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오늘. 미국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우주선을 실은 한 대의 로켓이 발사되었습니다.

  아메리카(사령선), 그리고 챌린저(착륙선)라는 호출부호로 알려진 이 우주선의 이름은 아폴로 17호. 바로, 아폴로 11호부터 시작된 유인 달 탐사 계획의 마지막 우주선이었지요.

  세계시로 5시 33분에 출발한 아폴로 11호는 나흘 간의 항해를 거쳐 12월 11일 세계시 2시 23분에 달에 착륙했고, 약 3일간에 걸쳐 달에 머무르며 22시간에 걸친 선외 활동을 거쳐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아폴로 17호에는 최초로 과학자(지질학자) 출신의 우주 비행사인 해리슨 슈미트가 탑승하여 110.52kg에 이르는 월석을 채취했을 뿐만 아니라 오렌지색의 흙을 발견하기도 했지요. (그는 본래 아폴로 18호에 탑승할 예정이었지만, 아폴로 18호가 중지된다는 것을 알게 된 과학계의 압력으로 본래의 조종사인 죠 앵글을 대신하여 탑승했습니다. 그리하여 달에 간 최초, 그리고 유일한 과학자로 남게 되었지요.)


아폴로 17호의 승무원들 

[ 새턴 로켓을 배경으로 서 있는 아폴로 17호의 승무원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해리슨 '잭' 슈미트, 로널드 B. 에반스, 그리고 앞이 선장인 유진 서넌 (아폴로 17호 계획 / 나사) ]


  아폴로 17호는 마지막 계획인 만큼 이제까지의 여러 기록을 갱신하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달에서의 선외 활동 시간, 달 궤도 체류 시간, 그리고 가져간 표본의 중량 등 말이지요. 게다가 아폴로 17호에서는 월면차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달에서 떠나는 모습을 촬영하는데 성공하기도 했지요.(달과 지구 간 통신에 시간 간격이 있는 만큼 정말로 어려운 작업이었기에 이전의 15,16호에서는 실패했지만, 마지막 기회에 성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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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면의 폭주족? 달 표면을 달리는 아폴로 17호의 승무원 (아폴로 17호의 선외 활동 / 나사) ]


  “아이들이 갖고 노는 유리 구슬 같다.”는 우주비행사들의 말에 따라 푸른 구슬(The Blue Marble)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구의 가장 유명한 사진을 찍은 것도 바로 아폴로 17호의 업적입니다. 모 회사의 보드 게임 이름이기도 이 사진은 태양이 바로 등 뒤에 있을 때 찍었기 때문에 그림자 하나 없이 선명한 지구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진 중 하나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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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고, 작은... 하지만 더 없이 아름다운 푸른 구슬 ( 아폴로 17호 사진 / 나사 ) ]



  달에 남겨진-그리고 지금도 존재하는- 달 착륙선 챌린저의 하단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남겨져 있습니다.



여기서 인류 최초의 달표면 탐험을 마친다. 서기 1972년 12월. 평화의 정신이, 전인류의 삶에 반영되기를 바란다.(Here Man completed his first explorations of the moon. December 1972 AD. May the spirit of peace in which we came be reflected in the lives of all mankind.)


  그리고 세 명의 우주 비행사와 당시 대통령이었던 닉슨의 서명이 들어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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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최초의 마지막 달 탐사를 어머니 지구는 지켜보았습니다. (아폴로 17호 첫번째 선외 활동 / 나사 ) ]



  당시 과학자로서 달에 간 해리슨 슈미트는 “지구가 보인다. 모두가 보고 있어.”라는 말로 감격을 표현하기도 했고, 당시 선장인 유진 서넌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있습니다.


  나는 인류의 마지막 발자국을 뒤로 하고 지구로 돌아갑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오래지 않아 돌아오리라 믿습니다.

  나는 단지 오늘 미국의 도전이 내일 인류의 운명을 만들어냈다고 기억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우리는 달에 왔을 때와 같이 달의 타우루스-리트로우로부터 떠납니다. 그리고, 신의 뜻대로, 우리는 여기에 돌아올 것입니다. 전인류의 평화와 희망과 함께.

  아폴로 17호의 승무원에게 행운이 있기를.   (유진 서넌)



  그리하여 1960년대 초 케네디의 연설로부터 시작된 기나긴 여정은 막을 내린 것입니다. (아폴로 17호의 승무원은 그 전의 이들과 마찬가지로 태평양에 내려와 회수되었고, 근처의 사모아에 도착하여 현지민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는 후일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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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폴로 17호의 문양.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와 지혜의 신 아폴로의 눈길이 모두 저 멀리 은하를 바라보고 있다. (아폴로 17호 뱃지 / 나사) ]


   유진 선장의 바램과는 달리 그로부터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에도 우리는 달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눈길은 결코 달에서 멀어지지 않았지요.

  게다가, 얼마 전 달에서 물을 발견하여 달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해 주고 있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오래지 않아 11번째의 지구인이 달에 발을 디딜 날이 오리라고…

  그리고 다시 한번 푸른 구슬을 보며 떠올릴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비록 아폴로 계획은 냉전이라는 환경 속에서 시작되었을지는 몰라도, 결국 미래에 대한 평화와 희망을 담고 막을 내렸다는 사실을…


추신) 아폴로 17호의 탐사에 대한 내용은 HBO의 다큐드라마 <지구에서 달까지>의 마지막 편으로 수록되어 좀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추가) 푸른 구슬의 큰 용량 버젼을 함께 동봉합니다. 다운로드 받아서 보세요.


다운로드 : the_blue_marble(3000x3000).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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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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