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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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면 특수한 능력과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사이보그들을 어럽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600만 달러의 사나이'에서는 인공 눈으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물체를 보고, 오른팔로 자동차를 들고 벽을 부수며, 두 다리로 자동차보다 빨리 달리며 수 미터 높이의 벽을 뛰어넘기도 합니다. 외전 시리즈인 '바이오 우먼 소머즈'에서는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아주 작은 소리도 포착해내죠. SF영화 '아이, 로봇'의 주인공 스푸너 형사는 상체의 반이 내장기관까지 인공신체로 대체되어 있는데, 이 인공신체는 로봇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콘크리트 벽을 때려부술 만큼 강인합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쪽으로 가면 한술 더 뜹니다.
'사이보그 009'에서는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사이보그가 무려 아홉 명이나 등장하는데, 초음속으로 하늘을 날고, 수십 톤이나 나가는 전차를 집어던지며, 마하 5의 속도로 움직이고, 초능력으로 사물을 움직이기도 합니다. '공각기동대'의 주인공 쿠사나기 모토코는 두뇌조차 기계로 만들어진 인공신체이고, 건물의 간판들을 밟고 뛰어넘어서 건물 옥상으로 순식간에 뛰어올라갑니다. 일본 만화 '총몽'의 주인공 갈리는 소녀로 보일 정도로 작은 체구를 지녔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여 자신보다 수십 배나 큰 상대를 제압하곤 하죠.
이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하려면 강력한 동력원이 필요합니다. 강력하기만 해서는 안 되죠. 유사시에는 이러한 능력을 여러 번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몸 속 어딘가에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다가 유사시에 동력으로 바꿀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고, 동력이 다할 경우에는 보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이보그의 동력원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게 나오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터미네이터 3. 기계들의 반란'에 등장하는 T-800은 복부에 탑재된 연료전지 두 개로 백 년 넘게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600만 달러의 사나이와 소머즈에서는 의수와 의족에 초소형 원자로가 들어간다고 설명하죠.
하지만 아이, 로봇이나 사이보그 009, 총몽 등에서는 사이보그들이 어떤 동력을 사용하고, 그 동력을 어디서 보충하는지 전혀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과학적 설정이 대단히 복잡하고 탄탄한 공각기동대에서조차 사이보그의 동력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습니다. 총몽에서 갈리가 초콜릿을 먹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두뇌에 당분을 공급하기 위한 것일 뿐, 그녀가 발휘하는 엄청난 힘과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강력한 힘과 다양한 특수능력을 지닌 사이보그는 어떤 동력원을 가지는 것이 그나마 좀 현실적일까요? 동력은 어디서 어떻게 보충하는 게 합리적일까요? 좀 그럴싸한 아이디어 없을까요?
동력원이 문제라기 보다는 "과연 매체의 사이보그들처럼 특정 부위만 바꾼다면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는가"가 문제일 것입니다.
예컨데, 오른 팔을 잃은 사나이가, 팔뚝에 강력한 기계팔을 달아서 장치한다고 치죠. 이 사람이 1톤짜리 물건을 그 팔로 들려고 할 때 과연 들 수 있을까요? 아무리 기계팔의 힘이 강하다고 해도 팔뚝과 기계팔의 접합의 강도가 1톤을 버틸 수 있는가.. 는 기계팔의 힘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지요. 현실에서라면 아마, 기계팔이 그대로 팔뚝에서 뜯겨나갈 것입니다. 공각기동대 영화판에서, 거의 막판에 쿠사나기 소령이 전차의 해치를 강제로 열려고 하다가 몸이 그 부하를 견디지 못하여 양 팔뚝이 오히려 뜯겨져 나간 것을 생각해보면 되겠죠.
즉, 결국 육체라는 것은 모든 부위가 서로 적응할 수있는 한계 내에서 상호작용을 합니다. 사이보그처럼 몸 몇 군데를 기계로 바꾼다고 해서 인간 이상의 힘을 낼 수 있을런지.. 좀 회의적이네요.
픽션에 나오는 말도 안되게 쎈 놈들은 그렇다 치고(뭔가 그에 걸맞는 오버테크 동력원이 존재하겠죠. 이름이야 골라잡기 나름;;), 실제의 근미래라면 그냥 배터리를 쓰게 될 건데, 이거 충전을 못하거나 교체용 배터리를 구하지 못하면 그것도 참 곤란하겠네요. 의족 두짝을 쓰는 사람이 깜빡 잊고 충전 안하고 잠들었다가 다음날 꼼짝도 못하는 사태가...;; (그냥 짐 두짝을 몸에 매달아 놓은 격이니) 역시 사이보그 부품이라면 밥심으로 돌아가는 물건이 나와야할 것 같습니다.
총몽 라스트 오더에 등장하는 갈리는 이매지너스 보디라는 나노머신으로 만들어진 의체를 쓰고 있는데 동력원은 충전식 배터리인 모양이더군요. 작중에서 파손된 갈리의 보디를 수리하는 도중에 '초전도 콘덴서'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수리하는 김에 충전도 한다는 식의 이야기였죠. 그리고 이매지너스 2.0진화한 이후에는 목성의 차세대 보병 시스템 퉁구스카의 동력원을 얻었는데 이게 웜홀을 통하여 거리를 뛰어넘어서 목성에 있는 궤도 발전기라는 목성의 둘레보다 긴 궤도를 도는 초대형 발전기에서 만들어진 거대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혹은 인간의 몸에 있는 생체전기를 쓸지도.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우리 몸에는 미확인된 수천개의 양자가 존재하다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걸 이용한 방법도 어떤지 모르겠네요.
카프카스님 말씀은 "애시당초 특정부위로 강력한 능력을 발휘하는 게 가능하지도 않으니 그에 따른 동력원을 설명하기도 어렵다."라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뭔가 그럴듯한 동력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는 게 순서일 테니까요. 저 역시 빔나이트님의 게시물을 보고 사이보그의 작동원리부터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아무런 설명 없는 오버 테크놀러지로 간다면 동력원도 아무거나 설정해도 되니까요.
저는 기계 부위가 나노 머신으로 생체적인 부위와 연결되고, 그래서 몸이 에너지를 얻으면 그걸 변환시켜 기계도 작동하는 것으로 생각해 봤습니다만. 음, 이 정도면 너무 뻔한 대답이려나요. 터미네이터가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밥을 먹는다는 (제임스 카메론의 초고) 개념이 꽤 인상적이서 이런 쪽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아니면 로보캅처럼 평소에는 기계 에너지를 보충하다가 죽 같은 음식으로 생체적인 에너지를 보충하는 식일 수도 있고요. 그리고 보니 생체 부위가 얻는 에너지와의 관계도 좀 고려해야 할 듯.
009의 경우도 연재 초기나 잡지 특집기사 등에서 내부도가 나오긴 했는데 동력원은 대충 넘어간 것 같군요.
체내에 동력로와 보조 에너지 탱크가 있는건 알겠는데 그게 원자력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고 이마저도 시대에 따라 바뀌는듯.
현존하는 동력원 중에는 핵전지가 최고일것 같습니다. 몇센티 크기의 핵전지도 최근에 종종 개발되고 있으니, 이런것들을 직렬 연결하거나, 좀더 미래를 보고 효율높은 직렬 마이크로 핵전지나 나노 핵전지-_-; 같은게 등장하면T-800 같은 물건에도 쓸만한 동력원이 될지도 모르죠.
가장 유력한건 역시 핵전지죠(원자력전지 라고 부릅니다.). 반감기가 될때까지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니까요. 단, 효율은 같은 무게의 리튬전지에 비하면 1/100 수준이라는것과 손상되면 주변이 오염지역이 될것이라는게 단점입니다. 옛날엔 페이스메이커(심장박동 조율기)에도 쓰고 구소련 시절엔 무인등대 돌리는 데도 썼다니 잘만 하면 써먹을만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인간 크기의 보행 로봇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게 바로 "동력" 문제라고 합니다. 이것만 해결할 수 있다면, 인간 크기의 보행 로봇 개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하지요.
로봇으로서 비교적 쉽게 떠오르는 건 '철완 아톰'. 철완 아톰의 동력은 '원자력'이라고 합니다. 그래선지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의 상징으로 아톰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아톰의 동력은 적어도 "핵분열"이나 "핵융합"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핵분열 발전은 증기기관의 일종으로 핵분열에서 일어나는 열로 액체를 데워서 작동시키는 것인데, 아톰은 그런 묘사가 전혀 없지요. 무엇보다 크기도 너무 작고. 원자 모터라고 하지만, 아톰의 연료는 연료봉 형태가 아니라 휘발유같은 액체나 가스, 전기를 충전하는 듯이 공급합니다. (선을 이용해서)
게다가 아톰을 비롯한 로봇들은 파괴되어도 방사선 문제는 없습니다. 텐마 박사가 처음 아내에게 소개할 때 아내가 방사능 걱정을 하자 텐마 박사가 웃으면서 "걱정없다."라고 한 점이나, 텐마박사의 아내가 방사능 탐지기를 들이대어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점도 안전성을 보여줍니다. 아마도 무언가 새로운 기술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겠군요.
(실례로 데츠카 오사무는 훗날 '원자력 발전 반대론자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아톰의 동력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한가지 점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톰의 힘이 10만마력이라고 하지만, 항상 10만마력으로 활동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톰은 충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몇 달씩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투를 하면 불과 몇 분 만에 에너지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어떤 동력을 사용하건 필요할 때만 힘을 발휘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600만불의 사나이" 같은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하면 어떨까요? 괴력을 발휘하는 것은 일순간이라고 하고, 식사로 얻는 에너지를 팔이나 다리 등에 보관해 두었다가 사용하는 것이라면.
식사로 얻는 에너지도 우리처럼 영양분이 되는 부분 중 일부만 섭취하는게 아니라 좀 더 섭취 능력이 높다면 문제는 해결될지도 모릅니다.
충전 같은 것이라도 비슷한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평소에는 일상 생활에 필요한 정도의 에너지만을 사용하고 급한 상황에서만 큰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엄청나게 많은 동력이 아니라도 될 것 같습니다.
만만한 건 아마 충전식 배터리 정도가 아닐까요. 핵전지쯤 되는 물건이 아니라면 결국 계속 연료를 넣든 충전을 해주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로봇들이 충전식 배터리를 사용하는 설정(특히 사람이 밤마다 자는 것처럼 로봇들은 밤마다 충전을 한다거나...)의 SF도 좀 있으니까요.
음...예전에 봤던 동화책(-_-)에서 야구선수가 교통사고 당한 뒤에 몰래 팔을 기계로 바꾸고 야구를 더 잘하고 싶어서 다리도 기계로 바꾸고 그러고 나니까 기계가 동력을 많이 필요로 해서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야 하는 바람에 위장도 기계로 바꾸고 결국 완전히 로봇이 되어버렸더라 하는 암울한 이야기가 나왔던 게 기억나네요. 동화책이 뭐 그렇게 암울한 내용이었나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