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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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악당으로 등장하는 과학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징가 제트의 헬 박사가 보내는 기계수는 대부분 고대 문명의 유산을 개조하거나 참고한 것이지만, 태권브이의 카프 박사가 보내는 로봇은 그 자신이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낸 것입니다.
[ 자신이 만든 발명품을 실험 중인 토니스타크. 아마도 그는 모든 작품을 통털어 최고의 공학자일 것이다. (영화 아이언맨 ) ]
이들 작품을 보면, 과학자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면서 과학은 뭔가를 만들어내는 학문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요? 과학은 로봇 같은 것을 만들어내는 학문이며, 과학자는 로봇 같은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요?
조금 생각해 보면 이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역사상 최고의 과학자 중 하나인 뉴턴이나 케플러,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중 한 사람인 아인슈타인 같은 이들은 딱히 뭔가를 만들어낸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만들어냈다고 할만한 것은 단지 책이나 논문 뿐. 아인슈타인은 맨하튼 프로젝트에 협력하긴 했지만, 그가 원자폭탄을 설계하고 만들어낸 것은 아닙니다.
물론, 교류 전기 체계를 구축하고 테슬라 코일 같은 독특한 장치를 만들어낸 테슬라나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쇼클리, 망원경과 시계 등을 만들어낸 갈릴레이, 꽃을 바치는 사자를 비롯한 수많은 자동 기계를 만들어낸 다빈치 같은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상 수많은 과학자 중 무언가 물건을 만들어낸 이보다 물건을 만들지 않은 이가 훨씬 많으며, 지금 이 순간 과학자들도 대부분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자료와 씨름하며 실험을 반복하는데 더 열중하고 있습니다.
[ 과학자이자 공학자인 니콜라 테슬라. 역사상 가장 독특한 과학자 중 하나이며, 역사상 음모론과 가장 관련 깊은 과학자이기도 하다. ]
과학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학문이 아니며, 과학자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태권브이 같은 작품에 세뇌가 되었기 때문이며, 그 탓에 과학과 공학이라는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학문을 착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은 종교나 철학과 마찬가지로 호기심에서 출발한 학문입니다. 이 세상의 동물 중 가장 호기심이 왕성해서 심지어는 호기심을 충족하고자 목숨을 버리기도 하는(호기심이 생존 본능을 넘어서기도 하는) 동물인 인간은 눈에 보이고 접하는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접근했습니다. 단순히 ‘이것이 뭔가?’(정체)라는 질문에 그치지 않고, ‘왜 이렇게 되는가?’(원인),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되는가?’(결과) 같은 보통의 동물은 신경도 쓰지 않을 질문에까지 왕성한 호기심으로 접근해서 정답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종교, 철학, 그리고 과학이 탄생했습니다.
앞서 '호기심과 인간의 문명...그리고 종교의 탄생'이라는 글에서 종교는 “호기심에 대해 정답을 모르는 이들이 신(또는 정령)이라는 존재를 내세워 설명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결국 종교는 호기심을 만족시켜줄지는 모르지만, 정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체제입니다. 단지 ‘정답을 안다’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체제... 정답을 찾아가다가 포기해 버린 체제입니다.
모든 것을 신이나 정령에 의존하는 종교 체제는 많은 이의 호기심을 충족시켰을지는 모르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이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종교는 신이라는 존재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신이라는 이름으로 호기심이 생기는 것 자체를 금하는 체제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가진 호기심은 천성이며, 그 어떤 동물보다도 왕성한 만큼 호기심 그 자체를 금하는 종교에 대해 의문을 품고 반발하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신이라는 이름에 의존하지 않고 나름대로 정답을 찾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이 과정에서 고민을 계속하며 호기심을 채워나가는 학문, 철학이 탄생했습니다.
지금은 철학과 과학이 분리되어 있지만, 고대 세계, 철학과 과학은 같은 존재였습니다. 고대 세계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이들은 철학자인 동시에 과학자였고, 그들의 주장은 철학인 동시에 과학이었습니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인 동시에 과학의 역사에 많은 영향을 준 과학자이기도 했다. ]
고대 세계의 철학자들은 오랜 시간 세상을 관찰하고 고민한 끝에 그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정답을 내놓았습니다. ‘세상은 어떻게 생겼는가?’, ‘비구름은 왜 생기는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세상을 좋게 만들 수 있는가?’ 등등...
고대 세계, 망원경도 없는 당시의 현실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정답이라고 하기 어려웠지만, 종교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이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고, 그들을 따르는 많은 이가 등장합니다. 그들은 스승의 설명이나 과거의 문헌, 그리고 그 자신의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이러한 설명을 보충하거나 때로는 반박하였고 무수한 철학 이론이 탄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머리 속의 생각만이 아니라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설명을 하고자 했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여 정답을 찾아내고자 했고, 찾아낸 정답을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이들의 방법은 특히 세상의 정체와 이치를 밝혀내는데 효과적이었습니다. 가령,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탕에서 넘치는 물을 보고 물체의 부피와 무게의 관계인 비중이라는 것을 생각해냈는데, 이를 통해 이미 만들어진 왕관을 부수지 않고 그것이 황금만으로 된 것인지 아니면 은이 섞인 것인지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 "내게 충분히 긴 지레대와 충분히 튼튼한 받침을 주면 지구라도 움직여 보이겠다."라는 아르키메데스의 발언은 그가 공학자이기보다는 과학자임을 알려준다. ]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도서관장인 에라토스테네스는 관찰을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깨닫고 멀리 떨어진 두 도시에서 그림자의 길이와 그 사이의 거리를 재어 지구의 대략적인 크기를 알아냈습니다.
이들이 밝힌 사실은 다른 이들이 실험을 해도 똑같거나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설명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실험을 통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설명은 딴죽을 걸기 좋아하는 이들도 만족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단순히 세상의 이치를 설명할 뿐만 아니라, 실험적인 방법으로 그 설명을 증명하는 학문, 과학이 탄생합니다. (여기서 말한 건 방법론적인 과학으로 과학이라는 말의 여러가지 뜻 중 하나입니다.)
사색과 고민에 그치지 않고 실험과 연구를 통해 사실을 입증하는 과학의 등장은 호기심을 풀어내는 가장 강력하고 충실한 학문을 낳은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낳았습니다. 바로, ‘과학적 방법으로 증명된 사실의 응용’... 즉 ‘공학’이 탄생한 것입니다.
공학이란, 과학적인 사실을 실천하고 응용하는 방법입니다. 고대 세계의 과학자들은 물을 끓이면 증기가 되고 부피가 늘어난다는 과학적인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리하여 헤론이라는 공학자는 바로 이 사실을 바탕으로 증기로 움직이는 장치들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불을 피우면 자동으로 열리는 문, 열을 가하면 빙글빙글 도는 증기 구차 같은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고대의 과학자들은 막대의 한쪽에 무게를 올리면 반대쪽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동시에 막대의 길이를 조정하면 작은 힘으로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리하여 헤론은 동전을 넣으면 지레가 작동하여 수문이 열리고 성수를 흘려주는 자동 판매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처럼 공학은 과학적인 사실을 응용해서 무언가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냅니다. 앞서 태권브이를 만든 박사는 그런 점에서 과학자라기보다는 공학자에 가깝습니다. (그는 물론 로봇 과학자이기도 합니다만, 태권브이 같은 복잡한 기계를 혼자서 설계하고 만들어낸 점을 생각하면, 로봇 공학자에 더 가깝습니다.)
물론, 공학자와 과학자는 처음부터 분리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르키데메스는 과학자이지만 다양한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낸 공학자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만든 무기는 고향인 시라쿠사에서 사용되어 강대한 로마군을 오랜 기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가히 한 사람이 강대한 군대를 막아낸 희귀한 사례이며, 과학과 공학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 헤론의 증기 구차. 이처럼 헤론은 과학적 사실보다는 그것을 응용하는 방법에 관심을 둔 공학자였다. ]
한편, 헤론도 공학자이지만 과학자이기도 했습니다. 증기를 이용한 자동문이나 지레를 이용한 성수 자동판매기 등은 헤론 자신이 자연을 관찰하여 알아낸 사실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르키메데스는 과학자라고 하지만 헤론은 공학자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호기심이 중요한 것인가 결과물이 중요한 것인가에 따라 나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르키메데스는 항상 호기심이 중요하고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 다시 말해 세상의 이치를 밝혀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반면 헤론은 호기심보다는 자신이 알아낸 사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과학과 공학의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과학이란, 세상의 이치에 호기심을 갖고 그것을 밝혀내는 학문입니다. 과학은 호기심에서 시작되어 그 호기심을 해결하는 시점에서 막을 내리고 다시 새로운 호기심으로 세상에 접근합니다.
공학은 과학적 사실(이론)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개량하고 결과물을 내놓는 시점에서 막을 내리고, 다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공학을 위해서는 과학적 사실이 필요하지만,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거나 밝혀낼 필요는 없습니다. 공학에서 필요한 것은 오직 결과물이니까요.
가령 A라는 물질과 B라는 물질을 합쳐서 열을 가하면 C라는 물질이 만들어진다고 해 봅시다.
과학자는 A + B = C가 되는 과정을 관찰하고 “왜 그렇게 되는지.”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가설을 세우고 그것들을 하나씩 증명하면서 최종적으로 이유를 찾아냅니다. 그리하여 ABC의 법칙(과학적 사실)이라는 것을 내놓습니다.
공학자는 A + B = C가 되는 이유에 관심이 없습니다. 공학자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단지 A + B = C가 된다는 결과물일 뿐입니다. C가 매우 유용한 물질이라면 공학자는 C를 많이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ABC 법칙을 활용하여 가능하면 많은 양의 C를 얻을 수 있는 장치나 기술을 개발합니다.
과학자는 ABC 법칙 그 자체에 의문을 갖고 접근합니다. 가령 B와 성질이 비슷한 D라는 물질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지를 고민하고, 실험을 통해 A와 D에서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시금 그 이유를 찾아서 고민합니다. 그리하여 ABC 법칙 그 자체를 보완하고 정리해서 ABCD 법칙을 만들어냅니다.
다시 과학자가 ABCD 법칙 그 자체에 매달리는 동안 공학자는 ABCD 법칙을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그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법칙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C를 많이 얻어내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과학적인 사실이 필요하지만, 과학적인 사실 그 자체를 살피고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의 이치에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는 과학과, 과학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
고자 하는 공학.... 두 가지는 서로 관련되어 있고 때로는 한 가지 모습을 갖기도 하지만, 그 방향성은 완전히 다릅니다.
플레밍은 푸른 곰팡이로부터 페니실린을 추출하여 수많은 이를 구원했지만, 그가 처음부터 항생제를 만들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독특한 실험 결과에 호기심을 갖고 접근해서 페니실린을 추출했을 뿐입니다. (물론, 야전 병원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던 그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그가 이들 물질을 발견한 것은 과학자로서의 호기심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몇몇 음모론자들은 우리나라 출신의 미국인 학자인 벤자민 리(이휘소)가 박정희 대통령의 핵폭탄 개발 계획에 협력했고 그 때문에 미국에 암살되었다고 믿지만, 그것은 벤자민 리 박사가 공학자가 아닌 과학자, 그 중에서도 세상의 참모습에만 관심을 두는 이론 물리학자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발언입니다.
핵폭탄을 만드는 일은 물리학자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멘하튼 프로젝트 당시라면 모를까 핵폭탄과 폭탄을 만드는 과정은 과학자들에겐 관심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사실, 핵폭탄의 원리 자체는 매우 단순합니다. 임계 질량 만큼의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놔두기만 하면 자연히 폭발합니다. 그래서 재료만 있다면, 아무데서나 만들 수 있는게 핵폭탄입니다. 문제는 재료를 얻는 것, 그리고 폭발력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핵폭탄의 폭발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이론은 이미 다 밝혀졌기에 과학자가 참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거야 말로 공학자의 일입니다.)
[ 핵폭탄의 폭발. 핵폭탄이 탄생하는데는 과학자의 협력이 필요했지만, 일단 계획이 시작된 후에는 과학이 필요하지 않았다. ]
발명왕이라 불리는 에디슨은 과학자가 아닙니다. 그는 과학 그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직 돈이 되는 기술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는 자신이 아는 사실을 바탕으로 재료를 바꾸어가며 실험을 반복하고 그 결과물 중 쓸만한 것을 골라내는 재주를 가졌습니다. 심지어 그는 교류 전기가 더 효율적이고 쓸만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류 전기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주장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절대로 과학자가 아니며, 공학자라기보다는 사업가였습니다.
한때 에디슨 밑에서 일하는 테슬라는 과학자이자 공학자였습니다. 그는 실험 등을 통해 과학적인 사실을 알아내고 그 이론을 바탕으로 발명품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류의 삶을 개선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그는 과학자보다는 공학자에 더 가까웠을지도 모릅니다.
한편, 아인슈타인은 공학에는 관심이 없는 과학자였습니다. 그는 실험과 연구를 통해 광전 효과라는 것을 생각해냈고, 추론과 상상을 이용해 상대성 이론이라는 것을 낳았습니다. 그의 연구 방법은 한편으로 철학자의 그것과 비슷했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상대성 이론은 이후 수많은 과학자의 노력으로 입증되어 과학적 사실로 증명됩니다.
처음에 맨하튼 계획에 협력할 당시 그는 그 결과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협력한 것은 나치 독일에 대한 반감과 우려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그로 인한 가능성에 대한 호기심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는 원자폭탄이 완성되지 않더라도 상관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는 역시 추론과 상상을 통해 원자폭탄의 가능성을 깨달아 계획에 협력하지 않게 되었고, 결국은 이에 반대하는 운동을 시작합니다.
이처럼 과학자 중에는 이따금 호기심만을 중시한 나머지 예기치 못한 사실을 밝혀내기도 있습니다. 한편 공학자들은 결과물에 집착한 나머지 사실을 오도하기도 합니다.
코페르니쿠스는 본래 지동설을 만들어낼 생각이 없었습니다. 신학을 전공하기도 했던 그는 단지 세상의 진실을 알고 싶었을 뿐이었고, 관찰과 연구를 거친 결과 지동설(태양중심설)이라는 이론을 낳기에 이릅니다. 교황청과도 친밀한 관계가 있었고 항상 교회의 비위를 맞추고자 노력했던 갈릴레이는 자신의 이론이 교회를 분노하게 하고, 그 결과 자신이 연금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입니다.
과학자라기보다는 생명 공학자라 할 수 있는 황우석 박사는 결과물에 집착한 나머지 진실을 가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가 진정한 과학자의 자세에서 벗어나 공학자이자 사업가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과학과 공학 중에서 어느 쪽이 중요할까요?
과학은 세상의 이치를 밝혀내지만, 그것만으로는 세상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결국 공학을 통해서 창조된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과학이 존재하지 않는한 공학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에디슨처럼 반복 실험을 통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과학과 공학은 서로 영향을 주며 세상의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습니다. 호기심을 바탕으로 하는 과학은 분명히 세상을 좋게 만드는 것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과학이 관심을 두는 것은 어디까지나 ‘과학적 사실’ 뿐이니까요. 하지만, 원인을 통해 결과를 유추할 수 있는 과학자들은 세상에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주의를 줄 수 있습니다.
한편, 공학은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세상을 좋게 만드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가령 지구 온난화가 문제가 된다면 과학은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지구 온난화의 가능성을 경고할 수 있으며, 공학에서는 지구 온난화를 낳는 요인을 줄이는 공학적인 발명품을 낳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과학과 공학이 그들 자신의 원칙에 충실하게 행동할 때 가능한 것입니다.
오래 전 담배의 해악과 관련하여 공방이 있을 때, 담배 업체의 돈을 받은 일부 과학자들은 담배가 몸에 해롭지 않다는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분명히 과학적으로 잘못된 사실이었지만 그들은 호기심에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그들 자신의 이익에 맞추어 결과를 조작했습니다.
한편, 결과물로 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공학자들은 결과물 자체를 조작하거나,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앞서 말해듯 공학자라기보다는 사업가가 되어 버린 에디슨은 교류 전기가 더 유용하다는 과학적 사실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류 전기 사업을 막고자 노력했고, 급기야 전기 의자라는 끔찍한 물건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 에디슨과 전기 의자. 자신의 사업을 지키고자 과학적 사실을 무시하며 만들어낸 이 물건은 결국 그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을 뿐이다. ]
과학과 공학은 현대 사회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과학적 사실은 철학이나 종교와는 달라서 그 과정과 결과를 우리 자신이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종교와 철학에 비해 과학과 공학이 더 중요시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과학과 공학이 발달할 수록 종교와 철학, 특히 종교의 영향력이 약해지며, 종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듭니다. 한편, 종교의 영향력이 약할수록 과학과 공학이 발전할 가능성도 더 높습니다. 과학자이더라도 종교를 가질 수 있지만, 과학자들 사이에서 종교의 비율이 낮은 것은 종교와 과학이 사실에 접근하는 방법 자체가 정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는 과학이 없이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과학과 관련되어, 또는 과학을 통해서 이야기됩니다. 세상은 공학 발명품으로 가득차고 있지만, 그럴수록 과학이 필요하게 마련입니다. 과학은 그 자체로서는 아무 것도 낳을 수 없지만, 공학을 떠받쳐주는 기둥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공학이 과학이라는 받침을 잃고 홀로 설 때 그것은 모래로 쌓은 집처럼 허술하게 이를데 없게 되며 더는 높이 올라갈 수 없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기초 과학은 매우 소중합니다. 기초 과학은 말 그대로 과학의 기본을 이루는 토대이며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기본적인 요건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아이언맨의 토니스타크는 천재적인 공학자입니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발명품의 상당 수가 과학자이기도 했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가 남긴 이론과 유산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은 과학과 공학의 관계를 잘 보여줍니다.
<아이언맨 2>에서 토니 스타크는 아버지가 남긴 또 하나의 유산을 접하며 “돌아가신 후에도 나를 가르쳐 주시는군.”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과학은 절대로 죽지 않겠지만, 설사 과학이 공학에 비해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끊임없이 공학에 가르침을 준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요?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SF&판타지 도서관 : http://www.sfl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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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상미가 압도적인 영화만 보면 '과학자=공학자'이기도 하죠. '고고학자=모험가'라는 인식과 비슷하려나. 아무래도 장르계에서 사고가 터질려면 제일 만만한 소재가 과학자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 작자들이 뭔가를 만들거나 찾아내야 세상이 한 번 뒤집어지거든요. 그만큼 뻔하고 소모적인 역할을 많이 하니 학자의 양심이나 지적 호기심은 별로 안 나오는 게 사실. 지적 호기심이라고 해도 오히려 문제를 더 불거지게 하는 장치에 불과할 때가 많고요. 인디아나 존스급 되는 박사라면 자기 일은 자기가 수습하니까 그 와중에 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긴 하는데, 이만한 인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 과학자가 사고를 일으켜야만 주인공이 출동할 수 있는 특성상, 장르계에서 '과학자=생산업자'라는 공식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뉴턴은... 근본이 공학자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과학과 수학에 워낙 압도적인 소질이 있어서 그 쪽 업적이 더 돋보일 뿐이죠.
때문에 뉴턴은 어린 시절부터 엄청 뭔가를 만들어 냈습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취미가 목공이었습니다. 뭐든 기발한 장치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어린 시절에는 '목수 아이작'으로 불렸죠. 어릴 적에 이미 집에 해시계를 만들어서 시간을 관측하였고, 여자 친구의 환심을 사려고 기계를 만들어 보여주었지만 연애에는 별로 소질이 없었습니다. 나이 먹고 학교를 다닐 때는 하숙집에 풍차를 만들어 주어서 그 동네의 명물로 만들기도 했고, 심지어 학교를 쉴 때는 글라이더를 만들어서 폭풍 속에서 직접 그것을 타고 날아보려고 벼랑에서 뛰어내렸다가 크게 다치기도 했습니다.
뉴턴이 남긴 것 중 '무언 가 만들어 낸' 업적으로 대표적인 것은, 동전의 테두리입니다. 오늘날 동전의 테두리는 안쪽보다 약간 더 도드라지고 두껍게 되어 있는데, 이는 뉴턴이 영국의 화폐를 관리하는 총 책임자로 있을 때 동전이 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내어 개발한 것입니다. 그것이 전세계 동전에 채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