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묻고 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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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다소 복잡해 졌습니다. 질문은 도시에서의 생활과 소모되는 시간에 대한 것입니다. 동력 기관 시대 이후의 일이라면 저나 다른 클럽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모두 아시고 계실 겁니다. 대중교통이나 개인 차량으로 도시안에서 움직이는 건 일상적인 일이니까요.
그렇지만 현대의 운송 수단이 등장 하기 이전에는 그것이 어떠 했는지 잡히지 않습니다. 어느 곳에서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일이라면 쉽게 자료를 찾아볼 수 있고 매체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한 도시 안에서의 이동과 하루에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선 잘 등장하지 않습니다.
동물을 이용한 운송 수단 밖에는 없던 시기에도 도시는 번성했고, 대혁명 즈음의 파리 인구가(아마도 도시화 된 주변지역까지 포함해서) 60만명 정도였다는 내용을 본적이 있습니다; 고대의 로마는 100만의 인구를 가지고 있었죠. 한 도시 안에서 밖으로 이야기를 끌어내지 않고도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 도시에서 살고 있으니 과거의 도시에서 생활 반경이나 이동 시간 같은 것은 어떠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예전 시대에도 대도시들은 있었지만 현대의 상대적으로 과도하게 커지고 밀집된 대도시에 비하면 작은 곳이라는 것도 고려해야 할텐데 말이죠.
동력 기관 시대 이전 도시에서의 생활 반경, 시간, 하루 동안 방문할 수 있는 장소에 한계 같은 것(과거에 비하면 현대에는 차량을 이용해서 여러 사람을 하루안에 방문하는 것이 가능하지요.)을 질문드립니다.
저도 르혼님 말씀처럼 현대에 준하는 생활패턴을 가지는 면적으로 자연히 구성될 수 밖에 없지않나 싶습니다. 물론 도로망이 더 좋은 도시라면 더 크긴 하겠죠.
더 간단히 생각을 해보면...도시라는 곳은 엄연히 중앙, 지방 행정과 상업의 중심지를 말하는 것이고 현대인에 준하는 생활패턴을 가지지 못하면...도시의 기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어차피 근대 이전의 도시의 거주민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도시에서 보냈습니다. 도시의 크기는 해당국가가 가지는 잉여생산력이 비례한데, 잉여생산력, 즉, 식량 생산에 필요한 인구보다 생산식량의 부양인구가 많으면 도시는 형성될 조건이 갖춰집니다. 물론 그것만 갖춰지고 잘 갖춰진 교통망(단순히 도로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개방성도 포함한)이 없다면 잉여 식량이 도시로 모여들 수 없으므로 작은 도시만 발달하겠고 로마나 중국의 대도시 등은 만들어지기 힘들 것입니다.(중세의 농업력이 로마보다 못할리 없겠지만 로마보다 도시가 훨씬 작은 것은 이와 관련된 중세의 폐쇄성과 소아시아 지방등으로부터 유입된 막대한 양의 식량 덕분이겠죠)
따라서 대도시의 거주민은 비록 고대라 할지라도 도시 밖으로 나갈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따라서 도시에서의 일일생활반경이란 도보, 혹은 파발, 마차 등의 교통수단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시간에 도보의 경우 시속 3~5키로미터 정도이므로 그것을 감안한다면 대도시에서 고대인의 생활반경을 계산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고대의 하루는 조명장치가 발달한 현대보다 훨씬 짧으므로 통행에 투자하는 시간은 지금보다 적을 것입니다.
도시랄것도 없이 대부분의 거주민은 자신의 공방이나 상점 같은 밥벌이터와 집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생활을 했습니다. 성벽을 나가는 일은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지요. 나가면 먹고 자는게 다 돈이니까 부유하거나 행상 혹은 무역을 하는 자들이 아니면 나갈 일이 없습니다.
(게임 같은데서 하는 야영 같은 걸 하다가는 주변의 농부나 사냥꾼들이 강도로 돌변해 속옷도 안남기고 털어갈지도 모릅니다)
중세는 현대와는 달리 자신의 영역 외에는 극도의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곳입니다. 그래서 현대와 같은 의미의 활동성은 대다수의 구성원에게는 의미가 없는 개념일겁니다.
그리고 딱히 현대인이라고 대단한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지는 않죠. 현대인의 대다수가 집-직장-집(간혹 퇴근 후의 여가-집) 패턴을 고수하고 있구요. 문제는 활동한계(도보나 우마로 활보하기엔 지나치게 넓다거나...주중 일정시간을 업무에 할애할 수 없는 경우 등)에 다다르면 당연히 활동성에 차질을 빚고...도시로의 기능은 저하되겠죠. 대개의 도시(고대라고 딱히 다르지 않습니다.)가 정치 및 행정기구를 도시의 중앙에, 상권을 그 외곽에 두고 최외곽에 택지를 두고 인구 증가 등으로 도시확장시 상권과 택지를 교차해서 놓거나 부도심 형태로 구성하는 것을 생각해본다면...활동성을 의미없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네요.
장원이어도 솔직히 이건 마찬가지일겁니다.
좀 흐리멍텅한 답변이지만, 서울이 예전엔 4대문 안쪽만 '성내'였던 걸 고려하면, 그 정도 영역이 기계화 이전의 적당한 도시 크기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