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깎으러 기다리다 여성잡지를 들추었는데, 인문학에 관련된 내용이 있더군요. 내용인 즉,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과 달리 요즘 직장인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는 것. 각 분야의 인문학을 간략히 소개하고, 전문가의 추천을 받는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으로 유명한데, 한편으로는 측우기도 만들었다.입니다. 오직 인문학 하나만 몰두하는 것보다 자연과학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죠. 요즘 대세라는 통섭도 이런 식으로 출발하고요. (학문이 실제로 통합되는 과정이 이와 다르긴 하지만요)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꼭 SF 생각이 나는데, 문학과 상상 과학을 결합하는 SF 개념이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도 이야기했던 예술과 과학 이야기도 그렇고, 인문학과 자연과학도 그렇고. 소설을 즐기려고 책을 펼쳤는데, 어려운 과학 용어에 가로막힌다는 난제도 있긴 합니다만. 서로 대비된다고 여기는 이들 분야를 함께 즐기려면 SF만큼 흥미로운 것도 없을 듯해요. 이 장르가 꼭 유일한 해답이라는 건 아니고, 흥미를 보이기 쉽다는 겁니다.

 

더불어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터뷰도 있어서 대충 읽어봤는데, 역시 이 작가의 한국 사랑은 대단한 듯.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인이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합니다. 팬 서비스로 보기엔 좀 낯간지럽기도. 하긴 <개미> 시리즈가 한국에서 히트를 쳤고, 그 덕분에 프랑스에서 재평가를 받았으니까 무리도 아니죠. 아마 우리나라 독자가 아니었더라면 베르베르가 지금처럼 전업 작가로만 활동할 수는 없었을 듯. 장르 팬들은 베르베르가 SF 설정이 약하다며 불평하기도 하지만, 프랑스에서 전업 장르 작가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하니 베르베르가 글을 잘 쓰는 작가는 분명한가 봅니다. 요새는 시간을 정해놓고 하루에 8시간씩 꼭 글을 쓴다고 하던데, 처음에 <개미> 인터뷰 때도 그런 말을 했었죠. 꾸준히 시간을 정해놓고 몇 십 년 간이나 글 쓰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대단하네요.

 

그건 그렇고, 여성 잡지는 페이지 찾기가 참 어렵군요. 중간 광고 페이지도 수두룩하고, 정작 페이지 숫자도 잘 안 보이고. 사실 여성 잡지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 잡지가 그렇긴 하지만요. 324쪽을 찾는 경우라면, 323쪽과 325쪽 사이에서 몇 분이나 헤매기 일쑤입니다.-_-;; 앞으로는 두꺼운 잡지 보는 습관도 좀 들여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