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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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cydonia님의 글 리플에 전설의 밤 얘기들을 많이 하셨는데요,
전설의 밤을 보면서 느낀 의문을 한두가지 써보려고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전설의 밤 (특히 단편버전)의 대단한 팬이기도 하고;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없음을 밝혀드립니다.. =_=;
전설의 밤에서 제일 중요한 사건은 그놈의 '밤'의 도래인데요, 보다보면 아무리 설정을 그렇게 했어도 실제로 그렇게 암흑같은 세상이 올까 싶은 생각이 자주 듭니다.
일단 첫번째 의문은, 지구의 개기일식은 고작 몇분~십몇분 지속될 뿐입니다. 작중의 일식은 한나절동안 지속되는데요.. 어떻게 그렇게 오래 지속될수 있을까요? 작중에서는 라가쉬의 달의 시직경이 제일 작은 태양의 7배라고 서술됩니다. 6개의 태양 중 제일 작은 태양이니까 지구의 태양보다 시직경은 작겠죠? 라가쉬의 자전 주기가 지구랑 같고 제일 작은 태양이 지구의 태양과 같다고 치면 일식은 고작 한시간정도 지속될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두번째 의문으로는 지구의 개기일식은 아주 한정된 지역에서만 볼수 있습니다. 지구의 개기일식경로의 너비를 생각해보면 그 너비가 7배쯤 된다고 해도 라가쉬의 대부분에서는 부분일식으로 보일 것 같습니다. 라가쉬의 세계관을 대충 보면 그래도 과학이나 기술등이 지구의 20세기 초반 정도로까지는 발전한 것 같고, 사람들도 행성 전역에 퍼져 사는것 같은데요, 일식 한방으로 문명이 그렇게 쉽게 멸망하려나요?
마지막 의문으로는 라가쉬의 달에 대한 의문인데요... 작중에서는 5개의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고 유일하게 남은 1개의 태양이 개기일식으로 가려져서 완전한 암흑이 온다고 서술됩니다. 음, 여기서 태양들과 라가쉬와 달의 위치관계를 생각해보면, 달은 5개의 태양으로부터 빛을 반사해서 엄청나게 밝은 보름달로 보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구의 보름달도 꽤나 밝은데 태양 5개분량의 빛을 반사하는 보름달이라면 얼마나 밝으려나요. 개기일식과는 별개로 그거 또한 엄청난 장관이었을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이런 이유들로 전설의 밤이 온다고 해도 작중에서 묘사되는것처럼 완전한 암흑세계가 올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아마도 잘해봐야 황혼때처럼 어스름한 검푸른 하늘 정도가 되지 않으려나요?
이런 문제들을 고려하고도 그 세계관에서 완전히 깜깜해질수 있는 설정을 만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는 여러가지로 생각해봤는데 딱히 생각나는게 없더군요.;
지구와 직접 비교는 불가합니다.
지구는 1태양 - 1행성 - 1위성이고 모두 거의 같은 평면상에 위치하죠. 하지만 라가쉬에는 태양만 6개. 그 각각의 태양에 대한 공전면이 모두 평행을 이룬다는 보장도 없고 각각의 공전속도도 균등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균등하지 않다는 말은 1사이클이 항상 1년, 이런식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죠. 어떨 때는 1년, 어떨 때는 5년.. 이렇게 들쑥날쑥할수 있어요. 다중성계의 오묘한 점이죠. 결국 달의 주기와 해당 항성의 주기가 어떻게 맞아떨어지냐에 따라 시직경과 무관하게 한나절이든 일주일이든 일식이 지속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습니다. 예를 들어 달의 공전과 해당 항성의 공전주기가 아주 약간만 차이난다면, 짧게는 몇개월에서 길게는 몇년동안이라도 달이 그 항성을 가린 채로 계속 그 자리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달의 밝기 역시 마찬가지죠. 달과 행성의 공전면이 평행하지 않다면 달은 그리 밝게 빛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둠도 어둠이지만, 작중의 촛점은 "별"에 맞춰져 있습니다. 여려 개의 항성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별 볼일 없던 행성에 천체현상으로 인해 갑자기 별들이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대 혼란이 찾아오는 이야기죠.
오히려 설정상의 헛점은 다른 데 있을 겁니다.
이런 복잡한 성계에서 대체 어떻게 인류와 거의 흡사한 생명이 탄생해서 거의 비슷한 형태의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는지.
바다와 대륙과 대기 조성과 온도까지 지구와 완벽하게 똑같은 행성이 정말 우연히 만들어졌다 해도 거기서 "사람처럼" 생긴 녀석들이 "사람처럼" 불을 피우고 도시를 건설하고 쿵짝쿵짝거릴 확률은 거의 제로입니다. 결국 "우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하드사이언스로 접근하면 넌센스가 되어버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