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이란 "누군가가 뒤에서 음모를 꾸며서 이 세상을 마음대로 하고 있다."라는 가설입니다. 음모론이 성립하려면 어떤 조직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음모를 꾸미는 존재는 대개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조직, 이를테면 정부의 첩보나 방첩 기관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CIA나 FBI 등이 음모론으로 나오는 것은 굉장히 흔한 일이며, 근래에는 NSA가 좀 더 자주, 그리고 더 많이 소개됩니다.


  물론, 실제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비밀 정부 기관이 나오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슈퍼 히어로로 넘쳐나는 마블의 세계관에서는 실드(SHIELD) 같은 단체가 선보입니다. 외계인들과 접촉하고 관리하는 맨 인 블랙(MIB)도 빼놓을 수가 없군요.

 

  하지만, 때때로 음모론에서는 정부 기관조차 그 하수인으로 등장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바로 정부보다 강력한 힘으로 세계를 좌우하는 조직, '비밀 결사'가 그것입니다.

  비밀 결사는 그 구성원이나 존재, 또는 목적이나 의식 등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조직을 가리킵니다. 이들은 정부 조직과 달리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정부에서도 단체 구성원이 알려지지 않은 비밀 기관은 있습니다만.) 구성원이 누구이며, 본부가 어디인지, 어떤 목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심지어 그것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고, 그들이 나쁜 짓을 준비하더라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비밀 결사라는 것은 창작물만의 존재는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무수한 비밀 결사가 존재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비밀 결사가 있을지 모릅니다. 실제로 비밀 결사가 무언가를 한 일도 적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1963년에 전두환, 노태우 등은 사관생도를 중심으로 하나회라는 조직을 만들었는데, 이 조직은 훗날 12.12 군사반란이나 5.17쿠데타를 주도하고, 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압에서 참여하여 우리나라의 역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비밀 결사가 반드시 나쁜 짓을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1919년에는 민족대표 33인이 몰래 모여서 전국 각지에서 진행하는 독립만세 운동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전역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벌어져서 1년이나 진행되는 3.1운동의 시초입니다.

 

  비밀 결사라는 것이 꼭 거창한 존재만은 아닙니다. 그냥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만을 하기 위한 조직일 수도 있습니다. 가령 클럽 내부에서 미소녀 게임당이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가정합시다. 성인 게임만을 즐기는 모임인 만큼 외부인에게 '변태'(^^) 취급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존재를 감추고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물론 비밀 결사입니다. 만약에 미소녀 게임당이 남들 몰래 게시판을 만들어서 운영한다면, 그것은 미소녀 게임당의 음모가 되겠지요. (음모란 몰래 숨어서 무언가를 꾸민다는 뜻입니다. 꼭 세계 정복같은 거창한 일만 음모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이처럼 비밀 결사는 매우 다채롭게 존재합니다. 그들의 목적이 무엇이건, 그들은 그들의 목적이 달성되기 전까지(또는 달성된 이후에도) 그들의 존재를 감추는 일이 있습니다. 딱히 나쁜 짓을 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조직 자체가 나쁘게 비추어질 수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그 조직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고, 조직의 뜻이 좋더라도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비밀 결사는 음모론의 대상이 되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되었을 수록 음모론 대상이 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지목되는 것이 바로 '프리메이슨(Freemason)'입니다.

 

  프리메이슨은 음모론에 등장하는 수많은 비밀 결사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조직입니다. 활동하는 장소, 그 목적, 심지어는 구성원 등이 모두 공개되어 있지만(구성원임을 밝히지 않는 사람도 있는 듯합니다.), 공개적으로 회원을 모집하지 않고 그들만의 비밀 의식을 갖고 있어서 비밀 결사로 분류하곤 합니다. (물론 공개되어 있는 프리메이슨은 가짜라는 이야기도 있긴 합니다만.)

 

  프리메이슨 외에 음모론에서 유명한 비밀 결사로는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에서 등장한 일루미나티(Illuminati), 마피아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코사 노스트라(La Cosa Nostra), 인종 차별 조직인 쿠 클룩스 클랜(KKK), 유다야 결사 등 많은 조직이 있지만, 그 모든 조직의 음모론을 합쳐도 프리메이슨에 비하면 부족합니다. (물론 이들 조직 중에서는 유다야 결사처럼 실존하지 않는, 적어도 실존한다는 증거가 없는 조직도 있습니다.)

 

  그것은 여타 조직과 달리 프리메이슨이 굉장히 오랜 기간 역사의 전면에서 존속했고, 여기에 가입해서 활동한 이들의 이름이 워낙 거창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국 독립전쟁의 기수 중 하나였던 벤저민 플랭클린이나 1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같은 이도 프리메이슨 회원이며, 루스벨트 대통령도 프리메이슨이었습니다. 더글라스 맥아더, 프랑스의 라파이에트 장군, 심지어 나폴레옹도 프리메이슨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가 프리메이슨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물론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안토니오 살리에리 역시 프리메이슨. 괴테나 볼테르 같은 철학자도 그렇습니다. 게다가 아예 왕이 프리메이슨 회원인 일도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홈즈의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 영국의 대처 수상 등도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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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인 벤저민 프랭클린. 가장 유명한 프리메이슨 회원 중 하나인 동시에 독립 전쟁의 승리에 이바지하고, 미국 건국, 그리고 과학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


  프리메이슨의 명단에는 그야말로 저명인의 기록만으로도 위인전집을 몇 질은 만들고 남을 정도입니다. 그 밖에도 프리메이슨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프리메이슨이라 생각되는(적어도 영향을 받거나 준) 인물은 그 몇 배에 이릅니다. 현재도 세계 전역에 500만 명에 이르는 회원이 가입하고 있다고 하니 그중에서 저명인사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나 국왕마저 프리메이슨 회원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와 관련한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 음모론은 대개 프리메이슨이 세계정복을 꿈꾼다는 내용으로 대개 초대 대통령을 비롯하여 건국의 주역 중 여럿이 프리메이슨이었던-그리고 그 사실을 숨기지도 않았던- 미국이 주역입니다. 심지어 전 세계 여러 비밀결사가 프리메이슨의 하수인이라 나오기도 합니다.


  조금 다른 내용으론 프리메이슨이 -악마숭배라는 말을 듣기도 했던- 일루미나티와 관련이 깊으며 악마를 숭배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경우엔 프리메이슨이 일루미나티의 하수인이라 소개되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교 사회에선 프리메이슨이 적그리스도 단체이며 워싱턴시는 악마숭배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합니다. 실제 로마 교황청에서는 유태인과 프로테스탄트(개신교)와 프리메이슨을 묶어 사탄의 삼총사라고 부르며 멸시했습니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요? 프리메이슨에 대한 전모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도 복잡한 만큼 여기서는 프리메이슨이 어떤 조직이며 그와 관련한 음모론에 어떤 것이 있는지 개략적으로 살펴볼까 합니다.

 

  참고로 여기서 소개한 이야기는 모두 곳곳에서 수집해서 모은 것이므로 무조건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프리메이슨이 아닌 만큼, 아니 프리메이슨이라 해도 모든 걸 알 수 없으므로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중 명확하게 사실인 것을 제외한 추측은 가설이라는 형태로 소개하니 그에 대한 판단은 글을 읽는 여러분이 생각해주십시오.


 

1. 프리메이슨은 무엇인가?

  이름 그대로의 단체입니다. FreeMason(자유 석공). 어떤 조직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던 석공(Mason) 길드에서 출발했습니다. 중세의 석공은 지금으론 건축가를 가리키니 건축가의 친목 단체로 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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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메이슨의 상징. 삼각자와 컴퍼스로 석공조합임을 드러낸다. 가운데의 G는 기하학(Geomerty)과 위대한 질서로서의 신(God)을 가리키는 것. 특정 종교의 신은 아니다. ]

 

  오랜 기간 건축 활동을 하며 기하학과 자연법칙을 중시하던 건축가 단체에 차츰 사회의 발전을 바라는 지식인들이 참여하면서 일종의 사교 클럽으로 발전하였고 이후 유럽 각국과 미국 등으로 확산하면서 현재 같은 구성으로 바뀌었습니다.


  프리메이슨의 건물이 성경에 나오는 솔로몬 신전의 모습을 본 딴 것은 바로 "건축에서 진리를 얻을 수 있다."라고 생각한 석공 시대의 잔재입니다.

 

  일설에는 프리메이슨이 템플 기사단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십자군 시대에 귀족의 기부나 사업으로 막대한 자산을 가진 템플 기사단은 각지에 많은 종교 시설을 세우도록 했는데, 이때 고용된 석공들이 템플 기사단의 영향으로 조직을 구성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훗날 템플 기사단의 재산을 탐낸 프랑스왕과 교황이 기사단을 처단할 때 도망친 기사들이 석공 사이에 숨어들었고, 그들에 의해 프리메이슨이 만들어졌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템플기사단과 프리메이슨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증거는 없지만, 프리메이슨의 의식 일부가 템플기사단의 것을 모방했다는 점이나 둘 다 솔로몬 신전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템플기사단이 프리메이슨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를테면 템플(신전)기사단은 성스러운 솔로몬 신전을 발견하고 그것을 수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사단이라는 뜻입니다.)

 

 

2. 프리메이슨이 친목조직이라면 왜 비밀결사로 활동했는가?


  프리메이슨이 처음부터 비밀결사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초기의 프리메이슨은 정말로 석공들의 친목조직 분위기였지만, 언제부터인가 비밀결사 체제를 띄게 됩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점차 지식인의 사교 모임으로 변화하면서 권위에서 벗어나서 이성을 따르는 조직으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근대에 들어 프리메이슨은 계몽주의를 따르면서 자유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도 오래전부터 종교의 자유를 내세우고 계급 등을 부정하는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프리메이슨은 이성이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를 꿈꾸었습니다. 그들은 무지와 억압과 광신을 3대 적으로 생각하며, 종교나 국왕의 권위, 계급 등의 차별을 따르지 않고 이성적인 사고를 중시했습니다. 특정 종교에 의존하려 하지 않고 제각기 자유롭게 신의 존재를 받아들였습니다. 프리메이슨이 그리스도교 단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것은 프리메이슨이 그리스도교가 발달한 유럽에서 탄생했으며, 솔로몬 신전의 건축을 중시하기 때문에 가진 오해일뿐, 프리메이슨은 특정한 종교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프리메이슨은 특정한 종교, 특정한 신, 특정한 종파를 가리지 않고 각자가 믿는 신의 질서를 따르므로 당시 교회가 프리메이슨을 좋지 않게 보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권위를 중시하는 왕 중에서도 눈살을 찌푸리는 이가 있었습니다. (물론 프리메이슨으로 가입한 왕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프리메이슨은 자연히 비밀결사처럼 운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가입 회원을 공개하고 프리메이슨임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가 늘어났습니다.


  미국에서의 몇몇 사건으로 프리메이슨이 비난을 사고, 정치적인 영향력이 약화되면서(그리고 프리메이슨 스스로 정치적인 개입을 피하면서) 프리메이슨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은 이제 별로 위험한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각 지부(롯지)의 홈페이지를 보면 행사 사진 등이 공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프리메이슨이 비밀결사로 불리는 것은 프리메이슨이 회원을 공개적으로 모집하지 않고 조직 내의 가입절차나 통과의례 등이 비밀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조직 내에서도 의식의 의미가 비밀이라 합니다. 그것은 실제로 의식의 의미가 잊혔다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처음엔 뭔가 의식이 있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는 것입니다. 자신도 모르지만 모른다면 모양이 안나니 비밀이라 합니다. "언젠가 알 거다."라는 말을 덧붙이면 금상첨화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시스템이 조직의 결속을 높인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은 -그것이 어떤 비밀이건- 서로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고 우애를 넓히기 좋습니다.


  조직 내부 사람끼리 노래나 인사법, 특수한 교리나 지식 등은 교류하는 일은 비밀결사가 아니라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러한 ‘우리만의 무언가’는 단체의 결속력을 높여주며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을 이끌어냅니다.


 

3. 미국은 프리메이슨이 이상을 위해 만든 나라인가?

  부분적으로는 맞고 부분적으론 틀립니다. 미국의 탄생에서는 권위에 따르지 않는 프리메이슨의 영향이 컸습니다. 특히 벤저민 프랭클린은 프리메이슨의 이상을 매우 적극적으로 도입하려 했습니다.

 

  조지 워싱턴은 프리메이슨의 중요시하는 기하학에 따라 워싱턴시를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설계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건국에 참여한 인원 중 프리메이슨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그들의 역할은 한정되었지요. 그들이 미국 건국에서 끼친 가장 큰 영향은 종교의 개입을 부정하고 이성을 중시하며 국가의 권위보다 개인의 자유의지를 중시하는 체제를 내세웠다는 것입니다.


  미국 독립선언문에는 종교적인 메시지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본래 쓰려 했던 "신성한"이라는 단어조차 "자명한"이라고 바꾸었을 정도입니다. 일부 그리스도교인들, 특히 근본주의적인 복음주의자들의 착각과 달리 미국은 국가에 대한 종교의 개입을 완벽히 부정하며 탄생한 나라이며 무엇보다도 개인의 자유로운 권리(심지어는 부정한 정부에 항의하고 투쟁할 권리마저도)를 중시한 나라였습니다.

 

  한편, 미국에 대한 프리메이슨의 영향은 1달러 지폐에서 보인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1달러 지폐의 뒷면에는 미완성 피라미드와 눈이 보이고 아래에는 라틴어 문장이 쓰여있는데 이에 대해서 이것이 프리메이슨의 상징이며 세계정복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를테면, 피라미드조차 지배하며 세상을 감시하는 눈이라는 말이죠.


  이 말의 진가를 얘기하기에 앞서, 1달러 지폐를 프리메이슨이 만들었는지부터 생각해 보겠습니다. 앞서 프랭클린 등이 프리메이슨이며 건국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1달러 지폐의 디자인에서 프랭클린의 영향은 사실상 없습니다. 지폐제작 위원회는 6년에 걸쳐서 4차례 만들어졌는데 프랭클린은 첫 위원회만 참여했습니다. 그가 기획한 디자인은 현재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프리메이슨은 프랭클린 혼자가 아닙니다. 다른 위원회에도 프리메이슨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는 없지만, 비밀 회원이 없었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1달러와 프리메이슨은 관계가 있을까요?


  우선 미완성 피라미드는 프리메이슨의 상징이라 합니다. 1915년에 워싱턴시에 세워진 ‘하우스 오브 템플’의 지붕에는 13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미완성 피라미드가 있는데, 이는 1달러에 새겨진 문양과 비슷합니다. 그 위의 ‘진리의 눈’도 프리메이슨의 상징이라 하는데 이를 통해서 프리메이슨이 세계의 주인이라는 뜻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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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의 프리메이슨 건물인 하우스 오브 템플. 역시 솔로몬 신전 디자인을 본따고자 노력한 건물로 위를 보면 미완성 피라미드 모양이 있다. ]


  앞서 소개했지만, 프리메이슨은 이성을 중시하고 권위 등의 지배를 거부하는 자유와 합리주의를 내세우는 단체입니다. 개인의 자유의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그들이 ‘세계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위 이야기는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우선, 미완성의 피라미드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나라, 앞으로 완성해나갈 나라’를 뜻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프리메이슨이 중요시하는 건축을 함께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리의 눈’, 또는 ‘르네상스의 눈’이라 불리는 상징은 프리메이슨의 상징이 아닙니다. 이는 고대 이집트에서 기인한 것으로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신의 눈’을 뜻하는 상징으로 널리 퍼져 나갔습니다.


  이는 보편적인 ‘신의 상징’으로서, 이를 통해 위원회는 특정한 종교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적인 신의 은총을 표시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편, 이 문양은 프리메이슨의 상징 중 하나가 되지만, 프리메이슨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미국의 문양이 나오고 한참 뒤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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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러 지폐에 새겨진 미국 문양 중 하나. 여기서 사람들은 무수한 음모를 이야기한다. ] 

 

  한편, 피라미드 아래에는 미국이 건국된 해인 1776년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일루미나티가 창설된 해라는 이유로 -그리고 미완성 피라미드와 진리의 눈 문양이 일루미나티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미국이 일루미나티와 관련되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완벽한 낭설입니다. 우선, 일루미나티는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미완성 피라미드 모양을 그들의 상징으로 받아들인 일이 없습니다. (이는 훗날 음모론자나 일루미나티의 후예를 자처하는 집단이 멋대로 추가한 내용입니다.)


  마지막으로 문양 아래 새겨진 라틴어 NOVUS ORDO CECLORUM(노부스 오르도 세클로룸)이라는 라틴어 단어도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와 연결된다는 의견이 있지만, 사실 이 문장은 오랜 라틴어 시에서 나온 것으로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 어느 쪽도 이 말을 그들의 상징으로 쓴 일이 없습니다. (이 문장과 관련한 음모론을 뉴 월드 오더(New World Order) 또는 세계 정보 음모론이라 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이 세계 정복을 노리는 단체의 사람이라면 지폐처럼 사람 눈에 잘 띄는데다 굳이 자신들의 뜻을 밝힐까요?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무슨 부적처럼 작용해서 음모가 빠르게 진전되는 것도 아닐텐데?

 

 

4. 프리메이슨은 적그리스도인가?

  앞서 설명만을 보면, 그리고 그리스도교 신자라면 프리메이슨이 적그리스도이며 악마 숭배자라고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착각입니다. 프리메이슨은 종교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조직이지만, 종교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단지 어떤 종교를 믿을지를 개인의 자율에 맡긴 것이 다릅니다. 즉, 종교 자유주의자이지 종교 부정주의자는 아닙니다.


  이점은 영지주의 그노시스파의 영향을 받아서 결국에는 적그리스도 단체라고 불리기도 했던 일루미나티와는 다릅니다. 프리메이슨 중에서 일루미나티에서 활동한 사람도 있지만, 두 조직은 별 관계가 없습니다. (댄 브라운은 소설 [천사와 악마]에서 갈릴레오가 일루미나티였다는 얘기를 하지만, 이는 댄 브라운이 소설 속의 반물질이나 CERN의 실험 등에 대해서 착각을 하고 엉뚱하게 기술했듯이 사실이 아닙니다. 갈릴레오는 일루미나티가 등장하기 훨씬 전에 죽었으니까요.)

 

 

5. 프리메이슨은 세계적인 단체인가?


  부분적으론 맞고 부분적으론 틀립니다. 프리메이슨은 세계에 지부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세계적인 단체처럼 보이지만, 각 지역의 지부(롯지)는 독립적으로 운영됩니다.


  본부마다 독자적인 규정이 있고 가까운 본부에서도 의식이나 규정이 다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프랑스의 롯지에서는 카톨릭 신앙을 믿는 사람만 입회할 수 있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롯지는 다른 롯지에 인증을 받으면서 프리메이슨의 네트워크에 들어올 수 있는데, 어느 롯지를 통해 인증을 받는가에 따라 그 규약이나 성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롯지 한양은 스코틀랜드의 롯지로부터 인증을 받아서 설립되었기에 영국 쪽의 규칙과 전통을 따르지만, 역시 독자적으로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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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지 한양 홈페이지. 최근의 활동 내용도 알 수 있다. 아래에 일본 지진 관련 후원 내용을 볼 수 있다. ( http://lodgehanyang.org/ ) ]


  이처럼 개별 롯지가 독자적인 방향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전 세계를 총괄하는 본부가 있는 로터리 클럽이나 라이온즈 클럽 같은 단체와는 차이가 있으며, 세계적인 단체인 동시에 각 롯지마다 별도의 조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프리메이슨은 세계를 정복하려 하는가?


  정복이라는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릅니다. 앞서 말했듯 프리메이슨은 이성을 더 중시하는 세계를 꿈꿉니다. 그런 세계를 만들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세계 정복을 꿈꾼다고 해도 좋겠지요.


  하지만, 프리메이슨은 중세 시대에 이미 종교 선택의 자유를 내세웠을 만큼 반권위적인 조직입니다.


  그들은 무지를 싫어하지만, 그 이상으로 억압을 부정합니다. 누군가가 누군가의 지배를 받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런 조직이 세계정복의 음모를 꾸밀까요? 무엇보다도 벤자민 프랭클린이나 괴테, 조지 워싱턴 같은 이들이 세계정복을 꿈 꿀까요?(나폴레옹은 그럴지도?^^) 조지 워싱턴은 독립전쟁을 이끌고 승리한 탁월한 군사지도자이지만, 적어도 조지 부시보다는 온건한 인물입니다. 그런 이들이 세계 정복의 꿈을 꾸었다고요? 그걸 진심으로 믿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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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는 얼굴의 초상을 볼 수 없는 조지 워싱턴. 그는 일루미나티가 아니냐는 질문에 명백하게 아니라고 했지만, 프리메이슨이라는 사실은 절대로 숨기지 않았다. ]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프리메이슨에 대한 여러 가지 음모론은 어디까지나 프리메이슨이라는 조직을 잘못 이해하고 그와 관련된 내용을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입니다.


  프리메이슨이라는 조직이 명목상으로는 비밀결사로 분류되지만, 그 조직은 어디까지나 계몽주의 정신을 받아들이고 합리적이며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진보적인 우애 단체이자 사교 클럽일 뿐 딱히 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5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회원으로 있는 조직이 ‘비밀 결사’이고 ‘세계 정복 음모를 꾸민다.’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말일까요?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가 현존하는 가장 큰 비밀결사로 분류되는 단체 중 하나인 만큼, 각종 음모론이 끊이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조금만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싸구려 음모론보다는 좀 더 완성도 높은 무언가가 나왔으면 합니다. 그래야 최소한 영화 [내셔널 트래저]보다는 나은 이야기로 사람들을 매혹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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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내셔널 트래저. 프리메이슨과 관련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잘 뒤섞어 만든 오락물이다. ]

 

  물론, 여기에 소개한 각종 이야기는 프리메이슨과 관련한 가장 기초적인 음모론에 불과합니다.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 같은 비밀 결사 음모론은 이보다도 훨씬 많지만, 이에 대해서는 훗날 다시 정리해 볼까 합니다.

 

 

추신) 프리메이슨은 남자들만의 모임입니다. 하지만, 이는 남녀 차별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여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지키고 모임에서는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일도 있지만, 오랜 전통에 따라서 남자만을 가입시키는 것입니다.

  진보적이고 계몽적인 조직에서 전통에 따라 의미를 알 수 없는(잊어버린?) 의식을 계속 행하고, 남자만을 받아들이는 원칙을 유지하는 것은 조금 모순되어 보일지 모르지만, 그러한 전통은 조직의 결속을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인 만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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