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라이터 (창작 동아리)
자신의 습작 자료를 올리고 의견을 듣거나 글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 받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혼을 앗아가는 이야기.
책을 읽으며, 만화를 보며, 영화를 보며, 혼을 앗겨본 일이 없으신가요.
여기서 혼이 앗긴다는 표현은, 그네를 보며, 몰입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신화, 전설, 시, 그림, 음악, 도자기, 소설, 만화, 영화, 게임 그리고...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화 산물은 모두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고로, 모든 문화 산물은 이야기를 말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혼을 앗아갈 정도로, 사람을 푹 빠지게 만드는 이야기는 몇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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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을 말해봐도 될런지요.
처음으로 혼을 앗긴 기억은, ‘먼나라 이웃나라’였습니다. 만든 지 오래된 구판이라, 색이 누렇게 바랬었지요. 그 책을 펼치고, 혼을 빼앗겼습니다. 친척집에 책이 있던 터라, 몽땅 싸들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은 혼앗김은, ‘호빗’이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읽은 외국 환상 소설이었습니다. 오래도록 자지 않고, 책 내용을 되새김질했습니다. 이때가, 초등학교 3학년 쯤.
세 번째는, 중학교부터 시작된 양판소의 물결이었습니다. 매일 한권, 심할 때는 열권을 읽었습니다. 정신없이 보았지요. 공부한다고 위장막을 펼쳐놓고, 읽다가 혼난 적도 수두룩합니다...
이 외에도 많은 작품이 있지만,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소설작가든, 만화가든, 시인이든, 모든 스토리텔러는 혼을 앗아가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주제도, 인물도, 배경도, 사건도, 모두 이야기를 만드는 재료일 뿐. 어느 하나가 엉성해도, 사람이 혼이 앗길 정도로 매력적이면 상관이 없겠습니다.
이런 고혹적인, 혼을 앗아가는 스토리텔링을 해나가려면,
무슨 기질이 이야기에 섞여 있어야 할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알고 싶습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졌더라도 어디선가 본듯한 이야기라면 아무래도 흥이 나지 않더군요.
그런데 최근에 그걸 깨부신 작품을 하나 만났죠.
천원돌파 그렌라간 <- 이 망가는 이미 잘 알려진 장면들만 짜집기해서 만든 작품(심지어 축퇴로로 미니블랙홀을 점화시키는 건버스터의 장면은 아예 고대로 갖다 썼더군요)임에도 밥도 거를 만큼 빠져들었더랬지요. 뭐랄까. 뉴미디어는 굳이 새로운 창작이 아니더라도 구성만으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그렌라간의 탁월한 점은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속도감입니다. 요즘 세태를 보면 영화나 만화뿐 아니라 문학도 속도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 해 쏟아져나오는 판협지만 수만권인지라 독자들도 이제 첫 줄 딱 읽으면 감이 옵니다. 앞동네서 조무래기 잡으면서 렙업해서 차근차근 연장 갖추는 얘기는 필요없다는 거죠. 주인공하고 여주인공하고 눈맞으면 바로 보스잡으러 가야죠. 그 와중에 물론 이런짓 저런짓을 당연히 하겠지만 그게 보스 때려잡는 큰 줄기를 벗어나면 조간신문 연재물도 아닌것이 복장터지는 스토리가 되는 원인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