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치구이 공작소(ROOKI1의 WORKSHOP) - 작가 : rooki1
-미스터 슬라이, 도미니끄(믹시) 호-
30대.
SEDA 소속 잠입 전문 요원.
베트남계 프랑스인.
외인부대에 갔다가 지젠느(GIGN, 프랑스 대테러부대)에서 복무한 뒤, DGSE(프랑스 대외정보기관)으로 갔다가 여차저차 SEDA에 안착. 인생곡절이 많다.
실라스와는 달리 이쪽은 정통파 스파이.
해킹과 변장, 속임수와 허세의 달인.
-라미나 데 솜브라, 실라스 베르쥬-
10대.
암살자 가문의 적녀이나 현재는 SEDA 소속 잠입 공작 에이전트.
쓸데없이 성질 더럽고 깐깐하다.
애용하는 것은 와이어로 회수되는 나이프.
와이어를 이용한 이것저것에도 능하다.
그 외 최첨단 거미 드론과 격투술, 기타 첨단과 전통을 망라하는 암살술의 달인.
"슬라이와 라미나는 구면이라고 했지? 어떻게 만난거야?"
레이첼을 위시한 다섯 명의 에이전트는 몰려드는 우주햄스터 때를 피해 잠시 창고 속으로 숨어들었다. 튼튼한 창고 문 너머에서도 똑똑히 들리는 총성과 무지막지한 비명 소리로 유추해보건데, 지금쯤 악당들의 기지는 거대한 햄스터와 사투를 벌이며 끝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어 있을 것이 분명했다. 레이첼은 기다란 담뱃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스톰크로우가 담배냄새가 적들의 주의를 끌 수 있다고 핀잔을 주었지만, 레이첼은 가볍게 말을 씹어먹고 권총 모양 라이터로 담뱃불을 붙였다. 슬라이와 라미나는 레이첼의 질문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돌아보았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 별거 없는데."
레이첼이 담뱃재를 툭툭 털어낸 뒤 재차 물었다.
"헤, 그러니까 더 뭔가 있어보이는데? 뭐야? 서로 경쟁 조직 소속이었다가 만나서 싸우기라도 한거야? 둘 다 일단은 잠입 전문이잖아."
10대 소녀와 30대 남자는 다시 서로 마주 보더니 아까와 똑같은 모습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별거 없다니까. 어디 갈 일이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합승하게 되서 알게 된 사이야."
슬라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프랭크는 레이첼에게서 빌린 라이터로 자기 시가에 불을 붙이려다 하마터면 머리카락을 통째로 태워먹을 뻔 했다.
"뭐야 그게. 진짜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렇다니까. 그냥 합석하기 싫다고 라미나가 때를 써서 투닥투닥 하다 알게 된 거고, 전혀 신기한 일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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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나가! 여기는 내 자리야. 난 아저씨 같은 사람 굉장히 싫어해!"
"아, 그러지말고 쫌! 같이 타면 덧나? 내가 타 봐야 무슨 공중폭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타도 된다니까?"
슬라이는 어떻게 해서든 문을 열고 안에 끼어들어가려고 하는 중이고, 라미나는 그런 슬라이를 억지로 발로 떠밀어내는 중이다. 둘 다 필사적으로 자기 목적을 이루려 하고 있다. 얼굴에 식은 땀을 흘리는 슬라이나 이를 악문 라미나나 단순히 합석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닌 모양이다.
"아저씨가 타면 기껏 맞춰놓은 궤도를 다시 계산해야 하잖아! 우주선이 무슨 택시인줄 알아? 나 (삐-)국의 우주정거장 까지 가야한단 말야! 정말 싫어! 당장 나가!"
라미나가 조그만 십대소녀 답지 않게 매서운 발길질을 해댔지만 슬라이는 용캐도 그걸 피하고 해치 속으로 기어들어가려 몸을 밀어 넣었다. 슬라이가 반쯤 몸을 껴 넣자 라미나는 구두 굽 옆에 달린 단추를 눌렀다. 순식간에 날카로운 칼날들이 굽에서 튀어나왔다. 살벌하게 날아오는 발길질(+칼날)을 잡아챈 슬라이는 그대로 몸으로 밀고 우주선 화물칸 안으로 들어갔다. 그에 이어 폭풍처럼 쏟아져 내리는 라미나의 발차기(+칼날+극도의 분노)를 피해야 했기에 상황은 그리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나라고 뭐 안급한 줄 알아? 이게 아니면 난 (뿌-)국이 달에 만들어둔 지하기지에 갈 수 없다고!"
"싫어! 무겁잖아! 나가!"
슬라이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무게를 줄이면 되겠군."
슬라이는 감자라고 쓰여 있는 상자를 들어 해치 밖으로 던졌다. 곧 이어 쓸데없이 두꺼운 매트리스가 희생양이 되었다.
"이럼 됐지? 해치 닫는다."
라미나는 입술이 부루퉁 한게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싫어 정말."
그래도 구두의 단추를 다시 한 번 눌러 칼날을 집어넣는 걸 보면 슬라이와 합승하는 걸 받아들인 모양이다. 슬라이는 제발 저 성질더러운 여자애가 그렇게 생각하길 바라며 바닥에 대충 주저앉았다.
[그럼 이륙하겠습니다.]
갑자기 커다란 진동이 두 사람을 덮쳤다. 슬라이 반대쪽에서 굉장히 부담가는 시선을 던지며 앉아있던 라미나는 퍼뜩 놀라서 외쳤다.
"잠깐! 매트리스! 그거 이륙할 때 가중력 완화한다고 들고 온 건데?"
순간 슬라이는 자기가 어떤 짓을 해버렸는 지 깨달았다. 곧 두 사람은 각자 최대한 부드러워 보이는 것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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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막지한 중력의 힘이 점차 사라져 가자, 두 사람은 간신히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 서로를 처다본 슬라이와 라미나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미소는 입을 벌린 웃음이 되었고, 곧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와 웃음을 참느라 터진 기침이 우주선 창고를 매웠다. 지금 창고에 있는 것은 토마토 범벅이 된 스파이와 치즈로 뒤덮힌 암살자였다.
삼치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