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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형태를 간직한 군견. 언제까지 이런 모습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내셔널 지오그래픽> 3월호에 표지기사로 흥미로운 게 나왔더군요. 가축화된 동물에 관한 내용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야생 동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가축이 되었는지 밝히는 거죠. 가장 오래된 가축인 개부터 고양이, 말, 낙타 등을 거쳐 제일 마지막에 합류한 칠면조까지 다양한 포유류/조류가 인간과 함께 살아갑니다. 하지만 전체 포유류/조류 중에서 가축이 된 동물은 극히 일부분이며, 왜 가축이 되었는지는 아직까지도 논란의 대상이죠. 가장 친근하다고 하는 개조차 왜 사람이랑 같이 살게 되었는지 여전히 모릅니다. 늑대가 음식 찌꺼기를 찾아오게 되어서? 아니면 사냥 나갈 때 동물을 쫓으려고? 그도 아니면 그냥 늑대 새끼가 귀엽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고, 그래서 해답을 찾아나선 과학자들의 연구를 조명합니다.

 

본지에서 소개한 과학자들은 비슷한 연구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현재 가축에서 야생동물을 추리하는 건 어려우니까 야생동물을 데려다가 가축화를 시키는 거죠. 주로 은여우가 나왔는데, 개과 동물이면서 지금껏 가축화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연구원들은 야생 여우를 몇 마리 키우다가 그 중에서 인간에게 친숙하게 구는 놈들을 골라 따로 번식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4세대를 거치자 그 새끼들은 인간에게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고요. 세대를 거치자 단순히 인간을 경계하지 않는 부모에서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며 달라붙는 새끼가 나온 겁니다. 연구원들은 공격적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새끼를 온순한 부모 밑에서 키우게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란 새끼는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았고, 따라서 인간을 따르는 성질은 유전적이라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세대가 흘러감에 따라 신체도 변한다는 겁니다. 원래 야생에서는 없어져야 할 특징이 그대로 보존되고, 심지어는 확산된다는 겁니다. 인간에게 친숙한 새끼 여우는 귀가 펴지는 기간이 비교적 더 길었습니다. 그리고 몸에 얼룩무늬가 나타나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꼬리는 다리 사이로 내려가는 게 아니라 말려 올라갔고, 척추 수가 줄어듬에 따라 꼬리도 짧아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야생에서 생존하기에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예민한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면 삼각형 귀가 유리하고, 몸을 숨기려면 얼룩보다 단색이 낫습니다. (여우는 호랑이나 표범이 아니니까요.) 꼬리는 균형감각을 찾을 수 있어야 하고, 절벽 등을 뛸 때 몸의 리듬을 잡아주도록 길어야 합니다. 그런데 인간에게 친근하도록 교배시킨 새끼는 야생에 알맞도록 크지 않았다는 거죠. 왜냐하면 인간의 보호가 있으니까 굳이 생존력을 높일 필요가 없거든요.

 

여우만이 아니라 현재 가축들은 야생동물과 다릅니다. 그 중에는 젖소처럼 야생을 잃어버려 생존을 완전히 인간에게 맡긴 동물도 있습니다. 가축화된 동물이 자연적으로 변화한 건지, 아니면 인간이 선택적으로 교배시킨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어떤 과학자는 동물 스스로가 그렇게 변화했다고 하고, 다른 과학자는 인간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가령, 홀스타인 젖소에게 지금처럼 흑백 무늬가 생긴 건 농부들의 의도였다고 합니다. 수많은 소를 키워야 하는데, 얼룩무늬가 있으면 개체를 구분하기 쉬우니까 그렇게 교배시켰다는 거죠. 글쎄요, 본지에서는 누구 의견이 옳다는 결론은 내리지 않습니다. 다만, 야생동물이 인간 곁에 다가오면 성격만이 아니라 외형까지 변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이것이 '어쩌다 길들여진 야생동물'과 '종 전체가 인간에게 친한 가축'의 차이고요.

 

저는 이 기사를 읽다가 문득 군견 생각이 났습니다. 군견은 현재에도 (아마 높을 확률도 앞으로도) 군사용으로 쓰이는 개입니다. 과거 동물이 제공했던 동력을 기계로 대체하면서 동물은 군사 현장에서 한 발 물러났습니다. 인도의 밀림에선 밀렵꾼을 찾아다니는 데 아직도 코끼리가 중요합니다. 일부 산악/사막 지형에서는 말과 낙타가 순찰용으로 요긴합니다. 미군은 돌고래나 꿀벌을 정찰용으로 연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예외적인 사례이고, 현대 군사 및 치안에는 동물을 쓰지 않습니다. 그러니 군견은 유일한 군사용 동물 자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주된 임무는 범인을 추적하고, 경계를 하고, 위험물질을 찾는 것이며, 급박한 대치 상황에서는 전투를 하기도 합니다. 이건 모두 뛰어난 후각과 날랜 운동신경, 그리고 영리한 두뇌와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가까이 하는 친숙함 덕분이죠.

 

하지만 개도 역시 가축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가축은 세월이 흐르면서 형태가 변합니다. 개는 늑대를 조상으로 두었지만, 현대 견종 중에는 늑대와 전혀 딴판인 종도 수두룩합니다. 이는 인간에게 익숙해지면서 야생의 모습이 없어지기도 했지만, 인간이 귀여움을 추구하면서 외관을 바꾸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귀는 축 쳐져서 소리를 잡아내기 힘들고, 주둥이는 짧아서 냄새 맡기도 어렵고, 다리와 꼬리가 짧아져 격렬하게 움직이지도 못하죠. 시간이 더 흐르면 개의 모습도 더 바뀔 것이고, 어쩌면 늑대에게서 한참 떨어진 모습의 동물이 나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개성에 맞는 다양한 개를 좋아하고, 그래서 지금도 품종 교배에 한창이니까요. 다리가 짧고 허리가 긴 개는 인간 사회로 따지자면 장애인입니다만. 그 장애인이 지금은 정상인과 비슷할 정도로 수가 불어 낳습니다. 야생이라면 아마 벌어지기 힘든 일이겠지요.

 

그러면 군견은 어떨까요. 군 부대나 경찰서에서는 늑대와 닮은 견종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할 겁니다. 왜냐하면 너무 외관만 추구하다가는 개의 본래 모습을 잃어버리고, 그러면 임무 수행에도 지장이 있을 테니까요. 하루 종일 제자리에 앉아 냄새만 맡는 탐지 기계로 쓸 거라면 모르겠습니다만. 군견과 경찰견은 긴 거리를 이동할 체력, 적과 싸울 몸집, 장애물을 돌파할 민첩성 등도 필요합니다. 그러니 다른 개들이 다 바뀌는 시점에도 군견은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겠죠. 어쩌면 먼 미래에 애완견과 군견은 완전히 다른 종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한쪽은 미적인 관점만 발달시키고, 다른 한쪽은 실용적인 능력을 유지한 상태가 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이건 너무 멀리 내다본 추측이고, 그렇게 될 거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런 미래를 예측하는 과학자나 전문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개가 가축을 넘어서 애완용으로 점점 더 변하는 시점에서 한 번쯤은 생각해볼 사항인 듯도 합니다.

 

몇 년 전인가, 그런 소식을 들었습니다. 독일 경찰에서 셰퍼드 운용을 줄이겠다고 했지요. 독일 셰퍼드가 하도 인기있는 종이다 보니 유전전 특성을 이어가기 위해 근친교배 등을 자주 하고, 결국 외형 및 품성이 경찰견으로 떨어진다는 겁니다. 지능이 떨어지고, 사냥과 추적 본능을 잃고, 운동신경도 둔해져 더 이상 치안 임무에 알맞지 않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벨기에 말리노이즈가 대체 품종으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군/경찰용으로 말리노이즈가 비교적 늘어난 건 사실이죠. 세월이 더 흐른다면 이것보다 더 심한 일도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미래를 함부로 예측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만, '어쩌면…'이라는 생각을 한 번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