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을 만들어 봅시다...라고 이야기하면 흔히 배경 이야기를 먼저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존에 만들어진 대다수의 세계관이 배경 이야기부터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나 소설을 보아도 우선은 배경 이야기를 기술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유명한 스페이스 오페라 <은하영웅전설>에서도 여러 쪽에 걸쳐 은하제국과 자유행성동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나 소설, 또는 문서에서의 순서일 뿐, 반드시 배경 이야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도리어 실제의 세계관 만들기에서 배경 이야기를 먼저 만드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배경 이야기라는 것은 그 역할 상 "현재의 세계를 만드는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지의 제왕>과 같은 판타지 세계에서 배경 이야기라면 신화나 전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영화로 보자면 사울론과 엘프-인간 연합 사이에 벌인 전쟁 장면, 그리고 이실두르가 반지를 잃어버리는 장면이 되겠군요.


  이러한 신화와 전설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현재의 상황'을 만든 요인을 제시합니다.


  모든 일에는 인과 관계가 있게 마련이고, 현재의 '결과'를 위해서는 특정한 '원인'이 필요한데, 바로 그 역할을 맡는 것이 배경 이야기입니다.


  결과는 '원인'에 종속됩니다. 원인이 정해진다면 결과 역시 정해지기 마련입니다.


  바꾸어말하자면, 배경 이야기(원인)가 결정되는 시점에서 현재의 모습(결과)이 정해지고 맙니다.



  배경 이야기를 먼저 만들면, 현재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의 모습은 그에 맞추어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배경 이야기가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현재의 이야기는 여기에 종속되며 세계의 모습도 한정됩니다. 그만큼 세계의 설정을 만들고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왜냐하면, 배경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를 만드는 '복선'인 동시에 '제한'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야기나 세계를 구성할 때는 제한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습니다.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현재의 모습, 현재의 이야기는 가능하면 편한 상황에서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배경 이야기'를 먼저, 그것도 매우 자세하게 만드는 것은 스스로 족쇄를 차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이야기와 세계관을 만든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세계관과 이야기 만들기는 어떤 순서로 진행해야 할까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아래의 3 단계가 가장 맞다고 생각합니다.


1. 이야기  

2. 세계관(현재의 모습)

3. 배경 이야기


  우선은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적합한 현재의 세계를 구성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이러한 세계가 만들어지게 되는 배경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세계관의 구성 요소를 이야기와 세계관, 배경 이야기로 나누면, 배경 이야기는 마지막 과정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 완성되면 이후에는 서로 영향을 주면서 보완되게 마련입니다.

  이야기에 어울리는 세계의 모습을 만들고자 배경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이러한 배경 이야기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서 세계의 모습이 더 풍족해지고 독특한 이야기가 흘러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초기 단계에서는 위의 순서대로 이야기를 먼저 구성하고 세계관을 만들고, 배경 이야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흔히 설정을 만든다며 배경 이야기부터 만든 이들이 결국 현재의 이야기를 만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순서를 반대로 구현하기 때문입니다. 배경 이야기를 멋지게 만들었지만, 현재의 세계가 잘 떠오르지 않고, 결국 지금의 이야기를 만들지 못하고 마는 것입니다.



  배경 이야기는 시간적으로 볼때 가장 처음이며 일반적으로 문서나 작품에서 가장 처음에 놓이지만, 가장 처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배경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배경이며 원인이지만, 적어도 이야기를 창작할 때는 원인이 먼저 있고 결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맞추어 원인을 구성하는 것이 더 편하고 자연스럽습니다.


  혹시라도 창작을 하시려는 분들은 이것을 참고하시길 권합니다. 먼저 이야기가 있고, 세계관이 나오고 여기에서 배경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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