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라이터 (창작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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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잉!”
제 1차 이주타운. 그저 숫자로만 불리는 지상의 이 작은 도시에서 사이렌 소리가 길게 울렸다. 주민들은 사이렌 소리를 듣자마자 황급히 대피소를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몰리는 바람에 대피소의 입구는 미어터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먼저 들어가려고 서로 밀치고 있었다.
“쿠궁!”
그렇게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의 머리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림자는 점점 더 커지더니 마침내 채찍처럼 생긴 검붉은 물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촉수처럼 보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거대한 연체동물의 발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것은 수많은 돌기로 뒤덮여 있었다.
“철썩!”
그것이 사람들을 덮쳤다.
“으아악!”
비명은 길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에 맞는 순간 뼈와 살점이 으스러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살뭉텅이로 변해버렸다. 그것이 위로 휙 들렸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것의 표면에 붙어 있던 돌기에 붙은 채 딸려 올라갔다.
그것의 종착지는 거대한 붉은 돔이었다. 자세히 보자, 그것과 돔은 한 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의 발에 붙잡힌 사람들이나, 지상에 있는 사람들은 자세히 보이지 않을 것이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있거나, 혹은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위치라면 이 생명체의 전체적인 윤곽이 보일 것이다.
“저거...꼭 문어 같아.”
금발의 소년이 중얼거렸다. 소년의 머리카락은 손질하지 않아 엉망진창이었다. 앞머리가 눈을 찔러대도 소년은 별 관심이 없어보였다. 오히려, 소년을 보는 소녀가 더 신경이 쓰이는 듯했다. 소녀는 손을 뻗어 소년의 앞머리를 옆으로 쓸었다.
“이거 끝나고 나서 내가 머리 잘라줄게.”
소녀가 말했다.
“고마워, 세이.”
소년이 얼굴을 붉혔다.
“고맙다고 할 필요 없어. 내가 보기 갑갑해서 그러는 것 뿐이니까. 나한테서 미용 실력 같은 거 기대하지 마. 바리깡으로 확 밀어버릴 거야. 머리에 고속도로 생길지도 몰라.”
“고마워.”
“그만 하라니까, 크리스.”
세이는 팩 고개를 돌렸다.
“이번 녀석은 꽤 크네.”
“응, 꼭 거대 문어 같아.”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이는 얼굴을 찡그렸다. 크리스의 말대로 그냥 겉보기에는 거대 문어처럼 생긴 괴물이었다. 하지만 괴물은 문어와 달리 인육을 좋아했다.
괴물은 촉수에 걸린 사람들을 부리처럼 생긴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괴물의 입이 벌어졌다. 세 갈래로 갈라진 부리가 벌어지고 그 안에 있는 날카로운 이빨이 나타났다.
아직까지도 생존해 있던 소수의 사람들이 괴물의 발에서 들러붙은 채 발버둥쳤다. 괴물의 발에서는 끈끈한 점액이 흘러나왔다. 발버둥 치면 칠수록 사람들은 더더욱 점액에 들러붙었다.
지상의 사람들은 대피하는 것도 잠시 잊고 아연한 얼굴로 상공을 올려다보았다.
괴물의 발에 잡힌 사람들이 울부짖었다. 마지막 절규였다. 괴물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오도독 오도독. 삼백 명의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터지는 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괴물의 입은 계속해서 오물거리면서 사람들을 씹어 삼켰다. 괴물은 입으로 발을 한 번 훑은 후, 지상에 내려놓았던 또 다른 발을 입으로 가져갔다.
오도독, 오도독. 또 한 번 요란한 소리가 도시를 울렸다.
“꺄아악!”
지켜보고 있던 군중들 중 누군가가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지상에 있던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져 미친 듯이 대피소의 입구로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서로 찍고 누르고 할퀴고 물어 뜯어댔다.
세이는 눈을 감았다 떴다.
공간이 뒤틀렸다. 사물들이 물이랑처럼 너울거렸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일시에 사람들을 속였다. 심지어 괴물조차도.
“우어어!”
괴물은 울부짖었다. 막 괴물의 입으로 가져가려던 다리 한 짝이 붉은 피를 뿌리며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쿠웅! 다리는 묵직한 소리를 내면서 아스팔트 도로에 떨어졌다. 괴물의 다리는 떨어지는 즉시 깨져버렸다. 얇은 유리장처럼, 산산조각이 나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세이는 허공으로 손을 뻗었다. 허공이 일렁이면서 세이의 손을 받아들였다. 세이의 손은 잘려나간 것처럼 팔목까지만 나타났다. 손의 나머지는 저 편, 괴물의 등 뒤에 있었다. 마치 손만 달랑 허공에서 뚝 떨어져내린 것 같았다.
세이는 눈을 감았다 떴다. 하얀 얼음 결정체가 손바닥에 맺혔다. 얼음 꽃은 곧바로 날아가 괴물의 머리에 닿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괴물의 본능이 더 빨랐다. 괴물은 몸을 돌림과 동시에 발로 얼음 꽃을 쳐내려고 했다.
“파앙!”
얼음 꽃은 괴물의 발에 닿자마자 폭발했다. 괴물의 발도 얼음 꽃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가버렸다.
“우어어어어!”
괴물은 고통으로 울부짖었다. 건물들의 유리창이 견디다 못해 깨져나갔다.
세이는 다시 한 번 얼음 꽃을 괴물에게 날려보냈다. 괴물은 미친 듯이 발을 휘둘러댔다. 그때마다 발 하나를 잃어야 했지만, 괴물에게는 다리가 무수히 많았다.
괴물의 머리 한 복판에 박힌 거대한 눈이 빙그르 회전했다.
“어?”
세이는 고개를 들었다. 괴물은 세이를 향해 거대한 문어발을 날리고 있었다. 세이는 얼른 손을 빼냈다. 억지로 열렸던 공간의 문이 굉음을 내며 닫혔다.
“위험해!”
크리스가 소리쳤다. 세이는 이번에도 공간을 잘라내 괴물의 발을 막으려고 했다. 서걱! 괴물의 발 하나가 세이의 옆에 떨어져 내렸다. 두 번째, 세 번째 발이 떨어져 내렸다. 옥상 난간은 무시무시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괴물의 다리들과 함께 지상으로 추락해 버렸다.
“크윽!”
세이는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면서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아...”
세이는 고개를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그림자가 세이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붉은 그림자는 세이를 그대로 집어삼킬 듯했다.
금빛 공이 달려왔다.
금빛 공은 그대로 세이를 밀쳐내고 대신 괴물의 공격을 받았다. 철썩! 우지끈.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크리스의 하반신에 괴물의 다리에 깔렸다.
“크리스!”
세이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스르르 괴물이 다리를 들어올렸다. 크리스의 몸이 그대로 허공으로 딸려 올라갔다. 세이는 비명을 지르면서 괴물의 다리를 따라 달렸다. 옥상의 끝, 난간이 사라진 자리에서 세이는 걸음을 멈춰 세웠다. 세이는 다시 한 번 공간을 절단했다. 괴물의 다리와 함께.
“우어어어!”
굉음과 함께 문어발이 공간의 틈에서 떨어져 내렸다.
퍼억! 둔탁한 소리를 내며 문어발이 옥상에 떨어졌다. 옥상의 경사진 면을 따라 문어발이 흘러내렸다. 세이는 문어발의 돌기 속에서 크리스를 찾아냈다. 세이는 얼른 크리스의 팔을 잡았다.
“안 돼. 무리야.”
크리스가 힘겹게 말했다. 크리스의 하반신은 단단히 문어발에 잡혀 있었고, 문어발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추락하고 있었다. 문어발에 있는 끈끈한 점액 때문에 그 과정이 더뎌질 뿐이었다.
세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눈물과 달리 세이의 검은 눈은 서릿발처럼 차가웠다.
“크리스, 미안.”
“괜찮아.”
세이가 손을 놓았다. 크리스는 천천히 문어발과 함께 뒤로 끌려갔다. 다음 순간 세이는 거둬들였던 손을 다시 뻗었다. 세이의 손바닥에는 얼음결정이 맺혀 있었다. 얼음결정은 정확하게 크리스의 하반신을 향해 날아가 부딪혔다. 파앙! 크리스의 하반신이 유리컵처럼 산산히 부서졌다. 그 반동으로 상반신은 세이 쪽으로 날아왔다.
“크악!”
크리스의 눈이 흰자위를 보이며 한 바퀴 빙그르 돌았다. 세이는 크리스를 내려다보았다. 크리스의 허리 단면에는 살얼음이 껴 있었다. 선홍색 단면사이에는 척추의 하얀 끝 부분이 그대로 박혀 있었다.
“잠시 후에 보자.”
세이는 공간을 열었다. 공간의 검은 단면이 일렁이면서 나타났다. 공간은 크리스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공간이 닫히기 무섭게, 남아 있던 문어발 하나가 날아왔다. 세이는 간발의 차로 문어발을 피했다. 쾅! 건물전체가 흔들리더니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세이는 공간을 열고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만약 누군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그 사람의 눈에는 그저 세이가 갑자기 증발된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저편, 괴물의 머리 위에 마법처럼 나타난 것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세이의 눈에 비치는 상황은 좀 달랐다. 세이의 눈에는 공간과 공간이 축약되고 접히는 모습이 보였다. 공간은 이러한 폭력에 놀라 울부짖었다. 세이는 그 속을 달려갔다. 어마어마한 무게와 힘이 세이의 작은 몸을 짜부라트릴 것처럼 달려왔다. 세이는 몸을 짓누르는 고통을 견디며 공간을 달려, 괴물의 앞에 나타났다.
“닥쳐, 이 문어 대가리.”
세이가 입매를 비틀었다. 세이는 괴물의 머리를 향해 얼음결정을 날렸다. 퍼엉! 또 한 번 폭음과 함께 괴물의 머리가 안쪽으로 부서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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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터디 모임에서 "천국의 신화" 시놉시스를 글로 옮겨보았습니다. 아직 주인공인 시안이 나타나지는 않았네요. 초반에 해당합니다.
제목이 꽤 민망해서 "천국의 신화"에서 "천국의 반향"으로 바꿔 봤습니다. 일단 a4용지 10장이 넘어서게 되면 창작 장편 게시판으로 옮기려합니다.
아침은 가장 어두운 밤을 지나서야 온다.
의성의태어가 많아서 만화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 글에 나온 이야기를 만화 콘티나 시나리오로 나타내면 어떨지. 이 생각도 같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