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어린왕자 얘기 참 재미있군요. 하지만, 보다보니 씁쓸한 장면이 많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납기일"을 내세우며 밤샘을 강요하는 상사로군요.

 

많은 회사에서 "납기일"을 맞추어야 한다면서 초과 근무를 지정합니다.

 

게임 회사 등 소프트웨어 관련 회사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도 있습니다.

 

납기일이 눈앞에 왔을때 밤샘은 당연한 것이며, 납기일이 아니라도 밤샘이 많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납기일이 다가왔을때 밤샘 자체도 조금 이상하겠지만, 납기일이 아닐 때까지 초과 근무를 하는 것은 정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본래 일이라는 것은 정해진 시간 내에 끝나야 하는 법입니다.

 

그것을 넘겨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두가지 상황 밖에는 없습니다.

 

 

첫번째는 일하는 사람이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가령 일은 하지 않고 팽팽 놀았다면 당연히 초과 근무를 해야 겠지요.

 

두번째는 일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두번째 상황이 되는 것은 일의 양에 비해서 인원이 많거나, 또는 일의 내용에 비해 담당자의 실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두가지 경우는 사실상 같은 것이라 볼 수 있으며, 양쪽 모두 "상사의 잘못"입니다.

 

상사가 시키는 일은 무조건 해야만 하는 사내 문화가 정착된 상황에서는 상사가 무리한 일을 시켜도 거부하기 힘듭니다.

그러니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해야만 합니다.

 

한편, 양이 많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언제까지 해."라는 지시가 나오면 해야 합니다. 설사 퇴근을 하지 못하고 회사에만 붙어 있어도 말입니다.

 

둘 중 어느 쪽이건 잘못은 상사에게 있습니다. 훌륭한 상사라면 부하의 능력에 맞추어 적당한 일을 시키야 합니다.

물론 시급한 상황에서 무리를 할 수는 있습니다. 가령, 천재지변으로 문제가 생겼을때 어떻게든 납기일을 맞추어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이 경우에는 상사 역시 옆에서 돕는게 당연합니다. 단지 감시만 하는게 아니라.)

하지만, 무리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시급한 상황에서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것이 상시화된다면 그건 문제가 심각합니다.

 

우선,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정말로 최악의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한 사람이 쓰러진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납기를 맞추는 것은 정말로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다른 이도 무리를 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무리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문제는, 개인이 회사의 사정(정확히는 상사의 사정)에 맞추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하며, 그만큼 자기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몸은 몸대로 축나고, 효율은 효율대로 떨어집니다. 독서나 기타 활동을 통해서 자기 성장도 불가능. 결국 소모품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또 하나, 진정한 문제는... 이러한 일이 상시화되어 버리면, 자연스레 일을 제 시간에 맞추어 하지 않게 되는 경향도 발생합니다.

평소 근무시간에는 적당히 하다가 야근을 하고, 납기일이 되었을 때에만 근무시간이고 야근이고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자연히 일의 효율은 무진장 떨어집니다.

 

회사는 회사대로 손해고 사원은 사원대로 손해인 상황. 정말로 최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OCED 국가 중에서 일하는 시간이 제일 많으면서 일의 효율은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길은 단 하나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초과 근무는 하지 않는다."라는 지침을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라는 것은 가령 납기일이 눈 앞에 다가와도, 갑작스레 문제가 생겨도 초과 근무를 피한다는 말입니다.

 

실제 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들은 야근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만큼 일을 하고 칼 퇴근.

물론, 마무리 작업에 들어서, 또는 갑작스레 버그가 생길 때 초과 작업을 하는 일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굉장히 특별한 예외적인 경우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평소에 무리하게 돌리지 않는 만큼, 급한 상황에서 무리를 하더라도 부담이 덜합니다. 게다가 무리를 한 이후에는 여가를 충분히 주기 때문에 더욱...

 

이를 위해서는 일의 양에 맞추어 충분한 인원이 필요합니다. 가령 일이 밀린다면 파견 사원이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보충하더라도 인원을 늘려야 합니다. (소프트웨어라면 테스트 인원을 늘려서 대신시키는 것만으로도 개발자의 부담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인원이 부족하면 자연히 힘들게 일해야만 합니다.

 

 

결국, "야간이 상시"라는 말은 "인원이 부족"하다는 말과 다를게 없습니다. 회사가 인건비를 아끼는 대신에 사람들을 혹사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이 기업 문화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개인에게는 최악이며, 회사에서도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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