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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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장래에 대체역사소설을 쓰고 싶어서 현재 구상 중에 있습니다.
근데 아까 JOYSF의 글 중 SF&판타지 도서관에서 있었던 체코 대사와 박상준씨의 인터뷰 중에서 박상준씨께서 '우리나라 작가와 독자들은 리얼리즘에 너무 경도되어 있어서 SF를 우대해 주지 않는다'는 식의 답변을 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긴 한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더라구요.
대체역사소설은(제가 말하는 '대체역사'란, <한제국건국사>를 위시해 2000년대 이후 범람했던 타임슬립류의 불쏘시개들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역사적 사실을 살짝 비튼다는 특성상 어느 정도 리얼리즘을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비명을 찾아서>나 <유대인 경찰연합>과 같은 소설을 보면 거기에는 역사가 바뀌었다는 가정 이상의 SF적 요소가 없죠(물론 해리 터틀도브의 <월드 워> 시리즈에서처럼 2차대전 당시의 지구에 외계인 침공물이 더해지는 작품도 나올 수 있습니다만......). <비명을 찾아서>는 특유의 상상력과 리얼리즘 덕에 이른바 주류 문학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장래에 대체역사소설을 써서 SF작가로서 대우를 받고 싶다는 망상(?)을 가지고 있는데, 과연 SF적 장치가 거의 없는 대체역사소설도 SF소설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벌거지님이 이미 쓰셨지만, 좋은 작품만 나오면 무슨 상관입니까? 아직까지 한국은 대체 역사물이 자위용이지만 외국의 대체 역사물도 어차피 90%가 자위성 역사 개조 프로그램 입니다.
그냥 대접받기를 기대하시기 보다는 잘쓴 글을 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시기 바랍니다. SF장르를 쓰면 고맙지만, 능력을 기르시고 좋은 작품을 남기는데 주력하시는게 낮습니다.
제 취향 섞인 애기지만 쓰고 싶은 걸 썼는데 사람들은 SF라 분류하더군 뭐 이런 경지에 오르시길 빕니다. 그러면 인정 받습니다.
그리고 주류 문학계 제 편견이지만, 그런게 존재하기나 할까요?
이 게시판에서 대체 역사를 검색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대체 역사를 무진장 좋아하며 훌륭한 SF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수업 때마다 대체 역사 세계관을 하나씩 만들어보도록 학생들에게 시키고 있습니다.
대체 역사에서 과학적인 무언가가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대체 역사는 또 다른 가능성의 세계이며, 그 자체로 독특한 (사회과학적인)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이도 있습니다. 소설가 중에는 "대체 역사는 역사 책만 있으면 쓸 수 있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귀족 탐정 다아시경 시리즈]나 [비잔티움의 첩자] 같은 작품을 앞에 두고 그런 얘기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둘 다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니까요.
그러므로 대체 역사를 쓰시는 것이 SF인지 아닌지는 생각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그냥 그대로 좋은 작품을 만들려는 노력에 신경쓰시는게 더 좋습니다. 좋은 대체 역사를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제 나름대로 정리해 둔 것이 있으니 참고하시는 것도 좋겠군요. 그것이 정답은 아니겠습니다만.
최근 비잔티움의 제국이라고, 마호메트가 그냥 기독교로 개종해 버리는(...) 가상 역사 소설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서문에서 전혀 의외의 인물의 추천사를 보았죠.
무려 '아이작 아시모프' 대본좌님께서 추천하신 글이더군요.
그러면서 '대체 역사 소설은 충분히 SF의 범주에 들어간다' 고 역설한 부분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설령 sf소설로 인정받지 못해도 판타지 소설(...)로 인정받을 수도 있잖아요. (물론 본인은 부정할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얼마나 자신의 필력을 발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흔히 대체 역사라고 하면, 대체라는 단어 때문에 그러는지 몰라도 '변화'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변화 말고 '첨가'를 다룬 대체역사물도 있어요. <테메레르>는 나폴레옹 대체역사물이지만, 용이란 존재를 첨가해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갑니다. 그렇게까지 고증을 깊게 파거나 심도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새로운 유형의 대체역사물을 대중적으로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제가 경험한 그쪽 분야의 보수적 지식인분들.....대학교수나 학계분들 대부분이...
아무리 작품성이 있고 완성도가 뛰어나더라도 객관적 허구성(있을법한~) 이 결여된 소설은 문학이 아닌 통속으로 간주하시곤 하던걸 감안할때 대체 역사물 문학가로서 인정받는다는게 생각보다 참 어렵고 먼 고난의 길이 될수도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비명을 찾아서의 경우도 아직은 통속소설로 분류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그분들 생각딴에는 수능이나 모의고사에 얼굴 한번은 비춰서 지면 할애정도는 해봐야 겨우 문학으로 분류해주는 그런 현실이죠
뭐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하는 희망도 가져봅니다. SF가 당당히 학문 예술 문학으로 승격이 되고 대우를 받게되는 날이 오겠죠.
웃긴게 수난이대니 삼대니 하는 출제 단골 예술 문학 작품들이 옛날에 연재 당시에는 통속으로 분류됐다는걸 상기하시면 좀 위안이 되시려나요?
장르는 문제가 아니에요. 좋은 작품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있을 뿐이죠. 훌륭한 것은 훌륭한 것이고, 꼬진 것은 꼬진 겁니다. 장르는 상관 없습니다. 천하의 이문열도 한창 전성기에 쓴 <우리가 행복해지기까지>가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니까요.
대체역사물은 본래 Soft한 SF로 인정받아 왔습니다. 때문에 대체역사소설이 SF냐 아니냐의 문제는 별로 상관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