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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아란, 정확히 말해서 현재의 실제 세계이며, 정지되어 있는 세계라는 건가요? "세상의 모든것은 가짜다 진짜는 이데아의 선에 있다"에 있다는 말로 봐서, 정지되어 있는 세계라는 건가요?
그리고 시뮬라크르는 플라톤과는 달리 들뢰즈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의미를 주었다고 하는데요,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가진다는 것은 이 세계의 완벽한 복제품이 아니라 어느 정도로 다른 세계라는 건가요? 그렇다면, 평행우주 이론과 비슷한 것도 같은데요.
아, 그리고, 선택사항이십니다만, 이데아와 시뮬라크르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ㅠㅠ
일단 이데아가 현실의 그림자가 아니라 현실이 이데아의 그림자지요. 이데아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비유가 '동굴 안의 인간'입니다. 인간이 동굴에서 빛을 볼 때는 동굴 입구를 통해 새어 들어오는 빛의 일부만을 본다는 것이죠. 이 비유에서 그 빛의 일부가 현실이고 광원이 이데아라는 것이죠. 달리 분리된 별도의 세계를 말한다기보다 지식체계론에 가깝지 않나 싶네요. 고대 그리스 철학 대부분(특히 플라톤;;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이 전인적 지식관을 표방하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개념이 나온거죠.
예를 들어 돌의 이데아를 안다고 말할 정도면 돌의 생성과정이나 쓰임새, 당시 개념이야 어쨌든 구성원소.........기타 등등등등등 돌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동굴 입구쪽으로 차츰 발걸음을 옮겨 이데아에 가까워지는 것이라는 개념이죠.
시뮬라르크는 현실의 복제를 말하죠. 돌의 현실을 복제한다고 해도 돌의 현실 모두를 복제할 수는 없습니다. 질감이나 무게, 굳기...구성원소...기타 등등등등등...복제는 현실과 같게 보이지만 많은 것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데아의 일부인 현실, 또 그 일부를 복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플라톤은 시뮬라르크를 이데아에서 한없이 먼 존재로 봤고요.
이데아는 정지된 세계가 아니라 시간을 벗어나 존재하는 세계입니다. 이데아는 완전한 존재이며, 이 존재는 무와 무 사이에 있습니다. 이데아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인간의 이데아, 짐승의 이데아, 의자의 이데아, 선의 이데아.... 논쟁거리로 '똥'의 이데아도 있느냐라는 질문도 있습니다. 우리가 완전한 지식을 얻는 것은, 바로 이런 이데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플라톤의 이론입니다. 이데아에 비해 현상계는 흐릿하고 무와 유가 섞여 있는 불완전한 세계입니다. 변화가 존재하는 세계죠. 그런 의미에서 이데아가 정지된 세계다...라고 판단하신 것 같은데, 시간이 없는 관념의 세계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조금더 바른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는 시간도 무의미할 것일테니까요. 우리가 시간을 파악한다는 것은 변화를 파악한다는 의미인데, 변화가 파악되지 않는 곳에서 시간은 그 의미를 잃지요.
시뮬라르크는 저도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어 좋은 답변을 드릴수는 없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자체가 시뮬라르크라는 이야기 같습니다. 진짜가 없는 세계죠. 그런 의미에서 어떤 세계가 더 진짜다, 우월하다를 가릴 수가 없지요. 모두가 다 복제품이니까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복제. 이것이 시뮬라르크가 뜻하는 바가 아닐까 합니다. 뭐 관련 자료를 조사하지 않은채 한 답변이라 좀 허접할 것 같습니다 ㅎㅎ
시뮬라르크를 보는 플라톤과 들뢰즈의 시각차이는 모방을 긍정적으로 보냐 아니냐 입니다.
어떤 화가가 자연을 보고 풍경화를 그렸는데 그 풍경화가 자연의 모방이니까 가치가 없다라는 게 플라톤의 주장이구요.
아니다 모방이지만 풍경화는 풍경화대로의 가치가 있다라는게 들뢰즈의 말이예요.
당연히 요즘 세상엔 들뢰즈의 시각이 많이 받아들여지죠.
이데아란 만고불변의 확고부동한 진리라고 이해하셔도 편할 겁니다. 주변에 어떤 사람들은 이 세상엔 '진리'가 있어 라고 주장합니다. 이 사람들이 말하는 '진리'가 바로 이데아죠. 현실은 이데아의 반영, 그림자로서, 인간은 이데아를 그냥은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서 이데아를 유추할 수 있는 것이죠. 위에서 든 동굴의 예시는 이런 것입니다. 외부의 광원이 이데아이고 인간은 동굴에 비친 그림자를 봅니다. 그림자는 현실에 의해 이그러진 진실입니다. 우리는 그러나 그림자를 보고서 이데아가 존재함을 알 수 있는 것이죠.
시뮬라르크는 복제라고 보시면 됩니다. 인화된 사진이나 영화관의 필름같은 것이죠. 그림에는 원본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엔 원본이 없고 모두 복제품입니다. 시뮬라르크가 나오는 이유는 시뮬라시옹 때문입니다.
시뮬라시옹은 그 현상을 일컫습니다. 복제가 실제보다 더 큰 힘을 얻는 경우
예를 들자면 실제 노조파업은 신문 기사라는 복제품으로 세상에 퍼집니다. 이 복제품인 기사가 실제를 담았느냐? 담기야 담았죠. 그러나 정확히 담을 수 없습니다. 실제인 노조파업보다 신문기사가 더 힘이 큰 상황, 원조 명품보다 복제 명품을 더 많이 가지고 다니는 상황 이러한 모든 것이 시뮬라시옹이죠.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가짜. 현실같은 가상세계, 뭐 이런 것을 떠올리시면 될겁니다.
이데아는 '만고불변의 진리'비슷한 개념이라 고정되어 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저도 살짝 기억이 애매하긴 합니다만.......초기 기독교의 교리가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플라톤의 철학이 많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설명하기에는 저 자신도 많이 부족해서.....플라톤의 철학에 대해서는 조금만 검색해보시면 자세히 아실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