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이 격화되던 1959년 6월 8일. 미국의 잠수함 바베로에서 한 발의 순항 미사일이 발사되었습니다.

  평소라면 핵폭탄이 탑재되었을 그 미사일은 소련의 영토가 아닌 미국의 플로리다주를 향해 날아갔고, 목표물에 명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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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잠수함 바베로. 역사상 유일하게 순항 미사일이 아닌 순항 로켓을 발사한 함선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

 

  하지만, 당시 그 누구도 이 미사일을 보고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미사일에는 핵탄두가 아닌 '편지함'이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편지를 전달하는 시스템".... 일명 로켓 메일 시스템의 시험이었던 것입니다.

 

  전쟁 병기로 사용될 미사일(로켓)을 이용하여 뉴욕에서 로스엔젤레스로, 또는 영국으로 불과 수시간 만에 편지를 전달한다는 이 개념은 일찍부터 이야기가 되었지만, 정말로 이를 시험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미사일이 냉전의 공포로 여겨지던 당시 미국의 우체국에서는 이런 대담한 실험을 제안했고, 미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심지어 당시 대통령이던 아이젠하워가 직접 쓴 기념 엽서까지 동봉하는 형태로) 진행한 것입니다.

 

  아쉽게도 로켓 메일 시스템은 그 날로 끝났습니다. 단 한 차례의 실험... 역사상 최초이자 최후의 실험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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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이자 최후로 끝난 로켓 메일... 언젠가 재현될 수 있을까? ]

 

  불과 수 십분 만에 바다에서 육지로 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이 사용되지 않은 것은 아마도 공격용 미사일과 편지용 로켓을 구분할 수 없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그 효용성도 떨어졌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여하튼 로켓 한 발의 가격을 생각할 때 수천, 수만통을 동시에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될테니까요. 미국 동부의 편지를 모두 모아 서부로 보내는 정도라면 나쁘지 않겠지만, 동부의 편지를 모두 모으는데 드는 시간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 실험은 평소 '미사일'이라 불리는 병기가 '로켓'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리게 합니다. 결국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전달하는 도구로 쓰일 때 '순항 미사일'이 아닌 '순항 메일 로켓'이 된 것이니까요... 

 

  그리고, 생각해 봅니다. 언젠가는 이를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로켓 메일 시스템... 비록 그 자체는 한 번의 실험으로 종식되었지만, 이것이 언젠가는 재미있는 가능성으로 되살아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가령, 프레데터 같은 무인 항공기가 민간인을 폭격하는게 아니라 아프카니스탄 상공을 날아다니며 선물 같은 것을 전달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슬람교 국가이니 크리스마스는 안 되겠지만, 이슬람교의 기념일, 또는 단식 기간이 끝난 직후에 선물 같은 건 나쁘지 않으리라 여깁니다. 공중 투하라는 방법도 있지만,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는데는 무인 비행기보다 좋은 방법은 없을 것 같습니다.

 

  우주 시대... 귀한 화물이라면 무인 로켓을 이용해서 전달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태우지 않는 만큼 싸고 간편하겠지요.

 

 

  언젠가는 외계인의 무인기가 그들의 메시지를 전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자신 보이저나 파이오니어의 내부에 외계인에 대한 인사를 담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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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저 1호의 골드 레코드.  이 역시 로켓 메일 같은 개념이 아닐까? ]

 

  그나저나, 냉전.. 그것도 매카시즘이 극에 달하던 당시에 이런 재미있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다니, 미국의 해군도 유머 감각이 있네요.

 

 

 

추신) 어제 6월 8일에는 SF와 관련하여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하루 늦게 올리게 된 것이 아쉬울 정도... 오늘의 SF의 나머지 이야기는 http://www.sflib.com/12492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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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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