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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폐해서 총만 내밀고 쏘는 이 장면이 모든 걸 설명합니다]

요즘은 YouTube 같은 게 생겨서 참 좋습니다. 방대한 양의 동영상을 올려도 무리가 없다는 게 장점인데, 이를 이용해서 게임을 동영상으로 공략하는 것도 가능하거든요. 예전의 게임 공략이라면 글을 읽거나 아무리 잘해봐야 사진을 참고하는 게 고작이었는데, 요새는 동영상을 보며 실시간으로 따라하는 게 가능해졌죠. 아무리 방대한 게임이라도 유명세만 있다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당 작품을 실제로 플레이해 본 적이 없어도 어느 정도 간접 플레이(?)를 할 수 있고요. 이게 저작권에 위반되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게임을 그냥 보기만 하는 것과 실제로 플레이하는 건 엄연히 다르잖아요. 뭐, 서론이 좀 길었는데, 요즘 즐겨보는 동영상 공략 게임은 <기어스 오브 워>입니다. 하도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나오길래 호기심이 생겨 관련 정보를 뒤지다가 요즘엔 드라마 시청하듯 습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그래픽도 괜찮고, 영화적인 연출도 많고, 액션 구성이 독특하기 때문에 흡사 SF 전쟁 드라마 보는 기분. 은근히 중독성도 있어요. 지금 1편을 챙겨보는 중인데, 액트 2 중반부를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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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엄폐 중일 때는 진짜 카메라를 짊어진 종군기자가 보는 듯한 느낌]

 

동영상 공략본을 보면서 느낀 점이라면, 일단 3인칭 시점으로 독창적인 액션 장면을 찍어낸다는 점. 아시다시피 이 게임은 그저 '히트 앤 런'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포복하고, 땅에 굴러 회피하고, 엄폐물에 숨어서 총만 내놓고 쏘는 액션이 주를 이룹니다. 혹자는 총격전의 개념을 가장 잘 표현한 게임라고도 하는데, 여타 슈팅 게임과는 확실히 달라요. 무지막지한 체력이나 장갑, 보호막 등이 없기 때문에 몸으로 때우기가 힘들고, 각종 지형을 활용하느라 머리가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작도 조작이지만, 전술적인 면을 좀 더 보강했다고 할까요. 게다가 다른 FPS 게임이 총을 잡은 군인이 된 기분이라면, 이 게임은 시점이 주인공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터라 마치 종군기자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특히 낮은 자세로 포복할 때는 전쟁 르포를 보는 듯한 착각까지 드네요. 1인칭이 몰입도 면에서는 더 뛰어날 수 있지만, 전장 분위기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전달하는 데엔 3인칭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거기다 이 작품은 분대 단위로 싸우기 때문에 3인칭으로 봐야 전장이 넓게 보여 분대원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 더 빨리 파악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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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저기다 전기톱을 매달 생각을 했는지, 참…]

 

아무리 현실적인 총격전 게임이라도 SF FPS의 로망을 빼놓지는 않습니다. 여기선 근접 무기로 전기톱이 나오는데, 스페이스 마린마냥 그냥 톱 들고 썰어대는 게 아니라 총검 자리에 톱을 부착했습니다. 그러니까 총검 대신 톱이 있는 거죠. 저 무거운 걸 소총에 달아놓으면 과연 사격할 때 아무런 지장이 없는지 궁금하지만, 설정만큼은 로망이 넘치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좌우지간 톱으로 로커스트 호드를 썰어대는 타격감이 장난 아니라고 하는데, 이것 때문에 일부러 엄호물을 돌파하는 플레이어도 있을 정도. 이거 꽤 인기를 끄는 설정인지 실제로 이렇게 만들어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현실이든 게임이든 총격전하는 와중에 근접 공격은 애먼 행위인지라 호드 집중 사격을 받고 눕는 플레이어가 많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습니다. 가끔은 NPC 분대원들이 톱질을 해 놀라기도 했습니다. NPC 인공지능으로는 무조건 사격만 하는 줄 알았거든요. 하긴 사격보다는 근접 전투가 더 프로그램하기 간단할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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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사이마다 등장하는 동영상은 게임 그래픽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요즘엔 하도 기술이 발달해서 동영상용 그래픽을 따로 만들지 않는 듯하네요. 더군다나 언리얼 엔진이니. 제작진에서는 영화적인 연출을 특별하게 노렸다고 하는데, 확 튀어보이진 않았습니다. 요즘에 이런 식으로 멋지게 동영상 진행을 하는 작품이 한두 개가 아닌지라…. 그래도 동영상에서 게임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꽤 자연스러웠습니다. 동영상에서 분대원 중 하나인 카민이 탄피 걸렸다고 끙끙대다 저격을 당하자 게임 3인칭 시점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버서커나 기타 괴물들이 튀어나오는 장면은 사실상 동영상과 게임 플레이를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고요. 이벤트적인 요소도 '나 이벤트야!'하고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게임 진행에 튀지 않도록 들어가기 때문에 막힘 없는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이런 연출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마 후반에 가면 더 극적인 연출이 나올 것 같은데, 이제 고작 액트 2를 보고 있는지라 뭐라고 장담하긴 힘드네요. 지금까지 본 영상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거 하나 고르라면, 카민의 죽음과 함께 버서커 등장을 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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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카민과의 한때(?). 저 마스크 디자인 의외로 인기 좋더군요.]

 

설정은 아직 공략을 중반도 넘기지 못한 터라 뭐라고 하긴 힘드네요. 아직 로커스트 호드의 비밀이 다 밝혀진 것도 아니니. 개인적으로는 괴물 디자인이 괜찮기는 한데, 딱 감이 오진 않는다고 할까. 그래도 괴물보다 괴수에 더 가까운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야기는 깊이 있게 잘 이끌어 가고, 분대 전투 게임답게 인물 구도도 좋습니다. 개성도 뚜렷하고, 각자 위치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고요. 바보스러운 면을 강조하는 개그, 적당한 스테레오 타입,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관(그것도 한국계) 등 나름대로 잘 포진시킨 것 같아요. 그 중에서 도미닉은 도우미 캐릭터로서 비교적 평범(주인공의 전형적인 동료)한데, 그 놈의 인공지능이 엉망이라 부각된 캐릭터고…. 카민은 시리즈 마스코트로 삼을 작정인가 봅니다. 2편에서도 나온다고 하고, 3편에도 나올 예정이라네요. FPS 게임 중에서도 대사량이 많은 듯하더군요. 다만, 이건 제가 근래 해 본 게임이 별로 없어 오해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프-라이프> 이후로 FPS 게임도 롤플레잉 못지않게 이야기가 방대해지고 대사가 많아졌으니. 앞으로 액트 4까지 보고, 2편까지 감상하고 나야 제대로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결론을 종합하자면, 이제 얼마 보지도 않았지만 꽤 재미있다는 것. 말 그대로 영화 같은 액션과 연출, 이야기가 따라가는 게임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플레이를 해야 그 진면모를 알 수 있겠지만, 공략 동영상만 봐도 <기어스 오브 워>의 명성이 왜 그리 널리 알려졌는지 이해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