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퀘스트 6 : 환상의 대지>를 하는 중입니다. <드래곤퀘스트 5 : 천공의 신부>, <드래곤퀘스트 7 : 에덴의 전사들>, <드래곤퀘스트 8 : 하늘과 바다와 저주 받은 공주>는 다 마쳤으니 일단 후반의 4편 중 마지막이지요. 원래는 집의 PS2에서 했는데, 안드로이드의 PS 에뮬레이터에 데이터를 옮겨서 진행... 이걸 마치면 천공 시리즈의 원점인 <드래곤퀘스트 4 : 인도받은 자들>에 손을 댈 생각...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는 확실히 시간을 잡아먹는 게임입니다. 다만, 레벨 노가다라는 기분은 별로 들지 않는데, 이야기를 따라서 진행하다보면 내용을 풀기에 적당한 레벨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드래곤퀘스트 8>은 최고였습니다.

 

  저는 게임 회사에서 일하지만, <드래곤 퀘스트>는 업무의 일환이 아닙니다. 아니, <드래곤 퀘스트> 만이 아닙니다. 제가 하는 게임 대부분은 업무와는 무관합니다. (레슬링 단체를 운영하는 게임 <레슬 엔젤스>나 시트콤 게임이라는 <더 심즈 3>가 판타지나 SF 쪽 이야기를 만드는 저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RPG를 할만한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계없이, RPG를 하면서 재미있게 느끼느냐 아니냐는 결국 그 게임의 완성도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RPG 게임이 있지만, 시간에 부담없이 레벨을 올리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나 <드래곤퀘스트 8> 급의 게임은 적어도 제가 지금까지 해 본 RPG 중에는 없었습니다.

 

  <드래곤퀘스트>는 스토리텔링의 게임입니다. <드래곤퀘스트>를 만든 호리이 유지는 "아무리 멀티 스토리로 구성되었다고 해도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는 하나."라는 지론을 가진 사람이며 그에 맞추어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RPG 게임의 스토리텔링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무감을 느끼면 안 됩니다. "스토리를 보려면 레벨을 높여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는 순간 스토리텔링에는 실패한 것입니다. ( 책을 생각해 보지요. 책을 보는데 억지로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면 과연 스토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요?)

 

  하지만, 상당수의 RPG는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 레벨을 높이는데 혈안이 되어 오직 레벨만 높이게 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세이브 로드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그런 건 이미 게임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저는 <파워돌> 시리즈를 무진장 싫어하는데, 세이브 로드를 반복하지 않으면 게임을 완수하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세이브 로드를 반복하는 시점에서 게임의 몰입감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RPG를 하면서 "왜 내가 이렇게 레벨을 높여야 하지?"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이미 그 게임은 뭔가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그런 건 과감하게 손을 놓는게 좋지요. 그렇지 않은 RPG가 얼마든지 많은데 뭐하러 그런 게임을 손대겠습니까? 그런 건 그냥 에디트를 해서 끝내 버리는게 낫습니다.

 

  온라인 게임이라면 에디트도 할 수 없지요. 특히 우리나라의 여러 MMORPG에서 "레벨 노가다"를 강요하는 게임이 많은데, 그런 게임은 그냥 내던지면 됩니다.

 

  직장을 가지고 가정이 있고... 그런 이유가 아닙니다. 그 게임이 그만큼 매력이 없다 뿐입니다. 충분한 매력이 있다면 짬을 내서 진행하겠지요. 왜 요새 "문명하셨습니다."라는 말이 유행할까요? <문명>이라는 게임이 그만큼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일을 제쳐놓고 시간만 나면 할만큼....

 

 

  매력을 주는 요소는 게임마다 다릅니다. 가령, 완성도 높은 RPG 시리즈 중에는 <젤다의 전설> 시리즈가 있습니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스토리텔링보다는 퍼즐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중심인 게임이지요. 스토리가 나쁘다거나 그런게 아니라, 스토리의 비중이 조금 낮다는 정도? ^^ 그래도 그 퍼즐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아기자기해서 자연스레 게임에 몰입하게 해 줍니다. 이 게임이 서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것은 괜한 이유가 아니죠.

 

  한편, <드래곤퀘스트>는 스토리텔링의 힘입니다. 이야기를 즐기기 위해 이리저리 오가다 보면 자연히 레벨이 오르고 게임을 끝마치게 됩니다. 여기에 중간중간 아기자기한 재미를 추가해서 내용을 풀어나갈 수 있게 해 줍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에 몰입하게 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이전에 제가 했던 게임 중 하나는 분명히 재미있었지만, 어느 시점에서 레벨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갑자기 재미가 떨어졌죠. 레벨을 높여야만 했는데, "레벨 노가다"라는 말처럼 레벨만을 올리기 위해 게임을 하는 건 지루한 노동이니까요.

 

  소설이나 만화 등에서도 비슷할지 모릅니다. 물론 바쁩니다. 힘듭니다. 하지만, 충분한 매력이 있다면 밤을 새가면서 졸더라도 보게 됩니다.

 

  작품 자체에 매력이 떨어질수도 있고, 그 작품에서 매력을 못 느끼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쪽이건 '매력'이 없는 것에는 몰입할 수 없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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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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