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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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오 오타가키의 만화 <문라이트 마일>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달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달의 자원을 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파워 게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 이 작품은 매우 사실적인 연출과 다양한 상황이 돋보이는데, 그 중 하나로 인간을 대신하여 로봇들이 활약하는 모습이 종종 들어옵니다.
이를 테면,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주로 나가기 어려운 인간을 대신하여 문제를 해결했던 로봇, 가디언 같은 것이 대표적이지요.
[ 인간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 가디언. 놀랍게도 로보노트 2와 동일한 발상의 상반신 로봇이다. (문라 ]
많은 작품에서 우주로 나가는 것이 매우 간단하게 그려지기에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이를테면, <기동전사 건담> 같은 곳에서는 얇은 노말슈트만 입고 바로 나가기도 합니다.), 사실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힘든 일입니다.
우주는 진공 상태이며 영하 269도(3k)라는 엄청난 초저온입니다. 게다가 햇볕을 쬐는 곳에서는 열이 발산되지 않아 체온이 금방 올라가 버리기도 하는 등 문제가 있지요. 이를 위해 우주인들은 우주복을 입는데, 이 우주복 내부가 1기압 상태라면 풍선처럼 부풀어서 활동을 할 수 없기에 우주복 내부는 대개 0.3 기압 정도로 낮추어 활동합니다.
수천 m 급 산에서나 느낄 수 있는 저기압 상태인 만큼, 기압을 금방 내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주인들은 우주복을 입고 임무에 나가기 전에 최소한 8시간, 가능한 12시간 정도 걸쳐서 기압을 천천히 낮추어 적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지루한 작업이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일이지요.
때문에 갑작스레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대처할 길이 없습니다. 이 상황을 극복하려면 만화 <플라네테스>에서 데브리 회수반 등이 사용하는 것처럼 1기압에서도 부풀어 오르지 않는 단단한 우주복을 입는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우주복은 활동성이 떨어지는데다 다루기 불편해서 정밀 작업에는 맞지 않습니다. 무중량 상태의 우주공간에서는 그나마 움직이기라도 할 수 있지만, 달이나 화성 같은 중력이 있는 지역에서는 너무 무거워 꼼짝도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동력이 달린 강화복이 필요해 집니다.)
[ 하드슈트. 이런 갑옷같은 우주복이 아니면 항상 기압을 낮추어야 한다. ( 문라이트 마일 )]
때문에 <문라이트 마일>에서는 상반신이 달린 로봇을 등장시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로봇은 인간처럼 기압을 낮추어 나갈 필요도 없고, 혹시나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가볍게 포기할 수 있으니까요.
언젠가는 인간을 대신하여 로봇이 우주 작업을 진행할 날… 그런데 바로 그 날이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 그것도 불과 며칠 안에 말이지요.
25일 오전 6시 53분(현지 시각 24일 오전 4시 53분)에 우주 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지구를 떠나 임무에 나섰습니다. 이는 우주왕복선에 있어 마지막 비행으로부터 3번째의 비행인 동시에, 디스커버리호로서는 마지막 비행이기도 합니다.
[ 마지막 여정에 나선 디스커버리 ( space.com ) ]
1984년 8월 비행을 시작한 이후 39번째의 임무. 우주 왕복선으로서는 가장 많은 회수의 임무를 수행한 디스커버리의 마지막 임무인 것입니다.
디스커버리호에는 국제 우주정거장(ISS)에 수송할 화물(저장고로 사용할 이탈리아제의 다목적 모듈) 외에도 또 하나의 이색적인 화물이 실려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주에서 계속 남겨두고 사용할 세계 최초의 인형 로봇”, 로보노트2(Robonaut 2)입니다.
[ 아쵸~~~! 문라이트 마일의 가디언보다 깔끔한 느낌의 로보노트 2 ]
인간의 상반신을 닮은 외형에 150kg의 질량을 가진 로보노트는 팔이나 손가락을 움직여서 도구를 쥘 수 있는 최초의 우주 로봇입니다. 장래에는 국제 우주정거장에 설치되어 정거장 위를 돌아다니며 인간을 대신하여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든든한 동료인 것이지요.
<문라이트 마일>에서 이와 비슷한 로봇이 등장한 것은 시간적으로 보면 훨씬 뒤의 일이었습니다. 로보노트 2는 물론 아직 시험 단계에 지나지 않지만, 이것이 만일 실용화된다면 SF 작품의 시간보다 훨씬 앞서 SF 속의 상상을 실현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억될 것입니다.
오늘부터 총 11일간 진행될 디스커버리의 임무 중에는 바로 이 로보노트 2와 관련된 실험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디스커버리호가 물러나는 대신 로보노트 2를 우주에 데뷔시키는 모습이 되는 것이지요.
이제껏 지구에서만 활동했던 로보노트 2가 우주 환경에서도 제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디스커버리호가 마지막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기를…
여담) 로보노트 2와 <문라이트 마일> 속의 가디언은 그야말로 쌍동이처럼 닮았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물론, 로보노트 2가 좀 더 깔끔한 디자인이지만, 상반신만 갖추고 있으며 등에 백팩을 달고 있는 모습까지 두 로봇은 같은 발상에서 나왔다는 것을 느끼게 하지요.
하지만, 두 로봇에 큰 차이가 있으니 바로 로보노트2는 공개적으로 우주에 데뷔하는 반면, 가디언은 미국만이 아는 비밀이였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본래 가디언은 미국만이 독점적으로 쓸 예정이었지만, 로보노트 2는 장차 ISS를 사용할 모든 이들이 함께 활용할 로봇이라는 점에서도… 그런 면에서 우주 개발의 현실은 적어도 <문라이트 마일> 속의 상상보다는 훨씬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인류의 새로운 신천지에서 쌈박질을 벌이는 두 사람. 지금의 우주 개발 모습은 이보다는 바람직하지 않을까? (문라이트 마일 ) ]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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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디스커버리 호가 뜬다는 뉴스를 보고 감격하긴 했는데, 저런 로봇까지 동반할 줄은 몰랐네요.
상반신만 있는 로봇이라…. 뭐, 보편적인 관점으로 보면 좀 흉측하긴 하겠네요. 그래도 다리가 달린 것보다는 효율이 있을 테죠. 역시 로봇에게 다리 따위는 장식인 걸까요.
저는 기계팔을 단 소형 탑승물이 우주 작업을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로봇이라니. 현실은 제 예상보다는 훨씬 SF적이네요. 놀랍습니다.
만화에서는 국가가 진행하는 '거대한 음모'가 포함되어 있지만... 현실에서 그러한 '음모'가 얼마나 유지보수하기 힘든지를 안다면 결국 음모론의 한계도 명백하지요.
외계인의 유물이라도 주워서 소수가 그 지식을 독점한다면 만화와 같은 세상이 펼쳐질 수는 있습니다.
거대한 음모의 통제에는 필연적으로 음모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변수를 제어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합니다. 그런 존재의 지성은 아마도 거의 '신'에 필적하는 지성을 가진 존재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일정 규모 이상의 음모를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 인류에게는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