 효율적이긴 하지만 착용자에게 꽤 부담이 갈 수 있습니다. 기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사람의 힘을 이용하는 그런 구조가 되어버려서, 사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기계의 힘을 이용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강화복의 기본적 개념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일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기계의 힘으로 사람의 근력을 보강시켜서 사람의 부담을 줄인다는 강화복의 기본적 개념을 생각해볼 때, 장기적으로는 움직임을 위한 동력의 대부분을 기계가 부담함으로서 착용자가 짊어져야 될 부담을 어느 정도 경감하는 쪽으로 발전할 필요성이 있을 것입니다. 헌데 이렇게 되어버리면 이것은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를 만드는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의 기술을 필요로 하게 되어버립니다. 사람의 힘은 어디까지나 강화복의 움직임을 조종하는 데에만 쓰이고, 강화복 그 자체를 움직이기 위한 동력은 거의 전부를 기계가 부담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는 것(어떤 의미로는 강화복 안의 사람은 그저 강화복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일종의 생체 자세제어 시스템 정도에 지나지 않게 되어버리는 것)이니 말이지요. 물론 이렇게 되어버리면 파워 면에서 강화복과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는 서로 엇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갖게 되어버릴 겁니다. 사람의 힘은 계산에 넣지 않고 어디까지나 기계의 힘만을 계산에 넣어서 서로 간의 파워의 우열을 가려야 되는데, 이렇게 되어버리면 아무리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가 강화복을 능가하는 파워를 발휘할 수 없다 해도 강화복이 파워 면에서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에 대한 우월성을 그렇게 크게는 확보할 수가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또한 강화복 그 자체의 중량을 지탱하기 위한 골격구조에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도 비슷한 상황은 충분히 벌어질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강화복은 착용자의 골격에 의존하지 않고 강화복 그 자체의 골격만으로 강화복 자신의 중량을 버틸 수 있는 정도의 강도와 내구력을 가진 골격구조를 자체적으로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강화복 그 자체의 중량의 지탱을 착용자에게까지 부담시킨다는 것은, 강화복의 기본적 개념에 대치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착용자의 안전에도 관계되는 일이니까요. 강화복의 무게가 착용자의 신체에 손상을 주는 일은 없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장기적으로 강화복은 착용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강화복 자신의 골격구조만으로 그 중량을 버틸 수 있어야 됩니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역시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를 만드는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의 기술력이 없이는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강화복 자신의 골격구조만으로 중량을 버틸 수 있도록 설계하다보면, 그만큼 강화복의 골격구조는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의 그것과 어느 정도는 유사점이 있는 그런 것이 되어버릴 수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는 있지만, 사실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가 과연 강화복에 비해서 얼마나 효율적일 수 있는지에 대해선 저 역시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보다는 강화복 쪽의 실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여기고 있고요. 허나 강화복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강화복의 실현을 위해서는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야 하고 더불어 강화복과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는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그렇지 않으면 강화복은 효율적이고 실용적이긴 하겠지만 착용자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고 또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는 그런 물건이 되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흔히들 강화복은 2족보행로봇과는 달리 자세제어 시스템을 따로 붙일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오곤 하는데, 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지 않나 합니다. 본격적인 2족보행로봇의 그것에 비해서는 간이적인 수준이어도 되긴 하겠지만 강화복에도 자세제어 시스템이 붙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화복은 기본적으로 착용자의 움직임을 따라서 움직이는 기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인 2족보행로봇과는 달리 그렇게 고도의 복잡한 자세제어 시스템은 필요로 하지 않지요. 허나 장기적으로 강화복은 착용자의 근력 뿐만 아니라 민첩성도 어느 정도 높여주는 쪽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고, 착용자로 하여금 강화복을 입지 않았을 때보다 좀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좀 더 재빠른 움직임도 발휘할 수 있게 해줄 터인데, 아무리 인간의 몸이 버텨낼 수 있고 인간의 운동신경이 처리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만 성능 향상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렇게 되어버리면 역시 간이적인 자세제어 시스템이 붙을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강화복의 움직임이 착용자의 움직임이나 운동능력에 보조를 맞추지 못해서 착용자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터이니까요. 착용자가 강화복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강화복이 착용자에게 맞춰주도록 해야 한다면 역시 자세제어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는 자동화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강화복이 착용자보다 빨리 움직일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착용자보다 느려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요. 사실 안전이나 편의성이라는 관점에 있어서도 이건 중요한 문제입니다. 강화복이 착용자보다 너무 빠르게 움직이면 당연히 착용자는 부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고, 또 강화복이 착용자보다 너무 느리게 움직여도 역시 착용자는 불편함을 느낄 것이니까요. 강화복이 착용자의 움직임에 비해서 너무 빠르지도 않고 너무 느리지도 않게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강화복 자체에도 간이적인 자세제어 시스템이 필요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간이적인 자세제어 시스템은 물론 본격적인 2족보행로봇의 그것보다는 당연히 싸고 간단한 것일 겁니다. 허나 여기서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지요. 이런 것이 붙은 시점에서 그만큼 강화복의 개발에 소요되는 기술력의 수준이 높아져 버린다는 것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3)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가 강화복에 대해서 전투력의 우위성을 그다지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는 일단 동의를 표합니다. 사실 전 아무리 성능이 좋아지고 전투능력이 오르더라도 판단능력 등의 면에서 볼 때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가 (안에 인간이 들어가 있는) 강화복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우위성을 가지기는 어려우리라 여기는 쪽인지라,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가 강화복을 완전히 대체하는 일은 없을 거라 여기고 있기도 하거든요.
허나 그렇다 해서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가 강화복에 대해 아주 차별성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그 안에 인간이 있는지의 여부에 있어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화복은 파손될 경우 안의 착용자에게도 피해가 갈 가능성이 있지만,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라면 그 점에 있어서는 별 문제가 없지요. 또한 강화복은 안의 착용자의 안전을 보장해주기 위한 이런저런 안전장치도 갖춰야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명유지장치 같은 것도 필요할 수 있겠습니다만,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라면 그 모든 것이 필요없게 됩니다. 병기로서의 우위성 자체로만 보면 강화복이 분명 우위에 있기는 한데, 이런 측면에 있어서는 어느 쪽이 우위인지 우열을 가리기가 꽤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도 되더군요.
한편 장갑에 있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강화복과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 사이의 장갑방어력의 차이는 어쩌면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상기하였던 대로 장기적으로 강화복은 강화복 그 자체를 움직이기 위한 동력과 강화복 그 자체의 중량을 지탱하기 위한 골격구조를 강화복 스스로가 부담하는 쪽으로(즉 움직이기 위한 동력과 중량을 지탱하기 위한 골격구조를 굳이 안의 착용자에게 의지하지 않고 강화복 스스로가 자체적으로 갖추는 쪽으로) 발전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적재중량이나 장비할 수 있는 장갑의 양과 질에 있어서도 강화복과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 사이의 격차는 그렇게 크지는 않게 되어버립니다. 되려 강화복 쪽이 중량이 더 나가는데도 방어력은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와 그리 큰 차이가 없는 그런 존재가 될 가능성도 있겠지요. 강화복인 이상 인간의 체중을 뺄 수는 없으니...
(4)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저 역시 의문을 지니고 있습니다. 허나 그와는 별개로 강화복과 소형 2족보행병기 간에는 장차 기술적으로 많은 공통점이나 유사점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가 강화복보다 효율적인 병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저 역시 의문을 금치 않을 수 없습니다. 허나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와 강화복 사이에 어느 정도로 성능 격차가 생길 것이고 필요한 기술 수준에는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가 강화복을 능가하는 병기가 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만, 반대로 강화복이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를 능가하는 병기가 되기도 마냥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효율성 같은 것까지 파고들어가면 강화복 쪽의 이점이 당연히 있긴 하지만, 절대적인 성능이나 만드는 데 소요될 기술과 자원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의외로 우열을 가리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강화복은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보다 분명 우위에 있는 병기이지만, 그 우위성은 결코 견고하지는 않다... 정도일까요. 여기에 더 덧붙여 말하자면 강화복의 기본적 개념과 강화복이 지녀야 될 안전성과 편의성의 달성에 필요한 기술이 어떠한 것임을 생각해볼 때 강화복의 개발에 필요한 기술수준은 인간 사이즈의 소형 2족보행병기의 그것과 동등하면 동등했지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닐 것이기도 하겠고 말이죠.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저도 (터미네이터 같은) 로봇 병사는 '병기'로 취급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는 이견이 없고, 강화복의 경우 병기가 아니라 '군장'으로 보는 것은 그것이 '보병의 일반 장비'라는 걸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비록 인간 크기라 하더라도, 애플시드의 특수타격대가 하듯이 전투부대보다 훨씬 대규모 기술 지원 팀이 존재하며 특수목적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된다면 '병기'라고 불러야겠지요. 물론 이런 경우도 (작품 안에서 설명되듯) 필요도 있고 쓸모도 있는 역할이겠지만, 그것이 전장의 주류 (지금의 보병, 혹은 기갑 병력, 혹은 항송 전력)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CIA 첩보원의 전투력이 일반 병사의 그것을 능가한다고 해서 그들이 전투의 주력은 아닌 것처럼 말이죠.
이족보행병기의 문제점을 논하는 것은, 언제나 그것이 '주력 병기'로서의 위상을 가질 때를 상정하고 하는 토론입니다. 특수 목적용으로는 이족보행병기 외에도 온갖 물건이 나올 수 있고, 그것들의 효율성이나 성능을 획일적으로 왈가왈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F-117A는 등장 당시 최첨단의 초 고가 '전투기'였지만, 폭장량, 속력, 가속도 모든 면에서 효율적인 '전투기'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오로지 특수목적용으로 만들어졌고 그 용도로는 충분히 쓸모가 있었지요. 하지만 이런 특수 목적 병기를 가지고 'F-117이 F-15보다 우월하다'라고 주장하면 비상식적인 얘기가 될 것입니다.
이족보행병기 토론에서 흔히 나오는 전차 (혹은 전투기)와의 비교는 어디까지나 바로 이런, '주력 병기'라는 위상에서 말하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는 보병과의 비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족보행 로봇이 현대의 보병처럼 대규모로 값싸게 운용될 수 있다면 당연히 인간보다는 로봇을 보병으로 쓸 겁니다. 정말로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로봇이 일반 보병보다 10배의 전투력을 가졌지만 10배 이상 비싸다면, 그건 실용화된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특수목적용으로나 사용되는 특수 병기일 수 밖에 없습니다. 1:1로는 보병을 압도한다 해도, 결국 10배 이상의 병력비로 투입된 대규모 전장에서는 우위를 점하지 못할테니까요.
'이족보행병기가 불리하다'는 건 바로 이런 범용성이나 효율성의 문제로 놓고 얘기해야지, 무조건 가능하다/불가능하다는 흑백논리로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최소한 이곳에서 만년 떡밥인 이족보행병기 토론에서 그렇게 흑백 논리로 갔던 적은 없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장 저만 해도, 과거 논쟁에서 ED-209 같은 이족 보행 병기의 보병 화력 지원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극단적으로는 전차나 전투기도 특수목적병기라고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모든 게 가능한 범용 병기는 절대 아니지요. 최신예 전차라 하더라도 보병의 지원이 없으면 전장에서 손쉽게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장의 '주역'이냐 아니냐고 묻는다면 역시 '주역'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수 작전이 아닌 일상적인 전투에서, 전차는 일상적인 전투를 담당하는 한 축이니까요.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장갑복이 군장이냐 병기냐 하는 얘기는, 장갑복 없는 일반 보병이 전장에 더 많이 투입되는가 아닌가 하는 단순한 숫자 논리로 판가름할 수도 있을 겁니다.
르혼님//
(1) 2족보행병기에 대해서 무조건 가능하다/무조건 불가능하다 식의 흑백논리가 있다는 얘기를 굳이 꺼내들고자 했던 것은 실제로 밀덕들 사이에서는 그런 흑백논리가 팽배해있다는 것을(그리고 이제는 밀덕들 사이에서만 그런 흑백논리가 만연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브컬처계 전체로 퍼져버렸다는 것을) 우선 지적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최소한 이곳에서는 2족보행병기 얘기가 만년 떡밥이 되어 있긴 해도 흑백논리로 간 적은 없었습니다만,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또 그렇지만도 않더군요. 그리고 덧붙여 말하자면 이러한 흑백논리는 딱히 2족보행병기에 대해서만 한정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요새는 강화복에 대해서도 무조건 가능하다/무조건 불가능하다 식의 흑백논리에 근거한 발언들이 많이들 나오더군요. 물론 이곳에서 그런 얘기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인터넷 공간 상에서의 일반적인 분위기가 대체적으로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 솔직히 꽤 우려스러웠습니다.
이런 주제들에 대한 인터넷 공간 상에서의 일반적인 분위기가 어째 날이 갈수록 우려스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그런 우려스런 흐름을 주도하는 쪽이 주로 밀덕 쪽인지라(DC의 밀리터리 관련 갤러리들 같은 곳들의 분위기가 대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고 계신 분들이라면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가실 겁니다. 그리고 문제는 그런 분위기가 이제 DC를 넘어서 다른 곳들에도 퍼질대로 퍼졌다는 것이죠. 어째 다들 여유가 없어지고 살벌한 분위기가 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싸움 벌이는 걸 딱히 말리고 싶지는 않지만 저렇게 여유없이 살벌해지고 있는 건 우려스럽긴 합니다.), 좀 필요 이상으로 밀덕을 비판하고 비난하는 글을 써재끼게 되었네요. 밀덕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과도한 고증드립 같은 사안들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꽤 분노가 쌓여있어서 그걸 억제하는데 힘들어하고 있는 중인지라 글에도 그런 감정이 격하게 묻어 나온 것 같습니다. 그 점 때문에 기분이 상하셨다면 뒤늦게나마 사과드리는 바입니다.
(2) 강화복을 '군장'과 '병기' 중 어느 쪽으로 분류해야 하는가...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하는 얘기인데, 가만 보면 '보병의 일반 장비'로서 강화복이 이용되는 경우를 논할 때에 있어서도 강화복을 순수한 '군장'으로서만 간주하는 경우는 찾아보기가 어렵더군요. '보병의 일반 장비'로서 이용되는 성격의 강화복에 대해서조차도 '병기'로 대접(?)을 해줄 정도로 강화복을 '병기'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그만큼 강한 것인지, 아니면 강화복이 '군장'인가 '병기'인가를 굳이 따져야 되는가 하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쩌면 둘 다 일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강화복을 '군장'과 '병기' 중 어느 쪽으로 분류해야 하는지를 굳이 특별하게 신경쓰지는 않는 것이 강화복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인 것 같았습니다. 진지하게 강화복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더군요. 왜 그런 지에 대해선 저도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솔직히 저도 그 이유가 궁금하긴 합니다. 왠지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긴 합니다만...
P.S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도 거의 다 했고, 다른 분들과 하고자 했었던 논의도 이제 거의 다 한 것 같고, 또 감정을 식히지 않은 채로 계속 토의에 임했다가는 민폐만 더 늘릴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저는 슬슬 이번 토론에서는 빠지고자 합니다.
이번 토론에서는 너무 감정적인 발언을 많이 했던 것 같아서 저 스스로도 그 점을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이 토론에 계속 참여하다보면 감정적인 발언이 자제가 되지 않게 될 것 같으니 이제 슬슬 빠지는 쪽이 더 이상의 민폐를 끼치지 않는 길인 것 같기도 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 토론에서는 이제 빠지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제 발언 때문에 감정이 상하진 분들이 계셨다면 뒤늦게나마 사과드리는 바입니다.
1. 뭐 지금와서 좀 끼어들기 그렇습니다만, 한마디만 하자면, 이곳에서 다른 곳의 분위기가 이렇다 저렇다고 한참을 쓰면 여기 사람들은 기분이 상하는게 아니라 뜬금없이 뭔 소리지 라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가급적 다른 곳에서 있었던 트라우마는 그곳에서 해결하시기 바라구요, 사람들이 강화복에 대해 격론을 벌인다고 해서 그렇다고 뭐 미래의 향방을 결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결론이 내려지고 그런거 아니잖아요. 단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노는 것 뿐이죠. 예찬론자는 잘될 가능성으로 상상하는 거고, 반대론자는 못될 가능성으로 상상하는 거고요.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2. 강화복의 장비 분류가 애매한건 당연합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전장에서 이렇다할 지위를 확립할 단계에 있는 장비가 아니기 때문이죠. 미래에 어떻게 될 거라는 건 오로지 상상일 뿐이고, 그러다 보니 전부 자기 마음대로 상상한 강화복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건 1인 장갑차처럼 되고 어떤 건 기능성 의복처럼 되고 그러는 거죠.
horus님//
(1) 뜬금없이 다른 곳들 얘기를 끄집어내면서 얘기가 삼천포로 빠졌던 것은 미래를 함부로 예단할 수는 없다는 얘기를 하다보니까 어쩌다 보니 밀덕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그리고 밀덕에 대한 좋지 못한 편견의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고, 밀덕들 입장에서는 해결해야 될 숙제가 되고 있기도 한) 과도한 고증드립에 대한 건이 생각이 나서 그 얘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2족보행병기 무용론을 둘러싼 오랜 논란이 돌고 돌아 이제는 엉뚱하게도 강화복 쪽으로까지 불똥이 튀어서 강화복 무용론을 만들어내기까지 한 그런 상상을 초월하는 사태(나비효과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고나 할까요... 논리의 비약을 자유롭게 할 수는 없는 제 머리로는 2족보행병기 무용론이 어떻게 강화복 무용론으로까지 그렇게 연결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기가 상당히 어려웠었습니다. 솔직히 저 사태의 전개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었어요.)가 있었다는 얘기를 언젠가 들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라서 겸사겸사 그 위험성을 알려야 겠다는 생각(2족보행병기를 무턱대고 까다보면 이제는 강화복까지 덤으로 까이는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그 점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봅시다...라는 생각이었달까요?)까지 들었다보니 뭔가 다른 동네들에 대한 얘기가 쓸데없이 길어졌던 것 같습니다. 딱히 어떤 특정한 동네에서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 아니라 이른바 인터넷 공간의 '대세'라는 것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것에 분노가 쌓여 있다보니(이건 어떤 특정한 곳에서 상처 받아서 생긴 일이 아니니 해결할 방도도 없더군요) 결국 이런 결과가 나와버린 것 같네요. 앞으로 이 점에 대해서 스스로 반성을 많이 해야 될 것 같습니다.
(2) 강화복이 아직 현재로서는 완전히 실용화된 것이 아니다보니 장비 분류가 애매한 것은 말씀하신 대로 당연한 일일 겁니다. 헌데 그런 와중에서도 엄밀히 말하자면 '군장'으로 간주되어야 하는 강화복을 단순한 '군장'으로서만 여기지는 않은 분위기가 일단은 공통적으로 있긴 한 것 같더군요. 사람들마다 강화복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관점은 제각각 다 다르지만 그 점 하나만큼은 기이하게도 의외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공통되고 있던 것 같았습니다만... 뭐, 거기에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을 것이고, 이것도 말씀하신대로 강화복이 아직 현재로서는 병기로서 완전히 실용화된 것이 아니다보니 그런 것이겠지만요.
P.S horus님에 대한 이번 답변글을 끝으로 이번 토론에서는 이제 정말로 빠집니다. 이럴 때 어떤 멘트를 남겨야 할지 잘 몰라서 고민되기는 하는데... 아무튼 모두들 좋은 밤 되시길 바라면서 전 이만 가봅니다.
'거대 이족보행'이 언제나 문제죠. 인간급 이족보행은 그렇게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