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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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기님의 글을 보고 생각해 본 것인데.
사실 대여점도 절대악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엄연히 서민의 생업 아이템이니까요.
작가의 인세 비율을 높여서 대여료를 대폭 올리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은 대여점에게 치명적인 독약이나 마찬가지겠죠?
그래서 전에 생각한 것이 떠올라서 한번 적어봅니다.
미국의 메이저 리그, 마이너 리그 아시죠?
그 개념을 출판시장에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겁니다.
즉, 검증되지 않은 신인작가나 작가지망생의 작품을 대여점용으로 출판하고
대여점 시장에 인기가 높아지고 검증된 작가들만 엄선해서 서점시장에만 출판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대여점 입장에는 출판시장에서 더 이상 욕먹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데다 계속 싼값으로 대여 회전 율을 높일 수 있고,
출판사 입장에는 시장에서 어느정도 검증된 작가들을 받아서 수요가 보장된 작품을 안전하게 팔수 있으니 좋고,
작가 입장에는 신인 때만 고생하고, 실력을 키워서 유명세를 바탕으로 잘만 하면 돈을 보다 더 받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ps : 원래는 무한발상에 올려볼까 하지만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별카페에 올렸습니다.
만화나 라이트노벨류의 경우는 어느정도 저런게 주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안일하게 생각하는 건지...;;; 사실 제 동생은 대여점에서 만화를 빌려보고...;
만화책을 구입하는 스타일이라...
대여점과 도서관은 다릅니다.
도서관은 "책을 읽도록 권장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당연히 다양한 양질의 책을 들여놓습니다.
반면 대여점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극소수 인기 책만을 들여놓습니다.
문제는 양질의 책과 인기책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여점에서 책을 아무리 많이 보아도 그것이 독서 능력을 높이거나, 좋은 책을 보는데는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극적이고 눈길을 끄는 저질 선정 도서만 늘어나는 경향을 보입니다.
대여점이 서민의 생업 아이템이므로 절대악이 아니다?
네. 할렘가에서 마약 매매는 할렘가 일부 서민의 생업 아이템입니다. 그럼 절대악이 아니겠군요.
대여점은 절대악입니다. 왜냐하면, 대여점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은 남의 이익을 갈취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대여점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은 본래 저작권자인 출판사와 작가에게 돌아갈 이익입니다. 그것을 멋대로 갈취하여 가져간 것입니다.
대여점이 존재함으로서 전체적인 수익 규모가 커진다면 좋겠지만, 대여점은 전체적인 수익 규모 향상에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저작권자의 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새로운 창작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창작자는 점차 줄어듭니다.
우리나라에서 대여점이 버티는 것은 싼 값으로 들여올 수 있는 일본 만화라는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우리나라 만화만으로 대여점을 운영한다면, 일찌감치 대여점도 문을 닫았을 것입니다. 그만큼 현재 우리나라의 창작 상황은 열악합니다.
대여점이 서민의 생업 아이템... 한때 대여점은 1만개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3천개가 되지 않습니다. 한때 우리나라의 잡지는 20종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은 정상적으로 운영되어야할 판매 시장이 대여점에 의해 망가지고, 여기에 나오는 단물을 멋대로 갈취한 결과물입니다. 결국 우리나라의 만화 시장은 나날이 줄고 있으며, 작가는 나날이 펜을 내던지고, 오직 공짜 웹툰 만이 남고 있습니다.
대여점이 등장하기 전에 10여개가 넘던 만화 출판사 중 살아남은 것은 몇 되지 않습니다. 사실상 대원과 학산, 서울문화사 뿐...
대여점이 등장하면서 '일본 만화가 대량으로 유입된 것이 좋다.'라는 이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요?
대여점이 등장하기 전, 만화 시장의 성장 속도를 생각한다면 언젠가 현재 나오는 일본 만화 만큼 우리나라 만화가 나올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최전성기에 만화 잡지가 20여종이었고 각 만화잡지마다 10~15개 정도의 만화를 연재했습니다. 이들이 모두 만화책으로 나왔다면 약 200~300개입니다. 최소 반년마다 200개 정도의 만화가 나올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창작 문화는 풍족해지고, 창작자들이 다양한 콘텐츠로 이바지할 수 있었을 겁니다.
대여점은 절대악입니다. 비정상적인 시장이고 창작자를 갈취하는 시장이고, 무엇보다도 -장기적으로 볼때- 서민을 위한 수익 아이템도 아니었습니다. 대여점 사업에 뛰어든 사람치고 원금 날리지 않은 사람은 생각보다 적은데다, 문화 사업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망가뜨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서점의 몰락에도 이바지했습니다.
90년대 말 서점의 수는 5000개를 넘어섰습니다. 현재 서점의 수는 2000개가 채 되지 않습니다. 물론 서점의 몰락에는 인터넷 서점의 영향도 큽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여점의 영향력이 더 큽니다. 아래글에서 말했듯 한때 서점에서는 만화책을 팔았습니다. 그것도 상당히 많이... 동네 서점은 만화책을 공급하는 주요 공급책이었고, 아이큐 점프 50만권 신화를 이루는데 이바지한 존재였습니다.
총판 구조의 열악한 현실에서도 만화책과 잡지는 서점에 꽤 짭짤한 수익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대여점이 이를 잠식하고 망가뜨렸습니다. 대여점의 수가 늘어난 것에 비례하여 서점도 감소했습니다. 이는 동시에 일반 도서, 특히 잡지(만화 잡지에만 한정하지 않습니다.)를 공급하는 매장이 사라져 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나의 서점은 수십, 수백권의 잡지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대여점 하나는 한 두권의 잡지를 공급합니다.
하나의 서점은 수십, 수백권의 만화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대여점 하나는 한 두권의 만화를 공급합니다.
대여점 수십 곳보다 하나의 서점이 출판 문화에 도움이 됩니다. 대여점 1만개가 생긴 반면 서점 3000개가 줄었고, 대여점도 다시 7000개가 줄었습니다.
자... 이래도 "대여점이 좋은 점이 있다."라고 하겠습니까?
대여점에서 얻는 이익은 원래 저작권자에게 가야할 이익이 아닙니다.
적어도 저작권법 어디에서도 그런 이익을 취할수 있게 만들어져 있지 않습니다.
대여점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런 권한 자체가 원래 저작권자에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작권은 재산권의 일종이고 재산권은 법에서 보호되는 한도 내에서 보호되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최초 국제저작권법이 만들어졌을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고심하고 저작권중의
배포권의 보호를 1차판매로 한정했습니다. 그래서 대여나 중고거래가 가능한 것입니다.
모든 대여업자들은 원제조자가 생산한 상품을 갈취하는 악입니까?
삽으로 안퍼지는 지역에 땅을 파기 위해서 포크레인 빌려다가 땅을 파는것이 악입니까?
포크레인 대여업이 원제조자의 이익을 대여업자가 갈취하는 행동이라고 할수는 없을겁니다.
대여점 자체는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작권법에서 대여 자체를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본래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은 1982년 대본소용으로 그려진 30권짜리 만화였습니다. 이게 나중에 고려원미디어에서 6권의 단행본으로 재출간되어 나왔죠. 강경옥의 <별빛 속에> 역시 본래 1980년대 중반에 대본소용으로 그려진 만화였습니다. 나중에 시공사에서 10권의 단행본으로 재출간되어 나왔구요. 당시에는 이현세든 강경옥이든 초짜 만화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본소용 만화는 그릴 수 있었죠.
잡지 연재를 거치지 않은 대본소용 만화 중에서 퀄리티가 높은 작품들이 서점 판매용 단행본으로 재출간된 사례는 꽤 많습니다. 이현세의 <사자여 새벽을 노래하라> 역시 대본소용으로 나왔던 만화인데, 나중에 한길아트미디어(한길사 자회사)에서 7권의 서점용 단행본으로 재출간되었습니다. 박봉성의 <신의 아들> 역시 대본소용으로 50권 분량으로 나왔던 만화였지만, 나중에 11권의 단행본으로 재출간되었죠.
대본소용이 마이너리그, 서점 판매용이 메이저리그 이런 구상은 과거 이현세, 이상세 형제가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1990년대 초반까지 만화 공장 돌려서 대본소용 만화를 엄청난 속도로 만들어 뿌려댔었는데, 이렇게 번 돈으로 1995년 무렵 이현세가 동생 이상세와 함께 직접 출판사를 차려서 서점 판매용 만화를 출간하고 잡지를 만들었죠. 하지만 결국 실패해서 동생 이상세는 만화계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현세는 기나긴 <천국의 신화> 소송에 질려서 사실상 작품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교수로 눌러 앉았구요.
그런데 대여점 수요층과 서점 수요층은 서로 다르지 않던가요? 사실 서점을 이용하는 독자의 경우, 일회용으로 읽을 책이 있으면 도서관을 가지 대여점에 안 갈 겁니다. 가 봤자 원하는 책이 없을 테니까요.
ilmonde님이 그러셨나, 대여점에서 <얼음과 불의 노래>가 대여가 안 되자 싸게 팔아치웠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 베스트 오브 베스트 셀러가 대여점에서 방 구석 신세라니, 독자층이 서로 다르다고 볼 수 밖에. 개인적으로도 대여점에 몇 번 가 봤는데, 도무지 빌려볼 만한 게 없었습니다. 제가 취향이 좀 편파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요. 바로 옆에 있는 도서관에만 가도 빌려보고 싶은 책이 한 아름이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