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대전의 제타건담


제타건담은 정말 모범생처럼 생겼습니다.

괴팍하다거나 강인하다거나 우직하게 생기긴 커녕

반듯하고 날렵하고 정의의 로봇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는듯 합니다.


파일럿 또한 멀쩡하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 비뚤어진 성격에 똘끼 덕분에

범생이 같은 제타건담에 이미지에 결정적인 변화를 끼쳤습니다.


평범한 제타건담은 공격도 평범하기 그지 없습니다.

빔라이플 뿅뿅 쏘거나 빔샤벨 휘두르거나 얌전하기 짝이 없습니다.


누구처럼 피맺힌 목소리에 장풍을 날리거나
날라차기를 하거나 적의 내장을 뚫고 지나가거나 하는 괴팍한
공격은 일체 하지 않습니다.

사실 뭔가를 발사하는 레인지공격은 소극적으로 보이기 쉽상입니다.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공격이 레인지공격이지만,
적진에 깊숙히 침투하여 이 한몸바쳐 닥치는 대로 주먹으로 적들을 때려눕히는
그런 용감하고 적극적인 모습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멀쩡한 놈이 폭주를 하면 그 어느 로봇보다 광기어린 로봇으로 변해버립니다.

웨이브라이더 어택. 수박바 어택

현실성을 중시하는 리얼로봇주제에 몸통박치기라니?


여기서 웃긴건 이 수박바어택의 데미지가 상당히 높다는 겁니다.

3차알파에서만 해도 거의 톱을 달리는 강력한 필살기가 바로 수박바 입니다.

원래 로봇대전 자체가 현실성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굳이 따져보면 제타건담이 C4도 아니고 반물질폭탄도 아닌 그냥 금속덩어리일 뿐입니다.

뭐 대단한게 튀나오는것도 아니고 그냥 비행기로 변신해서 들이받는것 뿐인데,

리얼로봇중 극강을 달리는 공격력이라니?

그리고 몸통박치기는 사실 제살깎아먹기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게 온몸을 던져 충돌하면 자기한테는 충격이 안가해질까요?

자기 몸을 희생할만큼 극단적인 면모가 잘 표출되는게 바로 수박바 공격입니다.




바로 이런데서 제타건담의 광기어린 매력이 뿜어져 나옵니다.

그냥 슈퍼로봇의 몸통박치기라면 그냥 그런가 보다. 니들은 무식한 공격 잘만 쓰니깐.


근데 얌전하고 수줍고 모범생같은, 리얼로봇 제타건담이 무식하게 들이받는 뺑소니 공격이라니? 
그것도 핵융합이라도 일으킨 마냥 극강의 공격력이라니? 그냥 물리적인 충돌일 뿐인데?


카미유의 절박한 대사와 함께 뿜어져나오는 제타건담의 위용이 너무 멋집니다.


알고보면 제타건담은 '광기'말고도 '절박'이라는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마치 제타건담은 난 절대 범생이가 아니야!! 알고보면 니들보다 더 미친놈이란 말이다!!
라며 발악하는 것 같습니다. 까미유 목소리가 원래 그런것도 있지만 말이죠.





제타건담은 로봇대전 중반까지는 잘 쓰이다가 효율이나 위력, 여러가지 측면에서
뉴건담 등에 밀려 버림받는 로봇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카미유가 워낙 출중해서 파일럿은 남겨두고 큐베레이나 뉴건담에
태워 활용하죠.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그런걸 싫어합니다.

카미유는 누가뭐래도 제타건담에 어울립니다.
제타건담이 있으니 카미유가 있고 카미유가 있으니 제타건담이 있는겁니다.



분명 로봇대전에서

제타건담은 최강의 로봇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고로 멋진 로봇이라 인정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