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화제를 일으킬 만한 작품이 번역출간 되었는데 감상글이 없어서 오랫만에 게시글 써봅니다.


호시노 유키노부의 문 로스트를 보았습니다.
제게 호시노 유키노부는 학창시절 해적판으로 나온 2001 야화 이후 작품이 나오면 반드시 사야 하는 작가중 한명이고, '만화계의 아더 C 클라크' 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훌륭한 만화가 입니다.

문 로스트는, 지구에 거대한 초고속 운석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인류 절멸을 막기 위해 최신의 과학이론인 나노블랙홀 기술을 이용해 운석을 요격하려는 계획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아직 미지의 이론이었던 탓에 계산 이상의 파괴력을 보이는 바람에 지구는 달을 잃고 맙니다. 분해된 달의 파편의 지구낙하 및 중력변화로 인해 지구는 풍비박산이 나고, 불안정한 지구의 자전축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유럽과 중동은 목성의 위성 에우로파를 달 궤도로 끌어올 계획을 벌입니다. 미국도 계획 자체에는 찬성하나, 북미대륙의 위치가 좀 더 유리한 곳으로 이동한 뒤인 15~20년뒤에 실시하자고 주장을 하고요. 보완된 나노블랙홀 기술을 탑재한 다국적 우주선단은 목성을 향한 머나먼 여정을 떠나게 되는데...

매력적인 아이디어입니다. 하드SF 만화의 대가답게 최신의 과학기술과 가상의 과학을 그럴듯하게 융합하여 '달을 끌어온다' 라는 엄청난 대역사를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매력적인가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호시노 유키노부 (그리고 아더 C 클라크도 종종 듣는) 의 한계는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진행하는데 급급해서 캐릭터들이 인간미가 부족하고 스토리 진행을 위한 도구로서만 존재합니다.
이런 단점은 단편에서는 눈에 띄지 않지만, 장편에서는 안타깝게 눈에 보입니다.
달이 사라진 지구는 어떤 재앙을 겪었는지는 보여지는데, 그 재앙을 겪는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목성까지의 항해는 보이는데, 그 항해를 거치는 선원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악당들도 등장하는데, 필요한 장면에서 느닷없이 등장하고, 또 느닷없이 포기합니다.

작가의 필력과 아이디어가 너무 멋지기 때문에, 차라리 괜찮은 스토리 작가나 편집자와 함께 2권이 아니라 10권정도로 나왔으면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았았을까 싶습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호시노 유키노부의 작품에는 충분한 매력이 있어,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보고 후회하지는 않을 겁니다.

P.S) 출판사 블로그 가보니 다음은 블루월드(총4권)이 나온다는군요. 번역은 끝났고 편집 작업중이라고..



Live long and Pros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