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레드얼럿 3의 발매 이후(발매 전 일어났던 '욱일승천기 논쟁'과는 상관 없이), 전 이러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커맨드 앤 컨커는 죽었다.'

물론 앞으로 C&C라는 이름을 달고 수많은 게임이 발매될 것입니다만, 더이상 그건 C&C라 부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란건 단순히 이름에서 나오는게 아니니까요. 물론 몇몇 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실 겁니다.

'C&C의 변화된 지금의 모습이야 말로 C&C다. 그건 제작사가 그렇게 변화시켰기 때문이며, 앞으로는 이것이 C&C다.'

글쎄요. '메르세데스 벤츠는 왜 성공했습니까?' 벤츠 회사가 만약 매우 싼 가격에 차를 만들어서 저가형 모델로 '벤츠'라는 브랜드 하에 시장에 내놓았다고 칩시다. 아니, 이런 상식적인 비유따위 필요없이, 벤츠 마크가 헬로 키티로 바뀌고 차량이 온통 핑크색으로 우스꽝스럽게 도색된 신형차가 나왔다고 생각해도 딱히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이 경우, 벤츠의 기존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는 어떻게 될까요? 벤츠 소비자 계층이 과연 '이것도 벤츠다. official의 권위를 존중해야한다.'라고 말하겠습니까?

그들은 다른 브랜드로 이동할겁니다. '벤츠'라는 브랜드가 기존에 제공해주던 '이미지와 질'을 제공할 다른 브랜드로요.

현재 EA가 저지르고 있는 실수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그들은 그들이 최소한의 '브랜드 관리'조차도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C&C라는 브랜드 자체를 관리하거나 영속시키려 생각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C&C 제너럴의 발매..
상품이 제공하는 편익이 기존 브랜드와 현저히 다르다면, 당연히 다상표 전략을 채택하여 다른 브랜드로 내놓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EA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존 계층을 노린듯한 잘못된 마케팅으로 원성을 샀지요. 소비자 행동론에서는 소비자의 만족은 '상품에 대한 기대'와 '실제로 제공되는 편익'이 같을 때, 혹은 질적인 측면에서 넘어설 때 소비자가 만족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상품에 대한 기대는 바로 광고 전략과 그 상품이 달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형성됩니다. 과연 EA의 제너럴 마케팅 전략은 '상품에 대한 기대'과 '실제로 제공되는 편익'을 같게 할 모범적인 마케팅이었습니까?

아니오. 그들의 상품이 제공하는 편익은 그 방향성에서 그들의 마케팅으로 형성된 '기대'와는 현저히 다른 편익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대한 '소비자 불만족'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는데 기여했지요.

C&C3과 KW의 발매..
그리고 EA는 계속해서 새로운 상품들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비유하자면 벤츠 회사를 누군가가 인수해서 전혀 다른 모델을 출시하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EA만의 다른 노선을 형성합니다. '기존 브랜드 이름 하에서'. 그러면서 마케팅은 아직도 '기존 브랜드의 편익을 기대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소비자 불만족'은 계속해서 누적됩니다. 이 과정에서 계속해서 브랜드에 충성하는 '브랜드 충성자'들은 EA의 새로운 노선에 만족하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즉, 기존 편익을 기대하던 사람들은 떨어져나가고, 새로운 편익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충성자 계층으로 편입된다는 거지요. 그런데도 광고전략은 여전히 '기존 브랜드의 편익을 기대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브랜드의 가치는 계속해서 감소합니다.

왜?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왜 EA는 저런 바보같은 짓을 했을까요? 왜 다상표 전략을 채택해 EA식의 새로운 전략게임 브랜드를 세워 두 계층을 모두 끌어안으려 시도하지 않았을까요? 간단합니다. 그들에겐 브랜드라는 것이 소모품에 불과한 것이니까요. 아니, 정확히 말해서 그들에겐 브랜드가 필요한게 아니라 그 브랜드를 보고 게임을 사줄 '기존 브랜드 충성자'들이 필요했고, '판매고'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빌딩하고 홍보해서 C&C만큼의 브랜드로 성장시키긴 쉽지 않습니다. 제너럴이 독자 브랜드로 출시되었다면 그 홍보에 있어서 어떤 성향을 띌것이며, 판매고적인 측면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보십니까? 그들에겐 기생할, 의지할 브랜드가 필요했습니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 브랜드의 가치를 소모'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기형적인 과정을 거쳐 탄생한게 C&C 제너럴입니다. 그렇다면 그 기형적인 마케팅도 이제는 다 설명이 됩니다. C&C가 돌아왔다라는 말도 안되는 문구부터요.

물론, 제너럴도 C&C다라고 외치시는 분들이 많은걸로 압니다. 그런 분들한테 묻겠습니다. 제너럴이 독자브랜드로 나왔을때 여러분은 C&C와의 유사성을 찾아내고 이것은 C&C류다 라고 분명히 정의내리셨겠습니까?

그 이후부터 EA는 EA만의 C&C를 만들어갑니다. 그러면서도 마케팅과 브랜드 네임, 타게팅에 있어서 '기존 C&C 측면'을 강조했지요. '브랜드 가치의 소모'를 통해 판매고를 내는 전략이 계속해서 지속되왔습니다. 그리고 그 산물로 '새로운 C&C노선'에 동의하는 새로운 '브랜드 충성자'들이 나타났습니다. 허나,  이 새로운 '브랜드 충성자'들은 사실 새로운게 아니라 기존 '브랜드 충성자'들 중에서 남은 사람들 뿐입니다.

진정 새로운 사람들의 유입은 극히 적은 수준이었지요. 이는 브랜드 충성자의 절대 수치 및 브랜드 가치의 치명적 손실을 의미했습니다.

'기존 브랜드 충성자'들 중 떨어져나간 사람들은 다른 브랜드로 옮겨갔지요.

커스터머 릴래이션쉽(customer relationship)이라는걸 아십니까? 계속되는 소비자의 관계를 확충하는게 일시적인 거래보다 훨씬 수익과 이득, 그리고 브랜드(회사)의 존속에 도움이 된다는 이론입니다. EA는 대중에 가까워지기 위해, 즉 일시적인 거래를 더욱 많이 확충하기 위해 그동안 확보되왔던 수많은 소비자-즉, 올드팬-들을 버렸습니다. 그건 각 소비자가 갖고있던 CLT(customer lifetime value)를 송두리째 잃는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C&C 브랜드의 CLT 상실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올드팬들을 죽이자라는 글들을 새로운 브랜드 충성자들 사이에서 자주봤습니다. 저로써는 웃음만 나올뿐입니다. 해당 작품을 단순히 구입한 일반 라이트 팬의 가치는 그 브랜드 자체에 충성하는 올드 팬 한명의 가치와는 비교도 안되는 낮은 가치일 뿐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런 올드 팬들을 죽임으로써 일시적 거래를 더 많이 확보하자는 걸 보면, 웃음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슬프게도 EA는 그렇게 하고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겐 소모할 브랜드는 많고도 많으니까요. 일시적 거래로 확보하는 수익은 그 순간에는 잠재적 CLT보다 많은게 현실이니까요.

한편, EA는 브랜드의 필수적인 생명줄인 '차별화'에도 실패했습니다. 차별적인 매력으로 '충성자'들을 만들어내야 하는게 브랜드의 필수적인 성공요소인데, 그 점에서 완벽하게 실패한 것이죠. 그 원인은 기존 C&C의 싱글플레이의 매력을 포기하고 차별화의 초점을 레드오션 분야인 '멀티플레이, E-sport'에 맞추고 있던 탓이었습니다.

레드오션 시장으로의 차별화는 차별화가 아니라 단순히 따라가기에 불과한 것이고, 그 상태에서 역전하기란 매우 힘듭니다. '프론티어 브랜드', '블리자드 스케일'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게 아니죠. 사실 '쓰고 버리는 브랜드'에 차별화가 무슨 필요냐 싶어서 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만은..

이번 레드얼럿3에서, 소모할 기존 브랜드의 가치조차 떨어져버린 EA는 최악의 마케팅을 시도합니다. 국내 온라인 게임사나 한다는 섹스어필 마케팅. 네. RTS는 섹스어필과 일치되는 편익따윈 제공하지 않죠. 광고 전면에 여자 모델 수명을 기용해서 해봤자, C&C가 그쪽 계통 게임도 아닌 이상 그런 편익을 제공할 리는 없습니다. 그 게임의 질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상당한 소비자 불만족을 일으켰습니다. EA식 C&C의 최후의 무덤, 그것이 RA3인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는 넥슨이란 브랜드를 아실겁니다. 넥슨 하면 무엇이 생각나십니까. 좋은 이미지는 아닐 것으로 생각됩니다. 넥슨이야 말로 브랜드 가치의 격하를 보여주는 표본적인 사례로 보입니다.

EA산 C&C는 넥슨화 되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차별화에도 실패했고, 질적인 수준에서도 기대 이하를 기록했으며, 새로운 브랜드 충성자를 확보하지도 못했습니다.

'현재 C&C가 제공하는 차별화된 편익은 무엇입니까?'

EA산 C&C는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비쌀 것입니다.



블로그의 글을 옮겨쓰다보니 글이 두서없어졌습니다.

오류나 의견 많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Hominis Hominis Possunt Historiam Condonare
인류는, 인류는 역사를 용서할 수 있다
Hominis, Hominis Possunt Historiam Condonare
인류는, 인류는 역사를 용서할 수 있다
(Deus Sed)
(신은 그러나)
Sed Deus Sed Deus Sed Deus Sed Deus Non Vult
그러나 신은, 그러나 신은, 그러나 신은, 그러나 신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Deus Non Vult
신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Non Vult!
그렇지 않을 것이다!