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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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도 자꾸하니 스킬이 느네요. 새삼스럽지만...
카페에서도 번역이라면 달인의 경지에 든 분들이 참 많은것 같아요. 전 아직도 사전을 뒤적거리면서 '무슨말일까...' 고민해야 하지만..;
이젠 직역을 가능한 안하려고 합니다.
대신에 그냥 읽어서 '이해'를 한 다음 그냥 다시 '서술'해버리지요.
영어와 한글의 번역은 문장 구조 자체가 달라서 '이해'까지는 괜찮은데 '번역'을 하려면 참으로 난감한 문제가 여럿 발생합니다.
특히 that과 : 하고 ; 는 그 주요범인이라 할 수 있겠지요.
실컷 적다가 뒤에 that이 나와서 도로 앞으로 가서 '~~~한' 이란 말을 붙이고, 또 쭉 가다가 또 that이 나와서 아까 ~~~한 을 적었던 문장에서
또 '~~~인'을 적고, 그렇게 실컷 적다보면...
대부분의 전공번역서적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가지게 됩니다. '한글'을 해석을 해야 해요!
'한글'로 되어있고, 주어도 있고, 동사도 있으며 조사 전치사 다 맞는말인데, 무슨뜻인지 몰라서 또 해석을 해야 합니다.
그럼 그런 문장이 안되게 하려고 다시 도로 뜯어고치죠. 하지만 (대표적인 예로)that이 4~5개 들어가있거나, :이나 ; 가 들어가 있으면
억지로 본문에 있는 형용사나 이런것들을 다 표현하다보니, 알아먹긴 하지만 그래도 어색한 문장이 됩니다.
단어도 문제죠. 영어에는 충분히 뜻이 통하는 단어가, 한글로 번역하면 어색해지거든요.
future insect? 미래 곤충?
이러한 단어를 어떻게 해석할까요. 이해만 한다면 '장차 곤충이 될 물건'이라고 이해를 하면 되지만, 이걸 번역을 해야 하고 또, 이것이 문장 내에 2~3번 반복되면 곤란해 집니다.
The embryo is shown in side view and in cross section, displaying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dorsoventral subdivision into future major tissue types and the anteroposterior pattern of future segments.
이 배아는 교차구역내과 그 옆에서, 미래 주요 조직의 상하세부구분과 앞뒤 미래분절 사이가 어떤관계에 있는 지를 보여준다.
미래주요조직이라.... 영어로 하면 충분히 뜻이 통하지만, 한글로 이렇게 해버리면 머나먼 미래에서 온 혹은 미래에 있는 조직이라는 늬앙스가 더 강하게 납니다.
따라서 이런건 굳이 번역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전엔 이 future라는 단어를 어떻게 번역할까... 적당한 단어가 뭐가 있지? 하면서 골머리를 싸맸겠죠. '장차 주요 조직이 될' 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그건 단어 하나만 있을경우에나 자연스럽지, 한문장에 '장차'가 두 단어나 들어가면 역시 어색해집니다.
영어는 한글처럼 '늬앙스'를 꼬치꼬치 안캐묻는 듯해서, 그건 편하겠더군요.
그냥 좀 뭔가 내리는 이미지면 rain 이라고 하고, 뭔가 등쪽에 있으면 dorsal, 뭔가 덮는다 라는 이미지가 있으면 오만데 cover를 붙여도 이상해지지 않으니... 생물학에서는 concentrate가 집중하다가 아니고, '용액'이라는 말로 쓰이죠. 하기야 이것저것 용질을 용매에다가 한군데 싸그리 집중시켜놨으니, 이해는 갑니다만... 대강 영어 단어란게 추상적인 이미지만 맞으면 쓸 수 있어서, 사전에 나와있는 예시만 볼게 아니라, 예시들 사이에서 어떤 '이미지'의 단어인지 그걸 포착해야 하는 성질의 것이 대부분이죠.
그냥 요즘엔 저런걸 번역 안합니다. 그냥
'옆 그림의 배아는, 상하조직과 앞뒤분절이 어떤 관계를 지니는지 나타낸다.' 로 번역하죠.
원문 살리려 해봤자 쓸데없더군요. 머리만 더아프고 번역만 더 이상해지지...
'
해서 그냥 '이해'를 한 다음 다시 '서술'을 하는 방식으로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냥 비교해보면 '이게 어디가 원문을 번역한거냐?' 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때요? 번역 노하우라던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Hominis Possunt Historiam Condonare, Sed Deus Non Vult
과거 정부의 부탁으로 <존재와 무> 번역을 맡았던 모 교수가 있었습니다. 사르트르의 대표작이지만 당시 아무도 번역할 엄두를 못내고 있었고, 실제로 번역을 하려고 보니 거의 죽을 맛이었다고 하죠. 끙끙 앓으며 몇 년 고생해서 1부를 번역해서 일단 친구에게 먼저 보여주었는데, 친구가 몇 일 후 찾아와서 말하기를 한글 번역 원고와 프랑스어 원문을 비교해 보니 차라리 프랑스어 원서는 이해가 가는데 한글 번역은 이해가 안간다고 했고, 더불어 일본어 번역본을 구해다 주면서 참고해 보라고 했다고 하죠. 그래서 일어판을 보니 관계대명사는 대부분 독립된 문장으로 끊어서 따로따로 번역을 해 놓았다고 합니다.
번역에 왕도가 있을 리가 없죠. 김석희씨는 모든 번역은 원문과 상관없이 자기가 원문을 이해한 바 대로 한국어로 써내려갈 뿐이라고 했습니다 - 절대로 직역이 아니라는 것이죠. 안정효씨는 되도록 원문과 1:1 매치가 가능한 것이 좋은 번역이라고 했구요. 답이 없는 세계입니다.
음, 만화니 소설이니 한때 번역 좀 했었는데(클럽에 그 처참한 흔적들이 좀 남아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론 그냥 뜻만 비슷하게 창작해버립니다. 사실 그게 여러 모로 편하죠. 원작자가 어디 듣보잡 녀석이 나의 소중한 창작물을 손대 욕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어차피 돈 받고 제대로 번역하는 것도 아닌데 뭐. -_-
future insect라, 앞으로 곤충이 될 거라면 뭐 애벌레라고 부르면 되겠죠. 한편으로 Cross section은 교차구역이 아니라 단면도란 뜻이 됩니다.
['한글'을 해석을 해야 해요! ]
제경우에는 그렇게 해석을 해야 할 한글은 일단 영어로 직역을 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 영어를 번역하면 어느정도는 되더군요...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