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묻고 답하고)
여기는 '무엇이든 물어보는 게시판'입니다.
(과학과 SF에 대한 질문은 'SF/과학 포럼'쪽에서 해 주세요.)
( 이 게시판은 최근에 답변이 추가된 순서대로 정렬됩니다. )
전에 한번 국내 이공계 연구원 대접에 대한 인터뷰를 보면서, 국내의 연구원들은 전부 다 계약직이다....
라는 대목을 본 것 같습니다.
국내의 연구원들 중엔 정규직이란게 없나보군요....
연구소에 연구원들이 빠지면 뭘 한다고 계약직으로...
석사야 허드렛일만 한다고 하니, 계약직으로 하면 좀 억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공계기피 풍토를 보면 이해는 가지만...
박사는 연구의 주체가 되는데도 계약직으로 일합니까?
그리고... 국외도 그런가요?
미국, 일본, 중국같은 경우는 어때요?
Hominis Possunt Historiam Condonare, Sed Deus Non Vult
Dr. 하우스 보면, 의사도 계약직이죠.
아주 능력이 있다면 병원에서 그 인력을 잡으려고 종신직위에 위원회 임원직에 다양한 혜택을 주죠.
실제로 종신직위를 가진것은 하우스 말고는 그 병원에서 누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병원장조차도 종식직위는 없었던듯 하죠.
제가 해외에 있는데 제가 다니는 회사의 박사들은 모두 정규직이지만 제 친구가 작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죠. 학교 연구실에 같은 자리를 여전히 차지하면서 기업체와 맺은 계약서를 1년단위로 갱신하고 있어요. 여긴 산업이 그닥 없는데라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고 박사쯤 되면 연구 분야가 어느정도 좁혀지기 때문에 갈 수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긴 합니다.
정규직 자리를 찾으면 좋겠지만 그것도 경험이고 그리고 이 나라 사람들은 그걸 가지고 불안해하지는 않는 것 같네요. 일 없으면 실업수당 나오고 하니 우리나라 계약직보다 불안감은 덜한 듯...
아, 그리고 여긴 법에 의해서 계약직은 정규직보다 임금이 높습니다. 유급휴가의 비용까지 산정해서 계약직이 더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로서는 계약직을 고용하거나 정규직을 고용하거나 비용에 큰 차이가 없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계약직은 정말 단기간 프로젝트, 아웃소싱을 해야될 일들에만 적용합니다. 또 계약직으로 고용되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많고요.
그리고 우리나라도 연구원 정규직인 곳 많이 있습니다. 사기업 연구소는 정규직 연구원들을 보유하고 있어요. 오히려 국책 연구소같은 곳에서 계약직 연구원을 많이 쓰는 것 같더라고요.
이공계 기피 풍토는 자기가 흥미를 느끼는 것보다 내가 받을 보상과 댓가에 더 무게를 둘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같습니다. 해외라고 과학자/엔지니어가 특별대접을 받지는 않아요. 뛰어난 업적을 내놓은 사람이나 스타 과학자/엔지니어는 다를 수 있겠지만 그 사람들이 전체적인 업계 평균을 대표하지는 않죠. 자본주의 사회이다보니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 많은 보상이 돌아가는 건 어디나 똑같습니다. 그래서 금융업자들이 가장 돈을 많이 벌고 과학자/엔지니어는 제조업이 기반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거죠. 공산품의 가격은 꾸준히 떨어지니까요.
실력 있는 이공계 박사급 인력은 언제 어디서든 구인난입니다. 특기 분야가 애매모호하거나 확실한 경쟁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어정쩡해서 고생들 하는 것이죠. 이공계는 제대로 된 사람이 없어서 난리입니다.
연구소는 본래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고, 사실상 독립채산제입니다. 연구소의 박사급 연구원들은 딴은 자기가 맞은 프로젝트에서 일 한 만큼 돈을 받는 개인 사업자라고 보면 됩니다. 돈은 이미 정규직 대기업 박사 인력 못지 않게 충분히 벌고 있어요. 대기업 사람들도 50 넘어 계속 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 연구소의 박사급 인력이라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자리가 그렇게 불안한 것도 아니구요. 오히려 연구소는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탄력적으로 쓸 수 있으니까 대학 강의도 좀 뛰고 인맥도 넓히고 개인 프로젝트도 하면서 자유롭게 돈을 더 벌 수도 있죠.
구조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정규직에 목을 매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당연하다고 봅니다. 제 주변에 공학 박사를 받은 선후배들 보면, 당장 일이 너무 많아서 일에 치여서 사는 사람들은 많이 봤어도 일이 없어서 노는 사람은 못보았습니다. 나이 45 세 정도에 임원급으로 올라서서 임원으로 몇 억씩 받아가며 10년 정도 여기저기 기업을 옮겨다니며 일하다가, 건강 해치기 전에 적당히 일에서 손을 떼는 게 순서죠.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노동법에서도 박사급 인력을 예외로 하고 있는 것은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다만 실력있는 이공계 박사들에 대해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은 인문계 박사들은 국가 연구소 말고는 마땅히 취업할 곳도 없고 또 취업해서도 핵심적인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니 프로젝트에 투입되더라도 항상 서포트 역할이고, 그런 식으로 신분이 불안하니까 평생 마음을 놓을 여유가 없죠. 박사든 뭐든 하여간에, 요는 세상이 원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사회에서 받는 대우와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평범한 진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