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은 창작 활동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창작의 가능성을 넓히고자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바로 저작권입니다.

 

 

  문제는 현재의 저작권이 이러한 저작권의 본래 의도와는 무관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창작물들은 일반적인 재화와는 다릅니다. 그런데 현재의 저작권은 창작물을 재화로 생각하고 '재산권' 개념에서 이야기가 됩니다.

  특히 창작자 자신보다는 그와 관련한 회사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쪽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속칭 "미키마우스법"이라 불리는 미국의 저작권법입니다.

 

  미국의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은 저작자가 죽고 70년간 유지됩니다. 한 세대를 20년 정도 잡는다 가정하면 저작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정도까지 저작권이 계승되는 것입니다.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거의 모든 사용이 금지됩니다. 가령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미키마우스를 그렸다면, 그것 역시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만화에서 노래 가사 중 일부를 쓰기만 해도 저작권료를 물어야 하며, 영화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넣을 때도 당연히 돈을 내야 합니다. 생일 축하 장면을 찍어서 블로그 등에 올리면 이 역시 저작권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저작자의 사후 70년까지 보존되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가 하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저작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까지 저작권이 계승됩니다. 저작자 자신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좋겠지만, 어째서 저작자의 아들, 손자, 증손자.... 등등의 저작권을 인정해야 할까요?

 

  앞서 말했듯, 저작권은 창작자의 창작 활동을 돕고자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현행 저작권은 창작자가 죽은 이후에도 권리가 유지됩니다.

  저작권이 창작자의 활동을 보장하고자 만들어졌다면 창작자가 죽었을 때는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행 저작권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작권을 그 자신이 계승하게 해 두었습니다. 바로 "재산"과 똑같은 형태로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현행 저작권법의 문제가 있습니다. 저작권이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으로 인식된다는 것...

 

  뭐, 좋습니다. 그 창작물이 오직 그 사람 혼자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면 그 사람의 고유 재산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창작물의 특성상 이것 역시 말이 되지 않습니다만...)

 

  세상의 모든 창작물은 무언가에 영향을 받아서 탄생합니다. 아무 것도 없이 무에서 창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창작물 역시 누군가의 창작물에 영향을 줍니다. 그것이 자연스럽지요.

 

  그러나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이 대부분 닫혀 있습니다. 이른바 공적 영역(Public Domain)이라는 부분이 매우 좁고 공공 이용이 힘듭니다. 아니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행 저작권은 저작권자, 보다 정확히는 저작권자와 연계된 회사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낙서를 해도, 어린이가 노래를 불러서 올리기만 해도 저작권법으로 규제할 수 있습니다. 소설이건 영화건 일단 만들어진 이상 제작자가 죽고 70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인용하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굉장히 이상한 일이지요.

 

  게다가 이런 방식의 저작권법은 '창작'을 돕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창작보다는 기존에 만든 것의 저작권을 지키는데만 치우쳐 있으니까요.

 

 

  저작권법은 수정되어야만 합니다. 작가의 수명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창작물의 수명과 관련하여, 창작물이 나온 시기를 기준으로 바꾸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일반적으로 창작물의 수익은 5년 내에 대부분 들어온다는 조건에 따라서 창작물이 나온 것으로부터 5년으로 규정하자는 것이 현재 유럽에서 눈길을 끄는 해적당의 활동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조건에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작품에 따라서 5년 뒤에도 돈을 버는 것이 있겠지만, 창작물이라는 것의 특성상 그보다 길게 시간을 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여기서 잠깐 창작물의 특성을 살펴보죠. 창작물은 '아이디어 상품'입니다. 더 정확히는 아이디어 그 자체가 상품으로 바뀌는 상품입니다.

 

  자동차는 1대를 만들 때마다 돈이 들어가지만 창작물을 동일한 상품을 재생산시에 들어가는 비용은 거의 0입니다. 창작물을 만들 때는 보통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비용(시간, 노력, 재료 등)이 들어가며 일단 완성한 후에는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때문에 일반적인 상품과는 많이 틀리며, 일반적인 재화와도 많이 다릅니다.

 

  창작물을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은 보통 5년 정도면 충분히 회수되고도 남습니다. 그 이후에 버는 돈은 불로소득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출판으로부터 5년이 지난 후에 공공 이용이 가능하게 된다면, 해당 작품은 많은 이가 경쟁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에게 공개되고, 심지어는 공짜가 되어 버리면 그만큼 작품을 접할 기회도 늘어납니다. 그리고 창작물을 접하는 것은 또 다른 창작물의 가능성을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게다가, 저작권이 일찍 끝나는 만큼 창작자는 새로운 수익을 위해 다음 작품에 매진할 수 있게 됩니다.

 

  5년이 너무 짧다면 조금 더 연장하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가령 10년이나 20년 정도라면 공공의 부담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 사후 xx년"이라는 조항만큼은 수정해야 합니다. 저작권의 권리라는 것은 창작자를 위한 것이지, 창작자의 후손이나 창작자와 손잡은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은 보장되는게 마땅합니다. 창작자가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은 당연히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창작자의, 그리고 창작자의 후손이나 관련된 회사의 불로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현행 저작권은 저작권의 권리를 '재산'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낳았고, 그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점을 가져왔습니다.

 

  저작권을 이유로 다른 이들의 창작을 억압하고 자유로운 활동을 제약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현행 저작권은 디지털 시대의 세상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형태이며 개정되어야 합니다. 그것이야 말로 좀 더 풍요로운 문화 생활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극소수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저작권법을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저작권법의 '재산권'을 위해 개인의 프라이버시까지 침해하려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더불어 FTA를 통해 저작권 기간이 더 늘어나는 일도 막아야 합니다.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그들이 새로운 창작에 매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위한 것이지, 다른 이의 창작 가능성을 짓밟고 창작자의 후손과 관련자가 불로소득을 취할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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