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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3에 평범하거나 부족한 과학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요.
제가 어느 사이트에서 썩지않는 햄버거 영상을 보고서
'원래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열매같은건 썩지 않는다'
라고 했더니만
'그런 망언을 하다니, 잘 알지도 못하네, 품종개량이다, 품종개량 사과랑 방부제 햄버거와 무슨 상관이 있냐, 열매의 목적은 동물에게 먹히거나 지면에 떨어저 썩어서 새로 날 싹의 양분이 된다, 도시 촌놈이다, 과학시간에 뭘 배웠길래 저정도 상식도 없냐 명칭은 몰라도 과정은 알지않나, 한번만이라도 과수원에 가보셨다면, 아니 과일 나무를 조금이라도 접해보셨다면 망언은 하지 않았을텐데..'
라는 반응이 오더군요..
SBS스페셜에서 기적의 사과가 나올때 무농약/무비료로 키운 2년째 썩지않는 사과를 보고
자연적으로 키우면 썩지않는게 당연한거구나 라고 새롭게 받아들였었는데...
그래서 갑자기 저 자신이 과학에 대해 아는게 하나도 없다며 엄청 한심하게 느껴지는데요...
자연적으로 썩지않는 열매가 과학적으로 왜 불가능한지 쉽게 설명좀 해주실분 있나요...
아니면 '기적의 사과'가 썩지않는 사과가 맞다면 썩는 사과와의 차이점이 뭔길래 안썩는거죠?
다른건 몰라도 썩지 않는 햄버거와 기적의 사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하면 안된다고 봅니다.
원래 식물은 썩기 전에 시드는 것이 당연합니다만 화학비료라든지 팍팍 주게되면서 영양이 풍부해지고 물러진 만큼 썩
기 쉬워진 거라고 봅니다. 썩지 않는 사과의 경우 통풍만 신경쓰면 쉽게 썩지 않지요. 물론 썩지 않는게 아니라 잘 안썩
게 되는 것뿐이니까 요것도 잘못놔두면 썩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잘 모르지만 그 기적의사과인지는 아마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그냥 과수의 낙엽만으로 키우는 농원에서 키우는 것일겁니다.
일단 '썩지 않는 자연적인 열매도 있다' 가 아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열매는 썩지 않는다'라는 문장 자체가 문제네요.
이 말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열매는 모두 썩지 않는게 정상이다-라는 뜻이 되니 '기적의 사과'같이 아주아주아주 특정한
상황 하에서만 가능한 것만으로 입증할 수 없는거죠.
인공적인 변인통제를 한다면야 곶감도 썩지 않는 과일이 된 거고...(냅두면 썩습니다)
자연적으로 썩지 않는 열매라는 게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건 '열매'라는 것. 아니 그를 넘어 '유기물'의 기본 성질이 '썩는다'는 것
때문이겠지요. 유기물은 어쨌든 시간이 오래걸리든 어떻든 썩게 되어있거든요. 그 단단한 뼈도 썩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열매란 그 목적이 먹힌 후 소화되어 씨를 배출하게 하는 것-이니 더 잘 썩겠지요.
기적의 열매 이야기를 하셨지만 이미 이정도로 품종개량+특별관리+기타등등의 통제요인이 있다면 그냥 '자연적인 열매'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유기물인 이상 썩는건 당연하지요. 어느 동물이든 식물이든지 간에.
여담이지만... 일반적으로 품종 개량을 통해 만든 여러가지 작물들은 자연적인 작물들에 비해 오히려 잘 썩는 편입니다. 우선 열매가 많이 열리는 데다가 특히 과일종류의 경우 당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개량을 해왔으니까요.
집에서 딸기 농사를 지어서 압니다만... 햇빛이 충분치 않을 때는 딸기가 달려있는채로 익기 전에 썩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만큼 무르고 당도가 높아서 여러가지 미생물이나 곰팡이가 살기 좋다는 것이지요. (뭐 햇빛이 충분하다면 햇빛으로 소독이 되니까 썩기전에 익어서 따버립니다만.)
자연적인 열매도 잘 썩긴 합니다.
썩지 않는다는 건 뭔가 좀 이상한 거긴 하죠.
물론 제가 집에서 구운 빵은 2주째 되었지만 썩지 않습니다.
그건 고온으로 구워내어 재빨리 밀봉한 탓도 있겠죠.
아니면 밀가루에 방부제가 첨가되어 있거나.
어느 쪽일까요?
썩는다는 것은 미생물이 번식하여 먹어치운다는 자연현상입니다. 방부제는 이러한 미생물이 싫어하는 물질을 넣어 미생물이 번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요.
문제는 인간도 생물인지라... 미생물이 먹기 싫어하면 몸속의 세포도 먹기 싫어하는게 자연적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인간이 어디 외계에서 홀로 날아온 종족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인간은 미생물보다 좀더 고등하고 세포들 사이엔 분업, 협업체계가 잘되어 있어 미생물보다는 스트레스에 강하기는 하지만 결국 유기물를 분해하여 양분으로 삼는 생존의 기본 원칙은 똑같습니다.
그리고 모든 생명의 필수요소가 물이듯이... 썩지 않은 햄버거도 습하고 따듯한 환경에 노출 된다면 썩는다에 한표 겁니다. 그정도로 강력한 방부제는 없어요...(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것중...)
일단...과피에서 나오는 에스테르에 대해서 말씀드리면...에스테르는 과일을 익게 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익게도 하지만...익지 않으면 발산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에스테르가 당 발효 과정에서 발생한 에탄올의 전 단계거든요. 다음에 먹기 싫으실지도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잘 익은 과일은 이미 생화학적 과정을 거쳐 먹기 좋게 살짝 썩어 있다는 뜻입니다. '익어간다'라는 말 자체가 '썩어가고 물러져간다'라는 것이니까요.
뭐...녹건농법(맛의 달인에 나오죠.)이라고 무농약, 무비료로 식물이 생존을 위해 씨방인 열매에 영양과 생명력을 축적한다는 방식의 농법이 있긴 한데...어쨋든 죽어가는 물건이나 썩지...일단 살아있는 조직은 쉽게 썩지 않습니다. 그래서 암만 더럽게 생활해도 상처가 생겨 죽은 조직이 발생하지 않는 한...쉽게 썩어들어가지는 않는 겁니다...뭐...진균(fungus)의 경우는 살짝 다르지만요.
다큐멘터리를 보지 못해서 확실치는 않지만, 찾아보니 질소 시비를 적게하여 과피의 섬유질 함량이 높아지고 조직이 치밀하게 됨으로서 균류나 박테리아가 화학비료를 준 나무에서 생산한 과실에 비해 쉽게 침입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마르는 것 같군요. 이런 과일이라 해도 습기찬 곳에 두거나 땅에 버리면 썩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