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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정복자>에 나온 마야 문명]


실시간 전략 게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를 했을 때 제일 놀랐던 점 하나는 중남미 문명인 아즈텍과 마야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간 남미 문명이라고 하면, 고대에 사라진 신비스러운 문명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작품에 나온다면 그저 판타지나 SF 이야깃거리가 되기에 적당하다는 생각만 했었죠. 고대에 사라진 위대한 문명은 실제로도 흥미로운 소재기에 이를 배경으로 한 SF/판타지만 해도 상당할 거고요. 아마 따진다면 아틀란티스에 필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군의 탐험가가 머나먼 정글 깊숙하게 들어갔다가 나무에 가려진 고대 문명을 찾아 신기한 모험을 한다 뭐, 이런 거죠. 따지고 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굴꾼(?) 인디아나 존스도 경험담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지라 판타지가 아닌 식으로 남미 문명을 플레이한다는 게 (고증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꽤 신선했습니다.

 

특히 아즈텍보다는 마야 쪽에 눈길이 많이 갔습니다. 아즈텍이야 이런 저런 식으로 많이 접해보아서 그러려니 했거든요. 재규어 전사라든가 명예 전쟁, 피라미드에 제물을 바치는 의식, 마카나 같은 무기, 깃털 달린 뱀인 켓찰코아틀 신앙, 코르테스의 침공 등등 익히 아는 사실을 캠페인으로 만들어서 익숙했습니다. 재규어 전사 부대를 만들어 스페인의 기병들이랑 싸우는 것도 역사 수업 시간에 공부했기에 친근했고요. 아무래도 중세 유럽과 접촉한 아즈텍이 고고학 자료가 더 많을 테니까요. 하지만 마야는 달랐습니다. 이 게임에서 마야는 브리튼처럼 궁사 부대가 강한 문명으로 나오는데, 솔직히 4~8세기 고대에 해당하는 마야가 활을 만들어 봐야 얼마나 만든다고 그런 건지 이해가 안 갔지요. 롱보우맨이나 추코누, 망구다이 등의 특수 궁사 유닛도 예전부터 들은 바가 많았지만, 마야 특수 궁사인 깃털 장식 궁병은 난생 처음 봤습니다. 정말로 마야가 그렇게 궁수 부대를 잘 운영했는지 알고 싶어서 고대 중남미 관련 서적도 몇 번 뒤져 봤지만 대개 내용은 아즈텍에 할애했고, 마야는 짤막한 설명만 있더군요. 군사 운용에 관한 건 아예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에 몬테수마 캠페인만이 아니라 마야 캠페인도 하나쯤 넣었으면 어떨까 싶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러면 게임으로나마 좀 이해가 쉬웠을 것 같아서요. (물론 제작사인 앙상블 스튜디오가 고증을 엉망으로 해버리면 그냥 모르는 편이 더 나을 테지만) 그래서 말인데, 이처럼 마야를 유저가 플레이할 수 있는 문명으로 만든 게임이 뭐가 있을지 궁금하군요. 기실 자료가 없으니 관련 게임도 거의 없을 듯싶습니다. 중세 유럽 전쟁을 다룬 게임이야 (몇몇 중세 유럽식 판타지까지 포함하면) 뭐, 사방에 천지지만 마야를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처럼 다룬 게임은 별로 본 기억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게임이라도 마야를 중세 유럽이나 아시아와 싸움 붙이는 건 좀 너무 했습니다. 제대로 된 갑옷도, 철제 무기도, 기병도 없는 마야가 중세 유럽이나 아시아와 붙어서 이길 도리가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