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묻고 답하고)
여기는 '무엇이든 물어보는 게시판'입니다.
(과학과 SF에 대한 질문은 'SF/과학 포럼'쪽에서 해 주세요.)
( 이 게시판은 최근에 답변이 추가된 순서대로 정렬됩니다. )
1인칭 시점이여서 심리묘사나, 상태묘사가 잘 나와있는 거라면 좋겠어요.
그런 책을 알고 계시다면 추천 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인공 중심의 1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전쟁 소설은 잘 없어요. 전쟁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서사하는 데 극히 불리하거든요. '나는..' 이러고 나오면 전쟁의 큰 그림을 자유롭게 다루는 데 큰 제약을 받습니다. 한국에서는 인터넷에 덜컥 연재를 하는 초보들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을 극히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제대로 문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여진 걸작이 극히 적다는 것을 잘 알기에 단편이라면 모를까 장편 규모의 글을 1인칭으로 쓰는 무모한 도전은 왠만해서 잘 안합니다. 카이사르는 <갈리아 전기>와 <내전기>를 쓰면서도 자기 자신을 언급할 때 "카이사르는.."이라고 지칭하면서 냉정하게 3인칭으로 서술하였습니다. 이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죠.
제가 알기로, 1인칭으로 쓰여진 전쟁 소설 중 나름 수준 높은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은 조지 오웰이 스페인 내전에 참가하고 난 후 쓴 <카탈로니아 찬가>, 그리고 에리히 레마르크가 1차 대전에 자원한 학도병을 주인공으로 해서 쓴 <서부 전선 이상없다> 정도입니다. 그나마도 <카탈로니아 찬가>는 애당초 기자가 쓴 '르포타주'와 같은 형태를 표방하고 있고, <서부 전선 이상없다>는 전쟁터에서 장병이 직접 쓴 '수기'라는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여진 2차 대전물은, 소설은 별다른 게 없고 주로 회고록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잊혀진 병사>도 회고록이죠. 물론 제 2차 세계대전을 다룬 회고록 중 최강은 단연 윈스턴 처칠 수상의 <세계 2차 대전 회고록>이겠죠 - 무려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니까요. 2차 대전을 다룬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아닌 소설' 중 걸작은 하나하나 꼽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습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전 세계의 왠만한 소설가들이 대부분 한 두 편씩 2차대전을 다룬 좋은 소설을 썼으니까요.
1인칭은 아니지만, "여왕폐하 율리시즈" 꽤 볼 만 합니다. (제목부터 오역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