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물질이란, 우리 세계를 이루는 '물질의 입자'와 질량, 스핀은 같지만 구성하는 소립자의 전하 등은 완전히 반대의 성질을 가진 반입자로 이루어진 물질을 말합니다. (즉, 전자는 마이너스(-) 전하를 갖지만 반전자는 플러스(+) 전하를 갖습니다. 그래서 전자와 반전자가 있으면 서로 끌어당기게 됩니다.)


  1930년 물리학자인 폴 디락이 처음 가설로서 제시한 이 존재는 1932년 우주선 연구를 하던 학자 앤더슨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고 이후 1955년에 입자 가속기를 이용해 최초의 반양자와 반중성자를 만들어냈지요. 1995년에는 CERN(유럽 원자핵 연구 기구)에서 반전자와 반양자를 합쳐 최초의 '반수소 원자'를 생성하였고, 이후 많은 나라의 연구 협력으로 수 만 개(약 수십 나노g(십억분의 1g)) 정도의 반수소 원자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반물질은 '우주 탄생을 재현하는 실험'에서 흔히 발생합니다.



  태초에 빛이 있으라... 에너지의 요동으로부터 물질과 반물질이 탄생하고 쌍소멸을 거쳐 현재의 우주가 존재하게 되었으니...


  라고 우주 탄생 이론에서는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우주 탄생을 재현하는 실험을 진행하면 물질과 반물질이 생겨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요.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에서는 한 학자가 최초로 '우주 탄생'을 재현하여 대량의 반물질을 만들어내고, 이를 "창조론의 증거"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적은 양의 에너지로 대량의 반물질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오류이며(소설 속에서 나온 것과 비슷한 실험은 이미 CERN에서 진행했지만, 그래봐야 아주 소량의 반물질이 탄생할 뿐입니다.), 이런 실험이 '창조론'을 입증하는 증거는 되지 않지요. 결국, <천사와 악마>는 댄 브라운은 마이클 크라이튼 같은 이공계 스릴러 작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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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원자핵 연구 기구(CERN)의 입자 가속기. 바로 여기서 반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 ( CERN) ]


  이렇게 우주 탄생의 초기에는 물질과 반물질이 존재했지만, 적어도 우리가 아는 세계는 오직 '물질'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많은 이론이 등장하기도 했지요.


  이를테면 '우연히 물질이 더 많이 남아서 현재와 같은 우주가 만들어졌을 뿐, 실제로는 반물질만으로 이루어진 우주도 존재할 수 있다.'거나, '우연히 부딪치지 않고 떨어져나간 물질과 반물질이 각각 우주를 생성해서 반물질로 된 천체와 물질로 된 천체가 각각 따로 존재하게 되었다.'거나...


  <2001년 야화> 같은 SF 작품에서 이따금 등장하는 '반물질 행성'이나 '반물질 우주' 같은 것은 바로 그러한 우주 탄생 이론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근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반물질과 물질은 아주 조금이지만 수명에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반물질은 물질에 비해 안정도가 떨어져서 조금 일찍 소멸하고(붕괴되어 에너지로 변해 사라지고) 물질이 더 오래 남는다고 하지요. 물론 그 차이는 아주 미비하지만 최종적으로 물질 뿐인 우주가 만들어지기에는 충분한 정도...


  이러한 연구 결과 대로라면 반물질로 이루어진 우주나 반물질 천체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물론, 우주 탄생 당시 소멸하지 않고 남은 반물질이 어딘가에 뭉쳐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그래서 언젠가 그것을 발견한다면 정말로 놀라운 가능성이 펼쳐지겠지요.)



  본래 반물질은 물리학적인 연구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에너지-물질 변환의 연구를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반입자가 생겨나는 것이지요.


 

  이렇게 탄생한 반입자는 오래지 않아 주변의 입자와 부딪쳐 사라져 버리는데... 반물질과 물질이 부딪치면 양쪽이 동등한 양만큼 소멸하면서 그 소멸한 질량만큼 에너지로 바뀝니다. (E=MC^2이라는 법칙이 바로 여기에서 성립합니다.)


  한번의 실험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반입자의 수는 얼마 되지 않기에 이제껏 인류가 만들어낸 반원자의 수는 고작 수만개. 질량으로는 수십 나노g 밖에는 되지 않으니 사실 크게 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 여하튼 만들기는 무진장 어렵고(반물질을 만들어내려면 그 질량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보관도 귀찮거든요.


  하지만, 그런 반물질이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바로 '쌍소멸에 의한 에너지 발생'이라는 특성 때문에...



  앞서 이야기했듯 반물질이 물질과 부딪치면 소멸한 질량만큼(즉, 반물질+물질의 질량만큼) 에너지로 바뀝니다.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E=MC^2이라는 공식으로 바꿀 수 있는데, 1kg만큼 소멸했다면(반물질 500g)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대략...  9경J(줄) = 250억kw = TNT 22메가톤

  (이는 우리나라에서 1달간 사용하는 전력 소모량과 비슷합니다.)


  에 이릅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1달 간 사용하는 전체 전력 소모량과 비슷한 수준인데, 다시 말해 500g의 반물질만 있으면 우리나라에 한 달 간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1달간 사용할 전기를 모두 이용하면 500g의 반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실제로는 에너지 낭비가 심하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반물질의 양은 훨씬 적습니다만...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에서는 일본 전체의 전력을 모아서 반물질 포(반양자포)을 만들어 사도를 공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당시 포탄을 만드는데 들어간 시간은 고작해야 몇 분, 현재 일본 전력소비량(약 900억 kw)을 기준으로 할 때 1시간이면 2g의 반물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약 88킬로톤의 위력에 해당하지요.

  반물질 생산 시간이 10분이었다고 가정하면 대략 14킬로톤 정도의 위력이 되고, 이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과 맞먹습니다. 그만한 에너지를 한 순간에 그것도 한 지점에 명중시켰으니 불멸의 사도라고 해도 버틸 수 없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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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양자포. 포탄이 날아가는 동안 물질과 부딪칠 위험이 있긴 하지만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에반게리온 극장판 : 서) ]


  고작 2g으로 4톤 중량에 달하는 리틀보이와 맞먹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야말로 절대적인 병기, 궁극의 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500g의 반물질이라면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가 나옵니다. 고작 1메가톤이면 서울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데, 500g의 반물질이라면 자그마치 22메가톤 위력에 이릅니다. 비키니 환초에서 실시한 수소 폭탄의 위력은 약 15메가톤... 고작 한 줌의 반물질이 수소 폭탄보다도 강력하다는 말이니까요. 2kg 정도면(88메가톤) 인류 역사상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무기(약 56메가톤)보다도 훨씬 위험합니다.)


  이를테면, 만화 <암즈>에서 등장하는 자바워크는 반물질을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누군가가 말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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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괴의 마수 자바워크. 반물질을 마음대로 만든다는 점에서 역사상 최강의 괴수라고 해도 좋다. (암즈) ]


  "(자바워크가) 한 순간의 변덕으로 주먹 크기의 반물질을 든다면 인류가 멸망할 것이다."라고 말이지요. 네, 그 말은 결코 틀린게 아닙니다.

  (반물질 병기의 장점은 크기에 제한이 없다는 겁니다. 원자 폭탄이나 수소 폭탄은 무작정 세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우라늄의 양을 늘리고, 중수소의 양을 늘린다고 해서 위력이 무조건 세지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반물질 병기는 단순히 반물질의 양을 늘리기만 하면 됩니다. 아무리 반물질의 양을 늘려도 물질과 결합하는 순간 질량 만큼 에너지가 생겨나는 건 차이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반물질은 무기로만 쓸모가 있는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반물질은 막대한 에너지를 낳으니까요. 원자력(핵분열, 핵융합)이 무기만이 아니라 동력으로도 이용하듯, 반물질 역시 방대한 에너지를 낳는 동력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반물질을 생산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원자로는 이미 존재하는 '우라늄'이라는 자원을 이용할 수 있지만, 반물질은 새로 만들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때 필요한 에너지는 실제로 반물질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에너지보다 큽니다. 결국 반물질을 원자로처럼 쓰는 것은 '전기를 넣어서 전기를 생산하는 전기 발전'이나 다를바가 없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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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풍기로 발전기를 돌리는 전기 풍력 발전기? 황당하지만 수년 전 모 나라의 지하철에서 이걸 정말 설치할 뻔 했다. (케로로 중사) ]


  따라서 반물질의 용도는 조금 다른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반물질을 이용한 에너지원의 장점은 가장 적은 양으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낸다는 것이니까요. (이론상 석유 등을 이용한 화학식 동력은 아무리 효율이 높아도 질량의 1억분의 1정도만 에너지로 바꿀 수 있고, 원자력조차 100분의 1에서 1000분의 1 정도만 에너지로 바꿀 수 있지만, 반물질은 질량의 2배 만큼 에너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즉, 질량으로 생각할 때 반물질은 화학식 동력의 2억배, 원자력의 2000배 정도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반물질은 무엇보다 질량대 효과가 높아야 하는 우주선의 동력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우주선은 가능한 가벼워야만 합니다. 현재의 로켓은 수천톤에 이르는 추진제를 탑재해야만 하는데, 추진제 만큼 질량이 무거워져 더 많은 추진제가 필요한 것이지요.)


  실제 나사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십년 내에 반물질을 이용한 추진 장치가 개발될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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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사에서 구상한 반물질 로켓의 상상도. 이것은 인류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NASA) ]


  그렇다면 반물질을 이용한 추진 장치는 어느 정도로 위력을 발휘할까요? 나사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고작 1g의 반물질이면 1000톤 무게의 우주선을 약 50년 간 쉬지 않고 작동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50년간 꾸준히 가속과 감속을 한다면(25년간 가속하고 25년간 감속)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알파 센타우리까지는 충분히 갈만한 정도...


  다시 말해 반물질 추진 장치라면 성간 여행도 꿈만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꼭 성간 여행이 아니라도 반물질 추진 장치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현재 기술로는 화성까지 날아가는데 8개월 이상 걸립니다. 로켓을 작동시키는게 아니라 관성으로 비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보낼 수 있는 것은 고작 수톤 정도의 탐사선 한개 뿐...


  그러나, 반물질 동력이라면 수천톤의 거대한 우주선(또는 우주 기지)을 통채로 화성까지 보낼 수 있습니다. 그것도 한 달은 고사하고 수일 정도만에 말이지요.



  화성행 우주선의 기본 속도(지구 자전 속도)를 무시하고 0에서 시작한다고 가정하고 중력 가속도(1G = 9.8m/s^2)로 가속한다면, 화성(거리 약 1억 km)까지는 대략 2.4일 정도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거리 = 1/2 x 시간^2 * 가속도, 즉 걸리는 시간은 (거리 x 2 / 가속도)의 제곱근...


  (실제로는 절반의 거리는 가속하고 나머지 거리는 감속하므로 거리는 반으로 나누어 계산하고, 나중에 시간에 2를 곱합니다.

  즉, 거리를 5000만 km(500억m)로, 가속도를 1G로 하면, 걸리는 시간은 대략 101015초.(약 1.17일)

  2를 곱하면 2.34일.)

 

  아폴로가 달까지 날아가는데 3일이 걸렸으니 반물질 로켓을 이용하면 달보다도 짧은 시간에 화성까지 갈 수 있다는 말이지요. 화성보다 먼 목성에도 -위치에 따라 편차가 심하지만- 일주일에서 보름이면 충분하고, 명왕성이라도 몇 달 안에 다녀올 수 있습니다.

 

  한편, 알파센타우리까지의 거리는 대략 4.3광년. 이는 대략 40,681,440,000,000,000km(약 4경km).


  같은 계산을 해 보면 대략 4년이라는 시간이 나오는데, 이는 무한히 가속을 계속한다고 가정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광속까지 높이기는 고사하고 성간 물질에 부딪칠 때의 위험을 고려해서 속도는 광속의 1/10 정도로 제한해야 합니다. 이 경우 40~50년 정도 면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만일 에너지 장벽 같은 걸로 성간 물질의 피해를 막고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갈 경우 광속에 가깝게 가속하는데 대략 1년,  감속하는데 대략 1년 걸리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5~6년 정도면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합니다. 물론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 안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때문에 우주선 내에 탄 사람의 체감 시간으로는 며칠, 길어야 한 달이 걸리지 않겠습니다만...


* 가속도를 높이면 더 빠르겠지만 그만큼 부담이 갑니다. 1G라면 지구 중력과 같기 때문에 지구에 있는 것과 별 차이 없이 생활할 수 있습니다.



  국제 우주 정거장(ISS)의 질량은 대략 300톤 정도. 반물질을 이용하면 국제 우주정거장보다 몇 배는 큰 우주 기지를 화성까지 간단히 나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만한 물체를 지상에서 우주로 띄워올릴 때 필요한 반물질은 역시 1g도 되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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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완공하지 못한 국제 우주정거장의 완성 예상도. 하지만, 반물질 동력을 이용하면 이걸 지상에서 만들어 바로 우주로 띄울 수도 있다. (NASA) ]


  반물질을 우주선의 추진 시스템에 도입하는 순간 인류의 활동 범위는 비약적으로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화성이나 목성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고, 명왕성을 포함한 태양계 전역을 인류의 터전으로 개척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성간 여행까지도 실현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반물질을 이용한 여행 방식(소멸 엔진이라고 하건, 반물질 엔진이라 하건 상관없음)에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존재합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1달 동안 쓸 전기를 다 동원해도 500g의 반물질을 만드는데 그친다는 점이지요. (실제로는 이보다도 훨씬 적어서 고작 1g을 만들기도 힘듭니다.) 우리나라에서 한달 간 쓰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수의 발전소가 필요합니다. 그만한 전기를 한달 간 쓰고서도 고작 1g도 만들 수 없다면 초대형의 성간 우주선 같은 용도로는 쓸 수 없습니다.


  이제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반물질은 고작해야 수십 나노 그램.(나노그램 = 10억분의 1그램) 이래서야 1g을 모으는데 몇 년, 아니 몇 십 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아니, 지금 방식으로는 몇만, 몇억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해결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많은 에너지'만 있으면 되는 것이니까요. 우리에게는 -인간의 기준으로는 영원하다고 보아도 좋을- 강력한 에너지원인 태양이 있습니다. 지구에 쏟아져 내리는 에너지는 태양이 생산하는 에너지 중 5억 분의 1에 불과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우리 지구는 얼어붙지 않고 안정적인 환경을 유지할 수 있지요. (이 에너지는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의 만 배를 넘어섭니다.)


  지상 위에 태양 전지를 설치해 봐야 생산량은 얼마되지 않겠지만, 만일 달이나 우주 공간에서 생산한다면 그 양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입니다. 더욱이 태양에 가까이 접근하다면 거리가 줄어든 만큼 얻을 수 있는 에너지도 그만큼 상승합니다. 수성 궤도 정도에 이르면 지구 주변에서보다 두 배 이상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지요.


  그래서 수성 근처에 대량의 태양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면 반물질의 생산도 훨씬 수월해 질 것입니다. (게다가 수성 근처라면 반물질 취급 부주의로 인한 참사가 발생해도 지구에는 영향이 없겠지요. 게다가 반물질 동력을 이용하면 수성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도 고작 며칠 밖에 안 걸릴테니...)


  <성계의 문장> 같은 작품에서는 바로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항성 주변에 대량의 반물질 생산 공장을 설치하여 운영합니다. 수많은 우주선들이 성간 여행을 하는 시대인 만큼 필요한 반물질의 양도 무시무시하기에 각 항성마다 대량의 반물질 생산 공장을 마련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태양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시대 정도라면 1년에 몇 g, 아니면 몇십 g 정도만 만들 수 있어도 충분할 겁니다. 수십만톤 규모의 우주 전함조차 이 정도면 몇 년은 쓸테니까요. (하물며 수천 톤 짜리 우주선이라면 수 십 년 동안 연료 보급이 필요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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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물질 1kg이라면 수백 만톤 중량의 우주 전함도 평생 운영할 수 있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


  태양계 전체를 아우르는 우주 활동에 고작 몇 g이나 몇십 g의 반물질만으로 충분한 상황... 상상이 가십니까?

  (물론, 수십만 톤 규모의 화물 우주선이 등장한다면 그만큼 반물질 동력도 많이 필요하겠지만, 운행할 때마다 정비 등을 한다면 1년 간 운용 시간은 고작해야 100일도 안 될테고 10만톤 규모의 수송함이라도 역시 1g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지요. 이런 수송함이 화성까지 왕복 일주일도 안 걸리는 겁니다.)



  반물질은 인류에게 있어 진정한 미래의 에너지원입니다. 진정한 태양계 시대를 열고 성간 여행의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는 -우리가 아는-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를 실용화하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많지만, 언젠가 우리는 이를 자유롭게 다루며 우주를 마음대로 넘나들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서 어쩌면 <2001년 야화>에서 나왔던 반물질만으로 이루어진 천체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현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가능성은 없지만, 상상 과학의 세계에서는 좀 더 다양한 가능성이 있게 마련입니다.) 고작 몇 kg의 반물질만으로 우주 시대가 바뀌는 상황에서 수만, 수십만 톤 이상의 반물질 덩어리가 발견되면 과연 어떨지...


  아마도 우리 인류는 영원히 에너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을지도 모릅니다. 남은 것은 은하계 전역을 향해 나아가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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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가 우주로 뻗어나가는 여정을 사실적이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 반물질이라는 힘을 얻어 인류는 우주로 뻗어나간다. (2001년 야화) ]



추신) 반물질 동력을 이용한 우주선의 가장 큰 장점은 '연료의 질량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동력로 자체는 무게가 있겠지만, 현재의 로켓처럼 거대한 추진체 탱크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그만큼 모든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며 안전을 위한 장치나 생활 공간 등에 더 많은 질량을 할애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 만 명이 생활하고 수천명 이상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마크로스 같은 거대한 함선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요.


추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반물질을 동력으로 쓰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반물질 이전에는 과연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요?

  화학 로켓 다음에 바로 등장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핵융합'을 이용한 추진 장치가 될 것입니다.

  핵융합은 이미 있는 물질을 쓴다는 점에서 전력 발전용으로도 유용하겠지만, 화학 로켓이 비해 거의 만 배 이상 강력한 추진력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의 우주 개발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화성 정도 거리라면 반물질 로켓이나 핵융합 로켓이나 별 차이는 없습니다. 고작해야 3일 걸릴게 일주일 걸리는 정도의 차이일테니까요. 가까운 나라로 가는데도 며칠씩 걸리곤 했던 대항해시대의 여정에 비하면 충분한 것이지요. (지금의 배도 태평양 횡단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목성보다 먼 외행성으로 가기에는 조금 힘들고 그보다 먼 성간 여행은 도저히 불가능하겠지만...


추신) 그렇다면 반물질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앞서 자바워크가 그랬듯 누군가가 변덕스럽게 장치를 고장내서 폭발시킨다거나... 물론 그런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반물질은 물질과 부딪치기만 해도 사고가 날 수 있지요.

  하지만, 이것은 많은 양의 반물질을 한 자리에 모아두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입니다. 매우 적은 양만으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토해내는 반물질의 특성상 실제로 사용할 때는 매우 작은 양만을 나누어서 쓸 것입니다. (그리고 쓰기 편하게 작은 양으로 나누어 두겠지요.)

  반물질 2g 만 되어도 히로시마 원폭과 맞먹는 위력인 만큼 실제는 밀리그램(1000분의 1 그램) 이하... 아마도 마이크로 그램(100만분의 1 그램) 이하로 나누어 사용하겠지요. 이 정도의 양이라면 거대한 가스통이 터져 버린 정도에 지나지 않을테니, 동력로 자체를 튼튼히 만드는 것만으로 그 피해를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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