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물 넘어간 이슈이긴 합니다만 최근 블로그에 작성한 글을 올립니다.

요근래 발매한 게임 가운데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임을 꼽으라면 단연 '커맨드 앤 컨쿼 레드얼럿3'을 꼽을 수 있을겁니다. 많은 팬들은 '커맨드 앤 컨쿼 제너럴스'때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을 커맨드 앤 컨쿼의 역사의 이단자로 보는 시각이 상당히 팽배해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상당히 비판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이 작품을 통해 마침내 '커맨드 앤 컨쿼'는 죽었다라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2차 세계대전의 일본제국을 연상시키는 욱일제국의 등장으로 인해서 한국에서는 레드얼럿3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조차 금기시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 작품은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서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이 레드얼럿3을 꽤 재미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새롭고 흥미로운 시도를 했고, 빛이 바랜 감이 있지만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 역사에서 몇가지 중요한,좋든 나쁘든, 이정표를 세운 게임이라고 봅니다. 반면에 싱글플레이에서의 부실한 미션 숫자의 분배와 구성으로 인해 사실상 싱글플레이는 별볼일 없는 게임이라는 것은 중대한 단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스토리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게임을 다시 플레이 했을 때에 즐길 수 있을 만한 미션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라는 점이 크게 두드러집니다. 레드얼럿3은 게이머 입장에서는 게임을 다시 해도 각 진영의 미션이 너무 짧기 때문에 그 구성에 너무 쉽게 질리도록 되어있습니다. 액션슈팅게임에 비해 반복플레이 가능성이 더 높은 실시간 전략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EALA는 이런 점을 너무 쉽게 간과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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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이렇게만 보면 뭔 게임인가 싶긴 합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 하고자 하는 주제는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레드얼럿3가 한국에서 가장 비난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게임을 가지고 성상품화한다는 주장으로 시작된 논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게임 중간 중간에 스토리를 진행하는 동영상에 섹시함을 강조한 여배우들을 대거 등장시키면서 섹스어필을 강조하여 게임의 품질을 떨어뜨렸다는겁니다. 까놓고 말하면 속된 느낌의 실사 미연시 분위기 낸다 이거죠. 하지만 레드얼럿3에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출연한 남여 배우의 비율은 남성쪽 출연진이 더 많습니다. 연극배우로 유명하고 다양한 영화에 출연한 배우 팀커리와 프리즌 브레이크 등으로 유명한 피터 스토메이어라던가 로스트로 잘 알려진 앤드류 디보프 등의 비중이 컸고 또한 스타트렉의 조지 타케이나 깜짝 출연한 데이비드 핫셀 호프 등의 출연이슈가 더 비중이 있다고 볼 수 있었지요. 그리고 스토리 상 이 배우들이 가진 배역의 비중은 일부 사람들이 비난하는 섹스어필 여배우들에 비해 훨씬 큽니다. 또한 실제 게임 안에서의 섹스어필이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적습니다. 기껏해야 엔딩 정도? 제가 보기에 섹스어필 논쟁은 게임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에서 발생한 오류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섹스어필이 안 될건 또 뭐가 있습니까? 영화나 음악에선 되고 게임은 안 된다는거? 사실 게임에서의 섹스어필은 이미 일반적으로 많이 퍼져있기도 합니다. 그럼 액션이나 대전게임 같은데선 되고 실시간 전략에선 안 된다? 이건 이거대로 말도 안 되는 소리죠. 레드얼럿3에서의 에바와 타냐의 동시 유혹은 이미 레드얼럿2에서 이어지는 내용이고 소비에트의 다샤 동지께서는 그런거 얄짤없습니다. 새로 추가된 일본의 경우에는 나름 유혹하지만 연합군쪽 엔딩과는 또 다른 분위기로 진행이 됩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섹스어필이 레드얼럿3에서 그다지 비중을 차지 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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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배역의 비율은 남자배우쪽이 더 많고 배역의 비중도 큽니다.]

이런 논쟁보다는 좀 더 나아가서 이런 캐스팅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회사 가운데에서도 특히 EA는 최근 몇년간 여러 게임들, 특히 커맨드 앤 컨쿼 시리즈와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에 동영상을 게임에 집어넣으면서 그 안에 캐스팅 되는 배역을 점점 보다 대중에 친숙한 배우들로 채워 넣어가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점점 더 영화나 드라마에서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게 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걸까요? 이는 게임이 더이상 이 분야의 배우들이 출연을 꺼려할만한 유치하고 값싼 장난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실제로 현재의 게임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고 있으며 예전처럼 코흘리개 아이들이나 하는 유치한 장난이라는 인식으로부터 벗어나 현대인들이 여가를 활용하는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잡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각의 영화사들 또한 게임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해가고 있으며 워너 브라더스의 경우 호러 스릴러 게임을 통해 재미를 본 뒤 이 분야에 점점 발을 넓히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과정이 단순히 잠재력이 있는 시장에 대한 실험적인 진출이었던 것에 비해 현재에 와서는 확신을 가지고 제대로 된 게임사업에 진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하고 있지요.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는 진정한 의미의 대스타들이 게임에 출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컨텐츠가 아니라 게임 그 자체에 순수하게 출연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분위기를 리드하는 또 다른 회사로는 일본의 캡콤을 들 수 있습니다. 귀무자의 금성무라던가 로스트 플래닛에 이병헌을 캐스팅하는 등의 시도를 통해 게임이 대중문화의 주류로 편입될 수 있도록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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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순진하고 약간은 괴팍한 젤린스키 박사님이 더 인상깊었습니다.]

어떤 게이머들은 이런 현상이 게임 자체의 부실화를 가져온다고 말합니다. 그 배우들을 쓸 돈으로 게임 자체에 돈을 쓰라는거지요. 제가 보기에 EA나 캡콤이 기존의 개발비용에서 그런 배우들을 기용하기 위해서 돈을 더 썼으면 썼지 게임 자체를 개발하는 돈을 깎을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근래의 게임 컨텐츠들이 예전에 비해 짧고 가벼워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전반적으로 개발비용이 크게 급등한 것에 따른 리스크 부담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과 단기간에 다수의 게임을 순환시키면서 수익을 올리는 게임산업의 구조, 게임이 보다 대중화 된 환경 등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는 오늘날의 게임 특성상 미디어의 용량제한에 따른 한계도 고려해야 하구요. 잘 관찰해보면 실사 동영상을 찍든 찍지 않든 이런 경향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길고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오히려 특이한 케이스(여기서 MMORPG의 장르는 논외로 치기로 하지요. 장르 자체가 오래오래 즐기자라는 컨셉이니까요.)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명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것이 게임의 부실화로 이어진다는건 지나친 비약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부실한 게임을 영화의 지명도로 밀어붙이려는 어설픈 시도가 있었지만 제대로 된 게임회사들은 게임 자체가 부실하면 결과적으로 실패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게임 개발비에 돈을 아끼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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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우들이 게임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날이 온다면 그건 또 다른 의미의 큰 변화를 불러오겠지요.]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얼마 전에 발표된 레드얼럿3의 확장컨텐츠 '업라이징'에 삽입된 동영상 출연진들의 뒷얘기를 담은 영상을 보게 되면서였습니다. 물론 게임 홍보를 위한 영상에 출연했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칭찬이라던가 서로에 대한 신뢰 같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 영상에서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잘 보면 더이상 게임 속의 영상을 출연한다는 것이 다소 생소한 일이지만 부끄럽거나 거부할만한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우들,혹은 레슬러들,에게 있어서 게임 속에 출연한다는 것은 다소 생소한 일이지만 출연한다고 해서 신인 혹은 퇴물들이나 추가하는 경력이 되지는 않다는거죠. 특히 반지의 제왕의 경우가 이런 면에서 영향이 컸던 것 같기도 합니다. 레드얼럿3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게임의 대중적 인지도가 보다 더 주류문화의 하나로서 확산이 되어서 커맨드 앤 컨쿼 같은 순수하게 게임으로 시작된 시리즈들에서 톰 크루즈, 크리스천 베일이나 맷 데이먼 같은 배우들을 만날 수 있을 날도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해봅니다. 분명 불가능은 아닐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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